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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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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12:59:08, 조회:2,361, 추천: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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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을 넘기며 전교조를 반성한다.
전교조 활동가
전교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조중동은 2006년 내내 전교조를 인격파탄적 ‘괴물집단’으로 그리려했다. 조중동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물론 심지어는 더불어 노동해방을 지향하는 진보적 인사들조차 ‘권력이 비대한 전교조’, ‘학생은 없고 교사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전교조’, ‘교육보다는 정치적 개입이 지나친 전교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무시하는 오만한 전교조’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상은 어떠한가? 전교조는 ‘권력이 비대하지도, 교사들만의 이익을 위하지도, 오만하지도, 정치적이지도’ 않다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여론지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교조의 선전, 홍보 부족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전교조의 노력이 조중동과 자본의 그것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은 의례적인 변명이 아니다. 어디 전교조만 그러한가? 진보적 운동 세력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는가? 진보 진영 모두의 반성이 필요한 지점도 있을 것이다.
전교조는 최근 수년간 ‘입시라는 괴물을 앞세워 학생을 학대하고, 학부모들을 경제력의 차이로 차별하고, 교사들을 학대, 차별 시스템으로 몰아가는’ 교육 구조조정의 폭력에 맞서 있다. 현 시기 우리 사회는 모든 불평등, 모순을 자본주의 경쟁체제 하나로 설명해도 좋을 만큼, 자본주의 체제의 폭력에 전면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 모든 현상을 ‘구조조정’으로 설명하다보니, ‘구조조정’의 폭력을 말하는 것이 식상한 변명처럼 들릴 정도이다. 그러나 분명 현 시기 우리 사회는 ‘자본의 구조조정’ 폭력 하나로 설명이 가능할 만큼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과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것이다.
보라! 자본주의 체제는 자본의 자유와 이익을 위하여 노동자의 임금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세계화’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유연화’는 모양은 다르나, 다 같은 의미이다. 또한, 자신의 이익을 늘리기 위하여 ‘한미FTA' '농산물 시장 개방’ ‘교육, 의료, 문화 등 공공 영역 상품화’ 등으로 시장의 영역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것이 소위 20:80 사회 양극화의 주범이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 체제의 폭력은 교육부분에서도 하나도 틀림없이 그대로이다. ‘교원평가’ ‘성과급’은 교육노동자의 임금을 줄이기 위한 것임은 물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 유포를 가로막는 전교조를 무력화시키는 또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자립형사립고’ ‘과학고, 외고’ ‘외국인학교 개방’ ‘고교 선택권, 다양화’는 귀족학교의 다른 이름이며, 고교 평준화에 대한 은밀한 파괴 작업이며, 궁극적으로는 교육 부문에서 자행되는 민중에 대한 차별이다.
따라서 전교조의 ‘교원평가 반대 투쟁’, ‘귀족학교 반대 투쟁’은 자본주의 체제 폭력에 대한 저항이다. 전교조의 투쟁이 ‘권력화된’, ‘교사들만의 이기적인’, ‘오만한’ 투쟁이라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인 것이다. 자본과 조중동은 자본주의 착취 체제 구축에 방해되는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무력화시켜왔으며, 이러한 그들의 지배 음모에 굴하지 않는 전교조에 대한 집중적이고도 기만적인 모함과 악선전을 계속하고 있다. 자본에 맞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전교조 투쟁의 지향은 한마디로 ‘평등교육’이며 ‘인간해방’, ‘노동해방’ 교육이다. 우리 교육을 가장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이며, 노동소외적인 것으로 만드는 핵심기제는 바로 입시경쟁이다. 서열화를 목표로 하는 치열한 입시경쟁은 학창시절에 이미 학생들을 차별하게 마련이며, 졸업 후에는 진학, 취업과정에서 다시 차별하는 장치이다. ‘교원평가’와 ‘귀족학교’는 학생들의 입시경쟁, 학교의 차별을 강화하고 고착화하기 위한 수단들이다. 이것이 전교조가 결사적으로 이에 저항하는 이유이다. 자본주의 교육정책은 입시경쟁을 심화하는 방향이며, 전교조의 투쟁은 입시경쟁을 철폐하는 방향이라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자본의 공격 대상은 전교조만이 아니다. 자본과 정권은 자본에 직접 반대하는 세력만이 아니라, 자본의 착취 자유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대중조직의 자발적 무장해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많은 대중조직이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직간접적 연고를 바탕으로, 노무현 정권 초기에는 이들을 직접적인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데 주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하기도 했다. 깨어야 한다. 과거의 연고에 근거하지 말고, 현재 자본의 폭력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의 결집을 이루어내야 할 때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중운동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과거의 민주화운동 연고는 이미 ‘자본주의 반대’라는 공통된 인식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반대’라는 공통 분모를 상실한 현실을 무시하고, 과거의 운동 경험의 공유만으로 어찌 노동 해방, 인간 해방 투쟁이 가능하겠는가?
냉정한 평가를 해야 할 때이다. 자본을 대변하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 자체의 평가에는 이미 관심이 없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집권 기간 진보진영의 대응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진영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개혁 가능성에 기대기만 할 뿐, 스스로의 개혁 투쟁을 포기하였다. 진보진영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반노동자성에 애써 눈을 감고 이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성공을 진보진영의 성공으로 착각하고 정부의 반노동자성을 묵인하였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하에서의 작은 변화, 성과에 집착하면서 근본적 변화, 투쟁을 망각하였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권력 분점과 착취는 계속되고 있음을 간과한 채 꾸준히 계속되어야 할 노동해방, 인간해방 투쟁을 방기하였다. 87년 6월 항쟁과 90년대 노동자 대투쟁으로 상대적으로 넓어진 투쟁의 공간에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경향이 지속되었다. 투쟁은 하되 이미 진정성이 담긴 투쟁이 아닌 투쟁이 계속되었다. ‘노동귀족’, ‘권력화’, ‘보수화’, ‘개량화’ 등에 대한 지적은 이를 말함이다. 진정한 위기는 ‘투쟁의 무모함’에서가 아니라, ‘투쟁의 방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울하기도 하고 한편 재미있는 상황이다. 자본의 지배가 최종적인 단계에 이르면 가치관의 혼돈이 극심해진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연, 현 시기가 그런 듯하다. 물리적 지배와 폭력은 이미 극에 달한 듯 하며,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극심한 까닭일 것이다.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을 갈라 차별하고, 귀족학교와 천한 학교를 나누어 차별하고, 인간을 차별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인간해방, 노동해방으로 나아가는 것은 진보 진영 모두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전교조는 이 길에 함께 있다. 어찌보면 이 시대 자본주의의 폭력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만 가능할 것 같지만,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자본의 폭력 앞에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상시적 위험에 놓여있으며, 최소한 비정규직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절절히 깨닫고 재확인하는 것에서 우리의 운동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전교조 스스로 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전교조만이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의 반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의견그룹들 모두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되, 진정 노동해방, 인간해방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였는지 반성할 일이다. 현 시기 최대 핵심 사안인 자본주의의 폭력과 치열하게 맞서 싸웠는가? 자그마한 승리와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는가? 자그마한 승리와 성과 없음에 슬퍼하느라 근본적인 변혁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는가? 과거의 인연에 얽매여 참여정부를 포함한 자본가계급에 대한 싸움을 방기하지 않았는가?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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