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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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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1 16:22:50, 조회:2,435, 추천: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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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악법 시행 1년과 또 다시 들이닥친 비정규직 정리해고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맺힌 투쟁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악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 후 2007년 7월 1일,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과 함께 비정규악법 시행령은 이 사회에 파고들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끝나지 않은 투쟁 속에서 비정규악법 시행 1년을 맞고 있다. 대통령도 바뀌었고 국회의원들도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식투쟁, 고공농성, 천막투쟁 등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공권력과 용역깡패의 폭력이 가깝게 느껴질 정도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소고발, 수배, 손배가압류 등의 탄압은 생계를 건 투쟁에 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비정규직의 원인이 단순히 비정규악법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도 비정규악법 입법화를 막으려고 했던 것은 비정규직의 일상화, 고착화를 막기 위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악법을 폐기하는 총파업투쟁을 조직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비정규악법 시행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 법으로 인해 해고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악법 시행 1년, 그 다양한 평가들
우선 비정규악법 시행 1년 동안의 비정규직의 조건의 변화를 보자. 고용형태를 보면 그나마 기간제노동자는 줄어들고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노동조건은 더 하락했다. 임금만 보더라도 비정규악법 시행 이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2.4%였으나 시행 이후에는 51.0%로 격차가 커졌다(정규직 대비 기간제노동자 64.3%, 시간제노동자 51.4%, 호출노동자 41.3%). 비정규악법이 비정규직에게 독이 될 것이라는 많은 노동자들의 예측은 벗어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악법을 만든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자족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노동부 박화진 차별개선과장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많은 사업장에서 기간제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돼 처우가 개선됐다."(6월 25일 노컷뉴스 재인용)고 하고 있다. 비정규악법을 만드는데 1등공신인 이목희 전 열린우리당 의원의 말은 더 가관이다.
이랜드 사태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다. …… 비정규직법을 만들 때 외주 용역을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 비정규직법이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 …… 하지만 이 때문에 비정규직법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다. 이 법이 없어지면 비정규직들한테 유리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 ‘칠팔십만원 받더라도 좋으니 제발 일만 하게 해 다오’라는 절박한 노동자들도 많다. (이목희, 한겨레토론 중)
얼마나 뻔뻔하고 가증스러운가! 심지어 협박까지 하고 있다. 이랜드가 외주화를 통해 법망을 피해간 것과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주화에 대한 보완과 도덕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이룬다면 비정규악법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것이 되는 것이다. 물론 긴 시간을 통해 계속 보완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이는 한 자본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착한 자본가는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단 말인가?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이다. 또한 마지막 말은 우리를 분노케 한다. 물가폭등과 비정규직의 일상화,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 쇠고기 개방 등으로 생계에 찌들어가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과연 할 소리인가?
이러한 주장과 다른 평가들도 있다. 비정규직 전체가 줄어듦에 따라 노동조건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6년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기간제 노동자는 17만 명 줄었으나 임시·일용직(20만 명), 파트타임(17만 명), 파견직(4만 명) 등은 오히려 늘어났다. 비정규악법 시행 전후로 대기업에선 비정규직이 줄고, 중소 영세기업에선 비정규직이 더 늘어난 것이다. 또한 5월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남한의 20대 임금노동자 369만4천 명 중 임시직(126만 8천명)과 일용직(27만8천명)이 전체의 41.9%로 나타났다. 30대 역시 469만8천명의 임금노동자 중 임시직(134만1천명)과 일용직(37만1천명)이 전체의 36.4%로 나타났다. 결국 20대와 30대의 38.8%인 325만8천명이 임시직이나 일용직 노동자인 것이다. 이를 두고 김유선 한국노동연구원 위원장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기업이 2년 계약식의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고 필요 인력을 파트타임 또는 그때그때 호출식으로 조달하거나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으로 대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비정규악법 시행 1년의 총체적인 평가를 아래와 같이 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굉장히 좋지 못합니다.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나아질 것이다.’ 이렇게 얘기를 했었는데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확산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을 했습니다. 지금 나타난 결과는 더 열악한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는 그런 최악의 상태로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악법 확대시행, 자본과 정권의 움직임
이러한 평가들과 함께 비정규악법의 차별시정제도가 올해 7월부터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내년 7월부터 5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차별시정을 낸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측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해고를 당한 사례가 많은 말뿐인 그 차별시정제도가 말이다. 한국비정규센터에 의하면 비정규직 ９０％가 ３００인 미만 중소기업에 속해 있다고 한다. 때문에 다시금 비정규악법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가장 먼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이다. 가톨릭대학교 성모자애병원에서 영양과 직원을 6명을 집단 해고했다. 또한 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은 약 30여 명의 비정규직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모두 비정규악법에 의해 무기계약직화되는 비정규직노동자였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통해 7만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화 했다며 비정규악법의 장점이라며 떠들었다. 자본과 정권은 비정규직에게 고용안정이 무엇보다 큰 요구였다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그러면서 무기계약직 마저 아까웠는지 계약해지와 해고를 자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5단체는 비정규악법이 확대시행되기 전인 4월, 지식경제부에 ‘규제개혁 과제’ 보고서 6건을 냈다. 세부 내용 중 비정규직과 관련한 것을 보면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비정규직 차별처우 입증 책임을 회사가 아닌 노동자가 지도록 해 달라 ▶비정규직 차별의 범위도 학자금, 경조금 등을 제외한 임금으로만 제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을 알 수 있다(4월 13일 한겨레 재인용). 그 전인 3월 중순에 노동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이야기하며 탄력적 근로 시간제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정규악법의 경우 사용기간이 2년이면 고용불안이 더 가중된다며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과연 2년이냐 3년이냐의 문제인가? 뿐만 아니라 파견법에 대해 파견 허용업무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3월 14일 경향신문 재인용). 그러면서 이번에 차별시정제도가 적용되는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노동부 박화진 차별개선과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에 관한 ‘사용기간 제한'에 비해 구제신청과 판정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되는 차별시정제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도 덜하다"고 이야기했다.
경총을 비롯한 자본가들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비정규직법으로 인해 인력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별시정제도를 개인이 아닌 노조가 하는 것에 대해 노조가 차별시정을 할 수 있다면 차별시정 신청이 과도하게 제기돼 노사 간 갈등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김영완 경총 법제 팀장은 "처음에 법시행 당시에도 우리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해지고 일자리도 더 줄어들 것이라 얘기 했다"면서 "사용기간이란 것이 과연 필요한가. 좋은 인재는 나가려고 해도 기업이 알아서 붙들게 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이야기했다. 한 마디로 능력 없는 사람이 비정규직이 되니 불만 있으면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과연 능력이 없는 것인가? 이들은 비정규직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돌림으로써 자신들의 이윤착취를 위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법인세를 깎아주고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며 ▶정규직으로 전환해 임금이 오르면 인상분 중 30만원까지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는 방안 등을 갖고 얘기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는 없다. 당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없이 노동하고 잔업과 특근 없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바라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투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악법에 대해 노사정 타협을 이야기했다. "비정규법으로 기간제 근로자가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특히 1년도 안된 법을 흔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노사정이 서로 타협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법을)운영할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정부는 조세지원 하고 대기업도 조금 양보하고 노조 역시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에 동참하는 등 노사정이 법 운용의 미”를 이야기했다. 은수미는 98년도 노사정이 정리해고법을 통과시킨 것을 벌써 잊어버렸단 말인가?
비정규악법폐기투쟁이 아닌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외쳤던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어떠한가?
민주노총은 지난 6월 24일 ‘비정규직법 시행 1년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갖고 국회에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론은 정책적 해결이었다. 어쨌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무엇인가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비정규악법은 그것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현실에 존재하는 한 말이다. 민주노총은 사용사유제한의 강화와 차별시정제도를 개인이 아닌 노조가 대신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악법에 대한 이러한 입장은 진보신당 심상정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비정규직의 형태가 다양하므로 해법도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 어떤 경우는 사용사유 제한도 필요하고, 저임금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고 간접고용 대책도 필요하다. 더욱이 앞으로는 고용형태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정규직 개념이 해체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한 가지 처방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대원칙 같은 것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고용은 정규직으로 하되 특별한 사유가 인정될 때 비정규직을 허용한다는 원칙 말이다. (심상정, 한겨레토론)
심상정 발언 속에는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그들의 투쟁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것은 전혀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현장에서부터 겪는 고통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것이 우선 아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약 3% 정도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용불안을 상시적으로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투쟁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에게는 우선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국회에서 정책적인 것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실제 근로기준법 등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온갖 정책이 있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민주노동당은 은근슬쩍 비정규권리보장입법을 내려놓고 이제 중간착취 금지법 제정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특별법 제정을 총선에서 공약으로 직접 걸며 들고 올라오고 있다.
언제까지 입법만 갖고 국회만 쫓아다닐 것인가? 왜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말하지 못하고 항상 불안에 떨며 참고 살아야 하는가? 용기내서 떨쳐 일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왜 장기화 될 수밖에 없는가? 이제 100일은 장기투쟁 축에도 끼지 못한다. 적어도 300일은 넘겨야 장기투쟁 했다고 할 수 있다. 기륭, GM대우, 코스콤, 뉴코아-이랜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갈수록 장기화되고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외주업체에 매장 계산업무를 맡긴다고 해고됐는데 어느새 1년이 지났지만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랜드노조 해고자동지의 말이 가슴에 사무친다. 투쟁기금이 결의되었지만 생계비 지원이 계획적으로 잘 되지도 않고, 총연맹 차원의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 투쟁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용사유제한이 강화되고 차별시정제도를 노조가 대신 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이야기 할 것인가? 적극적인 연대와 투쟁계획으로부터 비정규악법 폐기 투쟁을 이끌어 내야 하는 것이 민주노총 지도부의 역할이다.
이제 비정규법이 30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계속 장기화되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장기화 된 그 투쟁의 끝을 위해 더 단결해야 한다. 또한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 조직화를 위한 계획도 함께 있어야 한다. 더 어려운 조건 속에서 투쟁을 시작한 동지들을 또 다시 길바닥에서 장기투쟁의 길로 내몰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비정규 장기투쟁 사업장들의 투쟁승리와 함께 힘찬 투쟁을 가져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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