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세>
‘일자리 창출 사회협약’이 노리는 두 가지
구조조정[노동 유연화]과 노자협조주의
1. 일자리 창출,
정규직의 희생과 비정규직 거래로만 가능하다!
'…여성 고령자 등 잠재인력이 최대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며, 부문간 소득격차를 완화하여 성장과 고용과 분배가 선순환되는 지속 가능한 경제, 사회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목적을 두고 노사정 협력정신을 담았다.… 지속적인 국가발전의 관건이라는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대타협 정신이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안), 2004.2.8.)
노무현이 신년사로부터 시작하여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미 준비해놓은 노사정위원회의 일자리창출 방안이 검토되었고 2004년의 핵심 의제로 채택되었다. 노무현 정권은 이미 출범 초기인 2003년부터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장담해왔는데, 그 방안은 이미 작년 한해 동안 드러났던 바대로 비정규직을 수시로 채용해서 실업률 자체를 낮추겠다는 발상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맘놓고 채용하고 맘놓고 해고할 수 있도록 채용 인사, 해고 권한을 갖고 비정규직 채용의 활성화시키는 방안 등을 이미 꾸준하게 시도해 왔다. 특히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고임금' '노동귀족' 운운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을 훼손시킴으로서 핵심적으로는 그 속에서 전투적 노동운동을 거세하여 노자협조주의를 전 조직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노무현 정권의 '실업률'정책의 본질은 곧 인력구조조정(유연화)을 원활하게 하여 다양한 형태로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온갖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온몸을 다 바쳐서 일하라는 거래의 요구뿐인 것이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을 외치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한 임금 삭감과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정리해고 요건 완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위한 정규직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를 생산성협약 임금제와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제도화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동자출신의 정당 등 집권을 하게 되면서 노동운동의 힘을 제도화시키는 차원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세계대전 등을 전쟁과 자본의 파괴를 통해서 자본주의의 호황을 구가하던 시기를 지나면서 노동자들에게 사회적 합의주의를 통한 떡고물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사라졌다. 즉 1970년대 이후로 사회적 합의의 의제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공황, 위기 시 경제 회생과 노동자들의 고용창출을 거래하는 사회협약들이었다. 그리고 그 기조는 '노사 쌍생'의 원칙을 살려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동유연화와 노동자들의 임금동결, 삭감 및 조기퇴직 등의 희생의 효과로서의 고용유지였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의 사회협약에서 보듯이 고용창출 협약은 실제 고용창출을 낳지 않았다. 단지 비정규직의 고용창출과 정규직을 포함한 변형시간제 확대 및 임금삭감을 통한 자본의 위기 타개만을 낳았을 뿐이다. 네덜란드 등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2job, 3job 등 파트타임 노동자 등 비정규직으로 전락했고, 대신 실업률은 감소했다. 노동조합도 자신의 역할을 고용알선, 서비스노조로 전환했다.
2. 사회적 합의주의는 없다!
일자리 창출 사회협약과 같이 노사정 공동의제와 선언을 통해서 자본측이 노리는 바는 명확하다. 일자리를 정말로 창출할 수 있건 없건 자본가들과 노무현 정권에게는 그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튼 이 사회협약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투쟁을 자제하고, 고용 유지를 위해서 스스로 노동유연화와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노자협조주의라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이미 작년 상반기 화물연대와 철도 등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철도노조의 백기항복 이후 정권은 노동시간단축을 개악하여 입법화시켰고 줄줄이 노사관계 로드맵 등의 파업 방지 제도들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존권의 위기만큼이나 식을 줄을 몰라서 오히려 자본이 억누를수록 노동자들의 분노는 목숨을 건 열사투쟁으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투쟁국면을 고양시켰다. 그리고 총자본이 강행하려던 신노사관계 구상도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철도노조 지도부의 치욕적인 파업철회-현장복귀 이상으로 민주노총과 연맹 등 투쟁지도부들은 자신의 역할을 단지 현장에서 올라오는 분노들을 조절하여 개별적 교섭으로 배치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상황이 '수습'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속도 없이 노무현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을 꾸준히 모색했다. 이미 발전노조와 연대총파업을 결의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과정에서 은근슬쩍 결정사항으로 가져왔던 '새로운 사회적 협의체 참여'는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 일자리 문제를 다룰 일자리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다만 사회적 대화의 방식과 내용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진정한 사회적 대화로서 좋은 일자리가 중심적 가제가 되어야 한다…'('일자리 사회협약에 대한 긴급 대책(안), 민주노총, 2004.2.9.)
민주노총은 일자리의 질을 운운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한다. 그 뒤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대책이 뒤따라 나온다. 즉 '연대기금 등의 연대임금 정책'이 그것이다. 이는 대공장 이기주의, 고임금 노동귀족론이라는 자본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노사가 임금에서 양보해서 사회기금을 만들어서 비정규직 저임금을 보완하겠다는 수준 이상으로는 자본측과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좀더 명확하게, 비정규직 철폐와 대공장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쟁취, 노동조건 개선, 노동강도 저하와 인원 충원 등의 문제들을 분명하게 제기해야 한다.
물론 이번 민주노총 임원 선거과정에서 현재의 노사정위원회에 대해서 1,2번 후보진영 모두 불참을 밝혔지만, 그것이 노사정협의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은 대중들 모두가 알고 있다. 김금수 노사정위원장은 이수호 후보가 당선되면 곧바로 들어올 것이며 유덕상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머지 않아 대의원들의 요구에 의해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문제는 현재 민주노조운동, 노동자운동의 전망을 어떻게 설정하는가, 현실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투쟁과 교섭에 대해서 노사정 협의의 틀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에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한국노총만이 노동자 대표로 참여했던 노사정위원회의 일자리창출 사회협약에 대해서 일방적이라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리고 뭔가 민주노총이 참여하면 실질적인 고용창출이 가능하고 실제로 민주노총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많은 지위 향상이 가능할 것처럼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을 똑바로 보자. 사회협약의 본심이 조직노동자들의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활성화 등의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민주노총이 아무리 임금피크제 반대! 노사관계로드맵 반대! 등을 외치면서 대화를 요청한다 한들, 개악된 조건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약속 외에는 보장받을 게 없다. 여기까지가 노사정협의체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이다. 자본의 위기가 심화되는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에게 양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무리 착한 자본가라 할지라도 그러하다. 아니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존재한다면 그건 노사정 협의를 통해서 성취 가능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어야만 획득할 수 있다. '사회적 합의'는 없다. 노사정이 대등하다는 허구적 틀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을 '동의'를 거쳐 집행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혜택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3. 2004년 자본의 구조조정 계획 예상하기
'현재 우리 경제침체의 가장 큰 요인은 민간소비의 침체… 그러나 설비투자는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특히 임금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며 이로 인해 기업이 신규채용을 안한 것은 당연한 것 … 대기업 임금상승률이 중소영세기업 임금상승률의 2-3배 … 생산성 뒷받침 없이 강성노조의 압력에 의해 인상되는 만큼 심각한 문제… '('2004년 경제전망과 경영전략', 전국최고경영자연찬회, 2004.1.14-16.)
'… 이에 단기적으로는 투자 관련 규제 완화와 외국인 투자 촉진 및 세제 금융지원 확대, 수출경쟁력 강화 등으로 투자 활성화와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 및 금융 구조조정, 고용지원 등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같은 글)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경제중심 구축과 지역특구법 시행 등 경쟁력 강화, 경제시스템 선진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으로 생산성 범위 내의 임금상승 유도와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입법화, 일자리 사회협약, 대외개방과 경협 활성화 등 성장잠재력 확충과 경쟁력 강화' 방안(위의 글)이 제시되고 있다.
1) 연구개발 투자 집중하겠다? ="해외공장 설립 해고?"
2004년 최고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신년사를 통해서 연구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비추었다.
● '투자확대, 공격경영-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 사업 부가가치 증가와 현지 중심의 1등 전략 추진'(삼성)
●'차이나 LG, 미래 고부가제품 투자 집중, 글로벌경쟁력 강화'(LG)
●'연구비 35% 증가- 글로벌경쟁력 확보, 노사안정- 2010년 500만대 생산체제를 통한 '글로벌톱5' 도약 준비'(현대차)
●'사업본부별 8 10%씩 생산성 향상운동, 비조선부문 수주확대- 조선 1위 유지'(현대중)
'가치경영, 대중국 투자사업 강화, 동남아 투자 확대 등- 지속 성장 경쟁력 강화, 경영혁신 추구'(포스코)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수익성 위주의 수주 확대와 미래사업 확보'(코오롱건설)
이렇게 연구개발에 투자하려면 실제로 그만한 고급 인재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본측은 이러한 고급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직무전환과 적절한 평가 및 보상체계 확립, 그리고 탄력적 근무체계 등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산자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이 14.3%, 향후 5년 내에 해외공장 건설 계획을 가진 기업이 15.7%였다. 일단 노동력이 싼 해외공장을 많이 세우고 연구개발은 국내에서 하겠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본측은 고숙련 노동자 육성을 한편으로 하되 전반적인 비정규직의 수시 활용을 결합시키는 노동력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즉 고임금 노동력을 고급인력으로 최소화시키고 청년, 고령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정규직의 임금을 삭감 혹은 ('작업장 혁신'+)생산성 향상으로 만회하는 방안이 현 시기 예상되는 구조조정의 관철 방식이다. 자본의 연구개발 투자 집중은 일자리창출 사회협약과 모순된다. 한편으로는 일자리창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해외로의 공장이전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정면으로 문제제기해야 한다.
2) 고령/ 장기근속 노동자는 ‘방패와 창’이다!
한편 최근 고령 노동자, 장기근속 노동자들이 이중적으로 취급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드는 노동력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그냥 사회복지 혜택을 주면서 놀리기에는 아까운 노동력으로.
그래서 직접적인 정리해고냐, 임금삭감이냐 하는 선택을 제안한다. 고용안정의 카드 뒷면에 있는 임금피크제 혹은 생산성협약 임금제에 서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할 것인가.
이미 서구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우에도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연금 등의 사회복지 축소안들이 검토되어 왔다. 국민연금은 더 많이 내게 하고 더 늦게, 더 조금씩 줄 수 있도록 개악하는 방안과 함께 퇴직금을 점차 없애서 기업연금 명목으로 나중에 조금씩 나눠주면서 임금성격을 없애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모아진 연금 재정을 국가가 주식과 외국자본에 대한 투기 등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안이 이미 몇 년 전에 노사정위원회를 통과해서 법 개악을 앞두고 있다. 고령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이용해서 오히려 이러한 연금개악을 개선인 것처럼 포장하고 총자본의 위기, 국가적 위기를 은폐하려는 이데올로기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매일같이 고령화시대, 청년실업 대책 운운하면서,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어떤 "착한 사장님"들이 써주니깐 노인들도 일하면서 용돈 받으니 좋고, 자본가들도 아주 싼 노동력을 부릴 수 있으니 좋다'는 식의 여론을 조장하기도 한다. 실제 고령노동자들은 장기실업이 많고, 74%가 전직 일용, 임시직이었으며 주로 농어업 혹은 단순직이다. 특히 '이제 38선도 무너졌다'고 하듯이, 97년 이후 한국자본도 구조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상시적 구조조정체제 속에 놓여져 정리해고를 비롯한 희망퇴직 등 청장년 노동자들도 고용불안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총자본은 자신의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용자본을 만들기 위해서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실업율을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거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민주노조운동이다. 자본이 망해가는 것도 모르고 자기 생존권 보장만 외치고 있는 민주노조운동이 자본가들에게는 자신의 치유 전략을 시행하는 데 핵심적인 방해요인인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도 김대중 정권 보다 더 경제 회생의 핵심을 노동정책으로 규정하고 죽기살기로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 자본주의사회를 둘러싼 총자본의 진실이다.
3)공기업 및 사기업들의 사업다각화와 외주 용역화- 부동산투기, 주식투기 바람
최근 몇 년 전부터 많은 공기업과 사기업들의 사업다각화가 외주 용역화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자본의 속성상 돈이 되는 사업들이 눈에 보이는 이상은 손을 안댈 수 없기에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계속된다. 이미 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빅딜과 사업부 구조조정 등이 이뤄졌지만 그것 역시 자본의 이윤 회복을 위한 방안들이었고 그 핵심도 기업 구조조정 보다는 노동유연화였다.
지금도 공기업들이 이미 몇 년에 걸쳐서 정리해고와 수익성 위주의 경영방식으로 전환한 이후 다양한 사업, 특히 부동산 투기사업 등에 손을 뻗고 있다. KT도 부동산 분양, 개발사업 등을 뛰어들었지만 동시에 외주 분사화와 꾸준한 정리해고, 희망퇴직을 감행해왔다. 올해에도 임금동결을 전제로 한 고용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철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역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 민간자본에게 운영권을 주어 수익성을 창출하기 위해 온갖 방안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지하철공사 등에 대해서도 노조가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면 부지를 넘겨주어 부동산 사업을 허용해주겠다고 했다. 배일도 집행부가 이러한 사업다각화를 수용하여 불신임투쟁이 한바탕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공기업의 사업다각화는 이미 사유화와 다를 바 없다. 특별히 설비 등 자본투자가 필요한 부분들은 최소한으로 공기업을 유지하되 최대한 사유화시켜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이러하니 사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을 모아서 주식과 부동산, 외국자본에 투기하겠다는 연금개악안 등도 그러한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4.사회협약이 아닌, 전국적 구조조정 분쇄투쟁으로
비정규직철폐와 노동강도 저하, 생활임금쟁취하자!
1) 현장투쟁에 기반한 계급투쟁으로 노자 타협주의 분쇄!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6일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대중적으로 치뤄지지 못한 채 간선제로 대의원들에 의해서 서로 국민파냐, 중앙연합파냐로 불가피하게 한쪽을 선택하는 지경에 내몰린 대의원들의 표는 압도적으로 위원장부터 부위원장단까지 전부 국민파의 장악으로 귀결되었다. 철저하게 현장 대중과 분리된 상층의 노선 대결이었다. 현장투쟁은 뒤로 미뤄졌고 2003년의 열사투쟁을 비롯한 수많은 투쟁에 대한 평가도 생략되었다. 이렇게 민주노총 출범 이후 김대중 정권과 함께 노사정위원회-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다 쫓겨난 국민파가 드디어 재집권하였다. 이번 이수호 집행부는 정면으로 민주노조운동의 노선변경을 요구할 것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이라는 것이 현실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이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드러났기 때문에 굳이 정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지금의 노동자 민중의 생활파탄의 현실을 동일한 근거로 오히려 총자본 정권에 협력하는 '고개 숙인 민주노총'을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 신임 지도부는 다음과 같은 사회운동적 기조를 제출했다.
'우리 현장은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다양한 고용안정 사업과 산업발전을 위한 생산적 대안을 강구해 현장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 지금 일자리창출방안은 실업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없는 방안 … 이런 것들을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자고 한다면 우리는 단호히 거부할 것입니다 … 적대적 노조관을 버리고 대화의 장에서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해줄 것 …'
'…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동현장의 경영참여를 통한 기업 건강성과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새로운 노조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자본은 노조가 강해야 산업민주화가 되고 산업만주화가 되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보편타당한 선진국 경험을 배워야 합니다. … 실질 조치로서 시간단축과 초과노동 축소운동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 산업별 노사 교섭을 통해 현장 노사가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 내부 임금격차는 고임금 자제가 아닌 무상교육과 연금제도 개선 및 최저임금 인상 방식으로 해결해야 … 산별교섭 쟁취와 차별철폐를 위한 고용안정협약과 연대기금 조성 노력을 전개하겠습니다 …'(민주노총, 신임집행부 기자회견문, 2004.2.9.)
도대체 민주노총 지도부가 노동자 편인지, 자본가 편인지 혼란스러운 이 기조에서 하나는 분명하다. 아무튼 투쟁하지 않고 대화로서 노사관계를 풀어가겠다고 구걸하고 있다는 점.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등 인위적 감원 방식이 아닌 노동시간단축과 산업별, 기업별 경영참가를 통해서 뭔가 해결하자고 하고 있다. 자본의 이윤에도 별 침해 없이 해결 할 수 있는 건 노동자의 희생인데 계속 제3의 뭔가가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 저는 승리하는 투쟁을 잘 합니다. 더 이상 민주노총이 패배해서는 안된다는 기치로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가겠습니다. … 더 이상 4.2발전파업 같은 무책임한,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투항시키는 이따위 짓들은 하지 않겠습니다."(이석행 사무총장 후보의 유세문 중, 2004.1.16.)
마침 올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개선과 원하청 임금격차 축소 및 임금피크제 반대와 사회임금 확대 등을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사회개혁투쟁을 중심으로 놓고 임단투를 부차적인 것, 기업별의 문제 등으로 축소시키려는 이미 현장의 구조조정 문제들을 전국적인 투쟁과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로서 민주노총이 임금 동결, 최소 인상과 고용유지를 거래할 근거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것을 무조건 대화와 사회적 합의로 해결하려는 기조 또한 투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대화의 상대로서 인정받기 위해 할 수 있는 구걸은 다 하겠다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노동자들의 입막음을 할 조그마한 것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진정한 사회개혁투쟁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현장에서의 권리를 확보하는 투쟁, 노동시간단축과 생활임금 쟁취 및 노동조건 개선 투쟁으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누누이 강조해왔던 것처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공동투쟁으로서 전면화시켜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지금도 현장은 전쟁터이고 현장활동가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고심하고 있다. 우리 한줌 활동가들로 돌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은 항상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고 고용을 보장받기 위한 조직과 활동가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투쟁에 앞장 설 주체들이 눈에 보이면 그 순간부터 투쟁에 참여한다. 현장에서 다층적으로 투쟁과 주체를 조직하자, 그리고 그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현장노동자들이 함께 책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자.
같은 상황을 두고서도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은 해외 공장이전은 국내 부품 수출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면서 오히려 국내 노사관계의 파트너쉽을 주장한다. 고용보장을 위해 전환배치와 노동력을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임금인상을 자제하자고 외친다. 하청노동자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도 더더욱 타협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들은 현장 정서를 운운하면서 사업장 내의 전폭적인 양보와 희생을 강조한다. 그러나 오히려 더더욱 현장 투쟁들을 모아내면서 전국적인 구조조정 분쇄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자본에 대한 실제적인 압박과 노동자들의 이해를 관철할 수 있는 유력하고 유일한 방안이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이제 국제적인 노동운동이 어떻게 현장에서 전국, 세계적인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자본의 이윤확대를 저지하고 타격을 가하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자본가들이 올해 노사관계를 고용악화 등으로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노동시간과 노사관계 로드맵 등의 노사 갈등, 불법, 대형파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자본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이수호 민주노총 집행부는 몇 년의 파업 자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 지금도 많은 열사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의 구조조정 분쇄 투쟁전선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실제로 어떻게 하면 투쟁을 하더라도 우리회사에 손실을 줄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간부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많은 사업장에서 파업투쟁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전후로 연장노동, 휴일특근 등으로 재고를 만들고 물량 손실을 만회하곤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산성 향상에 노사공동 선언하면서 투쟁 이후 조합원들과 함께 죽도록 일한다. 그것이 현장의 정서라면서.
노동자 투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이 자신의 위기를 어떻게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지를 전국적인 수준에서 구체적인 현장의 문제로까지 해석하고 이를 구조조정 분쇄 투쟁, 자본의 이윤에 타격을 주는 투쟁들을 만들어낼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지금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이 노리는 것은 대기업 조직노동자들의 임금억제를 통한 실질적인 임금 삭감과 이를 통한 전투적 노조의 기 죽이기, 그리고 전투적 활동가들을 고립함으로써 관료적, 노자협조주의적 노동운동을 양성하는 것, 이를 통해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어차피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나의 신분에 한 점 부끄럽지 않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이사회에서 현대 공장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인간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며 기득권 가진 놈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재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 현대 어용 노동조합은 그네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조이고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원칙은 말장난일 뿐 열악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 하청업체 사장 2년만에 땅값이 비싸다는 삼산동에 아파트를 사서 입주하고 친동생에게는 땅 값 비싼 삼산동에 식당을 차려주고 고향에다 땅을 사고 차를 봐주고 미포조선에다 업체를 차릴려면 공탁금만 해도 얼만데 일반 사람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다. … 약해지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모순된 현실을 개선하고자 사랑하는 처자식 남겨두고 외롭게 세상을 고통스럽게 떠나버린 열사들이 있었기에 쥐꼬리만큼 이나마 이 사회가 노동자의 환경이 변한 것이다…"(고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박일수 동지 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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