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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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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00:55:31, 조회:8,135, 추천: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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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적대 현실의 은폐와 조작1
한국개발연구원(KDI) 양극화 보고서 실체
맑스는 자본주의 계급모순이 첨예해지면서 부르주아 경제학이 과학성을 상실하고 자본가 계급에게 노골적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르주아 경제학은 실증적인 통계학에서도 그 반동성과 위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통계청에서 내는 실업과 비정규직 통계는 무미건조한 수치, 무심한 분석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실업과 정리해고로 죽어가고 있는 노동자와 가족들의 비통한 현실, 저임금과 초장시간 노동, 비인간적 대접 속에서 일하다가 불필요하면 언제든지 잘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노동하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삶과 고통, 죽음에 대해서 비정한 수치의 잣대를 들이대는 통계는 실제로는 중립적이지도 무신경하지도 않다. 거기에는 무심한 듯 보이는 통계적 수치 뒤에 암약(暗躍)하는 비정하고 냉혹한 부르주아의 계급적 탐욕, 권력의 요구에 봉사하는 통계조작, 이 조작질에 대한 이론적 합리화, 노동자들에 대한 적개심, 계급모순의 은폐와 왜곡이 있다.
단적인 예로 통계청이 내는 실업통계 표본 자체가 군인(직업군인은 제외될 것이다.), 군사시설, 교도소, 기숙사, 종교시설, 병원에 거주하는(또는 감금되어 있는) 사람들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실업률이 축소된다. 이 표본에 의하면 부랑아, 노숙자 등도 실업자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는 관계로 실업자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바처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의해 작성되어 실업 조사주간에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한 자, 가족이 운영하는 일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 구직 단념자 같은 실망실업자 등이 빠져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시리아의 실업통계는 조사대상 기간 동안 과반수 이상 일해야 한다는 비교적 엄격한 취업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이 부분은 『실업사회』, 김만수, 갈무리, 2004를 참고하였다.)
노골적으로, 아니면 좌파연하며 부르주아에게 봉사하는 지식인들이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실업사회’ 저자는 드물게도 맑스주의 관점으로 실업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실업사회’에서 “취업과 실업의 국제기준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통계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업률을 나타내는 수치는 감정이 없으며 무감각하고 냉정하다. 어떤 사람이 실업자로서 몇 년간 비참하고 참담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을 그 수치는 결코 반영하지 못한다. 실업률은 실업자의 삶과는 무관한 수치다”라고 일갈하고 있다.
저자는 또한 이 책에서 “기업회계기준(제43조)은 임원급여, 급료와 임금 및 제수당을 별도의 계정과목으로 구분하지 않고 급여라는 단일과목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같은 책, p.80).라고 임금지급을 실제보다 부풀리고 부르주아가 가져가는 몫을 은폐하기 위한 부르주아의 교묘한 조작질을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이 규정은 다소 문제다. 임원의 급여와 노동자의 임금을, 그래서 그것이 전체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구분하지 못하게 하려는 회계학의 ‘배려’로 보인다.”라고 이 문장에 주를 달고 있다.
통계가 얼마나 정치공작에 복무하는지를 자세하게 보려면, <새빨간 거짓말 통계>(대럴 허프, 더불어 책, 2004) 같은 유의 책들을 보기 바란다. 이 책 역시 노동자 평균임금을 조사하면서 부르주아 임원들을 포함시킴으로써 평균 임금수준을 높이는 방식, 평균값 ․ 중간값 ․ 최빈값 등 모집단 [母集團]을 두고 조사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통계수치, 여론조사의 기만, 그래프를 이용한 눈속임 등 중립을 가장한 통계가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지에 대해서 신랄하게 폭로하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 조작질은 비정규직 노동자 숫자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통계청 기준에 의하면, 근속 기간이 비교적 긴 외주 노동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등도 비정규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비정규직 수치가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맑스가 자본론에서 말한 상대적 과잉인구(실업자) 개념에 의하면 취업이 매우 불규칙한 현역 노동자집단의 일부인 광범위한 불안정노동자 층도 실업자 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계급사회에서 중립은 없다. 통계는 부르주아에게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고용된 유급 봉사자들에 의해 노동자에 대한 계급투쟁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물론 통계의 본질적 성격이 그렇다고 해도 그것으로부터 일정 정도의 경향과 추세를 읽어낼 수는 있다. 맑스와 마찬가지로 레닌 역시도 제국주의론에서 부르주아의 통계를 인용하여 독점자본주의 시대의 제국주의의 본질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불평등은 인정하되 양극화는 한사코 거부하는 이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하여>(유경준 선임연구위원, KDI FOCUS, 2012년 4월 23일(통권 제15호), 이하 보고서)라는 보고서를 냈다. 참고로 이 연구소는 정부 출연 연구 기관으로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골적으로 집권한 권력의 이해에 봉사한다.
이 보고서는 제목에서 보듯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하여>라는 선의의 제목으로 가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얼마나 음흉하게 자본가의 계급적 이해에 봉사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양극화라는 용어는 소득계층이 양극의 두 계층으로 분화되고 두 계층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사회통합과 궁극적으로 성장의 저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등장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OECD 가입국 중에서 중산층이 몰락되어 소득계층이 이분화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 나라는 없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유경준 보고서)
이게 대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2007년 말 미국에서 발발한 세계 대공황이 4년여 이상을 전 세계 자본주의를 휩쓸고 있다. 미국에서는 ‘1%를 향한 99%의 분노’라는 월가점령 운동이 촉발되어 전 세계로 이 구호와 투쟁이 확산되었다. 80대 20의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는 이제 90%대 10%도 모자라 상징적 구호이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1% 재벌(독점자본)에 맞서는 99%의 투쟁으로 초극단으로 양극화되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만 보더라도, 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미국, 동유럽 각국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이스라엘에서 조차도 격렬한 계급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멕시코는 그 중에서도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왜 부르주아 봉사자들은 소득불평등이 깊어지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한사코 양극화는 부정하려 하는가?
흔히 사용되는 지니계수로 측정되는 소득불평등도와 양극화 지수로 측정되는 소득양극화 간에는 학문적인 개념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양극화의 의미가 계층 간의 갈등을 야기시키려는 의도로 사용되는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여기에서는 이후 소득양극화라는 용어 대신 소득불평등을 사용하고자 한다.(유경준 보고서)
양극화라는 말이 계층(사실은 계급) 간의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고자 의도적으로 소득불평등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부르주아 봉사자들이 밥벌이 하는 방법도 가지가지가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참으로 노골적이고 뻔뻔한 말을 사용하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려다보니 자신들이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도 모르게 ‘바보천치’ 같은 혼란에 빠져 있다.
제 손과 머리로 직접 쓴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하여>라는 보고서 제목 자체가 양극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전제로 하여 이를 해소하기 위한 부르주아적 방책을 제시한 것인데 양극화는 없다는 것이다. OECD 가입 국가가 2012년 현재 33개국인데 이들 국가들 중 어느 나라도 중산층이 몰락해서 소득계층이 이분화 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한 나라가 없다면서 왜 그토록 ‘계층’ 간의 갈등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가?
부르주아 봉사자들은 대중적으로는 구별 없이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소득불평등도와 소득양극화 차이에 대해 학문적인 개념으로까지 구별하고 있는 실정이다.
□ 양극화 개념의 확대 해석은 사회통합을 저지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양극화와 불평등도 확대 간 개념적 차이를 명확히 해야 함.
- 양극화 개념을 확대 적용할 경우, 소득분포의 확대와 같이 경제성장과 더불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까지도 불공정의 산물로 오해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함.
°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분포가 확대되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예를 들어 모든 경제주체의 소득이 동일한 성장률로 증가하더라도 소득분포의 범위가 확대되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절대적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이 발생함.
° 경제성장에 따라 예외 없이 발생하는 현상마저도 양극화로 해석할 경우 정책 목표로서의 경제성장은 불공정한 것이란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큼.(변양규 ․ 설윤 ․ 유진성 ․ 김영신 ․ 임병화 ․ 최남석 ․ 이소영 ․ 김창배 ․ 신석훈, <양극화 논쟁, 그 오해와 진실>, 한국경제연구원, 2012년 4월 13일)
이 자료는 200쪽이 넘는 제법 두꺼운 책자로 되어 있는데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무려 9명의 학자가 달라붙어 양극화는 단순히 오해의 산물이고 실제로는 양극화가 없다는 것을 실증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학문적 꼼수에 의하면 경제성장으로 인해 저소득자 역시도 양적으로 소득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득자가 더 많이 소득을 챙기게 되면 절대적 소득격차가 확대되어 박탈감이 심해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가 성장하면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대중들이 오해하여 ‘정책 목표로서의 경제성장’에 대하여 불공정한 것이라고 불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을 해야지만 분배 몫이 늘어나는 부르주아의 선성장 후분배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학문으로 포장된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부르주아는 이들 봉사자들을 내세워서 ‘사회통합’ 즉 계급대립도 막고 자본을 위한 성장 이데올로기도 강화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는 것이다.
사실 불평등의 확대라고 하든 양극화의 심화라고 하든 현실에 존재하는 빈곤과 계급모순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굳이 한사코 양극화 개념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계급론을 거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제도권 교육에서 배워왔던 항아리구조 즉 중산층이 튼튼하게 살아 있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안정적이고 건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양극화(bi-polarization) 개념은 말 그대로 한 쪽 극단에는 소수의 잘사는 사람들이 분포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분포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부르주아가 공포심을 가지고 한사코 부정하려고 하는 계급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위기 특히 공황 시기에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계급 갈등과 적대의 첨예화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현실을 은폐하는 거짓말인지를 들통 나도록 했다. “지나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이 있다. 결국 학문적 궤변과 통계조작을 통해서라도 양극화를 한사코 부정하려는 부르주아 봉사자들의 지나친 부정은 현실에 존재하는 양극화에 대한 강력한 긍정에 다름 아닌 것이다.
부르주아 봉사자들의 계속되는 거짓말
현실을 은폐, 조작하여 재벌을 옹호하려는 보고서의 파렴치한 거짓말은 계속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의 비중이 매우 높아진 것을 소득불평등도가 증가된 주된 이유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발견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의 가구가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10% 전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1%의 소득점유율 증가는 주로 금융 관련 종사자들의 주식 배당 등의 성과급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의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한계와 더불어, 외국의 경우처럼 고소득층에 소득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역시 찾기 힘든 상황이다.(유경준 보고서)
재벌가의 살뜰한 보살핌으로 사회적 존경과 위세를 누리는 교수, 전문가, 연구자, 언론인 집단 같은 가신(家臣)들이 어떻게 밥값을 해내며 재벌에 보은(報恩)하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유경준연구원의 거짓말과는 달리 실제 한국에서 사회양극화에 가장 관심이 있는 언론은 조선일보이다. 조선일보는 국세청, 한국조세연구원등의 자료를 이용하여 한국사회양극화에 대해 민감하게 보고하고 있다.
한 예로 조선일보는 한국조세연구원 등의 자료를 이용하여 2012년 국내 소득 상위 1%가 전체 국민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6%로, 미국(17.7%)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영국(14.3%), 캐나다(13.3%), 일본(9.2%), 호주(8.8%) 등 다른 주요 국가에 비해서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한국조세연구원이 상위 1%의 정확한 커트라인은 산출하지 못했지만, 전체 국민 가운데 연소득 1억 원을 넘는 사람은 2007년 1.2%, 2008년 1.1%, 2009년 1.3%, 2010년 1.6%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12.04.23). 한편, 한국에서 상위 1%의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고 있지만, 좀 더 상위 1%에 대해 밝히고 있는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의 ‘한국의 소득집중도 추이와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이 1억9500만원이나 된다.
조선일보는 또한 국세청자료를 이용하여 2011년 4월 25일 종합소득세 신고금액 상위 20%의 1인당 소득금액은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10년 사이에 55% 급증한 반면 종합소득세 신고액 하위 20%의 1인당 소득금액은 같은 기간 동안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오히려 35%가 줄었다고 보도하면서 “상·하위 소득격차 45배로” 富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2011.04.26). 한편 서울 파이낸스는 2008년도에 이미 통계청 자료를 이용하여 도시근로자가구 중 소득 상위 10% 가구의 연간 소득이 사상 처음 1억 원을 넘어섰으며 이는 하위 10% 가구의 9배에 달한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서울 파이낸스 2008.03.31)
과거 한국사회에서 변혁적 열망이 타오르는 시기에는 서관모, 김진균 등 맑스주의 계급론에 바탕을 둔 사회구성체 논쟁을 통해 독점자본인 재벌에 대한 연구와 폭로가 진행됐다. 최근 재벌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신광영 등에 의해 계급론적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장하준, 정승일, 장상환, 이병천, 손상조, 한국개발연구원 유종일 등과 참여연대 같은 시민사회단체, 재벌닷컴( http://www.chaebul.com ) 등은 재벌의 매출액과 순수익, 경제력 집중과 불법 · 탈법을 동원한 경영권 세습과 부의 대물림, 재벌이 보유한 주식 ․ 예금 등 금융자산과 연봉, 부동산 등 재벌의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계급론적 관점을 명확하게 취하지 않고 독점자본의 합리화 관점에서 재벌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서도 “상위 1%의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은연중에 실토했듯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재벌이 가진 엄청난 부와 권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험적으로 자본가계급을 포함한 부유층의 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부분 서베이 조사를 통하여 소득 불평등의 정도를 파악하고 있지만, 대자본가들은 이러한 서베이 조사 표본에 포함되기 힘들며, 포함되더라도 이들은 자신들의 소득을 정확하게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서베이 조사를 통하여 계급 불평등의 전체적인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신광영,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 을유문화사, 2004, p.175).
인터뷰, 설문조사 등 현장조사가 불가능하다면 국세청 종합소득세 자료, 통계청 자료 등을 근거로 재벌의 부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재벌에 종속된 국가기관의 조사 역시 마찬가지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영업비밀 보호법에 의해 이윤이 구조적으로 은폐돼 있고, 재무제표 조작 같은 회계조작, 계열사 상호지급 보증 등이 얽히고설켜 있고, 가공자본인 주식액 평가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아마 재벌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자신들의 부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사회변혁이 되고 재벌 재산과 자산을 전면 몰수할 때만이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숙련편향적인 기술진보”가 “개인의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쳐 소득불평등 정도를 변화시킨다”고 하면서 기술진보 자체가 불평등을 낳는 것은 불가피한 것임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이 보고서는 자본주의적 ‘기술진보’라는 생산력의 발전이 ‘고용 없는 성장’을 낳아 대량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고, 대다수 노동자를 저임금 단순 노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한편 보고서는 “불평등의 개선을 가져온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저소득가구의 2차 노동력(주로 기혼여성과 자녀들)의 취업이 증가하였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최바울[2012])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노동연구원의 더 엄밀한 주장으로도 금방 거짓말이 탄로 난다.
많은 연구들이 저임금 불안정 고용과 비임금노동자의 증가로 특징지어지는 일자리의 질적 악화가 근로빈곤층을 양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정진호 외, 2005; 이병희 외, 2008)(이병희 ․ 홍경준 ․ 이상은 ․ 강병구 ․ 윤자영, 「제6장 기혼여성 취업이 근로빈곤에 미치는 영향」, 『근로빈곤의 실태와 지원정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2010-01)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기혼여성 노동자의 취업이 정규직이 아니라면(실제 절대 다수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 저임금, 장시간 비정규직 취업으로 도리어 여성의 가사노동으로 메우던 보육비, 외식비, 고령가족 부양비, 교육비, 피복비용, 청소비용 등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지가 열악한 한국사회에서는 빈곤이 맞벌이를 낳고, 다시 맞벌이가 빈곤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열악한 노동조건과 장시간 노동으로 여성 노동자의 건강악화로 인해 의료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거나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질병이 악화되는 측면도 크다.
이 연구 보고서는 유경준 보고서에 비해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실증적인 근거와 사례를 제공하여 빈곤 실태를 다각도로 폭로하는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국무총리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과연 중립적이어서 이러한 연구보고서를 발행했는가?
경제위기는 고용위기를 거쳐 사회위기를 낳을 가능성이 높으며, 따라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은 재정확장형 위기관리대책과 함께 사회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인 변화 노력도 동반하게 된다. 위기에 대한 제도적인 대응 수준은 경제위기 충격 강도를 완화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위기를 극복한 이후의 사회경제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 책머리에 부쳐)
이 연구보고서의 빈곤 대책으로 내놓은 직업훈련프로그램이 실업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그 알량한 복지대책이라는 것도 자본주의 빈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며, 공황기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가 복지비용을 전적으로 마련할리도 만무하다. 실업대책 타령을 하면서도 쌍용차 정리해고자와 가족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냉정한 현실이다. 결국 이 연구보고서 역시 “고용위기를 거쳐 사회위기를 낳을 가능성”에 따라 “사회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작성된 것에 불과하다. 계급대립을 해소하는 방식이 서로 다른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는 물론 기혼여성의 “취업 증가가 저임금계층의 노동공급 증가를 야기하여 상당한 임금수준의 하락을 유발시킨다면 가구소득의 하락으로 소득불평등도가 증가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한다. 있다는 것이 아니라 “수도 있다!”
이 보고서는 사회양극화라는 현실을 조작할뿐더러, 불평등의 원인조차도 “경제 및 사회의 다양한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초점을 흐려서 끝까지 자본주의를 엄호하고 있다. 게다가 “소득불평등의 완화를 위한 단기적인 처방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섣부른 처방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며 알량한 최소한의 복지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한편, 주의해야할 점은 정규직의 고용보호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비정규직 고용보호수준의 완화를 통해 고용을 증가시키려는 시도들은 대부분 고용의 증가는 미미한 반면, 소득불평등의 증가만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양극화 보고서를 발간한 진짜 검은 속내를 슬그머니 드러낸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정규직조차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빈곤을 확산시키는 게 빈곤 문제의 해결책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처럼 부르주아 봉사자들은 통계와 수치 조작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은폐하는 것을 넘어 자본가들의 착취를 강화하는데 복무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은 저들의 악랄한 의도를 간파하고 투쟁으로 자본주의 착취체제의 적나라한 현실을 만천하에 폭로해야 한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노동자와 가족들이 당하는 죽음의 행렬을 만천하에 폭로하듯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과 재벌의 만행을 고발하듯, 통계로 감춰진 가상을 투쟁으로 날려버려야 한다. 부르주아 봉사자들의 가당찮은 몸부림을 박살내고 붕괴의 종착점으로 달려가는 자본주의 착취제제를 끝장내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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