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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59호] 기아자동차지부 09임투 무엇을 남겼나, 과제는 무엇인가? -기아차 비정규직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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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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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0 20:30:45, 조회:2,840, 추천: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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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지부 09임투 무엇을 남겼나, 과제는 무엇인가?
- 기아차 비정규직 활동가
장장 9개월간의 기아차지부 임금인상 투쟁
2009년 4월 13일 기아차 지부대대에서 09임금 요구안이 확정된 이후 장장 9개월간의 임금투쟁이 2010년 1월 21일 68.8%의 찬성으로 종결되었다.
쌍차투쟁에 대한 외면, 윤해모 집행부 사퇴
현대기아그룹과 MB정권, 수구언론의 노골적인 현대-기아차 노동자 분열책 그리고 무파업 기조에 맞서 2009년에 이어 2010년 연초부터 파업으로 나선 점은 분명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이 점뿐만이 아니라 기간 동안에 쌍용차투쟁, 현대차 윤해모 집행부의 투쟁 방기와 사퇴, 지역지부 전환논란을 거치면서 얽히고설킨 과정을 총체적으로 놓고 진단하고, 이후 투쟁에 대한 방향과 과제를 잡아가야 한다.
교섭 중 사측 교섭위원 일괄사표 제출
여름휴가 후 기아지부 쟁대위에서는 8월 말까지 4시간 이상 매일파업을 결정하자, 현대기아그룹은 사측 교섭위원 일괄사표 제출로 맞대응했다. 지도부의 의지가 엄포인지 진정한 총파업 결의인지 확인하는 강경대응인 셈이다. 기아차지부로서는 현대차지부의 교섭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인 노사간 격돌의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아차지부는 ‘주간2교대제’라고 하는 굵직한 요구가 포함된 임금투쟁에 사활을 건 투쟁은 선택하지 않았다. 집행초기에 생계잔업을 이렇다 할 투쟁 없이 내준 20대 집행부는 임금투쟁을 통해 되찾겠다는 복안도 마찬가지로 물거품이 됐다.
임투 중간에 불거진 지부임원 선거와 지역지부 전환에 대한 논란
현대차 윤해모 집행부의 사퇴, 기아 사측 교섭위원의 일괄사표 제출로 기아차 09임투는 점차 난관에 봉착하고, 20대 집행부의 임기는 끝나가고 있었다. 기아차 20대 집행부의 임기는 지역지부 전환에 맞춰 9개월로 짧게 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투쟁을 책임질 테니 임원선거를 09임투 승리 후에 치루자는 의지만 밝힌다면 현장대중의 동의는 얼마든지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집행부는 그런 의사를 속시원하게 밝히지 않았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지역지부 전환에 실패하면서 기아차지부 대의원대회는 혼란에 빠져들었고 결국 지역지부 내용들을 계속 투표에 붙이며 임투 중간에 지부 임원선거를 결정하게 되었다.
임투 와중에도 계속되는 사측의 도발
기아 사측은 임투 와중에도 끊임없는 도발을 강행해 왔다. 이는 지금까지 누적된 적절한 타협과 양보, 확실히 자본이 우위에 선 정세에 기인한 당연한 양상이다. 작업 중 발생한 안전사고도 일단 라인가동을 전제로 두는 사측을 상대로 집행부가 직접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측의 단협위반으로 임투교란을 가중시켰다. 하지만 집행부와 대의원간의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투쟁이 갑자기 이루어지진 않았다. 관성화 될대로 된 대공장노조의 약점이 단시일내에 회복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평소 노자간 팽팽한 현장투쟁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이 새삼 강조되는 일이다.
비정규직 투쟁, 새로운 돌파구가 관건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분회는 조합원 1,800명으로 소하공장과 광주공장 비정규조합원을 합친 숫자의 3배에 이른다. 또 지난 비정규직투쟁의 진원지는 바로 화성공장이었다. 하지만 화성 사내하청분회는 이번 09임투에서도 자신들의 요구에 주체적인 활동을 방기했다. 모든 투쟁에 있어 당사자 투쟁이 기본전제로 하건만 논쟁이 되었던 1사1조직 과정 속에서 종속적이고 의존적인 현장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세력들이 존재해왔다.
가령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정전환 문제로 불거진 PDI공장에선 지속적인 현장조합원들의 투쟁요구에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급기야 현장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릴레이 단식농성을 하자 며칠 후 해당 대의원이 슬그머니 옆자리에서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분회장의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현장조합원들은 릴레이 단식 농성을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해당 대의원은 농성을 계속하였고, 분회장은 다시 대의원이 단식을 중단하는 것을 전제로 달았다. 매사에 이런 상황이 반복되었다.
지난 비정규직투쟁을 접하지 않았고, 1사1조직 과정에 편승해 화성 사내하청분회와 골간구조인 대의원에 오른 전국회의 회원들은 ‘1사1조직이므로 기아차지부가 비정규직조합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당위만을 주장하면서, 당사자 투쟁은 외면해왔다. 마치 비정규직 주체가 되어 투쟁을 하는 게 위험하고 무모한 발상인양, 또는 1사1조직을 부정하는 것처럼 여전히 왜곡되는 흐름들이 있다. 이는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작년말(12월 24일) 비정규직 교섭위원이 3개(화성-소하-광주) 공장 조합원들이 교섭장으로 모여줄 것을 제안했다. 그저 교섭내용을 청취할뿐인 현상황을 뛰어넘는 계기만이라도 삼고자 하는 요청인 셈이다. 그래서 기아 3개 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처음으로 모인 최초의 집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최대의 조합원을 자랑하는 화성 사내하청분회 23명의 대의원 중 단 한 명도 올라오지 않았다. 다만 현장조합원들이 참여해서 그나마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바로 3개 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동집회가 있던 날, PDI공장 건으로 현장조합원들이 중식선전전을 준비하자, 화성 사내하청분회가 중식집회를 잡았다. 그리고 긴급한 임투상황에 맞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도 중식집회를 결정했다. 그러자 사내하청분회는 화성지회의 요청을 이유로 PDI공장관련 집회를 취소하면서 대의원들이 화성지회의 집회에도 소하리 공장 본관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도 아무도 참가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더라면, 분명한 투쟁의지와 판단력을 가졌다면, 사내하청분회 중식집회를 취소만 해버릴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임투 관련된 화성지회 집회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동시에 비정규직 관련한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피켓팅 정도라도 하고, 그 참가인원을 소하리 공장 본관에서 진행된 최초의 기아 3개 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집회에 끌어올리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할 것이다.
1사1조직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선 기아 사내하청분회 내부의 조직력강화와 투쟁의지의 회복이 빠트릴 수 없는 관건임이 분명하다.
기아차 현장에 미치는 현대차 교섭
현대자본에 인수된 이후 기아차 현장대중은 점차 단순생산 공장으로 전락하는 상황에 대해 대단히 민감해 하면서도 뚜렷하게 돌파할만한 계획과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차지부의 교섭결과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져 가고 있다. 기아차 정규직이 외치는 ‘현대차와의 차별철폐’는 대단히 현실적인 요구이기도 하거니와, 스스로 한계점을 미리 정해놓는 딜레마에 빠트리고 있다.
더구나 기아차와 똑같이 주게 되면 현대차 현장에서도 불만이 발생한다고 하니, 이는 어느 한쪽 지부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여전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내에서도 핵심단위이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투쟁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때문에 투쟁에 대한 공조는 기획단계에서부터 필요하며, 금속노조 중앙을 필두로 한 공동투쟁을 통해서만 관철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이경훈 집행부의 실리주의, 사상최대 흑자에 기본급 동결
방법을 빤히 알면서도 자본의 분리기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 09임투의 결과이다. 어느 한쪽에서만 공조를 맞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 이경훈 집행부의 실리주의는 사상최대 흑자에 기본급 동결, 그것도 무파업의 대가, 거기에 2010년도에도 무파업을 전제로 하는 자본에겐 최고의 선물을 주고 받아낸 성과금 잔치는 이제 후유증이 두고두고 나타날 일만 남았다.
성과금 투쟁에 가려진 임금인상 투쟁
기아차지부도 ‘주간2교대제’를 2010년으로 미루고 임금교섭에 중점을 삼았다. 현대기아 자본의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 분열정책은 예년에 비해 노골적이고 공세적이었음은 분명했다. 단지 노조 길들이기 정도가 아니라, 비싼 대가를 지불 하고서라도 기아차지부를 침몰시키겠다는 의사는 분명했다. GM대우와 쌍용차에 이어 기아차지부마저 침몰시키고 현대차지부를 고립시키는 시나리오가 확인되는 셈이다. 여느 경제투쟁이라 할지라도 노자간의 근본적인 대립원인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담겨져 있지만, 이번 기아차 09임금투쟁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작년 12월 22일 윤여철 현대․기아차그룹 부회장은 언론인터뷰에서 “기아차 노사협상의 연내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한에 상관없이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전포고를 하였다.
단지 임금인상, 근로조건에만 국한된 교섭으로만 보이게 만드는 경우를 벗어나, 자본은 자신만만하게 노동자간 분열기조와 의사를 숨김없이 밝혔다. 그만큼 자본이 우위에 있다는 거만한 자신감이요, 현재 노동자계급의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기아차 09임투의 한계는 2010년 투쟁의 목표
이번 09임투에서 기아차지부도 기본급동결은 끝내 돌파하지 못했다. 기아 사측은 교섭 초기부터 성과금을 던지면서 임금동결에 대한 기조를 분명히 했다. 그리고 현대차지부가 기본급 동결로 마무리되었고, 기아차지부도 ‘기본급 동결 돌파’에 대해 정확한 방점을 찍지는 못하였다.
현대기아그룹과 MB정권, 수구언론의 노골적인 현대-기아차 노동자 분열책 그리고 무파업 기조에 맞서 2009년에 이어 2010년 연초부터 파업으로 나선 점은 평가되어야 하는 게 마땅하다. 다만 그 이상의 과제들은 2010년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과 임단협 투쟁으로 넘겨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이미 나와 있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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