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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2호] 진정 치명적인 전염병은 자본주의 그 자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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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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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8 21:03:38, 조회:4,866, 추천: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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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치명적인 전염병은 자본주의 그 자체이다!
지난해 11월 안동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하나의 재앙으로 닥쳐오고 있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나 돼지 등의 우제류가축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발생하는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급성전염병이다. 한국에서는 1934년에 처음 발생했고 이후 66년 만인 2000년에 다시 발생되어 2001년, 2003년, 지난해 1월, 그리고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6번째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전국 10개 광역시, 도 73개 시군에 구제역이 확산되었고 피해농가는 6000여 곳에 이른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 한 가축이 무려 300만 마리에 달한다. 본래 살처분은 가축을 죽인 다음 매몰하는 것이지만 전국 규모의 구제역 발생으로 이것이 여의치 않아지자 산 채로 매몰하면서 전국의 축산 농가와 인근 마을은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돼지와 소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고, 산채로 매몰된 가축에서 나온 침출수로 인근 농지와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의 2차, 겨울을 지나 땅이 녹는 봄, 여름이 되면서 새로운 전염병의 창궐 등 3차 재앙이 예고되고 있다. 사회적 생산력의 발전과 의학의 발전으로 콜레라, 페스트 등의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에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구제역 재앙은 과연 현대과학으로도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재앙인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정부
이번 구제역 사태로 여당인 한나라당조차 정부에 강력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정부의 대응은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 정도를 들 수 있는데 첫째,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안동에 위치한 돼지농가에서 첫 의심 신고가 들어왔지만 간이 항체검사만으로 음성 판정을 내리면서 일주일간 구제역 바이러스는 그대로 방치되었다. 결국 안동지역에 구제역이 확산되자 그제야 방역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기 시작했지만 인력과 장비 자체가 워낙 부족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나 체계적인 방역 지침이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미 사료, 분뇨 수송차량과 도축차량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싣고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뒤였다는 것이다. 둘째, 백신접종 시기가 늦었다는 것이다. 12월 중순에 구제역이 경기도로 확산되었지만 여전히 백신접종을 하지 않았고 말에 가서야 첫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 백신접종 대상에 전염성이 더 강한 돼지를 제외해 결국 소와 돼지 모두에 백신접종을 결정한 1월 까지 100만 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 되었다. 셋째, 부실매몰인데 살처분은 2차 오염을 막기 위해 매몰지 선정부터 매몰 방식까지 매뉴얼이 있지만 수백만 마리의 살처분 대상 가축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대로 된 매몰을 할리 만무했다. 최대한 빠르게 매몰하기 위해서 제대로된 매몰 위치 선정은커녕 죽여서 매몰해야하는 가축들을 산채로 매몰하면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가축들로 인해 비닐이 찢어지고, 그 사이로 가축의 침출수가 흘러나오면서 인근 지하수와 농토가 오염되고 있다. 더욱이 한강 상수원 주변에까지 매몰지가 생기면서 상수원 오염도 예상되고 있다.
66년 전 구제역을 제외하고 근래의 4번의 구제역은 이렇게 부족한 인원과 장비, 부실한 방역 시스템, 무조건적인 살처분으로 어떻게든 확산을 막아왔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정부로서는 예상치 못한 대재난이었겠지만 이번 구제역 재앙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또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전염된 가축과 해당 농가의 가축을 무조건적으로 살처분해왔다. 하지만 살처분은 구제역에 대한 미봉책일 뿐 공장형 가축 사육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가축의 환경변화나 백신을 처방해 예방을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그런데 왜 정부는 무조건적인 살처분 정책을 고수하고 이번 구제역 사태에도 백신접종을 두고 왈가왈부하다 구제역이 이미 확산된 상태에서 접종결정을 내린 것일까? 먼저 그들이 집착하는 ‘청정국 지위’라는 개념을 볼 필요가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부여하는 ‘청정국 지위’는 해당 국가가 구제역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지역이라는 의미인데 이미 한국은 2010년 1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했고, 같은 해 9월에서야 다시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하지만 바로 11월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2개월 만에 다시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다. 청정국 지위는 축산물 수출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기에 정부에서는 그렇게도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살처분 정책을 고수한 것이었다.
청정국 지위는 ‘구제역 비백신 청정국’과 ‘구제역 백신 청정국’으로 나뉘는데, 두 가지 지위는 수출에 같은 대우를 받지만 실제로는 ‘구제역 백신 청정국’지위는 수출이 어려울뿐더러 다시 ‘구제역 비백신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백신을 접종한 가축이 도축된 후 3개월 후에나 가능하다. 때문에 살처분으로 ‘구제역 비백신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 것보다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한번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면 모든 가축에 대한 백신 접종과 사후관리에 살처분 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에서는 그토록 백신접종을 꺼려했던 것이다. 수출을 위해,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백신을 늦추다가 결국 수백만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 하게 되었다. 이런 것을 보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 이라는 것일까?
남 탓만 하는 ‘남 탓 정부’
정부의 구제역 대응 실패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농민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자신들의 대응 실책은 이야기하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두 달 만에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유정복 농림수산부식품 장관은 ‘매뉴얼대로 대응했는데 매뉴얼에 문제가 있다’라고 발언하면서 매뉴얼을 만든 김대중 정부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같은 회의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찰이 백날 도둑 잡으려고 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잡을 생각이 없는데’라며 축산농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만의 환경부장관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제역 매몰 현장에서 나온 침출수 피해는 매몰지가 아니라 축산농가들이 분뇨 관리를 소홀히 해서 지하수가 오염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발언했다.
이후에도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 릴레이는 계속되었는데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안동의 농장주가 지난해 11월 초 베트남에 다녀온 것과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 것과 일치한다는 것을 이유로 구제역 최초 발생 원인을 농장주에게 전가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발표한 영국 동물보건연구소의 분석결과에는 안동 바이러스가 베트남 바이러스와 같다는 내용은 없고 오히려 지난해 홍콩과 러시아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라고 반박하면서 정부의 분석결과 조작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안동 바이러스는 홍콩, 러시아뿐만 아니라 일본 및 베트남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도 일치 된다면서 조작이 아님을 주장했다. 하지만 어디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든 중요한 것은 베트남에서 들어왔다는 것을 입증한 것도 아닌 추측만을 가지고 축산농가에게 구제역 사태의 책임을 전가했다는 것이다. 책임 전가의 결정판으로 1월 국회를 통과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구제역 발생국가의 이주노동자와 그곳에 여행을 하고 입국한 축산농민들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필요에 따라 검사, 소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제역의 엄청난 확산의 책임을 회피하고 농민들에게 전가하려는 장관들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 정권은 구제역의 발생과 확산을 축산 농민, 이주노동자 일부의 무책임한 태도의 문제로 돌리면서 그 해결책 또한 근본적이지 못하며, 개인의 문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빚더미에 다시 빚더미
이쯤 되면 지금까지의 반응들이 고위공직자의 실수나 망언이 아니라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든 책임을 전가하고 면피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정작 수 백 마리에서 수천마리의 가축을 살처분 한 축산농민들은 책임만 전가 당하고 제대로 된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기본 피해보상 정책을 살펴보면 첫째, 살처분 가축에 대한 100% 보상이 있는데 살처분 당시 시세로 100% 보상하고, 둘째, 생계안정자금으로 살처분 마리 수에 따라 최대 1400만원을 지급해 수입이 생길 때까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셋째 가축입식 자금으로 살처분 한 가축 대신 새로 가축을 사들여 다시 축산을 시작할 수 있도록 살처분 보상금 총액 한도로 연리 3%로 융자해주겠다는 것이다. 축산농의 운영 방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살처분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가 보상으로 해결 된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경기 이천에서 20년째 양돈 농장을 운영하는 강모씨(이천시)는 이번 구제역으로 모돈과 비육돈 등을 포함한 돼지 6,400마리를 살처분했다. 살처분 보상비로 예상되는 돈은 22억4,000만원이다. 일반인들이 볼 때는 적지 않은 돈이지만 강씨에겐 결코 충분하지 않다.
양돈장을 재건하려면 가장 먼저 모돈으로 사용할 후보돈을 입식해야 한다. 필요한 후보돈은 600마리로, 최근 가격이 올라 한마리에 100만원 가까이 소요돼 모두 6억원이 들어간다. 한달에 8,000만원씩 들어가는 사료비도 문제다. 15개월(후보돈 입식~첫출하) 동안 12억원이 들어간다. 양돈장을 관리하는 6명의 인건비는 한명당 매월 300만원씩 15개월간 2억7,000만원이 필요하다. 또 동물 약품비로도 한달 1,500만원씩 15개월 동안 2억2,500만원이 필요하다. 이를 모두 합하면 15개월 동안 투자되는 비용은 22억9,500만원에 달한다. 살처분 보상비로 받은 22억4,000만원을 다 넣어도 5,500만원이 부족하다는 계산이다. (“피멍든 가슴에 빚만 졌는데 보상금 많다니…”, 농민신문, 11-02-18)
한우와 낙농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원상복구하는데에만도 피해보상금 전액을 합쳐도 모자라기가 태반이다. 이것만이면 다행이다. 다시 수입이 생기는 시점까지 최소 1년 이상인 축산업의 특성상 최대 1400만원인 생계안정자금은 턱도 없다. 1년 이상을 수입 없이 일하면서 보상금을 까먹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가축 입식 자금은 시중금리보다 싼 연리3%이기는 하지만 빚이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수천마리씩 사육하는 중농정도는 규모를 어느 정도 줄이면 된다지만 소규모 사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소농들은 앞길이 막막하다. 이미 빚더미에 올라있는 농민들은 결국 정부 대책대로 피같은 가축을 살처분 처리하면 남는 것은 이중의 빚더미뿐인 것이다. 그나마 보상을 받으면 나은 편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지역이 통제돼 제때 출하하지 못한 소채류나 과일, 화훼 등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썩어가는 작물들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구제역으로 인한 직접피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 상황에 정부는 구제역으로 피멍이든 농민들 가슴에 다시 짱돌을 던지는 말을 이어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 십 억 원씩 당장 피해보상을 받은 축산농민들이 해외로 골프여행을 다니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축산농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진정 치명적인 전염병은 자본주의 그 자체이다!
결국 정부의 구제역에 대한 대응 실패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전가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번 수조원의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미 이번 구제역 사태는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금도 예고되고 있는 2차, 3차 오염은 그야말로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4천여 곳의 매몰지 중 60%이상이 그 지역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고, 수십 곳의 매몰지가 인근 상수원과 인접해 있어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매몰지 전수조사를 통해 매몰지를 보강해 2차 오염을 막겠다고 하면서도 현재 언론에서 발표되고 있는 2차 오염은 과장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의원은 ‘구제역 침출수는 단순한 화학적 폐기물이 아니라 유기물에 가깝기 때문에 퇴비를 만드는 등 잘 활용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망언의 정점을 찍었다. 구제역 사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부터 작년 1월 발생한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AI) 가축 매몰지 중 35%에서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번 구제역으로 4천여 곳의 매몰지가 생겨났는데 그냥 계산해 보더라도 천여 곳 이상에서 오염이 예상되고 더욱이 이번 매몰은 정상적인 규정에 따르지 않은 곳이 많기 때문에 그 수는 예측 불가이다. 수많은 곳의 지하수와 상수원, 토지가 침출수에 의해 오염되고 땅이 녹는 봄이 오면 부실한 매몰지가 무너져 내리면서 여름이면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 하게 되는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면 구제역은 철저히 인재이고 체제의 전염병이다. 과거에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인체에 무해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도살해서 마을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그뿐인 병이었다. 하지만 수천 수 만 마리 씩 밀집 사육을 하는 공장형 사육방식으로 인해 가축의 면역력은 낮아졌고 작은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창궐했다. 그저 비싸게 팔 수 있는 더 무게 나가는 고기를 위해, 더 싼 값으로 사육하기 위해 동족을 사료로 쓰고 각종 항생제를 투여하고, 유전자를 변화시켰다. 결국 자연은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라는 병을 선사했다. 전국, 세계각지로 수출되는 가축들은 전염병 전도사가 되고 있다. 이윤을 위해 좁고 더러운 우리에 갇혀 살던 가축들은 이윤을 위해 백신한번 맞지 못하고 생매장 당해야만 했다. 이렇게 생매장 당한 가축들은 물과 토지를 오염시키고 그리고 다시 인간을 오염시키고 있다.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구제역이라고 해서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처럼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변화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인가?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진정 치명적인 전염병은 인간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그 바이러스를 만드는 자본주의 그 자체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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