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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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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1 10:13:44, 조회:4,025, 추천: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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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좌초된 진실과 떠오르는 정치적 의도
“경제학이 부르주아적인 한, 즉 그것이 자본주의 제도를 사회적 생산의 하나의 과도적인 역사적 발전단계로 보지 않고 사회적 생산의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형태로 보는 한, 부르주아 경제학은 계급투쟁이 아직 잠재적 상태에 있거나 오직 고립적이고 불규칙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동안만 과학으로 존속할 수 있다.”(맑스, 자본론 1권 제2판 서문)
맑스는 노자간의 계급투쟁이 잠재적이거나 고립적으로 불규칙한 현상으로 나타나는 동안만 오직 과학으로 존속할 수가 있다고 부르주아 경제학을 비판하고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발전하고 노자간의 계급투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르주아 경제학은 자본가들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더 이상 편견과 사심 없는 과학적 연구를 포기하고 속류 경제학으로 타락해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단지 어떤 한 계급의 이해를 대변한다고 해서 그것이 과학성을 상실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경제학은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할 뿐만 아니라 부르주아 생산양식이 과도기적 생산양식이 아니라 변화되지 않는 영원한 생산양식이라는 허위나 자의적 신념에 의해 부르주아를 대변하기 때문에 당파적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과학적일 수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격적 발전과 더불어 부르주아 경제학이 더 이상 과학이 될 수 없었다면, 한국내전의 발발, 국가권력에 의한 수십만 인민에 대한 학살이 벌어지고, 내전 이후 수십 년 동안의 남북 대치와 반공주의의 괴물이 전 사회를 뒤덮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지배계급의 직접적인 이해가 달린 문제에서 객관적인 과학적 진실이 있을 수 있는가? 독점자본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는 부르주아 경제학이 더 이상 과학일 수 없다면 지금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침몰한 천안함 사건에 기대할 수 있는 과학적 진실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 수 있는가?
미국과 남쪽에서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이라고 하고 있고, 북쪽에서는 북에 대한 침략 소동이라고 하는 정전 이후 수십 년째 반복된 한미 군사 합동훈련이 벌어지고 있는, 그것도 남과 북의 첨예한 대립과 군사 충돌이 벌어져 왔던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군사훈련 중에 벌어진 사고에 대해 과학이 들어설 여지는 단 한치도 있을 수 없다. 더욱이 1953년 내전의 정전 이후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의 북방한계선이라는 극도로 첨예한 장소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두말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천안함은 지난 3월 26일 한미군사 합동훈련이 벌어지던 서해 바다에서 ‘알 수 없는 내외부의 원인’에 의해 침몰되었다. 이로써 가난한 노동자 민중의 자식들 수십 명 대부분은 부르주아 국가가 부과한 강제적이고 의무적인 군생활을 하던 도중에 비통하게 목숨을 잃어야 했다.
천안함이 침몰되고 나서 노후화에 의한 피로파괴, 암초에 의한 침몰, 미 잠수함 충돌설, 한미군사 훈련 중의 오폭설, 북 기뢰설, 북 잠수정에 의한 어뢰 폭파설, 북 인간 기뢰설 등 여러 가지의 가설들이 난무해 왔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극우 부르주아 언론과 한나라당, 군 내부에서는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을 기정사실화하고, 외부 충격은 바로 북에 의한 공격이라고 대대적으로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함수와 함미가 인양되면서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본부는 “비접촉 버블 어뢰의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중간발표를 했다.
천안함은 왜 침몰되었는가? 우리도 실체적인 정보가 은폐되고 왜곡되어 있는 상황에서 암초파괴, 피로절단설, 미군의 오폭, 미군의 잠수함 충돌설 등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 확증적인 답을 당장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지배계급과 부르주아 언론에서 실재적 사실이자 공론으로 만들어가는 북어뢰 공격 주장이 여전히 얼마나 많은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고 있는지, 그것의 논리적 오류는 무엇인지를 폭로하는 것과 더불어 천안함 침몰의 진실과 상관없이 천안함 침몰 사고를 통해 지배계급이 어떠한 정치적 모략과 의도를 가지고 진실을 가리고 있으며, 그러한 정치적 의도가 어떠한 결과를 만들고 내고 있는지를 밝힐 것이다.
천안함 침몰의 의혹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 희생자 가족들조차도 이번 사건 의혹이 40여개나 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한 해명과 북어뢰 공격설이 공인된 사실로 굳어지면 질수록 사건의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한미군사 합동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사건의 배경이기도 하고, 사건의 의혹을 풀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한미합동 독수리 훈련 4일째 되는 날에 천안함이 침몰했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 뉴시스와 경기일보는 3월 29일 ‘서해상 한.미 해군연합훈련’ 자료를 바탕으로 이 훈련 당시 함포 사격 훈련이 있었고, 그 와중에 미군 함정의 오폭에 의한 침몰 주장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미연합사령부측은 "천안함은 경계임무를 했을 뿐 직접 훈련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서 의혹을 제기했던 뉴시스는 “지난 3월 29일 하오 4시04분 뉴시스가 보도한 '천안함, 한·미합동훈련중 오폭사고 '의혹' 제하의 기사는 잘못.”이라는 정정 보도를 냈다. 그러나 이 정정보도의 핵심은 천안함이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령부의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다면 천안함은 왜 평소에 잘 다니지도 않는 낮은 해안가의 바다에 있었는가? 이와 관련해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3월 31일 "풍랑이 셌기 때문에 일종의 피항 차원"이라고 말했다. 해군 역시 당시의 기상이 좋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4월 7일 민군합동조사단의 중간 조사 발표에서는 천안함이 정상경비구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고 발표했다. 결국 조사단의 발표와 국방부장관과 해군의 해명이 서로 다른 것이다. 사고 초기에도 국방부는 서해상에서 한미합동 군사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천안함이 독수리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국방부의 일방적인 발표일 뿐이고, 모든 군사전력이 총집중되는 대규모 군사 훈련이 아닌 또 다른 군사훈련이 같은 시간에 있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는다. 이 발표가 사실이더라도 천안함이 또 다른 훈련에 참가 중이었고, 천안함 근처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사건 초기 김태영국방 장관이 3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답변에서 "북한은 과거 6.25 전쟁 당시 4천여기의 기뢰를 구소련으로부터 수입해 3천여기는 동해와 서해에 설치했다"면서 천암함 침몰의 원인으로 북기뢰설을 흘렸다. 대신에 "(한국軍) 기뢰 가능성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4월 12일 한겨레 21에서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가 대량존재 한다고 보도하자 "과거 폭뢰를 개조해 적의 상륙을 거부하기 위한 시설을 해놨는데 모두 수거했다"고 발을 뺐다. 그러나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까지 전량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라고 김 장관의 말을 뒤집었다. 한국전쟁 당시의 북기뢰가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라던 국방부는 이제 한국군이 설치한 기뢰가 폭로되자 “30여 년이 지나 모두 부식돼 폭발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를 통해 볼 때 천안함이 독수리 훈련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증명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의 절단면에서 직접적인 충격이 없다는 발표로 볼 때 오폭은 아닐지라도 미군 잠수정과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중간발표에서 비접촉 어뢰에 의한 외부 충격이 원인이라는 발표를 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북의 잠수정이 어떻게 근거리까지 침투해서 어뢰를 발사할 수 있었는가의 문제이다.
당시 한미군사 합동 훈련에는 세종대왕함, 최영함, 윤영하함과 함께 미국 이지스함 두 척이 해상훈련을 하고 있었다. 천안함이 이 훈련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천안함 근처에는 군의 발표 당시 새떼를 향해 발포했다는 속초함을 포함해 3척이 운용되고 있었다. 대규모 군사 훈련 중에는 첩보위성과 최첨단 레이더 장비 등 정보, 첩보 감시망들이 총동원된다. 이러한 감시망을 북의 낡은 잠수정이 어떻게 뚫고 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가? 사건 초기 국방부나 미군에서는 북의 잠수함이 사고 해역 근처에 나타났다는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조선일보에서는 터무니없는 ‘인간 어뢰설’을 흘리기도 하고, 북 잠수정이 엔진을 끄고 서해를 우회해서 해류타기를 통해 침투했다는 황당한 추측성 기사도 나오고 있다. 엔진을 끄고 해류타기를 통해 어뢰를 발사했다면 발사 이후에는 어떻게 해류를 거슬러서 잠수정이 돌아갈 수 있는가?
기뢰설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군은 버블제트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고 이 문제가 쟁점화 되면 다시 합동조사단은 “버블제트를 공식 언급한 적은 없다”고 물타기 했다. 국방부는 외부적 충격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결정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영구 미제 가능성’이라고 해서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영구히 밝힐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군은 버블제트에 의한 외부 충격설을 또 다시 지속적으로 흘리다가 버블제트의 물기둥이 없었다는 논란이 일자 이제는 비접촉 버블제트에 의해 물줄기가 수평으로 퍼졌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는 버블 어뢰에 의한 폭발 때 나타나는 거대한 물기둥이 없었다는 점, 화약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점, 생존자들 가운데 화상환자가 전혀 없다는 점, 사고 당시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점, 열상감시장비(TOD)에도 전혀 열기가 감지되지 않은 점, 음파 탐지기가 어뢰를 감지하지 못한 점에서 여전히 의혹이다.
“텅텅 비어 있는 공기 중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품은 물은 단단한 물보다는 공기 중으로 뿜어 오르게 된다. 즉, 물은 충돌에너지와 함께 물기둥이 되어 솟아오르게 되어 있다. 이것은 배의 어느 부분을 맞든, 1200톤의 배를 두 동강 낼 정도의 에너지가 순식간에 가해졌다면, 엄청난 물기둥은 솟아올라야 한다.”(박상준 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2010.04.21 천안함 침몰, 어뢰 및 버블제트는 아니다 외부공격설은 비과학적 추론, 내부원인이 주효한 듯)
거대한 물줄기가 버블 어뢰 폭발 시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합동조사단은 물기둥이 수평으로 퍼졌기 때문에 물줄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압력이 선체 밑에서 위로 강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하면서 물줄기가 옆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주장이고, 수평으로 퍼져 나갔다 하더라도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물줄기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는 천안함 사고 순간의 TOD동영상이 있다는 은폐의혹을 제기하고, 민관합동조사본부에 참여한 민간인들의 정보가 숨겨지고 있으며, 천안함 조사에 참여한 외국 기술자들과의 합의각서를 통해 일방적 정보공개를 막고 있고, 국회차원의 진상특위 구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천안함 절단부위의 공개,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와 교신기록, 작전 상황일지 등 모든 것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북의 버블 어뢰에 의한 피격설이 공인된 사실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의혹이 더욱 더 커지는 이유이다. 침몰된 천안함과 더불어 과학적 진실도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미궁 속으로 점점 더 좌초되고 있다. 대신에 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정치적 모략과 의도가 수면 위로 노골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암함 침몰이 가져온 정치적 의도와 결과
천안함 사건에서 이미 애초부터 과학적 실체 규명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일 수 없었다. 용산학살에서 그러했듯 천안함의 미궁의 사건과 병사들의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건의 본질은 지배계급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 오직 천안함 침몰 사건을 빌미로 어떤 정치적 모략을 통해, 어떠한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내는가 만이 직접적인 목표였다.
“결론도 여론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진실성은 묻혀 버리고 전혀 비과학적인 방식으로 결과를 짜맞추기식으로 맞춰가고 있는 실정이 될 것이다. ...정치란 국민을 속이거나 배반하지 않고도, 정당한 방법으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작은 사건이나 큰 사건이나 어떤 사건이나 이해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럴 때마다, 은폐하고 왜곡하는 등 권모술수 등으로 국면을 헤쳐나가려고 한다면, 어느 순간에도 민주주의의 흔적을 새길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박상준 칼럼니스트, 「천안함 침몰, 어뢰 및 버블제트는 아니다 외부공격설은 비과학적 추론, 내부원인이 주효한 듯」, 브레이크뉴스 2010년 4월21일).
“함수까지 모두 건져 올린 후 모든 것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는 되지만 '천안함 정치'의 복잡한 계산법이 끼어들 경우 '천안함의 진실'은 백령도 근해 바다 밑에 계속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변상근 칼럼, 「천암한 진실, 미궁으로?」,조세일보 4월 26일)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와 목적에 따라 ‘북한 공격설’을 사전에 염두에 두고, 그 가설에 맞춰 조사를 해들어 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천안함 침몰이 ‘이해관계에 얽혀 있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란 국민을 속이거나 배반하지 않고도, 정당한 방법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하는 것이지만 그 정치는 바로 부르주아의 정치인 것이고, 그 민주주의는 순수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점자본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오직 부르주아 계급을 위해 대중들을 속이고 배반하는 것으로 나타날 뿐이다. 천암함의 진실은 이미 ‘복잡한 정치적 계산법이 끼어’든 ‘천안함 정치’가 되었다. 이러한 천안함 정치에 의해 천안함의 진실은 ‘백령도 근해 바다 밑에 계속 가라앉아’ 수장되었다.
천안함 정치는 이제 ‘북한 어뢰 공격설’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일파만파를 일으키며 임박한 지방선거에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향후 한반도에서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중심과 배후에는 군과 이명박이 있으며, 조중동 등 우익 부르주아 신문이 전면에 나서서 나팔을 불어대고 있다. 그런데 대표적인 소부르주아 신문인 한겨레는 이명박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천안함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다.
정작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가 이상하다. 어느 때보다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다 .... 이유야 어찌 됐든 혼란과 위기 국면에서 대통령이 냉철한 자세로 중심을 잡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정남기, 한겨레 아침햇발, 4월 5일, MB가 이상하다)
과연 MB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과학적 태도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중립을 지키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한겨레가 이상한 것이다. 이명박은 4월 5일 38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정부와 군은 국민들의 이런 심정을 잘 알기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할 것입니다. 섣부른 예단과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종합적으로 엄정한 사실과 확실한 증거에 의해 원인이 밝혀지도록 할 것입니다.”라며 과학성과 중립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주장하는 과학성과 중립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국민의 불안과 심려가 크다. 그러나 대통령은 심중만 갖고 원인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4월 20일 7대 종단대표 청와대 오찬서 이명박의 발언)
“우리는 그 동안 분단돼 있는 나라라는 국가안보 의식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국민들도 불과 40마일 바깥에 장사포로 무장한 북한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청와대 제7 지역발전위원회에서 이명박 발언)
이명박은 심증만 갖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천안함 침몰과 북과의 관련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명박이 은근하게 천안함과 북과의 관련성을 언급한다면 국무총리와 장관은 보다 직접적으로, 한나라당은 노골적으로 ‘북한 공격설’을 주장하면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사고원인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철저히 밝혀내겠다...조사결과에 따라서 결연한 자세로 엄중한 조처를 취할 방침”(정운찬 국무총리 4월 25일 대국민담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6자회담보다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장관은 또 만약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당분간 6자회담 재개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군사적 조치도 염두에 두고 있냐는 질문에 유 장관은 모든 선택을 열어놓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관계부처와 의견 조율을 통해 침착하면서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KTV한국정책방송 2010.04.21)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끊임없이 간첩을 보내고, 요인암살을 시도하고, 테러하고, 무력도발하고, 핵 공격 위협까지 하는 적대적이고 호전적인 집단인 것이 확인되고 있다"(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 4월 25일 여의도 당사 브리핑)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북한 공격설’이 노골화되기 직전인 4월 20일에 안기부와 검찰은 황장엽 암살 기도 간첩단 사건을 터뜨렸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절묘한 시간에 어설픈 간첩단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심지어 천안함 희생자들의 장례식 기간인 4월 25일에서 29일을 국가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대대적인 애국주의와 국가주의, 반공주의를 유포하고 있다. 천안함의 진실이 영구미제 사건으로 은폐될 소지가 큰 상황에서 천안함의 비통한 사망 병사들은 국가적 영웅으로 미화되고 있다. 또한 정권에 장악당한 방송에서는 연예, 가요, 코미디 프로를 방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엄숙주의를 강요하여 정권의 의도에 부합하고 있다. 자본가 언론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북과의 전쟁설을 주장하면서 반공주의적이고 애국주의적인 분위기를 앞장서서 유포하고 있다.
천안함의 비극적인 침몰 사건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정권은 천안함의 진실을 은폐하고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의 무수히 많은 의혹들이 은폐되고 북공격설이 하나의 가설에서 공인된 사실로 굳어지면 질수록 이명박정권은 정권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분노와 저항을 억누르고 국가적 일체감을 조성해서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하는 강력한 계기로 만들 것이다. 당장 검찰의 조직적인 거대한 비리와 ‘성상납’ 사건이나 4대강, 세종시 문제도 이명박정권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위기를 가져올 사건인데도 천안함 사건은 이러한 모든 것을 뒤엎는 반전의 소지가 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의 비통한 희생자들인 병사들의 장례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이러한 ‘천안함 정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천안함 침몰이 한미의 대규모 침략 훈련 중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정치는 전시작전권 이양 연기, 평화협정 체결 반대 등 남북 적대 정책의 격화로 나타나면서 이명박정권이 취하는 파시즘적인 억압적 통치를 합리화하는 강력한 소재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목표 하에 합동조사본부에서 북 어뢰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게 되면 남북의 전쟁 분위기가 조장되면서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고, 이명박정권에게 이것이 부담이 된다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을 찾을 수 없다는 식으로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면서 정치적으로 충분하게 활용하고 나서 영원히 진실이 수장될 수도 있다.
이명박정권은 천안함 사고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파시즘적 공세를 강화하고 노동자민중의 정권에 대한 저항을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방송과 언론, 정권 차원에서 어마어마하게 유포하는 반공주의, 국가주의, 애국주의 열풍에 압도당하여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4월말로 예정된 총파업과 집중투쟁을 5월로 연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명박정권이 천안함 사건을 통해 파시즘적 공세를 강화하고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봉쇄하려 하는 정치적 의도에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보기 좋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이명박정권이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은폐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천안함의 정치를 깨지 못한다면 이명박정권은 위기를 연장하고, 위기를 도리어 지배계급의 강화의 기회로 삼게 될 것이다. 술수와 음모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명박정권의 더러운 천안함의 정치를 깨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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