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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1호] 누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을 아름답다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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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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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8:10:16, 조회:2,340, 추천: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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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을 아름답다 하는가?
‘아름다운 합의’- 대중투쟁을 후퇴시킨 07년 중앙교섭
얼마 전 보건의료노조가 정규직의 임금인상분 4-5.3% 중 1/3을 비정규직에게 사용하기로 한 산별 합의를 하자, 언론들은 ‘아름다운 합의’라며 칭찬했다. 이런 아름다운 합의가 가능했던 것도 대병원 자본이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 금속도 빠르게 대기업 자본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업별 대공장 노조들이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도 이에 질세라 ‘아름다운 합의’를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노사 간 적절한 긴장감을 가져야 회사가 가장 힘 있게 버틸 수 있다.”, “정권과 자본의 당당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것은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과 산별 관료들이 중앙교섭과정에서 한 말이다. 노조가 투쟁하는 것도 ‘회사발전을 위해서’란다. 이를 통해서 현 금속노조 지도부의 방향과 입장을 알 수 있다.
금속노조 중앙지도부는 이런 노사협조주의를 노동자들의 투쟁과정에 틈틈이 침투시켰다. 중앙교섭에 대기업 자본들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한 의식처럼 하이닉스 비정규직 투쟁 같은 장기투쟁들을 조속히 정리시켜 나갔다. 직권합의니 뭐니 하는 절차상의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아무런 고용보장도 생존권 보장도 없이 노조 깃발을 내리게 했다. 올해가 완성차 노조들이 참여하는 15만 금속산별노조의 중요한 국면의 시작이라는 점만 강조되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은 요구와 투쟁과정, 마무리과정과 합의안에서, 이제까지 투쟁하고 교섭한 어떤 중앙교섭과 산별투쟁보다도 더 큰 문제를 낳았다.
금속산별노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완성차 자본들은 중층교섭과 중층파업을 배제하면 중앙교섭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작년에 대거 산별로 전환한 완성차노조지부들은 자본의 압박과 불참 속에서 지부교섭 임단투에 집중했다. 그리고 15만 조합원 중 2만 여명에 해당되는 89개 중소자본이 참여하는 중앙교섭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부터 미미했던 중앙교섭에 대해 자본을 압박하기 위해 금속노조는 반FTA 파업을 연계시키려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시도는 ‘국익을 위한다’는 정치파업의 명분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면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당장의 파업 자체는 성사되었을망정 이후의 어떠한 파업도 공세적으로 전개해갈 명분을 금속노조 지도부 스스로 버렸다. 자본을 살리는 투쟁을 노동자들이 같이 하고 있다는 명분 외에는 불가능하게 되었으니까. 특히 대공장 기업지부들은 ‘정치파업의 절차적 하자’를 빌미로 자유롭게 자신의 교섭에 매몰되었다. 중앙교섭에 참가해서 산별요구와 투쟁의 확대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번 중앙교섭에 참가하는 확약서를 내놓으라는 카드를 악세사리로 사용해서 교섭주의 노선을 펼쳤다. 금속노조 중앙과 대공장 기업지부들이 서로 ‘죄 없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란 듯이 서로의 잘못을 눈감아 주고 투쟁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금속산별노조의 투쟁은 오로지 자본과의 중앙교섭 강화를 통한 협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더 큰 투쟁이 일어나기 전에 빨리 끝내자’는 것이다(금속노조는 이미 6월 13일 중앙집행위에서 “중앙, 지부, 지회 교섭 타결목표는 7월말로 한다.”고 결정했다). “휴가 전에 끝내려면 안을 빨리 던져서 정리해가자”면서 금속노조 위원장이 사측에 구걸하고 있는 것을 중앙교섭 보고과정에서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번 중앙협약의 내용이 없어도 좋으니 일단 무조건 교섭자리에 나와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산별교섭 성사의 목적은 올해가 꼭 아니어도 좋다는 식의 ‘확약서 쟁취’투쟁으로 완전히 후퇴했다. 이러한 금속 지도부의 교섭주의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명분보다도 실리가 뭔지 생각해서 의견과 지혜를 모으자. 실리는 산별교섭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요구안에 대해서도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많은 사용자가 중앙교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는 사측 대표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자본은 중앙교섭 석상에서는 노동자와 대립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위치가 아닌 말이 비교적 잘 통하는 대화의 상대일 뿐이었다. 정갑득 위원장과 금속노조의 개량주의 지도부가 왜 그리도 산별 중앙교섭 요구안 자체보다 확약서 쟁취로 집중시키려 노력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애초에 산별노조의 교섭기조는 ‘중앙교섭 돌파 없이 지부, 지회의 임단협 성사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속 중앙은 ‘7월 말까지 임단협을 끝내겠다’면서 자본의 응답을 독촉했다. 이 두 가지 기조를 동시에 가져가는 순간, 이는 아주 빠르게 중앙교섭을 마무리해야 대공장 임단투도 별다른 투쟁 없이 마무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권과 자본이 현장투쟁을 없애야 산별교섭에 응하겠다는 기조와 일치한다.
금속노조 지도부는 중앙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다시 부분파업으로 압박하고, 실무협상에서 애원하고, 다시 교섭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중앙교섭은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 즉, 사회적 의제를 안고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애초의 산별교섭의 명분조차 사라졌다. 남은 것은 2만 명의 조합원이 존재하는 사업장의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의 최저인상 뿐이었다. 쟁점이 되었던 ‘대기업 자본의 중앙교섭 참가(약속)’은 ‘다음번에는 참여할 수도 있을지’를 검토하는 노사공동의 ‘산별준비위’를 꾸리자는 약속으로 둔갑해서 승인되었다. 핵심적 요구의 하나인 비정규직을 포함한 금속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요구는 애초부터 ‘해당사업장의 정규직에 한해서 고용이 보장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그조차도 잠정합의문에서는 삭제되었다.
이제 노동운동의 관례에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 ‘아름다운 합의’를 위해서는 ‘지도부가 비판받거나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들은 아예 합의문에 넣지 않는다.’ 그리고 ‘가능한 파업 투쟁과 현장투쟁 없이도 노사합의’하는 평화주의.
산별노조를 길들이기 위한 자본의 아래로부터의 준비와 공격
이번 중앙교섭 과정에서 우리는 산별노조에 대한 노사협조주의자들의 상과 자본의 조건부 참여론이 완전히 일치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차 자본은 이미 작년 현대차 노조가 산별전환을 결의하는 순간부터 내부에 TF팀을 구성해 산별교섭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성과는 올해 초에 전개된 현대차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에 맞선 성과급 투쟁의 결과로 성과주의를 추진하는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성과는 금속노조 정치파업에 대한 파업반대를 현장에서 조직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세 번째 성과는 바로 극우현장조직을 내세워 노노분열을 꾀하면서금속산별 중앙교섭과 현대차 임단투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에서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 지부는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쟁취 투쟁을 뒤로 한 채 자신만의 임금인상투쟁에 몰두했다. 현대차 1공장에서 조직된 현장파업은 지역언론을 등에 업은 자본의 공세와 이상욱 지도부의 회유, 현장의 일부 반동세력들의 공격을 넘어서지 못하고 철회되었다.
기아차와 GM대우 지부는 FTA저지 파업부터 중앙교섭 쟁취 파업까지 금속 중앙의 지침과 무관하게 지부의 순수한 임금인상 교섭에 올인했다. 오히려 이들 대공장의 노사협조주의 지도부들은 자신들의 휴가 전 타결기조를 금속노조에 관철시키기까지 했다. 금속노조의 임단투 방침은 어느새, 7월말 중앙교섭과 지부 및 지회 교섭을 마무리하는 것과 산별중앙교섭 참가 약속을 받아내는 목표로 바뀌었다. 금속노조는 이러한 대공장 지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서 너그러웠다. 쌍용자동차 지부의 대폭 양보교섭과 파업 지침 불이행에 대한 징계 논의가 올라올 때에도 정갑득 위원장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금속쟁대위는 ‘쟁대위가 결정한 파업 집행에 만전을 기하되 파업에 불참한 사업장은 사유서를 제출’(7/19 쟁대위 결과)케 하는 것으로 대공장 기업지부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었다.
기아차는 애초부터 7월말 타결을 목표로 임금 협상에 집중해왔다. 임금 인상 외에도 외주화(외부모듈화) 반대 등의 구조조정 저지 요구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현장활동가들조차 이 문제를 핵심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다수 대의원교섭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최소한의 임금인상만으로 잠정합의해버렸다. 비록 다수의 현장조직이 정규직지부의 비정규직 조직파괴에 맞서 비정규직지회에 대한 분명히 지지를 표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 지부의 잠정합의가 부결된 것을 통해 활동가들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분명한 태도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노조가 무너지고 단협이 부정되는데 ‘시기’인가? ‘쟁취’인가? ... 사측은 인력 유연성 확보 이름으로 맘대로 전환배치 하고 생산성 향상 이름으로 단계적 편성 효율 증대 위한 구조조정과 인원정리 음모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단협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기아비전 2010’을 노사 함께 진행 하자고 하고 있다...이런데 무슨 고용안정인가? 임투와 고용안정위가 동시 진행되었고 집행부는 확실한 고용안정 쟁취를 조합원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사측이 위반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합의 위반에 항의하는 현장대의원과 조합원들 투쟁 때문에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 것처럼 속보를 내고 책임을 떠넘겼다... 고용위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현장의 눈과 귀를 막고 최소한 해당 조합원들과의 논의나 동의도 만들어내지 않았다...”(기아차 금속노동자의힘 유인물)
GM대우차 지부는 6년 전 GM대우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부평공장까지 포함하는 전공장 부분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외부업체로 모듈화 일거리를 넘기는 외주화와 15% 생산성 향상 등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투쟁하지 않고, 오히려 순수하게 임금 협상에만 전념했다. 게다가 노조는 1차 하청업체들을 밖으로 내모는 외주화 확대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고, 생산성 향상이라는 자본의 공격에 대해서도 부서별 협의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창원공장의 경우 외주 도급화 반대를 특단협 교섭 요구로 한 확대간부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GM대우 창원지회장은 임금 양보교섭을 틈타 외주 도급화와 일방 전환배치에 동의하는 직권조인을 선언했다. 임금 합의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대우는 한마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외주 도급 확대 등 비정규직을 희생양으로 배치전환으로 고용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부결투쟁은 현장 어디에서도 없었다.
이처럼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지침조차도 피해갔던 기아차와 대우차 지부가 임금인상을 위해 압박용으로 사용한 파업은 계급투쟁으로써의 파업이 아니다. 노사협조주의로 달려가고 있는 조합주의이다! 이들은 자신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대해서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외주화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도 조직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조조정에 대해서 방기하거나 부서별 물량경쟁과 생산성에 대해 부서별 협의를 통해 협조함으로써 자신의 손으로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2001년 울산에서 화학섬유 3개 사업장 투쟁을 지지 엄호하는 전국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파업을 철회했던 것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하청 사측으로부터 탄압받고 파업을 시도하다 끌려나올 때에도 정규직 현안문제 해결에 비정규직 투쟁을 이용하고, 대리교섭을 한다면서도 직가입 조직화조차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대차 이상욱 집행부다. 그리고 민투위는 지도부를 소환하거나 오류를 바로잡지 못함으로써 관료주의 이상욱 집행부의 추종세력으로 전락했다. 현대차지부는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했다. 과연 자신의 현장에서, 바로 옆 라인에서 정규직보다 몇 배 센 노동강도에 허덕이며 탄압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어떠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가?
15만 금속산별노조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금속노조는 산별노조 완성과 함께 구조조정 저지 및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사업 기조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핵심인 원청사용자성 쟁취는 선언수준에 머물러 있음이 곧 확인되었다. 지난 4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제기된 산별교섭의 의제 중 비정규직 관련한 원청사용자성 인정과 단협 동일 적용, 노동조건 개선 관련한 노동시간단축과 임금, 장투사업장 관련한 것들이 모두 부결되었다.
정갑득 지도부는 선거에서 자동차산업 육성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워 노사정 합의를 전제한 자본살리기를 선언했다. 산별실업기금으로 실업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도 역시 해고 저지 투쟁이 아닌 돈으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해고와 인력구조조정에 동의하는 반노동자적인 태도이다. 정갑득 지도부가 언급한 산별 단협의 확대적용 역시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단협 동일적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원청사용자성 인정이 공허한 선언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속산별노조의 두뇌격인 강신준 교수가 대공장이 대거 전환한 금속산별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임금을 조금 올리고 고용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산별노조의 방향을 강조한 것 역시 금속노조 지도부의 반동적인 기조와 다르지 않다.
이렇게 금속노조 지도부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기만적인 입장은 기아차지부가 기아차비정규직지회의 조합원들을 기아차지부로 직가입 시키는 반동적인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기아차지부의 개량주의 세력들은 이전 집행부일 때에도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을 어떻게든 무력화시키고자 해왔다.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아놓고 협박하기도 하고, 비정규직 지도부에게 찾아와서 이 정도로 양보 안하면 지지 연대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전보다 투쟁적인 지도부일거라 기대했던 기아차 정규직 지부는 이전보다 더해서 조직편제를 핑계로 비정규직지회를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정규직지부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 지도부는 ‘중재’라는 이름으로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의 공동투쟁을 통한 실질적 1사1조직을 내용으로 하는 ‘계급적 통합’ 총회조차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비정규직지회에 보내기도 했다.
이것이 비정규직 조직화와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함께 투쟁하겠다는 산별노조인가?
기아차 정규직 지부에 직가입한 노동자들은 ‘동일대우’와 ‘통 큰 단결’ 논리에 넘어간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과 그동안 노조활동을 외면하고 구사대 역할을 하던 비정규직 비조합원들이다. 이미 이번 정규직 임투를 통해 동일대우가 임금 인상액에 대한 일부 적용일 뿐 다른 노동조건과 단협이 모두 동일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직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과 정규직 지부 틈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이처럼 정규직에 대한 2.5%라는 최소한의 임금인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보면, 확실치도 않은 중앙교섭 확약서나 산별노조에 대한 태도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그렇다면 현 시기 투쟁을 왜곡시키고 불완전하고 부족한 이 ‘산별노조’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산별노조,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동일 단협 쟁취를 투쟁 요구로 가져가야 한다. 지금 곳곳에서 벌어지는 장기투쟁을 적극 엄호하고 전국화 시켜야 한다. 현 시기 장기투쟁은 99%가 비정규직 혹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금속노조 소속 투쟁들의 대부분이 중소영세사업장의 매각 관련한 고용과 생존권 투쟁이거나,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계약해지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우리는 그동안 비정규직 확산 저지, 구조조정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개해왔다. 그것이 언젠가는 쟁취되어야 할 것으로만 추상화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의 투쟁 속에서 임금과 단협 동일적용을 요구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이 산별노조의 투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직무가치별로 임단협을 달리하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이는 산별중앙교섭에서 뿐만 아니라, 지부 지회 교섭과 구조조정 대응과정에서도 일관되야 한다.
두 번째, 현장의 구조조정 투쟁을 모아서 산별 노동자들의 공동요구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경쟁력과 능력별 대우라는 이름으로 다시 들어오는 인사고과와 성과주의는 물론이거니와 물량 경쟁을 부추기면서 현장을 분열시키고 외주 도급화를 추진하는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에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현안문제들을 투쟁 요구로 받아 안고 현장투쟁들을 산별노조의 전국적 요구와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년 산별완성 대의원대회에서도 주장되어온 현장파업권을 지키고 현장투쟁을 엄호해야 한다. 현장투쟁을 하이닉스 매그너칩의 경우처럼 정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국화 시켜 금속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로, 그리고 다른 산업과 비정규직 등 전국의 노동자들의 성과로 확대시켜야 한다. 민주노조의 선봉에서 작업중지권과 노동자건강권 쟁취, 노동강도 강화 저지와 노동조건 개선 및 생계비 쟁취, 구조조정 저지 투쟁을 전국적인 계급투쟁전선으로 구축했던 금속노동자들의 투쟁을 복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은 의지만 있다고 해서 어렵지만 잘나가던 예전처럼 복구될 수는 없다. 우리는 노동조합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조합투쟁과 함께 전진해 갈 정치투쟁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있다. 그러나 산별노조 전환 과정에서 ‘어려우니까 조직 통폐합으로 규모만 키우고 대화와 협상에만 매달리는’ 무늬만 산별노조에 대해서 반대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전망을 현실투쟁에서 결합시키는 것 역시 현장투쟁의 기반과 대중투쟁을 통한 검증 없이 조직들이 통합한다고 해서 전진하는 것도 아니다.
세 번째, 중앙교섭을 합의 가능한 요구와 교섭 자체가 아닌, 자본의 요구와 본질을 폭로하는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산별다운 투쟁과 현장의 투쟁들을 제대로 엄호지지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시기 산별노조의 중앙교섭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사수하고 구조조정을 저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산별노조의 중앙교섭과 중앙지도부의 역할은 자본이 중앙교섭에 참여하도록 애원하고, 합의가 가능하도록 요구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중앙교섭 요구안은 기존에 몇 년 동안 합의된 단협 외에는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즉 새롭게 투쟁할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교섭도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을 통해서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교섭 역시 현장투쟁들과 결합하고 전국적인 요구와 투쟁기조로 모아내어 그 투쟁의 성과로 자본이 산별교섭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
교섭과 투쟁 방침은 조직력, 투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쪽(그게 기업지부건 지역지부건 본조건 상관없이)이 공동투쟁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강제해 가야 하는 게 산별노조의 원칙이 아닌가? 예를 들어서 현대기아자 등의 완성차 기업지부들은 적어도 중앙교섭과 다른 지회 혹은 직접 관련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는 차원에서 먼저 타결하지 않고 원청 자본을 압박하고, 그러한 결의와 투쟁이 집행되도록 조직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투쟁정신이 아닌가? 중앙교섭은 산별노조의 투쟁의 수단임을 분명히 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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