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본주의적 대장정에 나서는 붉은 별, 갈홍의 후예들(1)
-최형록
1. 용천검을 빼 든 중국
제국주의 열강은 / 연약한 사슴을 먹이로 다투는데 / 나라의 인재들아 / 와룡선생은 누구인가 / 칼을 어루만지며 길게 탄식하고 / 돌아가노라 / 온 산에 비바람 소리 / 푸른 칼이 우는구나
천안문 사태가 일어나지 꼭 100년 전, 무술변법운동의 지도자 캉 유웨이는 ‘북경을 떠나며 벗들에게’라는 시에서 이렇게, 허우대는 장대하나 무력한 중국의 현실에 울분을 토로했다. 이제 중국은 칼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에 뛰어들어 제국주의 열강과 치열한 경쟁에 나섰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가 2015년경에는 일본을 그리고 2039년경에는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 한반도 변혁운동에서 내재적 변수로 되어가는 중국
‘개와 중국인은 출입금지’라는 상해 홍구공원 입구의 팻말을 보고도 뽑아버릴 수 없던 중국은 바야흐로 ‘포동포동’(浦東浦東 : 포동은 상해의 경제특구)해지고 있다. 이런 변모해가는 중국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한반도 남북이 교류를 통해서 평화공존․상호발전을 하는 경우는 물론 특히 미국기업연구소의 연구원 에버시타트의 한반도 상황전개에 대한 여섯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체제의 내적 붕괴가 일어나는 우려스런 경우에 대비해서 남한의 변혁운동진영은 전략적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할까? 만약 남한(나아가 한반도)에서 민중 정권을 수립할 경우 소련이나 중국처럼 일정한 기간 동안 ‘자급자족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정학적으로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 그리고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있으나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신식민주의적 미국이 바로 일상적으로 지척에 있다는 점에서 이들 열강이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로부터 이 신생정권을 차단시킬 경우 민중권력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정학적으로 훨씬 유리한 칠레의 좌파연립정권인 아옌데정권만한 대중적 기반을 구축한 정권을 수립하더라도 네루다(칠레공산당의 대통령후보였으나 철회)의 동포들만큼이라도 버텨낼 수 있을까? 변혁운동의 시작은 남한부터 그리고 한반도 전체에서 민중적 토대를 조직적․사상적으로 튼튼히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 한편 그런 과정에 있어서 특히 동북아의 국제정세는 소련이나 중국혁명의 과정에 있어서 보다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않을까? ‘일국사회주의’의 생명이 32년간 혹은 73년에 불과한 역사적 체험을 고려할 때 향후 사회주의 변혁운동은 이전보다 짙은 ‘국제주의적’성격을 띠게될 것이다.
중국의 ‘현존 사회주의’는 남한 변혁운동에 있어서 외재적 - 군사적․외교적 - 변수로부터 동북아 차원의 노-자 모순에 있어서 내재적 - 군사적․외교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정치적․문화적 - 변수로 변화하고 있음을 전략적 고려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런 고려가 충분치 않을 경우 남한 나아가 한반도에서 민중권력의 수립자체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수립하더라도 동북아 차원의 자본 세력이 그것을 전복시키는 일은 아옌데정권의 경우보다 쉬운 일이 되지 않을까?
3. 자본주의적 ‘대장정’
‘현존 중국사회주의’는 홍의 길(紅 - 상대적으로 생산관계의 변화를 중시하는 입장, 민중의 사상혁신을 중시하는 모택동의 입장)을 일단 접고 전의 길(專 - 상대적으로 생산력을 중시하는 입장, 등소평의 입장), 전의 대장정에 나섰다. 등 소평의 후예들은 쥐를 잡을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럴 가능성은 일단 있다. 반면에 쥐가 서식하는 ‘더러운 환경’을 청소할 수 없다면 이번에는 하이에나를 잡아야만 할 상황이 반드시 올 것 같다. 여하튼 오늘날 용천검(캉 유웨이와 같은 시기 손문의 중국동맹회에서 활동한 열혈 여성혁명가 추근의 시에 나오는 칼)을 뽑은 중국의 경제를 간단히 살펴보자.
중국은 지난 10월 초 미국과의 ‘합동 경제위원회’모임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거시경제정책, 금융부문의 제반 쟁점들, 테러조직의 자금조달과 돈세탁에 관해서 논의했다. 중국은 시장경제적인 변동환율제를 재확인하고 세계무역기구의 도하 다자간 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금융활동 기술조사전담기구(FATF)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이 기구는 1989년 G-7 그룹(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모임)에서 창설한 것으로 세금포탈과 돈세탁과의 전쟁과 관련해서 ‘국내법을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아메리카 대륙 간 개발 은행에 가입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빈곤감소에 기여할 용의가 있음도 밝혔다. 이 모임이 1980년부터 시작되었음을 감안하면 등 소평의 개혁․개방 이래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나 자본주의 세계경제체제에 깊숙이 편입해왔는 지를 이해할 수 있다. ‘현존 중국 사회주의’가 이 체제에 얼마나 ‘수렴’해있는지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자.
남한정권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외자도입에 있어서 중국은 2003년 직접투자액 5400억 달러를 끌어들였으며 미 재무성의 국채보유에 있어서 일본 다음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이 ‘세계의 제조 공장’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 - 지구 상 옷의 절반, 휴대용 전화기의 ⅓이 중국산이다 - 과 관련되어있다. 그런 만큼 중국은 온갖 종류의 원자재를, 땅콩으로부터 무쇠에 이르기까지 탐식하고 있다. 중국 자체의 환경문제는 물론 한반도의 환경악화에 중요한 원인이 되는 원유수입에 있어서도 일본을 앞질러 세계 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각국은 실업의 새로운 원인에 직면하고 있다. 남한 기업들 중 일부가 노동운동의 투쟁에 직면해서 평소 높이 외치던 ‘애국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으로 진출하는 현상 역시 이런 맥락과 관련되어있다. 그런 한편 고용문제는 세계적인 수입국으로서 중국의 비중 증가와도 관련되어있다. 무역규모에 있어서 일본 - 미국 - 홍콩 - 남한 - 대만 - 독일 순서인 10개국으로부터 중국이 수입하는 주요품목이 컴퓨터 부품이라는 점 역시 유의할 부분이다.
4. 중국과학의 현황 - 한 단면
자이툰 부대원들은 과연 한 사람도 예외 없이 무사히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군사 - 외교적으로 그리고 한탄스러울 정도로 문화적으로도 양키제국의 ‘제 51번째 주’랄 수 있는 한국이 파병하게 된 원인 중 한 가지는 중동 석유지대에 대한 미국의 패권공고화이다. 이 석유시추기술의 원천을 역사적으로 추적해보면 고대 중국 기술자들의 공로를 인정하게 된다. 중국의 과학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에 있을까?
몇 가지만 살펴보자.
금년 10월 들어 중국은 유럽연합과 인공위성 위치확인 및 항행체제 개발에 협력하기로 서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8년에 개시할 것인데 지구상 위치확인체제(GPS)보다 더 정밀하고 광대역의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 상황의 변화 - 군사적 이동, 자연자원의 분포, 지리정보 등 - 에 관한 보다 정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고 ‘유사시’ 개입방식의 선택 폭이 넓어질 것임을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재까지 외국과 체결한 과학 프로젝트 중 최대라고 한다.
남한 자본가 계급을 포함해서 세계 도처의 자본가 계급이 주목하는 분야가 정보통신기술분야와 생명공학기술분야다. 이중 생명공학과 의학부문을 간단히 살펴보자. 중국이 주요한 공업중심지들(미국, 유럽, 일본)로부터 격리되어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병에 걸리기 쉽도록 만드는 유전적 위험 요인과 생물학적 표지자(marker)를 규명하는데 유리하다. 이런 이유에서 제국주의국가들의 대형제약회사들이 특히 상해에 진출하고 있다. 의학적 연구에 있어서 쥐를 이용한 실험이 신경학적 그리고 심장혈관의 생리학적 연구의 관점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풍부한 영장류(대표적인 것이 침팬지)의 복제(Cloning)연구에 관심이 높아진 상태이며, 현재 영장류 유전체(Genome)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정부의 꿈은 생명 - 의학연구의 세계적 중심지라고 한다.
식단이 ‘맥도널드화’하면서 심지어 10대 어린이들에게서도 비만에 따른 당뇨병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당뇨병의 치료제가 인슐린인데 중국은 1965년(문화혁명 직전) 화학적으로 합성함으로써 미국과 유럽을 앞질렀다. 이런 중국에서 농촌 주민의 90%가 기본적인 공공위생․의료보장의 사각지대에 처해있다. 그런 한편 3200만명(총인구는 13억 5천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과학기술인력이 있는 나라가 또한 중국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