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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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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30 23:25:58, 조회:7,936, 추천: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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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시위와 미국 ‘민주주의’의 위선과 반동성
11월 21일 제66차 유엔(UN) 인권총회는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해서 찬성 112표, 반대 16표, 기권 55표로 결의를 채택했다.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결의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됐는데 이때부터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대북 압박과 봉쇄 정책을 강화해 왔다. 지난 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최종보고서는 북에 대해 ‘선군 정책 대신 선민정책’을 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 제국주의가 주도하는 유엔 인권 결의는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 운운하고 있지만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것이다. 제국주의가 말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전혀 보편적이지 않다.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진공 속에서의 인권 개념은 없다. 제국주의가 말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제국주의 침략과 학살을 은폐하는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기열 교수는 그것을 날카롭게 폭로하고 있다.
“미국/서구의 ‘인권개념’은 주지하듯 자본주의 백인문화종교(기독교근본주의) 역사를 그 주요한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들 역사는 주지하듯 지난 수세기 온 세상을 ‘피바다’로 만든 식민제국주의 침략역사다. 인류 절대다수가 지난 수세기 끝없이 겪고 있는 침략, 파괴, 대량학살, 식민지 수탈, 착취 역사는 곧 서구 미국 식민제국주의세력의 비서구권 대륙국가들에 대한 침략역사에 다름 아니다.
그들 서구 백인 자본주의제국주의세력은 오늘 이 시간도 지구촌 곳곳에서 그들이 지난 수세기 자행한 것과 근본에서 같은 인류범죄, 인종범죄, 전쟁범죄를 끝없이 자행하고 있다. 문제는 수세기에 걸친 집단범죄(이라크, 리비아처럼 대량학살, 파괴, 약탈을 기본으로 하는)를 끝없이 일삼는 서구기독교 백인제국주의세력이 줄곧 주장하는 가치이념이 바로 ‘자유, 민주, 인권’이라는 사실이다.”<‘북 인권문제’와 관련한 논쟁에 대하여, 정기열 중국청화대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제4언론 책임주필, 통일뉴스, 2011년 06월 23일>
이처럼 이라크는 물론이고 최근 리비아에서도 제국주의가 내건 보편적 가치는 고문과 투옥, 수십만 인민들의 학살로 점철돼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기만적인 인권과 전쟁 기도는 이제는 시리아와 이란, 북, 중국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이러한 제국주의 기도가 현실화 된다면 이제 전쟁은 국부적인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전쟁의 참화로 몰아넣는 야만과 학살극으로 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제국주의 인권과 민주주의의 위선과 기만에 대해 폭로하고 투쟁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분명히 서있지 않으면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 지배와 약탈, 폭력을 은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05년 유엔 총회에서의 ‘북한 인권’ 결의가 이뤄지기 훨씬 이전인 한국 내전 이후부터 미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동맹은 60여 년 동안 북에 대한 고립과 봉쇄 정책을 취해 왔다.
유엔총회에서 ‘선군정책 대신 선민정책’을 취하라는 요구 역시 기만적일 따름이다. 제국주의 한미일 동맹의 60여 년 동안의 대북 공세와 붕괴 전략, 그리고 결정적으로 쏘련 사회주의의 해체는 북이 직접적으로 선군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도록 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의 무기가 한편으로는 재정적자를 심화시키면서 낭비를 낳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군산복합체를 살찌게 하고 제국주의의 세계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반면 한편에서는 북의 ‘선군정책’은 북체제를 지키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민의 물질적 복지로 향해야 할 자원들을 끊임없이 낭비하고 사회주의 경제를 난관으로 몰아넣어 북 체제의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제국주의가 말하는 북 ‘인권과 민주주의’의 전반적인 문제는 제국주의 자신이 만들어 논 침략과 봉쇄의 결과물에 불과한 것이다.
유엔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에 대한 지지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제국주의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고 반제국주의 전선이 약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국주의의 ‘인권결의’의 기만성과 이중성에 맞서 싸우고 있는 국가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미 제국주의가 자국 내 인민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반동적인 작태를 저지르고 있는지 월가점거 투쟁을 통해 살펴보자!
대학에서 실체를 드러낸 ‘민주주의’의 반동성
지난 9월 17일 벌어진 월가 점거 시위는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전 세계에서도 공동행동이 이뤄지기도 했으며 ‘1%에 맞서는 99%’라는 월가 점거 시위대의 구호는 이제 전 세계 투쟁하는 노동자 인민들의 요구로 자리 잡고 있다.
월가 시위에 대해서 처음에는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에서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투쟁이 두 달을 넘어 지속되고 월가뿐만 아니라 은행점거 시도, 오클랜드 총파업을 낳으면서 투쟁이 확산일로에 있자 대대적이고 폭력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월가 시위대들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은 비단 공화당이 장악한 주뿐만 아니라 미국 도시 전역에서 같은 양상으로 자행되고 있다.
미국 지배계급은 특공대와 기마경찰을 동원하며 지금까지 수천 명의 시위대를 연행해 갔다. 11월 12일에는 콜로리다 주 덴바 지역에서 경찰은 헬기를 동원하고 최루탄과 고무탄을 난사하며 강제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11월 15일에는 반월가 투쟁의 거점인 쥬코티 공원에 1천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서 강제철거에 나서고 다른 12개 이상 도시에서도 강제 퇴거가 자행되기도 했다. 심지어 강제철거 장면을 촬영을 금지하고 취재하던 6명의 기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쥬코티 공원 강제철거에 항의하여 시애틀에서 집회가 개최됐는데 이때 경찰은 집회에 참가한 84세의 노인 얼굴에 최루액을 난사하는 야만적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부르주아 언론은 시위대들을 훌리건이라며 난동으로 묘사하며 악선동을 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클랜드에서는 경찰이 시청 앞에서 농성을 하던 1000여 명의 시위대에게 최루탄과 고무총을 난사하면서 진압하는 도중에 스캇 올센이라는 청년이 머리를 부상당해 한때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미국 부르주아 체제의 야만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은 11월 18일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립대(UC데이비스)에서 벌어졌다. 이날 학생들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벌어지던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연대하기 위해 대학 내에서 투쟁을 전개했다. 이 투쟁에 경찰이 투입되어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포위되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십 명의 학생들의 면전에 무차별적으로 최루액을 살포했다. 주변에 있는 학생들은 “Shame on you(부끄러운 줄 알아라”를 외치며 경찰들을 비난했지만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최루액을 살포하고 연행해 갔다. 대학경찰은 이 사태에 대해 “아주 표준적인 경찰 법집행 절차”(IBN Live, 2011년 11월 21일)라며 경찰의 야만적인 최루액 난사를 옹호했다. 경찰은 “우리는 계속해서 여기 캠퍼스에서 우리 임무를 계속하려 한다. 이것은 이 캠퍼스와 공동체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대학 총장인 린다 카테이는 최루가스 난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토요일 학교 웹사이트에 “비디오에 보이는 것처럼 최루액 사용은 소름끼치는 것이고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잘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문제를 제기한다”고 변명했다. 총장은 그러면서도 경찰이 “학교규정을 위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캠퍼스를 모두에게 안전한 캠퍼스로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대학경찰서장인 마네트 스피쿠자는 “학생들이 경찰을 에워쌌다. 그들은 빠져나와야 했다. 그들은 빠져나올 곳을 찾았으나 나올 수 없었다”(CNN-IBN Live)라는 명백한 거짓말로 사태를 호도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이 최루액을 살포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자 대학당국은 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마크 유도프 UC 총괄 총장은 “표현의 자유는 대학의 유전자(DNA)이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적 가치”(연합뉴스, 2011년 11월22일)라며 경찰행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대학에서 저질러지는 잔악한 경찰의 폭력행위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앞세우며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미국 지배계급의 위선과 반동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최루액 살포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는 경찰이 학교안전을 명분으로 대학 내에 상주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인들은 최루액 살포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대학 구내의 치안과 경비를 위해 대학 자체 내에 경찰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무감각 하다. 2007년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처럼 대학 내에서도 무차별적인 살인행위가 저질러지고 이를 막기 위해 대학 산하에 경찰을 배치할 정도로 미국 자본주의는 범죄화 되었고 타락했다는 것이다.
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대학에 정보기관원이 상주하고 경찰병력이 대학을 침탈해서 진압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이러한 민주주의 유린행위에 분노했던 우리의 경험에 비춰볼 때, 경찰의 대학상주 행위 자체에 대해서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는 미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이 얼마나 저열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상징 국가로 자처하는 미국 민주주의와 인권유린 상황은 경찰의 무차별적인 물대포와 폭력행위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수준에 비해서도 참혹한 현실이다. “표현의 자유는 대학의 유전자”라는 말은 대학에서 저질러지는 경찰 폭력으로 인해 순전한 위선임을 알 수 있다. 미국 대학경찰은 학생들의 치안과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언제든지 학생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경비대 역할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 무차별적인 대량학살과 고문, 인권유린을 일삼고 있는 미 제국주의가 월가 점거 운동이 전국적인 양상을 띠고 두 달 이상을 지속하자 자국 인민들에게도 반동성과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월가 점거 투쟁은 부분적으로는 반자본주의적 수사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금융통제라는 개량주의적 요구 수준에 머물러 있고 철저하게 비폭력적 방식으로 순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만약 월가 점거 투쟁이 더 격렬해지고 미국 자본주의 체제를 조금이라도 위협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미국은 해외의 인민들에게 그러한 것처럼 무차별적인 학살로 대응할 것이다.
이것은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덜 발전해서가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본질 자체가 소수의 착취자들을 위해 폭력과 억압을 일삼는 반동 체제이기 때문이다. 레닌은 이에 대해 “민주주의가 더 고도로 발전하면 할수록 부르주아지에게 위험한 모든 심각한 정치적 일탈과 관련된 대량학살 또는 내란은 더욱 절박해진다.”(프롤레타리아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라고 주장했다.
이제 월가 점거 운동은 기로에 섰다. 한국의 촛불시위가 6월 10일 백만이 결집하는 투쟁을 하고도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 쉽게 무너진 것처럼 미국 월가 시위도 공권력의 폭력 앞에서 지금까지의 평화적이고 비조직적인 방식으로 운동을 유지할 수 있을지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월가 운동은 미 자본주의가 말하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반동성을 분명하게 깨닫고 각성하면서 개량주의적 전망을 넘어 미국 자본주의 자체를 반대하는 투쟁 전망을 세워야 한다. 또한 노동자계급이 이 운동에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상징적 점거에 머물지 말고 자본에 타격을 가하는 실질적인 점거투쟁에 나서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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