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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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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7 18:29:10, 조회:2,276, 추천: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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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읽고
- 믿을 수 있는 계급은 프롤레타리아계급뿐이다! -
시설관리노조 활동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논쟁이 한창일 때 ‘자칭’ 좌파라고 하는 ‘다함께’는 “코르닐로프 반란 때에 볼셰비키는 케렌스키 정권을 방어하여 반군과 싸웠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대중을 전취, 혁명을 성공시켰다.… (좌파는) 보수야당에 대해 전면적인 비판을 수행해야 한다.… 탄핵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시위와 동맹파업, 총파업을 조직하자”고 입에 게거품을 문 적이 있었다.
러시아 혁명사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한 경험이 없었던 나로서는 당시 탄핵논쟁에서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던 주장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읽으며 러시아 10월 혁명의 역사 속에 명멸해 간 수 많은 인물들 속에서 ‘코르닐로프’를 발견했고. 사회주의 혁명과정에서 끝까지 혁명을 사수했던 계급이 누구였던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노동자계급의 혁명에서 부르주아와의 연합은
환상에 불과하다!!
영국 혁명, 미국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에서, 그리고 1848년 혁명 등 일련의 부르주아 혁명에서 노동자들은 부르주아들과 함께 혁명에 앞장섰지만 결국은 다수의 부르주아들이 방향을 급선회해 노동계급을 배신하고 다시 탐욕적인 보수파에게 권력을 빼앗긴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1917년 혁명에서 러시아의 부르주아들은 다른 나라의 부르주아들과 달리 체제가 전복된 다음 날이 아니라 체제가 전복되기도 전에 이미 인민을 배신했다.
2월 혁명 이후 소비에트의 묵인 아래 임시정부를 구성한 부르주아들은 사회혁명당의 케렌스키를 총리로 앉히고 ‘온건’사회주의 정당들에게 각료 자리를 주었다. 그러나 총리와 ‘온건’사회주의자 각료들은 여전히 러시아 자본가들과 함께 협소한 러시아 시장을 확대하는 제국주의 전쟁의 논리를 수용하고, 당시 선진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과 전쟁을 계속하고자 했다.
이는 대규모 경제 혼란, 수많은 사상자, 도시의 식량공급체계 붕괴, 노동자계급의 빈곤화를 발생시켰다. 노동자와 병사, 농민들의 요구인 빵과 평화, 토지는 당연한 결과였다. 여기에 케렌스키가 사형을 포함해 짜르 시대의 군율을 다시 강요하려 하자 군대 내부에서 불만이 급격히 커졌다. 혁명가 레닌의 탁월함과 더불어 이러한 제국주의 전쟁에 따른 경제혼란이 인구 1억 6천만 명의 러시아를 볼셰비키의 수중에 넘겨 준 것이다.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도 10월 혁명 과정에서 유산계급 편에서 싸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러시아 사회민주주의당에서 볼셰비키의 전략을 비판했던 그룹의 <노바야 지즌>에서 조차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의 행위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볼셰비키의 봉기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부르주아지와 연합하는 것에 대한 모든 환상이 헛된 것임이 드러났다”고.
2004년 탄핵정국을 뒤돌아보게 된다. 당시 ‘진보진영’과 지식인들의 대부분은 한나라당을 독점자본의 수호자로 보고 노무현 정권은 소부르주아지의 대변자, 개혁정권이라 분리시키면서 ‘노무현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갖고 개혁정치 운운했던 경험은 이후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기회주의가 득세하게 된 계기일 수도 있다고 본다.
혁명을 사수한 계급은 노동자계급과 하층 병사들,
토지 없는 농민들 이었다!
부르주아지들은 볼셰비키를 제외한 모든 집단과 함께 혁명을 고립화 시키려고 했다. 그때마다 볼셰비키가 약속한 “빵, 평화, 토지”를 위해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집중시키고 혁명을 사수했던 집단들은 프롤레타리아트와 병사들이었다. 또한 붉은 페트로그라드를 향해 오는 코사크 병사들에 대항한 집단들도 공화국 수도를 온몸으로 방어하려는 혁명적 노동자들이었다. 정말로 고립되어 있었던 것은 임시정부와 부르주아지들이었다.
또한 전체 인구의 80%에 달하는 농민 대중이 결정적인 시기에 혁명을 지지했다. 물론 그들이 소비에트와 볼셰비키를 지지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인민주의자들인 사회혁명당의 지지자들이었다. 그러나 혁명은 농민 대중에게 지주와 부르주아지는 결코 할 수 없는 토지를 제공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볼셰비키 스스로 권력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피착취․피억압 대중에게 스스로 소비에트를 통해 사회를 운영할 수 있음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혁명적 노동자, 병사, 농민들은 마치 혁명의 운명이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처럼, 러시아의 관점, 사회주의의 관점, 세계 전체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토론하고 마침내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결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러시아 혁명을 가능케 했던 동력이었을 것이다.
러시아 10월 혁명과정을 통해 드는 의문점들
(볼셰비키가 폐지하려는)국가기구에 종사하던 공무원, 교사, 은행원 등 전문 관료들은 파업 과정에서 반혁명에 앞장섰다. 오직 흔들리지 않고 혁명적인 계급은 프롤레타리아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는 의문이 있다. 왜 철도노동조합과 체신, 통신 등의 노동조합은 볼셰비키를 지지하지 않고 전쟁물자와 식량수송을 거부했으며, 혁명승리의 소식을 러시아 전역과 전세계의 프롤레타리아트에게 타전하는 것을 거부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오직 노동자, 병사, 농민의 절박한 요구를 대변하는 기구는 소비에트뿐이며, 그 소비에트를 지지했던 세력은 볼셰비키인데도 말이다.
10월 혁명은 대체로 통일되어 보였다. 볼셰비키 지도자들이 대중을 따돌리고 일으킨 소수의 쿠데타가 아니었고 인민 대중의 행동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식당에서 적위병과 전직 장교와의 혁명에 대한 논쟁, 총이 지급되었음에도 정식 교전 상황 외에는 테러나 사적처형․체포․감금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 스몰니회관이나 시두마가 근접해 있으면서도 서로 무력을 사용하지 않은 상황, 혁명 이후에도 착취자에 대한 대량학살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상황은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근현대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듯하다. 짜르의 전제정치와 일제하 식민지정치의 역사적 차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해본다.
혁명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페트로그라드의 온 시내와 회관에 모여 몇 십만의 군중들이 토론하고 결정하는 그 혁명적 열정을 우리는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계급을 포함한 온 국민이 붉은(!) 옷을 입고 국가주의와 자본주의에 철저하게 포섭되고 있는 남한 사회에서 그 혁명적 열정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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