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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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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2 10:46:22, 조회:2,542, 추천: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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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하여
지배계급으로부터 폭력세력이라는 낙인을 찍혀보지 않은 투쟁세력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지배계급은 오직 불법폭력 세력이라는 낙인 하나로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세력들을 매도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정당성도 설득력 있는 논리도 없다. 지배계급은 이러한 불법폭력 이데올로기를 동원해서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거대하게 저지르는 국가의 폭력을 은폐하고 저항하는 세력들에게 부도덕 집단이라는 낙인을 찍어 고립시키려 한다.
지금의 촛불시위에 대해서 이명박정권이 취하는 태도도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런 불법폭력 세력이라는 악선동은 과거 군사정권뿐만 아니라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정권에서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낡은 레코드처럼 반복되어 왔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여과 없이 유포하고 있는 조중동을 중심으로 하는 반동적 언론의 논리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는 학교교육이나 종교기관 등을 통해 부르주아 전 사회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는 심지어 투쟁하는 세력과 소부르주아 세력에게도 막강하게 영향을 미쳐 폭력에 대해 자기검열을 하도록 한다.
촛불시위대 내부에서도 폭력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초기 대부분의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시위라는 데에서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찾았다. 또한 폭력행위가 조중동같은 우익 부르주아 신문의 악선동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폭력을 강조했다. 그래서 경찰에 저항하는 약간의 행동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에게는 오직 폭력은 악, 비폭력은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가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비폭력적 저항행위에 대해서도 조중동은 언제나 불법폭력이라는 악선동을 계속했고, 권력의 폭력이 극에 달하자 이제는 방어적 무장, 방어적 폭력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연 폭력은 무엇인가? 비폭력의 범위는 어디까지 이고, 폭력의 본질과 역사성은 무엇인가? 맑스레닌주의는 국가야말로 지배계급이 지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고도로 조직된 폭력이라고 말한다. 맑스레닌주의에 있어서 모든 국가권력의 본질은 지배계급의 억압과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폭력을 사용한다.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자본주의 국가기구가 본질적으로 폭력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폭력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기구는 때로는 동의와 설득을 통해 계급지배를 유지하고 강화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동의와 설득을 뒷받침하는 힘도 사실은 국가권력의 조직된 힘이자 폭력이다. 일상 시기에 동의와 설득을 사용하기도 하는 국가는 자신들의 계급지배가 위험에 처할 때는 폭력을 사용해서 지배체제를 유지한다. 그래서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는 말도 있다.
자본의 지배 자체도 폭력이다. 자본은 자신의 이윤을 위해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임금삭감 등 사회적 폭력, 경제적 폭력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자본의 이윤추구에 의해 직업병과 끔찍한 노동재해로 죽어가는 사람도 한해에 수천, 수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폭력 없이는 단 한순간도 지배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국가권력이 촛불시위대에 대해서 폭력세력이라고 낙인찍는 행위는 참으로 파렴치하다. 경찰은 촛불시위를 폭력세력이라고 매도하면서도 전혀 무장하지 않는 촛불시위에 대해서 물대포를 쏘아대고 곤봉을 휘둘러대고 방패를 무자비하게 내리찍고 있다. 촛불시위대는 손가락이 잘려 나가고 머리통이 깨져 나가고 있다. 심지어는 넘어진 여성들의 머리를 짓밟는 잔인한 폭력이 예사로 자행되고 있고, 노인과 어린이, 주부까지 폭력적으로 연행해가는 광란의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맑스레닌주의는 이러한 국가권력에 맞서 폭력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맑스는 ‘헤겔 법철학의 비판을 위하여’에서 “물질적 힘은 물질적 힘에 의해 전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르주아 독재의 거대한 물질적 힘과 폭력, 지배에 맞서는 물리적 폭력과 힘이 없이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대한 전복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스는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의도를 감추는 일을 부끄러워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이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 질서의 무력적 전복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함께는 이러한 맑스주의의 원칙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맑스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불가피하게 폭력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 그것이 불가피한 자위 수단임을 알아야 한다. 투쟁에 때로 폭력이 불가피하게 수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피성’을 ‘미덕’으로 격상시켜서는 안 된다. … 진정한 맑스주의는 폭력을 찬양하지 않았다 … 러시아 혁명은 총이 아니라 말로, 주장과 설득으로 승리했던 것이다. … 휴머니즘은 맑스주의와 러시아 혁명의 본질적 요소였다. 소위 ‘폭력 혁명’은 비폭력 사회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수단이었다.(최일붕 ‘다함께’ 운영위원, ‘체제의 폭력에 맞서는 효과적 방법’)
물론 최일붕은 혁명에 있어서 폭력 사용의 불가피성조차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일붕은 폭력은 악이고 비폭력 평화는 선이라는 선험적 판단과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폭력과 비폭력을 나누고 있다. 최일붕에게 있어서 폭력은 불가피한데 필요악이다. 다함께는 예전에 하이닉스 투쟁에서 노동자들이 경찰과 구사대들의 폭력에 맞서서 쇠파이프를 든 것도 폭력이라고 매도한 적이 있었다. 폭력에 대한 다함께의 태도는 다함께를 소부르주아 평화주의 세력으로 만들고 있다.
맑스주의에 있어서 폭력은 그 자체로 악도 아니고 선도 아니다. 폭력은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필요악이 아니라 혁명을 하고 혁명권력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이다. 맑스주의자들은 노동자들의 폭력사용에 대해서 도덕적 감정과 기준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전쟁에 있어서도 전쟁을 누가 먼저 일으켰는지 보다는 전쟁이 어느 계급을 희생으로 하여 어느 계급의 이익을 위해서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뿐이다. 또한 전쟁을 종식시키고 전쟁을 혁명을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서 내전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폭력을 은폐하고 지배질서를 공고히 하고, 반대자를 비난하기 위해 폭력 이데올로기를 사용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 영향으로 소부르주아 평화세력들은 폭력에 맞선다는 이유로 순수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주의를 외친다. 이들 소부르주아 평화세력들은 제국주의의 거대한 폭력과 잔인한 전쟁을 옹호하고 순수민주주의, 의회적 절차 운운하면서 맑스주의를 왜곡하고 노동자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해 공공연히 반대해 왔다.
레닌은 혁명 이후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비난하는 소부르주아 세력들에게 “아직 계급투쟁의 어느 한 문제도 역사에서 폭력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해결된 적은 없다. 착취자들을 반대하는 근로자, 피착취 대중 측의 폭력―그렇다, 우리는 그런 폭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또한 “역사는 독재의 시기, 즉 정치적 권력을 쟁취하며, 착취자들이 언제나 감행하는 가장 가열하며 가장 광포하며 어떠한 범죄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 반항을 폭력으로써 진압하는 시기를 거치지 않고서는 어느 한 피압박계급도 결코 지배권을 장악하지 못하였으며 또 장악할 수도 없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과연 진정한 맑스주의는 폭력을 찬양하지 않았다거나 휴머니즘은 러시아 혁명의 본질적 요소라는 최일붕 식의 터무니없는 평화 예찬론이 끼어들 틈이 있는가?
민주주의와 폭력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민주주의와 폭력은 하나의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개념이 아니라 지배계급과 맞서 싸우면서 저항해온 사회세력과 계급들이 벌이는 계급투쟁이고 정치투쟁이었다. 오늘날 자본주의 지배계급은 마치 민주주의가 평화의 산물인 것처럼 하여 자신들의 계급독재와 거대하게 자행되는 폭력을 은폐한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에서 보듯 부르주아의 지배권 확보는 이른바 공포정치라는 폭력적 수단을 통해서 봉건세력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일소한 결과로 만들어 졌다.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쟈코뱅이 봉건세력들을 탄압하기 위해 설치한 공안위원회에 대해 지롱드파가 독재라고 비난하자 프랑스 혁명의 급진파의 화신인 위대한 마라는 이렇게 응수했다.
“자유는 폭력에 의해서만이 확립될 수 있습니다. 국왕들의 독재를 분쇄하기 위하여 일시적인 자유의 독재를 조직할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알베르 소부울, 프랑스 대혁명사)
부르주아 반동에 맞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옹호하는 레닌의 주장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르주아 독재의 폭력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폭력은 그 본질에서 다르다. 부르주아 독재는 한 줌도 안 되는 자본가들과 지배계급을 위해서 수천만, 수억만의 인류를 억압과 착취, 빈곤, 전쟁과 학살로 몰아가는 폭력이다.
노동자들의 폭력은 이러한 거대한 폭력에 맞서는 정당하고 숭고한 행위이고, 이런 끔찍한 부르주아 반동 폭력세력들의 반혁명 책동에 맞서는 압도적 절대 다수에 의한 극소수 자본가 부자들에 대한 억압이자 폭력이다. 그래서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진보적인 것이고, 억압받고 착취 받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와 인민에게는 진정으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져다준다.
촛불시위에서 돌발적으로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는 폭력행위는 비난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공권력을 향한 폭력행위이기 때문에 비난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모하고 무리한 전술로 대중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시위대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폭력에 대한 비난감정과 잘못된 전술 사용에 대한 비판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이제 촛불시위는 정권의 엄청난 폭압과 폭력에 맞서 폭력이라는 저항수단을 사용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권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서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치는 것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지고 있다. 하지만 폭력이라는 수단에 대한 고민은 단지 전술적인 고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주저 없이 사용하면서도 폭력이데올로기로 동원하여 투쟁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국가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폭력의 역사성과 본질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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