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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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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30 23:07:38, 조회:7,905, 추천: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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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시아 지배전략과 한-미 FTA
이병진(양심수, 국가보안법으로 전주교도소 수감 중)
머리글
2011년 11월 22일 대한민국 국회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기습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패권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 이미 미국은 경제적 이유만이 아닌 전략적 목적으로 요르단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기도 하였다. 이 글은 한-미 FTA가 단순한 경제협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정치적 관점에서 왜 미국이 한-미 FTA를 맺으려 하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한-미 FTA가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구도를 고착화시켜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바, 그러한 근거들을 최근의 중근동(중동과 인근지역), 아시아 정세변화들과 관련시켜 서술한다.
한-미 FTA는 동북아 지역에서 신냉전 구조가 보다 강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치열한 싸움판이 될 것이다. 그 고통과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농민, 인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패권적 신자유주의 국제질서
1991년 쏘비에트 정권이 붕괴하자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은 ‘신자유주의’라는 미국식 세계질서를 물리적 힘으로 강제하였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적 힘으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자신감에 고무된 미국은 ‘승리-승리(win-win)’ 전략에 기초하여 이북을 동시에 압박하였다. 이 전략은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여 이긴다는 전략인데, 이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여 군사적으로 대응하자 한계가 드러났다. 그러자 미국은 ‘승리 그리고 승리(Win and win)’ 전략으로 수정하였다. 이 전략은 하나의 전쟁에 집중하여 승리한 후 곧 다른 전쟁에서도 승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은 이라크 전쟁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그와 같은 전략에 따라 이북에 대해 ‘연착륙(soft-landing)’ 정책을 구사하였다.
미국은 1997년 신 미-일 안보조약을 맺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근거지를 튼튼히 만들었다. 미국은 동맹의 틀에 일본을 단단히 묶어세우고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키려 하였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이북을 봉쇄 압박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전략은 반발을 일으켜 이북의 핵개발을 촉진하도록 했다. 그런 과정에서 이북은 비공식적인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되었다.
이북의 핵보유로 미국의 핵 통제력은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미국의 전 지구적 패권 전략을 뒤흔드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만약 이북의 핵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일본의 핵무장화를 막을 수 없다. 일본의 핵 무장화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 요인이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이미 미국에 위협적인 상황인데 중국과 일본의 군비증강은 미국이 이 지역을 통제할 수 없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둘째, 이북의 핵 보유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사실상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려 인도와 이란의 핵 실험을 막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키스탄, 남아프리카, 호주 등 잠재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들도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정세가 요동치면서 미국의 패권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대북 억지 전략과 한-미 FTA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북의 핵을 통제해야만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개입으로 이북을 붕괴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중국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미국의 위험부담이 높다. 따라서 미국은 장기적인 저강도 개입 정책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작전 개념이 수정되고 있으며 한반도의 군사작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제도로써 한-미 FTA를 해석할 수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FTA를 “지켜야할 가치”라고 목 놓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 변화와 한-미 FTA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최근에 미국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발표한 것은 한-미 FTA가 단순한 통상협정만이 아닌 미국의 대아시아 지배전략에 의한 전술적 결과임을 시사한다.
한국보다 먼저 한-미 FTA를 의회에서 통과시킨 미국은 곧바로 파네타 미 국방장관을 보내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을 올해 안에 만들어 실행하기로 하였다.(한겨레, 10월 29일 보도) 한-미 군 당국은 이북의 핵과 대량파괴 무기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맞춤형 억제 전략’을 펴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맞춤형(tailored)’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지도발 작전은 대간첩 작전이나 대테러 작전 등 육지에서 벌어지는 작전이다. 그러나 미국이 염두에 두는 것은 지상작전 보다는 이북의 해상봉쇄와 선박을 압수수색하는 작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은 지상군 중심의 병력을 신속 기동군으로 유연화시키면서 사실상 중국을 실제로 견제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저강도 국지도발 작전은 이남 전체에 전쟁 위험 수위를 증가시키게 되고 이에 대한 반발감을 높이게 된다.
1993년에 당시 페리 미 국방장관이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고 했을 때 이북은 준전시를 선포하였고 이남 사회가 크게 동요하였다. 현대전은 총력전이라 할 만큼 정치, 사회, 문화와 대중들의 의식이 전쟁수행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한-미 FTA로 이남 사회를 미국식 질서로 동질화 시키고 통합한다면 이남 사회를 보다 쉽게 통제하여 안정적인 군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 이후 아시아 정세 전망
한-미 FTA가 갖는 정치 경제학적 함의는 매우 크다. 한-미 FTA는 한-미 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정세변화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제일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국이 미국과의 완충지역이 되길 바라면서 이북과 관계를 조절하였는데 한-미 FTA로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힘의 역학관계를 맞추기 위하여 이북과 관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현재 추진 중인 중국의 대북투자를 더 과감히 진행시키도록 할 것이다. 그러면서 이북의 핵문제와 6자회담에서도 이북과의 공감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도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커진 미국이 달갑지 않기 때문에 동북아시아에까지 미국의 세력이 강해지는 일이 불안하다. 러시아와 중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시리아 제제에 반대함으로써 전략적 동맹관계를 보여주었다.
미국의 친 이스라엘 정책은 중동지역에서 반미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반 이스라엘 국가인 시리아를 힘으로 친미정권으로 교체하려 하기 때문에 더욱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리아 문제와 더불어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갈등과 긴장이 커지고 있다.(The Korea Herald, 2011. 11. 5) 이란을 압박하는 미국의 행동은 수니파를 자극하여 바레인에서 반 시아파 운동을 더 크게 일어나게 하고 있으며 시아파가 이끄는 노우리-알-말리키(Nouri al-Maliki) 이라크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The Korea Herald, 2011. 11. 21)
더군다나 미국은 알카에다를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오만과 소말리아에서 무인폭격기(Predator drone)로 무차별 폭격을 하여 논란을 빚고 있다.(The Korea Herald, 2011. 10. 8)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된 미국의 행동이 도리어 이란의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이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인도-일본-미국을 연결하는 삼각동맹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인도가 호주에서 우라늄을 수입하려고 했는데 거부된 것이다. 호주가 인도로 우라늄 수출을 거부한데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으리라고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도 하지 않은 인도와 미국이 핵협정을 맺은 이유는 미국의 통제권 안에서 핵개발을 허용하겠다는 의미인데 인도가 독자적으로 우라늄에 접근하려하자 미국이 반발한 것이다. 그러자 인도는 아프가니스탄과 ‘전략협정(India-Afghan strategic pact)’을 맺어 미국의 ‘새로운 비단길(New silk road)'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인도는 아프가니스탄-탈레반 소탕작전에 인도군을 참여시킨다는 것인데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위협적인 일이다. 급기야 파키스탄은 미국을 의심하며 중국과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M K Bhadrakumar, 2011, "India-Afghan strategic pact : More Than a Flash in the Pan",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VOL XL VI No. 43 October 22) 그래서 미국이 갑자기 호주 다윈에 미군을 주둔시켜 인도와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동방정책(Look East)을 추진하려 했던 인도는 미국이 직접 아시아 지역에 개입하면서 독자적인 동방정책의 동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았다. 인도는 앞으로 미국의 보조자로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중국, 이북과 다각적인 협력관계로 힘을 키우려고 할 것이다.
정리하면 이북의 핵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하여 군사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더욱 높이려 한다. 이를 계기로 북-중-러와 한-미-일 신냉전 구조가 더 강화되고 있고 이런 진영 간의 긴장과 대결은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정세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글을 맺으며
미국은 한-미 FTA를 맺어 이남과 이북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저강도 전쟁으로 이북을 압박하여 동시에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려고 한다. 이는 당연히 중국의 반작용을 강하게 야기하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긴장과 갈등 요인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6자회담이 조만간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2012년 서울에서 열리는 핵정상회담은 이북의 핵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심화 확대시킬 것이다.
이남의 노동자, 농민, 인민들은 미국과 그와 결탁한 지배세력들이 조장하는 ‘북핵위기’ 공포와 전쟁 위협에 시달리면서 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반드시 미국의 전략대로 국제질서가 재편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랍의 민주화 운동으로 중동 정세가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와 인도의 정세도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다. 인류의 평화와 정의(正義)는 핵폭탄보다 강하다.
2011. 11. 25 이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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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The Korea Herald, NOV. 21. 2011. "Too overt with covert on Iran"
The Korea Herald, NOV. 5. 2011. "U.S, U.K, France ratchet up Pressure on Iran"
The Korea Herald, NOV. 8. 2011. "IAEA's Iran report to raise Mideast tension"
The Korea Herald, Oct. 8. 2011. "Drone strategies against al-Qaida"
M K Bhadrakumar, 2011, "India-Afghan strategic pact : More Than a Flash in the Pan", Economic and Political Weekly, VOL XL VI No. 43 October 22.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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