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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9호] 1917년 혁명, 그 이후 -혁명사기획연재(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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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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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23:48:41, 조회:3,684, 추천: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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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10월 사회주의 혁명의 결과, 노동자계급은 지배계급이 되었고, 볼셰비키는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승리로 이끈 정당이 되었다.
레닌은 훗날 10월 혁명을 두고 “새털을 들어 올리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혁명, 그 이후였다.
혁명 직후, 사회혁명당 우파와 멘셰비키는 ‘조국, 혁명 구제 위원회’라는 반혁명 조직을 만드는 한편, 볼셰비키에게 ‘동질의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레닌에게 ‘늙은 볼셰비키’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카메네프는 이러한 제안을 단호히 거절할 것이라는 당의 입장을 어기고 ‘동질의 사회주의 정부’에 동의하였고, 레닌을 경질하라는 요구도 받아 안고 왔다. 이에 중앙위원회에서는 사회혁명당, 멘셰비키와의 협정을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세웠으나 카메네프를 포함한 반대파는 곧 중앙위원회에서 탈퇴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당의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그러나 볼셰비키는 이러한 국내에서의 혁명반대파의 준동에 굴하지 않고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매진하였다. 지주와 부르주아의 낡은 국가기구를 폐지하고 새로운 노동자계급의 국가기구가 건설되었다. 부르주아 임시정부를 비롯한 시 의회, 지방자치체 등이 사라진 자리에는 유일한 국가기구인 노동자, 병사, 농민 대표 소비에트가 들어섰다. 부르주아의 사법기관과 경찰기구 대신에 소비에트 인민재판소와 노동자 민중 경찰이 생겨났다. 농민에게는 몰수된 지주의 토지가 분배되었다.
자본가들은 이러한 소비에트의 통치에 필사적으로 저항하였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태업과 파업을 조직하였고, 원료와 생산물을 뒤로 빼돌렸으며, 노동자의 임금을 체불하였다. 소비에트정부는 즉각 ‘노동자 관리령’(기업의 경영, 관리에 노동자가 참가하는 것)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11월 말에는 은행, 철도 및 대공장을 국유화했다. 레닌은 이를 두고 ‘자본에 대한 적위군적인 공격’이라고 표현했다.
소비에트 국가를 시시각각 위협하는 것은 국내의 반혁명세력들만이 아니었다. 독일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은 호시탐탐 소비에트 정권을 무너뜨릴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레닌은 평화를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호소하면서 독일과의 휴전협정을 체결할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독일과의 평화협상 대표였던 트로츠키는 이 명령을 거역하고 ‘강화도 하지 않고 전쟁도 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은 이를 빌미로 1918년 2월 18일 전면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며칠 만에 많은 도시가 점령당했고 빼쩨르부르크까지 위협 당하게 되자, 레닌이 의장을 맡고 있던 인민위원회의는 2월 21일, 전 인민에게 ‘사회주의 조국은 위기에 빠져 있다’는 포고를 발표했다. 즉각 독일에 대항하는 방어투쟁이 전개되었고 이후 3월 3일 독일과의 강화 조약이 체결되었다.(브레스트 조약) 소비에트 국가는 당장의 파국을 피한 대가로 토지 경작 면적의 1/3과 석탄과 철 생산의 3/4, 공업 시설의 1/2를 잃어야 했다.(그러나 후에 독일의 패전으로 이 조약은 폐기된다.) 이를 빌미로 사회혁명당 좌파는 인민위원회를 탈퇴했으며, 이로써 사회혁명당 좌파와 소비에트 정부의 협정은 파기되었다.
소비에트 권력의 당면 임무
1918년 4월,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와 사회주의 국가의 구체적 방침을 제시하는 ‘소비에트 권력의 당면 임무’(이하 ‘당면임무’)를 제출했다.
‘당면임무’에서는 물자의 생산과 분배에 관한 장부 기록과 통제를 조직할 것, 곡물 전매제(곡물의 소유자가 1인 1개월 1푸드를 넘는 곡물은 전부 공정 가격으로 현물 그대로 국가에 공급하는 것), 정비, 화폐 유통에 대한 국가의 통제 강화, 외국 무역의 독점(외국 자본으로부터 자립하기 위하여) 등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당면임무’에서는 높은 노동생산성을 이룩하는 것과 인민의 문화 수준을 높일 것 등을 생산력 발전의 중요한 조건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레닌은 대공업 발전을 위해서 부르주아 전문가를 발탁하여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주면서 그들의 기술력을 습득해야 한다고 하였다. 당시에 노동자계급은 아직 그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채택한 고육지책이었다. 물론, 부르주아 전문가들은 엄격한 통제를 받도록 되어있었다. 이를 두고 ‘좌익 공산주의자’분파는 이는 부르주아 제도로 복귀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면임무’가 제대로 수행되기도 전에 노동자계급의 국가인 소비에트 국가는 내전에 휩싸이게 된다.
내전과 전시공산주의
혁명 국가, 노동자계급의 국가는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에게는 없애버려야 할 대상이었다. 10월 혁명 직후부터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러시아를 침공하기 위한 공동작전에 들어갔다.
그 시발점은 1918년 5월, 체코슬로바키아 군단의 반란이었다. 제국주의 열강들은 소비에트 정부가 체코슬로바키아 병사들을 다른 나라에 인도하려한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려서 이들의 반란을 조직했다. 이는 국내에서 반혁명의 계기가 되었다. 노동자계급에 의해서 수탈당한 착취자 계급이 내전을 개시한 것이다. 이들은 소비에트 정부를 타도하기 위하여 얼마 전까지 총부리를 겨눴던 제국주의 국가들과 손을 잡았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대대적으로 러시아를 침공했고, 국가의 식량자원과 원료자원을 단절시켰다. 전쟁을 수행하는 시기에 소비에트 국가의 기업들은 연료가 없어서 공장가동을 중단해야만했다. 운수 기관도 물자를 수송할 수 없었다. 노동자 민중들은 기아에 허덕였고, 질병으로 쓰러져갔다. 당은 이들에 대항하기 위하여 적군을 조직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6월 전러시아 중앙집행위원회는 반혁명세력을 지지했던 사회혁명당 우파와 멘셰비키를 소비에트에서 제명하였다. 얼마 후 레닌은 사회혁명당원에 의해 독이 묻은 두 발의 총탄을 맞고 중상을 입기도 하였다. 레닌의 암살기도 소식은 오히려 전국의 노동자 농민이 대대적으로 적군을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비에트 국가 곳곳에서 전투가 전개되었다. 9월 2일 소비에트 공화국은 국가 전체가 하나의 군영이 되었음을 선언하였고, 백색테러에 맞선 적색 테러를 수행하였다.
한편, 7월 4일에는 제5차 전러시아 소비에트 대회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는 최초의 소비에트 헌법인 ‘러시아 사회주의 연방 소비에트 공화국 헌법’이 채택되었다. 헌법에서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 형태로서의 소비에트 권력을 재확인하고 자본가, 지주의 사적 소유 폐지, 러시아의 모든 민족의 동등권이 보장되었다. 이 밖에도 모든 노동자가 국정에 참가하는 것을 보장하고 착취자의 선거권을 박탈했다. 이를 두고 제2인터내셔널의 카우츠키는 볼셰비키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라고 비난하였다. 이에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 혁명과 배신자 카우츠키’라는 저서를 통해서 카우츠키가 주장하는 ‘순수 민주주의’의 계급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 프롤레타리아트 독재야 말로 노동자계급을 위한 민주주의이며, 부르주아 민주주의 보다 백배, 천배 더 민주주의적인 것이라고 통쾌하게 논박하였다.
국내외 적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내전의 시기를 맞아 소비에트 국가는 ‘전시공산주의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소비에트 정부는 대공업, 중공업뿐만 아니라 작은 규모의 기업까지 국유화했다. 당 내부는 엄격한 중앙 집권주의와 철의 규율로 재정비했다.
한편 가장 심각했던 식량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10월 30일 ‘현물세’(납세자가 보유한 토지와 가축, 부양가족의 수를 고려하여 현물로 세금을 매기는 것)가 도입되었고, 1919년 1월에는 ‘현(縣)별 생산할당제’(국가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곡물과 사료의 수량을 정하여 각 현에 할당하고 농민에게서 공정 가격으로 사들이는 것)가 실시되었다. 부농의 식량은 몰수되었으며 ‘전반적 노동 의무제’가 시행되었다. 부농들은 이에 반발하여 농촌에서는 부농과 빈농 사이에 격렬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저항은 1918년 6월 11일 소비에트 전러시아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조직된 빈농위원회에 의해서 분쇄되었다. 빈농위원회는 굳건한 농촌의 혁명세력이었으며 내전 시기에 부농의 곡물, 가축, 농기구 등을 몰수해서 도시의 노동자민중과 적군의 식량 확보에 앞장서고 있었다. 이 밖에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현물로 지급되었으며 노동자들은 자발적으로 토요일 노동(당시 소비에트 국가는 주5일제 노동제였다.)을 실시하였다.
이렇게 사회주의 혁명을 수호하기 위한 노동자, 농민들의 헌신적인 투쟁의 결과 소비에트 국가는 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닌은 ‘전시 공산주의’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전시 공산주의’는 전쟁과 피폐로 어쩔 수 없이 채택된 정책이었다. 그것은 프롤레타리아트의 경제적 임무에 대응하는 정책은 아니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그것은 일시적인 방책이었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전시 공산주의’는 내전의 종결과 함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된다.
신경제정책(NEP)로의 전환
소비에트 국가는 내전에서는 승리를 거뒀지만, 국내 경제 상황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이미 혁명 전부터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920년에 공업 생산은 전쟁 전의 1/7로 떨어졌고 철도의 운송도 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농촌도 예외는 아니었다. 농업 생산은 전쟁 전의 1/2 수준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20년을 전후로 가뭄에 따른 러시아 역사상 최악의 대기근이 닥쳤다. 1921년 말까지 피해자의 숫자만도 3600만 명에 이르렀다. 기아에 허덕이던 도시의 노동자들이 농촌으로 떠나는 바람에 1920년 공업 노동자의 수는 1913년의 약 1/3로 급감했다. 농민들 또한 생필품 부족으로 참혹한 생활을 해야 했다.
1921년 3월 초에는 그 유명한 크론슈타트 반란이 일어났다. 예전에는 사회주의 혁명의 강력한 지원군이었던 크론슈타트 수병 약 1만 6000명이 ‘소비에트 찬성, 볼셰비즘 반대’ 구호를 걸고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물론 혁명 이후에 기존의 수병들은 거의 전선에 투입되었기 때문에 내부 구성은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성질의 것이었다. 반란은 곧 진압되었지만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를 ‘인민 혁명’이라 부르면서 소비에트 국가가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고 선전해댔다. 레닌은 당시의 상황을 두고 “우리 소비에트 러시아는 커다란 - 내가 생각하기에는 - 굉장히 엄청난 국내 정치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국내 위기는 대다수 농민의 불만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불만도 겉으로 드러내 주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러시아 공산당은 제10차 대회를 통해서 당면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요한 결의들을 채택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시 공산주의’에서 ‘신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이었다. 레닌은 이를 두고 “직접적인 사회주의 건설로 나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며 많은 경제분야에서 국가자본주의로 후퇴해야만 하는 것이 완전히 명백해졌기 때문에 채택된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국가자본주의는 노동자계급의 권력 하에 주요한 생산수단과 토지가 국유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일시적인 자본주의적 요소의 도입이었기 때문에 자본가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한 상태에서의 자본주의체제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이러한 전환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정책만의 변화는 아니었다. 레닌은 식량 징발제를 현물세로 전환하는 대표적인 농업 정책의 대전환을 두고 이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문제’라고 하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본질상 농민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농민들은 전시공산주의 체제에서의 식량 징발제에 대한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농민들 먹고 살기에도 부족한 양을 도시 노동자와 적군을 위해 징발해가니 자연스럽게 이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농민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러시아에서 농민에 대한 태도는 혁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였다. 레닌은 “다른 나라들의 혁명으로부터의 지원이 없는 한, 농민과의 협력만이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을 구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하였다.
현물세의 실시로 자본주의적인 거래가 허용되었다. 그러나 공업, 은행, 철도, 수운, 외국 무역, 토지 등 경제의 핵심은 소비에트 국가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곧 전면적인 자본주의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레닌은 자본주의적 요소에 따른 계급적대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노동조합의 주요한 역할로 모든 방식을 동원하여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보호할 것을 제시하였다. 빈농은 현물세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받았다.
당은 이 밖에도 도시와 농촌의 상품 교환을 활성화할 것과 이에 동반하여 화폐제도를 부활시켰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이는 사회주의의 후퇴를 의미하는가? 레닌은 후퇴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에 우리가 경제분야에서 1921년 봄에 후퇴했고 지금도 후퇴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자신들로부터, 노동자계급으로부터, 대중으로부터 숨긴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정치의식의 빈곤을 증명하는 셈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의 상황을 직시할 용기가 결여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와 같은 조건 하에서 활동하거나 투쟁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러시아공산당 모스크바주 당 제7차 회의 中)
레닌은 전시공산주의와 신경제정책의 차이를 전투에 비유했다. 내전기의 전시공산주의가 적의 요새에 대한 ‘기습 공격’이라면, 러시아의 경험을 통해서 습득한 것은 지금의 시기는 자본주의의 요새를 오랜 시간에 걸쳐 ‘포위 공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이를 통해서 농민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자발적 협조에 의한 생산력의 발전이 당시 전쟁과 대기근의 참혹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밖에도 제10차 대회에서는 당내 분파를 금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자본주의적 요소의 도입으로 국내에 부르주아 의식이 침투할 위험성이 높고, 여전히 좌익 반대파들이 당을 분열 상태로 내몰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러한 분파 활동의 금지 결정은 뒷날 스탈린이 당내의 정적을 숙청하는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기도 한다.) 당의 단결이 강조되면서 철의 규율, 행동의 통일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근거로 당내 숙청을 단행한 결과 당원의 약 1/4이 당에서 제명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당내 규율의 강조와 연동되는 내용으로 11차 당대회에서는 입당 규정을 강화하였다. 당원으로 입당할 때에는 ① 노동자, 노동자 출신의 적군 장병, 농민 ② 다른 사람의 노동을 착취하지 않는 농민, 가내 공업자 ③ 기타(사무직 노동자)로 3개의 부류를 나누어서 각각의 경우에 특별한 조건이 붙었다. ①의 경우에는 입당하기가 쉬웠으나 ③의 경우에는 어렵다는 조건이 붙었다.
신경제정책의 실시로 소비에트 공화국의 경제상태는 호전되었다. 이후 러시아 치하에 있던 각 민족들의 공산당은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소비에트 연방으로 통합하는 것을 결의하였다.(그 이전에 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는 사회주의 공화국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으로 통합하고 각각의 공화국에게 ‘연방’에서 자유로이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하는 조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을 채택하였다.) 그 결과 1922년 12월 30일에는 소비에트 연방 제1차 소비에트 대회가 열렸으며 이로써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소비에트 사회주의 국가가 결성되었다.
레닌의 죽음
이즈음에 레닌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레닌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1922년 12월부터 4개월 동안 ‘일기 몇 페이지’, ‘협동조합에 대하여’, ‘우리는 노농감독국을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가’, ‘우리 혁명에 대하여’, ‘양은 적더라도 질이 좋은 것을’ 등의 논문과 ‘대회에 보내는 편지’, ‘국가 계획 위원회에 입법 기능을 부여하는 데 대하여’, ‘민족 문제 또는 자치 공화국화 문제에 부쳐’ 등을 썼다.
레닌은 이와 같은 글에서 소련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기본 명제들을 제시했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사회주의의 물질적, 기술적 기초를 닦고, 소비에트 국가의 방위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업화를 이루어 기술적, 경제적 후진성을 일소할 것, ② 농민을 사회주의 건설과 결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협동조합을 조직할 것(단, 농민들이 강제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에 들어오도록 점진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 ③ 문화혁명을 실행할 것, ④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강화하기 위해 노동자 농민의 동맹을 강화하되, 이 동맹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공산당이 지도하는 노동자계급일 것, ⑤ 여러 민족과의 우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개개 민족의 민족 감정을 주의 깊게 다룰 것, ⑥ 평화를 위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와의 평화 공존, 경제 경쟁을 위한 집요한 투쟁을 전개할 것(단, 적들이 먼저 공격해올 경우 그들에게 치명적인 반격을 안겨주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국방을 강화하고 적군과 해군의 전투력을 높일 것), ⑦ 공산당의 역할을 강화할 것 등이었다.
여기에 특이할 만한 사항은 이미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던 중앙위원회의 분열을 막기 위해 중앙위원회의 위원수를 수십 명 내지 심지어 백여 명에 이르도록 증원시켜야 한다는 지점이다. 레닌은 특히 트로츠키와 스탈린의 분열을 우려하였으며 그 중에서도 서기장이 된 스탈린이 자신의 손에 무제한적인 권력을 집중시켜 놓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덧붙여서 레닌은 그가 충분한 주의력을 가지고 그러한 권한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한다면서 직접적으로 ‘무례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스탈린의 결점이 우리들 공산주의자들 속에서 사업을 할 때나 우리들 사이에서는 용인될 수 있을지라도, 서기장 직을 맡은 데에서는 용인될 수 없기 때문에 스탈린을 그 직위에서 해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러한 지적이 결코 세부적인 이야기가 아니며 세부적이라고 하더라도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레닌은 이미 당 내의 관료화 경향에 대해서도 주의를 촉구할 것을 제기하였다. 따라서 중앙위원회에 새로 들어오게 되는 노동자, 농민은 소비에트 기구들에서 오랫동안 종사해왔던 사람들이 아닌, 더 낮은 지위에 속한 노동자들이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레닌의 표현을 빌면 “왜냐하면 소비에트 기관들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그러한 노동자들은 우리가 싸워서 극복하고자 하는 바로 그런 관습과 편견에 이미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레닌은 자신의 이러한 정치적 유언을 현실화시키기 전에 죽음을 맞게 된다.(스탈린은 이후에도 서기장 직을 유지하였으며, 설득을 통한 자발적인 참여 대신에 강제동원 방식을 채택한다.) 1924년 1월 21일 레닌의 죽음에 부쳐 중앙위원회는 긴급 총회를 소집하여 ‘당과 모든 노동자에게 부친다’는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 프롤레타리아트에 내재하는 참으로 위대하고 영웅적인 것 모두, 즉 두려움을 모르는 지혜, 강철 같은 신념, 모든 것을 극복하는 의지, 예속과 억압을 죽도록 미워하는 신성한 증오심, 산도 움직이는 혁명적 정열, 대중의 창의력에 대한 끝없는 신뢰, 거대한 조직을 운영하는 천재, 이 모든 것이 레닌의 한 몸에 훌륭히 갖춰져 레닌의 이름은 서에서 동으로, 남에서 북으로 뻗어 가는 새 세계의 상징으로 되었다 … ” (‘당과 모든 노동자에게 부친다’ 中)
레닌이 죽고 나서 스탈린 시대가 도래 하게 된다. 스탈린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많은 부분을 바꿔놓게 된다. 우리는 다음호에서 스탈린체제에서의 소련을 다룰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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