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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9호] 철도노조, 노사합의를 통해 본 민주노조운동의 자화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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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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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2 05:58:50, 조회:2,296, 추천: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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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노사합의를 통해 본 민주노조운동의 자화상
철도 활동가
1. 어떻게 진행하고 무엇을 합의했나?
2010년 10월 28일 오후 8시, 철도노조에서는 ‘2010년도 임금 및 현안’에 대한 잠정합의안이 도출되었다. 다섯 차례의 실무교섭과 두 차례의 본 교섭을 진행했을 뿐이고 막판에는 김기태 위원장과 허준영 사장이 합의조율을 했다고 한다. 교섭은 ‘임금 및 현안’ 정도로만 알려졌을 뿐 무엇을 교섭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합원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교섭결렬, 쟁대위 전환, 쟁의행위 찬반투표 과정을 경과 하면서 조합원의 관심이 집중되고 교섭과 투쟁의 주체가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체교섭에서 이토록 조합원의 무관심 속에, 조용하게 교섭하고 잠정합의안을 들고 오는 경우는 없었다. 이전 경험에서 보면, 노조의 핵심 요구안은 수차례의 교섭에서도 진전이 없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당연히 시기를 택해 교섭결렬을 선언한다. 노동조합은 조직을 쟁의대책위 체계로 전환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전국의 각급 간부와 활동가들은 활발하게 조합원을 만나고 요구와 투쟁의 정당성을 알려내곤 한다. 쟁의전술(대중행동)은 낮은 차원에서 높은 차원까지 조직적 상태를 고려하여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교섭도 병행한다. 그런데 2001년 직선집행부 이후 단체교섭에서 쟁대위체계로의 전환조차 없이 교섭만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예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교섭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내용을 합의문에 담았다면, 싸우지 않고 이겼으니 자축할 일이다. 아마도 이런 경우는 대중투쟁의 단결과 연대의 조직적 기세가 확고한 상황에서 예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임금합의(동결), △임금협약 부속합의(법정수당 산식변경), △단체협약 보충합의(핵심사항 ; 조건부 위탁은 노사협의) △제직기간 2년 이상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 전환 합의(기 합의되었던 사항), △노조전임자 및 근로시간면제운영 합의,(전임자 무급, 전임자 14명, 근ㆍ면 시간 연간 33,000시간 / 근ㆍ면제 부속합의), △근무시간 중 조합 활동 부속합의(대의원대회 등 각종 회의에 대한 횟수)
2. 잠정합의안에 대한 반대의 소리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에게 공개되자 현장은 그 반응이 표출되었다. 현장조직과 지부장들, 서울지방본부, 철도해복투 집행부 등에서 잠정합의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서울지방본부에서는 본부장이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동시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본부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잠정합의안에 대해 분노하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발표된 성명서에서 한 자락씩을 따왔다.
“조합원과 함께 지난 투쟁과정의 상처를 서로 보듬고, 또다시 투쟁의 결의를 조금씩 다지던 현장이…다시 차갑게 식었다. 바로 ‘잠정합의안’ 때문이다.”(시설ㆍ전기지부장 성명서 中)
“민주노조 출범이후의 투쟁과정에서 나타나 있듯이 과거에 아무리 현장 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도 쟁의결의조차 하지 못한 채 무분규로 합의안이 도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운수지부장 성명서 中)
“우리 철도노동자들이 힘든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안문제를 포함한 임단협의 시작점에서 조합원들과 투쟁의 목표와 의의를 공유하기도 전에 투쟁을 포기하는 성급한 합의안 도출을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차량지부 성명서 中)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춘선 유지보수업무, 일산선 차장업무, 의왕ㆍ오봉역 입환 업무 및 화차 중정비 업무 등에 대한 조건부 외주위탁(민영화)을 노사 협의하여 시행 하겠다는 것은 안건으로 다루지 않는 것보다 못한 미봉책입니다.”(서울지방본부 성명서 中)
“조합은 지금이라도 현실이라는 굴레와 핑계를 넘어서서 해고자복직과 민주노조의 상관관계를 깊이 인식하고, 현장의 동지들에게 해고자복직은 마지못해 짊어지고 가야할 버거운 짐이 아니라, 저들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데에 주저해서는 안 될 것이다.”(철해투 집행부 성명서 中)
“현장을 초토화하기 위한 구조조정 현안 사항이 빠져버린 합의는 점차 불붙고 있는 투쟁에 찬물을 끼얹었으며 공사를 압박할 수 있는 철도노동자의 무기를 내던지는 짓이다”(철도현장회 성명서 中)
“조직이 어려워서라는 등의 상황논리로 구조조정에 타협하고, 해고자복직 요구의 목소리를 낮추고 투쟁과 연대를 비껴가고자 한다면, 더 이상 민주노조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철도노동자회 성명서 中)
3. 무엇이 현장을 분노하게 했나?
철도공사는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5,115명을 연차적으로 감원하고 있다. 신규 사업은 늘어나는데 정원은 도리어 감원하다보니 부족 인원에 대해 외주ㆍ분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대대적인 징계ㆍ해고와 현장통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철도 노사는 ‘임금 및 현안’을 둘러싼 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 날 쟁의행위 찬반 투표 일정이 운위되는 가 싶더니 갑자기 잠정합의 소식이 들렸다.
무엇보다 현장의 뜨거운 쟁점이 되어 있는 것은 경춘선 유지보수업무, 일산선 차장업무, 의왕ㆍ오봉역 입환 업무 및 화차 중정비 업무 등에 대한 ‘조건부 외주ㆍ분사화 문제다. 사측은 외주업체로 보내는 조건으로 조기퇴직(명퇴)을 강요하여 이른바 '전적동의서'를 받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모든 직종에 몰아치는 구조조정 공세에 철도현장은 사회단체와 연대해서 투쟁을 지속해 왔고, 또 투쟁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철도노조 집행부는 “조건부 위탁은 노사협의하고 협의하는 동안 중단 한다”는 문구로 미봉한 잠정 합의안을 받아왔다. 문제가 되는 것은 형식적인 협의야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 도리어 넓은 의미에서 노조에서 ‘합의서’라는 이름으로 인정해준 꼴이 된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래로부터 진행되고 있는 현장투쟁을 불씨를 잠재우고 말았다는 점이다. 노동조합 지도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었을 때 마다 아래로부터의 현장투쟁은 대중적 활력을 만들어 내는 기폭제가 되었고, 노조의 생기를 되찾게 하는 돌파구가 되었던 경험은 너무나 많다. 그런데 이러한 기만적인 합의는 현장투쟁의 불씨조차 꺼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노동조합을 걱정하는 조합원ㆍ간부들을 당황하게 한 것은 또 있다. 노조의 핵심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도리어 사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내용의 합의안에 목을 맸다는 사실이다. 조합원들이 교섭과 투쟁에 관심을 집중하는 시기는 노조조직을 쟁의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는 과정과 쟁의전술을 가동하면서이다. 조합원 대중은 이러한 상황에서야 비로소 교섭과 투쟁의 주체가 되는 시기이다. 또한 이미 진행 중인 현장투쟁의 불씨는 힘을 받고 전국화 할 수 시기다. 지도부는 이러한 대중행동의 공간에서 이완된 지도력을 정비하고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의 긴급한 조직적 과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 동시에 조합원대중 주체의 조직력과 투쟁에 기반하여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때 G20 정상회의, 노동자대회 등 주변 상황을 유리한 지형지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전체 노동자ㆍ민중의 투쟁 전선에 자연히 조응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시기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다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더구나 세계자본주의 위기의 연장 책을 논의하는 G20서울회의가 열리는 마당에 무쟁의의 분위기 조성 요구를 받아 않은 대가가 허접한 합의 쪼가리라는데 더욱 허탈할 뿐이다.
전임자 및 근로시간면제제도 관련 합의는 다른 노조 교섭에 나쁜 선례가 되었다. 현재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노조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바로 철도노조의 관련 합의이다. 집행부는 개악된 노조법에 근거한 세부 노사합의가 없어서 한편으로 불편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대의원대회에 연차 사용 등) 그러나 다른 한편 다른 노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합의, 치가 떨리는 개악 노조법을 급하게 받아 안을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외에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의 7급 직으로의 전환(무기 계약직)은 이미 합의된 사항을 재확인 한 것이다. 조합원에 대한 연봉제나 임금피크제 등은 현장 조합원만 적용하지 않을 뿐(노조 동의가 있어야 법적 요건 확보) 이미 위로부터 아래로 시행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 동결은 매년 지속되었지만 특별히 쟁점이 된 적은 없다. 조합원의 입장에서 매년 지속되는 임금동결이 불만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국가와 자본이 퍼뜨린 대기업ㆍ정규직 노동자에 고임금 이데올로기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 정리 : 비판 지점과 근거
첫째, 지도부는 정세를 보는 계급적 관점의 상실과 패배주의적 정세판단이 팽배해 있다.
지도부가 짱구가 아닌 이상 나름의 판단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 “종합적 판단”이라는 것을 매우 거칠게 유추해보면, 현장 조직력이 약화되어 있고 사측의 태도는 완강하여 요구를 관철시키기는 난망하니, G20서울회의와 연관한 정부의 무쟁의 분위기 유도에 편승하여 적당히 합의하고 상황을 종료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저항을 조직하는 전체 노동자ㆍ민중의 전선에 힘을 보태기보다, 그 흐름을 이용 하려는 얄팍한 태도로 드러났다. 한편으로는 이명박정권과 자본의 절절한 이해와 열망에 적극 화답하는 태도는 몰 계급적 정세판단이요 반 노동자적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둘째, 합의문의 내용의 문제로서 구조조정에 대한 태도가 희미하다.
노사합의문에 구조조정에 대해 ‘노사협의를 한다’는 것이 대체 넣을 수 있는 문구인가? ‘외주위탁에 대해 노사합의를 거친다’거나 ‘철회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 없다면 차라리 교섭의제에서 빼는 것이 낳다. 그렇다면 이미 진행되는 현장투쟁을 질식시키지는 않았을 것이고, 대중투쟁의 핵심 고리를 스스로 차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이후에도 지속될 구조조정에 대한 희미한 관점을 드러낸 것이라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기부터인가 민주노조인가 아닌가하는 판단의 기준이 된 것은,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문제’에 집행부의 태도를 둘러싸고 갈라져 왔다. 왜냐하면 이러한 쟁점은 총자본과 총노동 간의 계급적 대립의 핵심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투쟁하지 않는 노조는 결국에는 무기력해지고 자본에 포섭되어 맛이 간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셋째, 민주노조의 원칙은 물론 철도노동자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파업에 참가한 전체 조합원을 징계하고 지부장 등 주요간부 전원에 대해 해고한 장본인은 바로 교섭석상에 마주앉은 허준영이라는 작자이다. 그자는 위원장이나 지부장이 해고자라는 이유로 노조대표로 인정해 주지도 않았고, 현장 순회 시에는 사측의 주구들을 동원하여 가로막는 작태를 벌였다. 그러나 자신이 필요할 때, 즉 G20회의와 관련하여 노조의 무저항, 무쟁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총자본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위원장과 마주 앉았다. 그런 자와 교섭한다고 하면 기존의 해고자 원직복직은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자신의 임기 중에 일어난 대량해고, 대량학살에 대한 책임 있는 사장의 의미 있는 답변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도리어 사측의 무저항ㆍ무쟁의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세가 되었으니…! 이러한 태도는 민주노조운동의 기풍은 물론 최소한의 노동자의 자존심조차 구겨버린 것이다.
넷째, 현장투쟁에 찬물을 끼얹고 투쟁시기를 활용한 조직 강화 계획과 프로그램이 없다.
단체교섭이라는 공공연한 활동과 투쟁이 가능한 조건에서 지도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시는 G20회의라는 유리한 지형지물이 존재하고 전국노동자대회가 임박한 상황이기도 했다. 철도노조의 핵심적인 과제는 누구나 아는 것처럼 조직력을 재정비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이는 현장의 주요한 지도력이 해고와 징계로 인해 현장지도력이 이완되어 상당수 지부조직의 조합원들이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생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원장이 출소하여 단 한차례의 현장순회를 진행하고 대전 철도노동자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과정 만으로도 현장지도력은 서서히 조직정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 조건부 외주위탁 등 구조조정 현안을 둘러싸고 현장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구조조정에 노출된 여타의 해당 직종과 지부에서도 투쟁계획을 수립하는 등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느닷없이 잠정합의안이 나오면서 모든 상황은 종료되고 말았다.
철도노조의 당면한 제1과제가 바로 조직정비와 강화라면 공공연한 대중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단체교섭시기, 투쟁시기가 아니고서 언제란 말인가?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쟁대위 체계로 전환하는 것, 그리하여 정세의 조건을 고려하여 대중행동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지도력과 조직력을 정비ㆍ강화할 수 있는 적기인 것이다. 쟁위행위가 반드시 파업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요, 교섭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제는 아래로부터의 현장투쟁의 불씨를 살려내는 것,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선진적인 현장지도력의 흐름을 전국화 시켜내는 것, 그리하여 현장지도력을 복원하고 조합원들로 하여금 조직적 전망과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계획이 부재하고 제1의 당면 과제를 방기한 것이다.
다섯째, ‘교섭’과 ‘투쟁’의 연관을 무시한 교섭 중심주의로 경도되었다.
노동조합이 투쟁하다보면 이기는 경우보다 패배하는 경우가 더 많다. 노동조합이 온 힘을 다해 투쟁한다해도 국가권력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위력적인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한 합의문 없이 퇴각하기도 하고, 허접한 합의문을 받아 안고 잠시 휴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교섭만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노사협조주의적 관점에서만, 사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한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투쟁 없이 노사합의서가 도출된 것은 철도민주노조 역사상 처음이었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노조의 요구 사항이 수용된 합의서라면 누가 토를 달겠는가? 그런데 철도노조가 그나마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경우는 희생을 수반한 투쟁의 결과물이었다. 교섭만으로 의미 있는 합의안을 도출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 철도노조만이 그러하겠는가? 교섭팀의 태도는 어떠한 유의미한 성과도 조직력과 투쟁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교섭(력)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듯하다. 그러다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없는 물밑 거래의 뒷모습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를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지난 단체협약 교섭기간 중) 이번 합의를 통해 표현된 것은 민주노조운동에 만연해 전반적인 무기력과 교섭중심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5. 되새기고 싶은 교훈
혹자는 민주노총이 도무지 투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그 민주노총의 힘은 바로 각각의 단위노조를 기본단위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도 대규모 정규직 노조가 근간이다. 그러한 노조의 주요 지도력이 몰 계급적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면 민주노총 전체가 종이호랑이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물론 민주노총의 지도력의 영향은 논외로 하고) 따라서 대규모의 단위노조일 수록 전체 노동자 대중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래서 국가와 자본의 탄압과 회유, 온갖 공작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노동자계급 대중운동의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노동조합 간부ㆍ활동가들이 자본의 본질적 의도를 조롱하고 공작에 놀아나지 않는 것, 노동자계급의 관점에 근거하여 치열한 실천을 조직하는 것이 노동자 대중운동의 의미 있는 발전의 전제조건일 수밖에 없다.
현 시기는 단위노조 지도자, 현장 활동가라 하더라도 마주치는 사안과 쟁점이, 모두 기본적으로는 노동과 자본 간의 적대에 기초한 자본주의 작동원리로부터 연유한다. 그래서 노동자의 생존권투쟁(경제투쟁) 조차 개별자본가 뿐 아니라 그들의 정치부대라고 할 수 있는 국가권력과 대면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자본이 철저하게 그들의 계급적 이해에 근거하고 있듯이, 조ㆍ중ㆍ동이 자본의 나팔수로서 관점이 분명하듯이, 현실 대중운동의 지도자들, 활동가들이라면 당연히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과 관점으로 정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노동자계급의 대중적ㆍ계급적ㆍ정치적 진출에 복무하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자본이 비이성적으로 길길이 날뛰는 이면에는 전반적인 그들의 위기가 있는 것이고, 그것은 노동자 계급의 단결과 연대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일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되는 한 노동자의 투쟁은 필연적이고, 자본의 이윤축적의 위기가 지속되는 동안은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노동계급운동은 그들의 의표를 찌르고 정세반전의 조건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은 극한의 조건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 그들의 실천적 태도에서 배우자!<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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