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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5호]한국타이어에 의해 저질러진 기업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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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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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31 16:23:04, 조회:2,850, 추천: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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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에 의해 저질러진 기업살인
2006년 5월 이후 15명의 노동자가 죽어간 곳,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한국타이어는 국내 시장점유율 45%, 세계 7위의 타이어 생산업체, 연 매출 2조원의 대기업이다. 그리고 지금 대선 후보인 이명박과 사돈을 맺고 있다(한국타이어 부사장은 이명박의 사위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죽음을 보고 14년 전 원진레이온 사건을 떠올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노동재해 천국인 남한에서 어지간한 일간지와 공영방송에는 한 번씩 보도되고(물론 내용은 노동부 직무유기부터 주가폭락, 창사 이래 최대위기, 역학조사 전 청소논란 등 다양했지만)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대책은 미비하다.
노동재해는 자본의 말처럼 개인의 실수와 미숙함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묻혀간다. 통계수치에는 기록되지도 않는 노동재해는 무수히 많다. 죽지 않을 정도의 재해는 공상처리 되거나 잘릴까 봐 쉬쉬하는 것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정말 죽는 정도의 중대재해, 사망사고만은 숨길 수 없기에 기록되고 있을 뿐이다. 올해만 해도 삼호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등 많은 곳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재해로 죽어갔다. 왜 이렇게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재해로 죽어 가는지 한국타이어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노동재해는 노동가 개인의 문제?
이번 한국타이어 사건이 터지자 노동부 산업보건환경팀장은 작업자들이 보호구를 써야 함에도 불편해서 안 쓰고 일한 것으로 안다며 개인에게 노동재해 책임을 돌렸다. 정해진 열사가 노동했던 전기원 노동자의 “지킬 것 다 지키고 필요한 안전조치를 다하면 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한 것 뻔히 알면서도 일할 수밖에 없다”던 말이 생각나 치가 떨린다.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 박병관 팀장은 ‘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5천명이 넘는데 왜 이상이 없냐’며 ‘근무환경보다는 유전적 요인이나 개인의 술, 담배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노동환경을 보면 그 말이 막말이었음이 증명된다.
최근 방영된 MBC의 ‘시사매거진 2580’에서 촬영한 한국타이어 공장내부를 보면 가루 작업을 하는 공정은 뿌옇다. 뿐만 아니라 까만 고무 분진들이 기계 여기저기에 쌓여 있고 선풍기망에도 먼지가 수북하게 있다. 또한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솔벤트라고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중독성 있고 휘발성이 강하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한솔’(한국타이어 솔벤트)이라고 그러면 부드러운 이미지가 되니까 회사에서는 솔벤트 대신에 ‘한솔’이라고 부른다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사지원팀장은 “전에 썼던 것은 모르지만 현재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 10년 전부터 무벤젠인 솔벤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은 냄새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30-40분 작업을 하다 보면 술에 취한 느낌이 들고 뒷골이 당길 정도로 독하다고 얘기한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현재 한국타이어 사용 솔벤트 실험을 실시한 결과, 솔벤트를 투약한 쥐 그룹에서 CPK수치(뇌나 심장근육에 이상이 발생했을 때 이 수치가 높아진다)가 최고 7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길 때 높아진다는 TG중성지질 역시 1.8배나 높게 나타났다. 말로는 위험성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타이어 공장 곳곳에서는 솔벤트를 볼 수 있고 찔리는 것이 많았는지 한국타이어 공장 작업환경 조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청소를 지시했다. 또한 그동안 사용해 온 솔벤트 통을 절대 사용하지 말고 검사대 위와 컨베이어벨트 주위를 청소해서 지적당하지 말라는 e-메일을 각 조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물론 1년 반 사이에 15명의 노동자가 노동재해로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솔벤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솔벤트 속에 감춰진 한국타이어의 노동환경, 노동강도, 노동통제를 보아야 한다.
극심한 노동통제와 열악한 노동환경이 노동자의 죽음을 불렀다!
한국타이어에서는 각 작업조의 생산량이 실시간 체크되는 DAS(데이터 수집, 분석 시스템)를 적용하고 있었다. 기계 앞) 터치 패널에 생리현상을 비롯한 휴식시간, 식사시간까지 자신의 움직임이 실시간 입력된다. 사측은 생산관리라는 허울 좋은 말을 하지만 이것은 작업 통제 시스템이다. 다른 사업장도 이것은 다르지 않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는 이미 철도 등 많은 사업장에서 시행하려고 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거부해도 결국 반장이 와서 누르기 때문에 감시가 심해져서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또한 현대중공업 등 많은 사업장에서 볼 수 있듯이 ‘무재해’운동도 있다. 한국타이어 공장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무재해기록’이라는 간판이다. 한국타이어 노동자는 2,251명 중 재해가 6건(동종업체 1,846명 중 재해143건)으로 재해율이 0.28%(동종업체 7.75%)로 매우 낮은 수치이다. 이는 한국타이어의 노동조건이 동종업체에 비해 좋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노동재해를 은폐하기 위한 자본의 수단일 뿐이다. 한국타이어는 무재해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한다. 이것은 팀별로 100일, 200일 일정기간을 목표로 정해놓고 그 기간 내에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팀에게 상금을 주거나 호봉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것을 노동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조회시간에 관리자가 이야기를 해요. ‘누구누구 때문에 우리조가 무재해 목표달성을 못했다.” 그러면 우리는 “아, 웬만큼 아픈 거는 참아야겠다.”라고 스스로 그렇게 통제하는 거죠. 회사에서 안전사고가 나면 안전모를 씌우고 견장을 차고 현장을 순회해요. 누구나 다 알아요. 저 사람 안전사고 나서 그렇구나. 당사자가 느끼는 모욕감, 굴욕감은 말로 표현을 못하죠."(‘MBC 시사매거진 2580’ 재인용)
현대중공업에서는 무재해 100만 시간, 무재해 200만 시간 달성 등 각 팀 반과 하청업체 간의 무재해 기록을 세우기 위한 경쟁들이 가속화되어 왔다. 매달 월요일에 진행되는 부서별 안전결의대회에서 무재해 포상이 수여되는데 무재해 포상을 받은 부서 및 업체에는 일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한 노동자들이 수두룩하다. …… 지금도 무재해 100만 시간을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직영 하청노동자들이 치료받을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산재은폐에 신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지회장 조성웅, ‘현대중공업의 무재해 운동은 현장통제 강화, 노동강도 강화, 산재은폐 운동이다’)
이렇듯 무재해 신화는 노동자로 하여금 스스로 노동재해를 감추게 하는 효과와 어지간한 것은 참고 넘어가야 찍히지 않는다는 생각을 낳게 한다. 한국타이어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는 병원을 자주 가자 회사에서 사표를 내라고 강요해서 할 수 없이 사표를 썼는데 이후 산재승인을 받을 때 회사가 비협조적이라 혼자 대법원까지 가서 산재승인을 받아냈다고 한다.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는 비단 노동을 하는 동안에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한 노동자는 MBC에서 인터뷰를 요구하니까 기자를 사칭해 서울본사에서 온 스파이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서로 쉬쉬하니까 (죽어간 노동자들에 대해) 얘기를 안 한다. 회사 눈치 보여서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겠다. 나한테 불이익이 올까봐, 만약에 내가 어떻게 될까봐 솔직하게 얘기를 못하겠다. 직원들끼리도 믿지 못한다. 지금 내가 하는 얘기조차 못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 회사 취직하기 힘든데 그래도 한국타이어는 많은 월급은 아니더라도 제 때 나오고, 여기서 밀려나면 갈 곳이 없다. 다쳐도 나자빠지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건데 내가 반항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갈지 안 올라갈지는 몰라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MBC 시사매거진 2580’ 재인용)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탈의실에는 1m 간격으로 CCTV가 무려 14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인사지원팀장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을까봐 실내에서는 꺼 놓고 다만 도난방지를 위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하지만 발견된 경고문에는 도난사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장소와 시간까지 세세히 적혀 있었다. 이것은 작업장 뿐 아니라 어디서든 철저하게 노동자들을 통제하려는 자본의 움직임인 것이다.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마저도 믿지 못하게끔 하는 노동통제는 노동자들로 하여금 단결하여 싸우자는 생각보다는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빠져들게끔 하여 결국에는 자본의 입맛에 맞는 노동력만을 제공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에서도 같은 작업장 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유력하기 때문에 함부로 이야기 못하게 진상 규명을 촉구하던 현장노동자들에게 회사의 명예실추를 이유로 징계협박이나 유인물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탄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유족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회사에서 정해준 노무사를 쓰지 않는 유족에게 왜 일을 크게 벌이냐는 협박 전화도 모자라 뒷조사를 통해 ‘파산신고, 재산다툼 중, 실질적인 실권자, 노조 여성부장 경력, 가족사에 대해서 결정권한 없음’ 등 자세한 기록들을 적어 놓은 가계도까지 작성했다. 이에 대한 한국타이어 인사지원팀장은 누구를 대상으로 대화하는지 여부와 유족들의 보상을 위해 누가 취직이 가능한지를 목적으로 가계도를 작성했다는 어이없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살인적인 노동강도
또한 노동조건 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쌓여온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의한 각종 질병으로 노동재해도 산적해 있다. 근골격계를 비롯하여 각종 질병들로 인한 노동재해는 노동강도와 연관된다.
한국타이어 역시 97년 경제위기 직후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원래 공휴일과 주말 개념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1개조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해서 조를 늘렸지만 점차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났다.)로 바뀌면서 노동강도가 한층 강화되었다. 그리고 타이어 성형작업의 경우 작업 인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TPM(총괄생산관리통제)제도를 도입하며 초과근무 수당 없이 설비청소 등 조기출근, 조기청소 업무를 떠맡기까지 해야 했다. 인원은 계속 감축되는데 생산량을 높이기 때문에 식사도 노동자가 30분 동안 빨리 하고 오면 그동안 재료를 갈아주는 교체맨이 30분 동안 기계를 돌려 기계는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는다. 노동강도는 단순히 힘든 것을 넘어 노동자의 생명을 야금야금 갉아먹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코스콤비정규지부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다차원 피로척도를 조사한 결과 78.5%가 근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만성적인 피로를 겪고 있고,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1년 이상 조기출근으로 인한 스트레스, 고용불안, 저임금과 그 때문에 시작한 새벽 알바나 투잡, 수면부족, 비정규직의 설움과 차별대우, 도급업체 이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장시간 노동으로 여가시간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측의 철저한 노동통제,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함께 한국노총 소속의 어용노조인 한국타이어노동조합도 노동자들의 죽음을 은폐시키는 노력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노조는 기자에게 취재를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대전지방노동청에 가서도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으니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태를 무마시키려는데 급급했다. 성명서 하나 내지 않고, 지병으로 사망했다고만 홈페이지에 올렸을 뿐이다.
노동재해는 자본주의 이윤추구의 필연적인 결과물이다.
2006년 노동재해로 죽은 노동자는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454명이다. 노동재해를 당한 사람이 아니라 노동재해로 죽은 노동자의 수가 이 정도다. 이 통계에 회사의 무재해신화에 가려 죽어진 사람은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구호에서 현실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는 노동강도 완화 투쟁과 함께 작업중지권 등 현장의 힘으로 생산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한 힘은 그냥 앉아서 인식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상적인 투쟁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아픈 거 참으며 일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면 아프다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권리는 현장의 힘에 의해 쟁취될 수 있는 것이다. 고용 불안 때문에 ‘괜히 얘기했다가 나만 피해본다’고 하는 정서가 아니라 ‘나 아픈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투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은 현장투쟁 속에서 만들어가야 한다. 자본은 당연히 노동자의 건강보다 기계를 더 쉬지 않고 돌려서 이윤을 얻고, 노동재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무재해라는 허울 좋은 포장을 자신의 회사에 씌우고 싶기 때문에 노동자가 죽어가는 것을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
노동자는 산업폐기물이 아니다! 노동재해는 우발적인 사건사고가 아닌 자본주의에서 이윤만을 우선시하는 기업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인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노동재해를 은폐하고자 일하다가 개인이 부주의해서 다치는 단순한 사건사고로만 취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재해로 인해 죽어가는 노동자들은 현장 장악력, 투쟁의 정도에 따라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투쟁으로부터 현장의 힘을 키워나가 기업살인인 노동재해를 끝장내자!<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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