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전국노동자정치협회’ 창립과
‘노동자정치신문’ 창간에 부쳐
2005년 1월 22일 노동자정치신문(가칭)은 1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창립총회를 통해 ‘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우리는 지난 한해 미약한 힘이지만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박일수 열사투쟁, 궤도투쟁, LG칼텍스정유노조 파업, 코오롱노조 파업, 비정규직 투쟁 등 치열하게 전개된 남한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에 복무해왔다.
신문의 명칭은 기존에 써오던 ‘노동자정치신문’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신문조직이 아니다. 노정협은 지역, 단위 현장별로 꾸려진 현장 기초단위를 활동의 중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 기초단위의 대표와 편집위원회가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전반의 계획을 수립하고, 전국적인 투쟁과 현장 투쟁을 조직한다. 이는 자본주의 재생산의 근거인 현장(공장)을 거점으로 자본주의에 타격을 가하고 노동자계급해방의 요새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 고려에 기인한다.
노정협은 앞에 ‘전국’이라는 수사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소수의 활동가들을 조직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략적 지역과 사업장에 교두보를 마련하였고 굳건하게 투쟁하는 남한 노동자계급이 우리의 잠재적 동맹군이기 때문에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
1990년 1월 22일은 전노협 창립일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15년 뒤 전노협 창립일과 같은 날에 힘찬 창립을 선언했다. 전노협 창립 당시에 비해 현재의 노동운동의 지형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전노협이 지향했던 전투적 노동운동과 ‘평등사회’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각종의 개량주의, 기회주의 잡사상과 관료주의적 기만과 야합, 배신과 타협으로 오염돼 있다.
민주노조 운동은 ‘자본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인 노사정협조주의로 얼룩져 있다. 대중투쟁의 꽃인 파업은 관료주의자들에 의해 역동성과 창조성, 전투성을 상실하고 형식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총파업’으로 왜곡되고 있다. 기회주의자들은 “파업은 노동자의 학교다”라는 총파업 사상이 무너진 자리를 비집고 들어와서 합리적 정책대안과 파업무용론을 외치고 있다. 관료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관료적 지배를 위협하는 대중들의 직접 행동보다는 대리주의와 수동성, 패배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량주의자들은 전노협의 전투성을 버리자고 선동하면서 조합주의, 협조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그들은 사수, 강화시켜야 할 것은 버리고 정작 버려야 할 것은 주워 담는 구역질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전노협은 ‘현실 사회주의 몰락’ 직후에 정치조직들이 청산주의를 부르짖고 자본에 투항할 때 역설적으로 전투적 노동운동을 전개했다. 이는 전노협의 전투성이 자생적인 ‘전투적 조합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전노협을 이끌었던 대중 지도자들이 현재 민주노동당으로 집결된 개량주의 대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라!
우리는 현재 운동의 처지를 지나치게 비관한 나머지 전노협에 대한 낭만적 회상이나 추억에 빠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전노협이 견지했던 전투성을 열배, 백배로 강화하여 비타협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전노협의 자생적인 조합주의의 자리를 혁명적 사상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
노정협이 발간하는 ‘현장 중심의 노동자정치신문’은 자본이 유포하는 각종의 개량주의 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원칙을 사수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노동자정치신문이 현장 내에서 자본에 맞서 투쟁하는 동지들에게 ‘비판의 무기’를 제공한다면 동지들의 투쟁은 물리적인 힘으로 나타나면서 ‘무기의 비판’이 되어 적들을 절멸시킬 수 있게 할 것이다.
동지들! 적들과 기회주의자들의 준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시적 고립을 이유로 우리의 원칙을 훼손하지 말고 묵묵하게 전진하자! 원칙의 견결함 없는 유연한 전술은 기회주의를 낳을 뿐이다. 우리가 내딛는 열 걸음, 백 걸음은 바로 남한 노동계급 운동의 열 걸음, 백 걸음의 전진이라는 자부심을 안고 투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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