|
분류 :
Category |
![]() |
|
노정협
|
2007-01-30 13:35:54, 조회:3,066, 추천:645
|
![]() |
|
|
![]() |
정치조직의 현단계
1.잊혀져가는 자와 준비하는 자
시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는 잊혀진다. 시간에 뒤처지기 때문에 시간에는 그 모습이 담겨있지 않다. 쌓이는 세월의 먼지에 점점 그 모습이 흐릿해지는 과거가 된다. 시간을 겨우겨우 안간힘을 써서 따라가기만 하는 자는 결국 힘에 겨워서 시간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만다. 결국 시간의 뒤로 사라진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하는 자만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시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세상의 품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는 자들에게만 적용된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자, 그것도 세상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바꾸고자 하는 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기만 해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는가. 그저 세상의 지배적인 흐름, 지배적인 힘의 테두리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지배적인 힘과 불화하지 않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지배적인 힘의 행사에 능동적이든 수동적이든 동참하여 혜택을 공유하고 “나도 잘나가는 사람”이라는 자기만족감을 , 허위의식을 공유할 뿐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세상을 졸졸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보다 앞서가야 한다.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 가고자 하는 곳으로 세상을 이끌어 가야 한다. 지배적인 힘, 흐름을 전면적으로 거슬러서 나아가는 것, 그 시대와 세상과 전면적으로 불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해야 한다. 주도할 것인가 압도당할 것인가라는 물음만이 있을 뿐이지 그 중간은 없다!
현재 노동자 정당을 자처하거나 노동자 당건설을 추구하는 정치조직 중에서 전국적 수준에서 세월의 흐름을 쫓아가거나 함께하는 세력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은 원내진출에 성공하여 TV와 신문에 자주 그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세월의 흐름을 쫓아가서 그 흐름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당이지 세월의 흐름을 거슬러서 세상을 주도하고자 하는 당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국민 다수의 관심을 받고 지지를 얻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제1야당이 되고 마침내는 여당이 되는 것이 목표다. 국민정당이 되고자 하는 의회주의 정당이다. 노사관계 로드맵 국회통과에서 보여준 민주노동당의 기막힌 연기력을 보라. 이미 열린우리당, 한나라당과 국회통과를 합의해 놓고 국회의사당 안에서는 법의 국회통과를 저지하기 위하여 몸싸움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국회의사봉을 뺏으려는 단병호의 모습을 보라.
민주노총이 구호뿐이지만 총파업을 선언할 정도로 노조운동과 노자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법을 부르주아 정당과 합의처리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공개적으로는 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기극을 벌이는 노동자를 기만하는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모르는 척, 어쩔 수 없다는 척 넘어갔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지도부인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치적 출세 길인 민주노동당에 대하여 어떻게 정면으로 반대할 수 있겠는가. 특히,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민주노총 지도부, 어떤 식으로든 명분을 얻어서 총파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어떤 다른 선택이 있었겠는가.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민주노총의 정치적 대표체의 이미지를 벗는 것이 앞으로 예정된 대선과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적 이미지를 높여서 국민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적 관심과 이미지를 위해서는 언제든지 노동자의 생존권과 투쟁을 외면할 수 있는 정당, 국회에서의 타협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의회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의석의 수에 상관없이 부르주아 국가기구의 하나인 의회의 한 정당이 되어 노동자를 자본주의체제 내부로 끌어들이는 소부르주아 정당, 부르주아 국가의 사회적 동의 기구의 하나로 기능하는 정당이다. 따라서 우리가 민주노동당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의석수의 증가에 비례하여 심해지는 더러운 타협과 기만의 악취뿐이다.
사회당은 무정부주의(자율주의)와 의회주의가 기묘하게 결합된 정당이다. 운동이 모든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인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은 형이상학이라고 주장하는 사회당은 부문주의, 소수자 운동, 인간적 신뢰와 결의로 조직형식을 대체하는 등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과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이들은 그 어떤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의회주의 정당이었고 민주노총, 전농, 한총련이라는 확실한 대중기반이 있는 민주노동당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아직 의회에서 복수의 진보정당(?)이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노조운동이 성장하거나 이데올로기적 분화가 발생하지 못했다. ‘한다면 한다’는 정신으로 선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사회당은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그 기백을 잃고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현재 사회당은 존재하지만 성명서를 내는 것 이외에 어떤 의미 있는 대중적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당은 이제 정치적으로는 잊혀진 조직이다.
노동자의 힘 또한 잊혀져가고 있다. 정세토론회, 전술논의, 현장투쟁에서 같은 편이든 반대편이든 늘 보이고 이름이 거론되고 부딪치던, 그래서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실행할 때는 늘 신경을 써야했던 노힘은 언제부터인가 최소한 실천적으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조직으로 전락했다. 각 구성원의 면면으로 보면 화려한 활동경력을 가진 조직원이 다수인 노힘이 현장의 투쟁에서, 선진 노동자에게서, 활동가들에게서 잊혀져가고 있다.
노조운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었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좌파정치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출발했던 노힘은 좌파정치의 미래 또는 비제도권 투쟁정당건설이 아닌 자신들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노조운동에 경험이 많은 활동가들,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활동가들로 구성된 것이 결과적으로 보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작용한 것 같다. 어떤 이가 노힘을 ‘노동조합의 배후정치’라고 비판했듯이 노힘활동의 거점이자 중심은 노조였다. 대공장 노조집행부, 연맹 집행부, 총연맹 집행부가 노힘의 주요 활동대상이었다. 노조집행부를 장악하거나 노조집행부에 개입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노힘 정치의 중심이었다. 단순화 하면 노힘에게 현장은 노조였다. 예를 들어서 현장조직은 노동조합 조직의 일부 또는 노동조합의 보완물이었다. 노조를 장악하기 위한 선거조직 또는 노조집행부의 현장기반이 현장조직이었다. 궁극적으로는 현장조직은 당과 산별노조로 분화되어 나가야 할 과도기적 조직이었다.
노힘은 노조를 통하여 전국적으로 직접 영향을 미치려고 하였고(물론 전선사업도 있다.) 현장에서 노조와 분리되는 독립적인 대중적 실천을 조직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노조와 분리된 사업으로 얼마나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겠는가, 노조를 통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이런 효과적인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소수의 고립된 활동을 해야 하는가라는 활동태도가 밑에 깔려있다. 이것은 현장으로 파고들어가서, 대중의 뇌와 심장으로 파고들어가서 대중을 장악하고 대중이 주체가 되어 현장을 노동해방의 성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대중의 외부에서 대중을 대상화하고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노조를 이용하는 정치이다. 마치 프락션 활동과 같은 활동이다. 이런 노힘의 활동은 필연적으로 현장으로부터 정치적 주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장악하거나 이용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제휴하고 타협하는 그리고 노조집행부의 눈치를 보는 활동으로 전락하게 한다. 된 이런 활동노선에서 노동해방의 열정, 전투적 기풍, 행동통일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 될 수 있겠는가? 안타깝게 바라보아야 했던 한노정연의 해산을 보면서도 동일한 생각이 들었다. 노조운동과 현장운동이 후퇴하고 부패하고 반동과 어용이 득세하고 무기력이 전투적 기풍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히 한노정연의 존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노정연 해산의 한 이유로 거론된 연구자들의 열정이 식은 것도 전반적인 운동의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어떤 운동도 특정한 상황을 벗어나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활동주체는 좋지 않은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활동주체가 환경의 영향만을 받고 환경에 대하여 능동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 나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정치를 나쁜 환경에서 실천할 수 없다면 그것은 활동주체의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 존재의 위기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노힘이 한노정연을 노힘과 반대되는 사람들을 밀어내고 장악했으면 노힘의 정치를 실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여 노힘의 정치가 한노정연에 충만하고 새로운 자극과 긴장감을 만들어 내야 했다. 그러나 노힘은 현장, 대중, 전국적 문제에서 독립적인 정치, 주도력을 형성하지 못했고 이것은 노힘이 한노정연에 어떤 새로운 자극과 긴장감, 열정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도리어 노힘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어서 한노정연의 해산으로 연결되었다고 본다.
노힘은 이런 활동노선과 국가론에 대한 모호한 입장(국가파괴냐 이용이냐), 비제도권 투쟁정당이라는 모호한 조직노선이 결합되어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조직이 되어 세월의 이끼에 덮여 잊혀져가고 있다. (최근에 나온 유로 코뮤니즘에 대하여 호의적인 관점이나 레닌주의에 대한 회의는 노힘의 사상과 분위기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고 본다.) 얼마 전 노힘 총회에서 제기된 신속하게 당건설을 계획하고 추진하자라는 입장이 채택되지 못했다가 다시 채택되는 등의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이대로 가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 같은 위기감의 소산이다.
노힘 보다 더 왼쪽에 위치하고 있는 조직들이 있다. 노동해방을 의식적으로 추구하고 그러기 위해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정치적 주도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소규모 조직들이 있다. 이 소규모 조직들은 하려고 하지만 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고자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실천적으로 보면 정치적 영향력이 미약하고 전국적 수준에서는 무능력하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서 볼 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의도와는 무관하게 실천적으로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말만 하는 조직이었고 그래서 소규모 조직의 주장에 ‘구호주의’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했다. 선진 노동자들은 “얘네들 누구야?”라는 식의 회의와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현재에는 현장에 일정한 기반을 가지고 대중과 결합하여 활동하고 있다. 대중과 결합하여 가르치고 배우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검증하고 있다. 대중적 검증, 현실의 시련을 어떻게 견디어 내는가, 현장의 실천을 통한 훈련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단련되느냐에 따라서 각 소규모 조직과 조직들 사이의 관계의 형태가 결정될 것이다. 노동계급의 당은 노동계급의 이해 이외의 어떤 이해관계도 대표하지 않는다. 노동계급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조직은 노동계급운동에서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아니다. 노동계급운동을 조직하고 지도할 수 있는 자들만이, 조직이 작더라도 그런 태도를 가지고 훈련된 자들만이 당건설의 한 주체가 될 수 있다.
2.조금 더 각개약진을!
노동해방을 쟁취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소규모 조직들은 현장에 기반을 확보하고 대중과의 결합면적을 확장하여 결합력을 키우고 자신들의 정치를 현장화, 대중화 하는 과정에 있다. 그 진행과정과 단계는 조직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장을 중심으로 현실 계급투쟁의 세례를 받고 주관적으로 노동해방을 추구하는 세력에서 객관적으로 노동해방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탈바꿈하는 과정, 환골탈태의 과정을 겪고 있다. 이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로 가득한 지그재그의 험난한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을 가야하고 시련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사상을 신성화 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화해야 한다. 대중관, 전술관을 실천을 매개로 정립하고 현장을 중심으로 정치적 주도력과 전국적인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현실의 계급투쟁을 조직하고 지도하는 당을 건설하겠다는 세력이 현실의 계급투쟁의 경험을 이겨내고 현실투쟁에서 정치적 주도력을 확보하고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당을 건설하는 조직적 자원이 되고 당건설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겠는가?
현재까지 진행을 보면 주도력을 발휘해야 할 때 머뭇거리거나 뒷걸음치기도 하고 대중의 분위기나 세력관계에서 밀려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힘 앞에 원칙을 굴복시키기도 하고 있다. 스스로 자신들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거나 잘못 이용하거나 불충분하게 이용하고 있다. 더 앞으로 밀고 나가서 자신들의 정치적, 조직적 지도력을 검증받고 이데올로기가 이데올로기의 세계에서 내려와서 복잡하고 더럽고 막막하고 약동하는 세속적인 계급투쟁의 용광로를 통해서 단단하고 굳게 정제되어야 한다.
몇 가지 지켜야 할 점을 제출한다.
1) 현실의 검증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노동해방은 허풍을 통해 쟁취되지 않는다. 현실 계급투쟁을 통해, 계급투쟁의 조직과 지도를 통해 쟁취된다.
2) 정치적 주도력을 쟁취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제출하고 헌신적으로 앞장서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자신들의 조직원의 수가 적기 때문에 정치적 주도력을 발휘해야 할 때, 앞에 나서야 할 때, 대중적으로 검증해야 할 때 몸을 사리거나 기회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조직보존주의는 조직의 전투적 기풍과 활력을 떨어뜨리고 행동통일을 약화시킨다. 결국 조직보존주의를 통해서 보존되고 늘어난 조직원의 수는 허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조직이 위기에 봉착하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3) 철저하게 현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활동, 조직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조직은 현장과 독립적이고 아니 아주 뚜렷하게 구별되어야 하지만 현장이 조직의 거점이 되어야 하고 현장활동이 정치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치의 현장화와 현장의 정치화를 통해서만 노동해방은 가능하다. 전국적인 것은 그냥 직접적으로 전국적인 것이 되지 않는다. 현장을 중심으로 현장의 솟구치는 대중의 분노를 조직해서 전국적 영향력과 개입력을 갖추어야 한다.
4) 스스로 독립적이고 목적의식적인 활동을 조직해야 한다. 현재의 계급투쟁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우리가 계속 지적했듯이 기존의 존재하는 조직과 힘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조직과 힘들은 계급투쟁의 위기, 노동운동의 위기의 주요한 한 부분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노조와 현장조직의 틀에 기대는 것은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지연시키고 왜곡시키는 것이다. 목적의식적으로 우리가 앞장서서 새로운 현장조직운동과 노조운동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철저하게 현장의 활동과 투쟁과 호응하면서 현장의 힘의 조직화, 대중을 투쟁의 주체로 흔들어 깨우고 일으켜 세우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5) 비정규직 투쟁과 함께 있는 현장에서 책임 있는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책임을 질 수 있고 또 소규모 조직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공동투쟁이 되어야 한다. 괜히 겉만 빛나고 소리만 요란하고 생색내는 식의 공동투쟁은 잠시 조직구성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조직의 소속감을 강화하고 선진 노동자와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길게 보면 신뢰와 권위를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규모 조직들의 분산된 활동이 계속되다가 현실에 일정한 기반을 가지고 현실투쟁에 개입해 들어가다 보니까 소그룹주의가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너무 힘이 없을 때는 아주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또 그때는 이데올로기가 전면에 나서기 때문에 무엇인가 함께 해야 할 절박성이 컸지만 조건이 변한 것이다. 여기에다가 현실의 투쟁과 경험을 통하여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는 각 조직의 입장과 그 입장의 차이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소그룹주의는 일정하게 체질화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것은 하나의 힘으로 각 조직을 규정하는 내적인 힘이 되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명확하게 책임질 수 있는 관계에서 공개적, 대중적으로 책임지는 공동투쟁을 조직해서 공동투쟁의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검증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관계와 질서가 구축되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힘과 관계에 의하여 소그룹주의는 무력화되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아무문제 없고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는 식으로 덤비면 관계는 더욱 꼬일 수 있다.
6) 현재의 전술적 문제는 전략적 문제와 깊게 결합되어 있다. 이것은 객관적인 정세의 소산이다. 세계자본주의의 장기적, 구조적 위기는 호황의 주기를 짧게 하고 불황의 길이를 길게 만들고 있다. 또 짧은 호황은 장기불황구조를 더욱 심화시킨다. 호황 시기에도 자본은 자본축적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노동자에 대한 착취강화와 통제강화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것은 전술적 문제와 전략적 문제의 긴밀한 결합 없이는 자본에 대항하는 효과 있는 투쟁, 지속적인 투쟁을 조직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술적 문제를 전략적 문제와 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7) 이데올로기 연구와 투쟁이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는 그 탄생부터 사회적 동의를 통해 국가의 강제력을 공적외피로 포장하여 지배력을 행사해 왔다. 사회적 동의를 통한 국가의 지배력은 자본주의에 와서 특히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발전한 사회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오늘에는 자본의 반동적 착취강화와 자본가 국가의 반동성의 강화가 사회적 동의의 형태로 영향력을 강력하게 발휘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연구와 이데올로기의 현장화, 이데올로기 투쟁의 대중화 작업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6)번 항목하고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8)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활동이 조직내부의 규율의 약화 또는 연방제적 조직운영으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처럼 노동운동이 후퇴하고 해체되고 부패되고 반동과 어용이 득세하는 시기, 현장의 공기가 숨통을 틀어막고 앞길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는 막막한 시기에 집단의 사상적 통일성, 조직행동의 통일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힘의 관계에 의하여 현장의 분위기, 대중의 분위기에 끌려 갈 수밖에 없다. 그래가지고는 관점과 목적이 뚜렷한 대중활동, 자기조직의 대중활동을 하지 못한다. 대중적인 자기활동 경험의 축적과 전술사상, 대중관을 확립 할 수 없다. 결국 신뢰할 수 없는 조직, 알 수 없는 조직이 되어 당건설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없게 된다.
9) 각 소규모 조직은 각개약진의 지속을 통한 결과에 따라서 이합집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하나의 주도적인 조직, 압도적인 힘과 영향력과 신뢰를 받는 조직이 탄생하면 그 조직을 중심으로, 그렇지 않고 몇 개의 앞선 조직이 탄생하면 그 조직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인 이합집산의 형태와 과정과 수단에 대해서는 현재는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그 때가서 이야기 할 문제이다. <노/정/협> |
|
|
![]() |
![]() |
 |
|
![]() |
|
전국노동자정치협회
(150-898)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4동 215-3 301호
노동자정치신문 Tel. 070-8254-1917 / E-mail labor04@jinbo.net
copyleft by 노정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