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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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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3 12:06:07, 조회:2,490, 추천: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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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동지들, 전진 합시다!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중에도 저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 덕분에 구치소 생활에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몸이 묶여 있어서 함께 투쟁의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는 마음 무겁기 그지 없습니다.
나는 지난 1996년 9월 쯤에 현대 중공업(내)<명호산업>이라는 하청업체에서 일하다가 지난 2003년 9월 29일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97년 IMF외환위기 때 현대 중공업은 다른 사업장과 달리 안정적인 수주량을 확보하고 흑자경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원청 사용자와 하청업체 대표는 전반적 사회분위기를 악용하여 원청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시키고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건을 후퇴시켯습니다.
대다수의 원,하청 노동자들은 사용자측의 이러한 부당함에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었지만 “누구든지 회사방침과 규율에 위배되는 불순한 행동을 한다면 다시는 현대 중공업 밥을 먹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가슴을 삭히며 침묵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노예의 삶을 강요당하고 살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문제였기에 절박한 심정으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와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벼랑 끝에 선 하청노동자들은 절규를 토해냈습니다.
지난 2003년 9월 1일, 현대 중공업 안에서 ‘노동조합 설립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시점에 맞추어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지난 외환위기 당시 일방적으로 후퇴시킨 임금 삭감부분과 산재승인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개인 유인물을 하청업체 동료들을 대상으로 2-3차례 배포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동료들로부터 연서명을 받고 요구한 내용에 동의를 얻어 냈습니다. 그러나 사측이 관리자들을 동원하여 물리적 힘으로 나의 행동을 저지하고 나를 강제로 밖으로 끌어 냈습니다. 그 때 연서명 용지가 없어졌습니다.
사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어떤 소명절차도 없이 지난 2003년 9월 29일 부당해고를 자행하여 나를 공장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고 노동탄압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현대 중공업 사내하청노조 활동을 하다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과 부산지방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아울러 나의 행동의 정당함을 알리고 부당해고를 철회시키기 위해 아침 출근시간과 저녁 퇴근시간을 이용하여 부당해고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의 선동을 각 정문을 순회하며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공개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할 경우에 단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당해고를 하고 위장 폐업을 단행하여 생존권을 빼앗는 짓을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사회적 비판의 여론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현대 중공업 원청 사용자와 하청업체 대표는 하청 노동자 수를 더욱 더 확산시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현대 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현대 중공업 내에는 여러 형태의 편법적인 고용계약을 통해 (예를 들어 일당직,단기 계약직 불법파견 때려먹기등)하청 노동자들을 이중으로 착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편법적인 고용관계를 통해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 위반이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직간접적 관리, 감독이 원청 사용주의 손안에 있는 현실에서 원청 사용주의 암묵적 동의 아래 부당 노동행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현장통제에 의해 노동자들은 죽음의 세계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현대 중공업에서는 한 해 1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을 하다가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욱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거나 산재의 고통에 못이겨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또 산재를 당해 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니 책임지기는커녕 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왜곡하는데 전념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04년 2월 14일 박일수 열사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을 받으며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짐승처럼 노동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의 처지를 세상에 알리고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몸을 태워 알렸습니다.
우리는 박일수 열사의 뜻을 헛되이 할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정당한 조합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하게 해고되어 생존권이 박탈당하고 목숨을 버려야 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열사의 유서를 가슴에 품고 크레인 위로 올라 갔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처우개선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자신의 몸을 태운 열사의 죽음을 음해하고 반노동자적 작태를 일삼고 있는 현중 원청 노조는 이미 노조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입니다.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외면한 채 투쟁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 원하청 노동자들은 그런 지도부를 원치 않습니다. 철옹성 같은 악질 현중 자본가에 맞서 우리들의 요구안이 관철될 수 있을지, 우리들의 투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확실한 것은 지금은 시작이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생계를 뒤로 한 채 대책위에 모인 동지들과 원청의 민주 활동가들, 그리고 자랑스런 우리 하청 조합원들이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한다면 하청차별을 철폐시키고 부당하게 해고된 현중하청 조합원들이 원직 복직 될 것이고 현장조직력은 새롭게 복원 될 것입니다. 또한 이 투쟁은 현중하청이나 울산 민주노조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국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하청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모든 하청 노동자와 원청 활동가들의 투쟁의 불꽃이 될 것이입니다.
동지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들 때라 여겨집니다. 동지들의 수고로움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현중 원청 자본가가 우리의 요구안을 조건 없이 전면 수용할 때까지 힘차게 전진 합시다!
* 이 글은 대책위와 현장자본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울산 구치소에서 이운남 동지가 쓴 글이다. 이운남 동지는 4월 9일 보석으로 출소했다. 그래서 시기성은 떨어지지만 투쟁과정을 되새기고 동지에게 힘을 준다는 생각에서 신문에 싣기로 하였다. 이운남 동지를 비롯한 사내하청 동지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연대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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