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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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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23:45:49, 조회:3,274, 추천: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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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자본주의가 인종범죄의 배후다!
지난 2월 15일 한국인 유학생이 3명의 러시아 인종주의자들에 의해 흉기 등으로 잔인한 집단 폭행을 당해 숨졌다. 이어서 지난 3월 7일에는 한국인 러시아 유학생이 칼에 목을 찔리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종혐오 범죄는 우연하게 러시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이 사건 이전에도 러시아 배외주의자(排外主義者)들에 의해 2005년부터 6명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공격을 받아서 2명이 숨졌다. 이러한 인종주의 범죄는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주로 러시아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집단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이러한 파시스트 범죄는 1년에 2만 건이 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 해 사망자만 많게는 1000여명, 적게는 7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러시아 인민들은 1차 세계 대전 당시에 제2인터내셔널까지 파고든 배외주의와 러시아 내부에 창궐하는 애국주의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구호 아래 국제주의를 강력하게 옹호했다. 그 이후 1941년 독일 파시즘의 제국주의 전쟁으로 인해 수천만 명의 쏘련 인민들이 사망했다. 또한 파시즘의 공격으로 쏘련 인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쌓아올린 산업시설 대부분이 파괴당하고,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그러나 쏘련 인민들은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하에서도 쏘련 사회주의를 지켜내고 파시즘을 격퇴시키는 영웅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독일 파시즘에 맞서는 쏘련 인민들의 ‘대조국 전쟁’으로 인해 독일 파시즘은 괴멸을 당하고, 이것이 제국주의 지배 하에서 압살 당하던 수억의 전 세계 식민지 국가들을 해방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국제주의의 수호자였던 혁명의 나라 러시아에서 외국인 혐오 범죄가 대대적으로,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인종혐오 범죄가 철천지원수인 독일 파시즘의 공격에 누구보다도 잔인한 피해를 당하고 파시즘에 맞서는 영웅적인 투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충격적이다.
박노자 교수에 의하면 이러한 파시스트 인종주의자들이 러시아에서만 8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만 이러한 파쇼 단체들이 20여 개에 달하고, 러시아 젊은이의 약 15%가 이러한 극우 민족주의에 동조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고 한다.
과거에 러시아에 대한 공습이 독일 제국주의자들로부터 외부로부터 시작되었다면 이제 파시스트 전쟁은 러시아 내부의 파시스트들에 의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 ‘러시아는 러시아인의 나라!’ ‘모든 러시아인의 육체는 독일인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러시아 내부의 극우 폭력단체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러시아는 사실상 파시스트 국가가 되었다. 무엇이 러시아를 파시스트가 판치는 국가로 만들었는가?
자본주의의 절망적 현실이 파시스트의 온상
러시아에서 이러한 파시스트의 준동은 1991년 쏘련의 몰락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미 쏘련의 몰락과 함께 체첸, 그루지아 등에서 지금까지 내전이 벌어지면서 수십 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쏘련 연방의 해체는 민족 간 갈등과 혐오를 부추겼고, 러시아 내에서 외국인들에 대한 적대감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민족갈등과 외국인 혐오감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사회주의가 붕괴한 유고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도 똑같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현상들이었다.
자본주의 러시아 경제는 쏘련 붕괴 후 20년 동안 두 번이나 주기적으로 경제공황의 폭탄을 맞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 97년 전 세계적인 경제대공황으로 파탄을 겪은 뒤 이번에는 2008년에 또 다시 경제공황에 빠져들었다. 쏘련에서 자본주의 부활은 러시아 인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빈곤층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옛 소련, 특히 아르메니아,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생활 표준이 80%나 떨어졌다. 인구의 25%가 이민을 가거나 극빈 상태에 놓였으며, 산업과 공공자금, 에너지는 강탈당했다. 과학, 보건, 교육 시스템은 거의 붕괴되었다.”(제임스 페트라스, 「쿠바 사회주의는 러시아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 『리벨리언(Rebellion) 2004년 6월호』, 디지털 말 번역 글)
쏘련 사회주의체제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던 보건, 교육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1990년 중반에 러시아 인구의 50% 이상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노숙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제임스 페트라스는 이러한 러시아 자본주의의 참상에 대해 “비(非)전시 상황에서 한 나라의 경제가 이토록 빠르고 철저하게 무너진 경우는 현대사에서 ‘러시아 자본주의’밖에 없다.”고 폭로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성매매와 땅 투기꾼이 창궐하고 있고, 자살과 알콜, 약물중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 사회주의 보건 시스템에서 사라졌던 자본주의 질병이 새롭게 생기면서 쏘련 붕괴 당시에 65세였던 남성의 예상 수명이 2003년도에는 58세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러시아 인민 대다수가 이러한 빈곤과 실업, 질병의 증가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에서는 8개의 억만장자 과두체제가 생겨났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새롭게 나타난 독점자본이다. 이들 러시아 독점자본은 금융, 원유, 광물, 에너지 등에서 과두 독점 체제로 성장하면서 러시아 인민들이 만들어낸 부의 절대 다수를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 및 불법무기 거래, 성매매 등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들 독점자본은 러시아 마피아 과두체제로 불리며 정치를 배후에서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
이들 제국주의 독점체와 더불어 러시아 독점자본들이 러시아 경제와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자본주의의 실질 국내 총생산은 92년 마이너스 14.5%를 기록하고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쏘련의 붕괴 뒤에 러시아 자본주의에 첫 번째 닥쳐온 98년 경제공황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는 붕괴 당시의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러시아 제조업 또한 폐허가 되었는데 러시아의 소비재 생산량은 90년대 초반의 10-20% 수준으로 감소했다. 소비자 물가는 한때 1000%를 넘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01년 조사에서 57%의 러시아인들이 사회주의로의 복귀를 원하고 43%가 또 다른 볼셰비키 혁명을 원한다고 답변했다. 러시아인의 70%가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한겨레, 러시아 자본주의실험 10년 2001년 8월 19일 참고)
러시아 경제는 이후 노동자계급을 공격하고 인민들을 수탈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룩하기도 했으나 호황의 막바지인 2008년 중반에 2천5백 포인트에 달하여 8년 연속 1천750% 상승했던 주가는 2009년 1/4분기에 500포인트 대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또 다시 밀어닥친 경제공황으로 인해 작년 4월 실업률이 10.2%에 달하고 실업자는 770만 명에 달했다. 이러한 수치는 공황이 더 악화되면서 실업자가 천만 명에 달하고 있다.
독점자본은 러시아에 찾아온 공황을 노동자계급한테 일방적으로 전가하여 자동차 산업에서만 수만 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했고 러시아 산업 전반에 걸쳐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임금체불과 공공요금, 식료품, 의약품 인상, 복지정책의 붕괴 등으로 인해 러시아 노동자계급과 인민들은 러시아 자본주의 공황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이러한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 러시아 노동자들은 수천, 수만 명이 집결하여 푸틴 총리 퇴진을 외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르주아 언론에서조차 이번에 벌어진 한국인 유학생 범죄 사건이 쏘련 붕괴 뒤에 러시아 자본주의의 문제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문들이 인종범죄의 대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고작 러시아 한국대사관이 테러정보를 유학생들에게 제 때에 제공하고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자본주의가 이러한 범죄를 부추기는 진정한 원흉이다.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인종범죄들은 명백하게 자본주의 범죄이다. 러시아에서 대부분의 파시스트 세력들은 가난한 젊은이들인데 이들은 러시아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인한 절망적 현실을 엉뚱하게도 외국인들에게 적대행위를 자행하는 것으로 해소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행위들은 러시아 정부에서도 방조하고 있는데 그것은 러시아 국가에 대한 불만과 저항을 이러한 외국인에 대한 범죄행위로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극우 테러리스트들은 한때 대통령이었던 푸틴의 체첸독립에 대한 탄압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기도 하고, 이들이 경찰 특무부대에서 훈련받고 있다는 신문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가의 애국주의, 국가주의 조장과 인종범죄에 대한 방조가 이러한 범죄를 더욱 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쏘련을 국가자본주의로 보는 정치세력들은 쏘련의 붕괴를 두고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이들 제국주의 어릿광대들의 주장과 달리 쏘련의 붕괴는 제국주의의 승리였고, 쏘련의 붕괴 후에 쏘련 인민들은 자본주의 모순에 의해 고통 받고 있다. 러시아 노동자계급은 러시아 자본주의가 가져온 야만적 폭력에 맞서 투쟁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것이 아직 전면적인 대중투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 인민들이 과거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은 아직 구체적인 혁명적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러시아 공산당은 러시아에서 제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공산당이 과거 쏘련 붕괴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전위적 성격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러시아 공산당과 달리 맑스레닌주의 기치를 다시 세우는 공산당들이 존재하고 생겨났지만 아직 대중적인 세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는 실업과 빈곤, 빈부격차, 복지의 붕괴 등 자본주의 모순으로 인해 생겨난 절망적 몸부림이지만 혁명적 전망이 세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극우 파쇼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극우 파시스트 집단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사회배외주의적인 인종주의적 범죄는 러시아 노동자계급이 국제주의 정신으로 투쟁하고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혁명적 불길이 타오를 때 그때서야 비로소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붕괴와 지옥과 같은 자본주의로의 체제전환의 대가를 온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러시아 노동자계급이기 때문에 이러한 불길은 더욱 빨리 타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혁명적 구호처럼, 이제 러시아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 모순을 러시아 자본주의에게’로 총구를 돌려야 할 것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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