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조조정 대응전략
현 시기 자본의 구조조정을 기획기사로 다루는 의미
상반기 핵심투쟁들이 무너지고 있다.
울산의 투쟁은 분신대책위 관료들에 의해서 앙상한 합의문 하나로 마무리되었다. 이주투쟁은 철저히 고립된 채, 농성대오들이 하나둘씩 이탈하여 초기의 50% 정도만이 천막을 지키고 있다. 이제 곧바로 임단협 국면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더욱 안 좋아질 것이다.
IMF 이후, 개별단사의 투쟁이 전국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정리되거나 장기투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개량주의 지도부의 문제, 핵심주체의 문제, 객관적 정세의 문제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지만, 가장 핵심적으로는 공동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공동의 투쟁을 차단하여, 단사의 문제로 국한시킨 결과이다.
이제 이러한 상황은 끝장나야한다.
현 시기 구조조정 분쇄라는 전국정세와 무관한 현안문제는 없다. 자본과 정권의 구조조정 공격은 전체산업부문에서 자행되고 있으며, 그 양상도 사업장 통폐합, 라인재편,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 등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구조조정 분쇄! 를 기치로 다시 전국전선을 추동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칭) 노동자정치신문 편집부에서는 01년 김대중 정부가 금융, 공공, 기업, 노동 4대 부문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을 천명하고 나선 이후, 각 부문별로 구조조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공동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를 기획기사로 다루기로 하였다.(여기서 노동부문은 나머지 각 부문에 핵심적인 구조조정 내용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문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구조조정 사안이 임단협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큰 장애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의 활발한 토론과 실천적인 투쟁조직화를 기대한다. 투쟁!!
1. 금융부문 구조조정
이윤추구라는 본질적인 목표를 위해서, 지역과 국경을 넘어 끊임없이 자신을 팽창, 확대해온 자본의 운동은 산업자본의 이동과 함께 화폐자본(금융자본)의 전 세계적인 자유로운 이동을 강제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가는 자신의 자본을 회전하여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투기성 화폐자본을 끌어들여 새로운 설비에 투자하기도 하고, 투기성 자본자체에 투자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가 됐던, 후자의 경우이던 간에 산업자본과 화폐자본은 끈끈하게 결합되어 공동의 운명을 지니게 된다.
공동의 운명은 공동의 몰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인 과잉생산에 따른 이윤율 하락은 전반적인 경제위기를 가져오고, 자본이 확장, 팽창될수록 그 파괴력은 더욱 거대해진다. 남한에서의 경제위기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일개정권에 의한, 또는 IMF기구에 의해 강요된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 아니다.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에 의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폐자본과 산업자본은 상호 악영향을 끼쳐가면서 파멸해간다. 기업의 부도, 파산은 기업에 대출하면서 기생적으로 자신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화폐자본의 부실화를 가져오고, 화폐자본은 금리인상, 긴축정책을 통해서 이를 극복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돈줄을 찾지 못하고, 또다시 연쇄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다시 화폐자본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 운동법칙에 따른 무정부성, 과잉 생산에 금융위기가 겹쳐지면서 모순은 더욱 증폭된다. 지난 IMF시기에 남한의 상황은 이를 현실로 입증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본과 정권은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전체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압살하면서 자신의 이윤율을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위기를 넘기려하였다. 가장 먼저 손댄 부문이 바로 금융이었다.
금융부문 구조조정은 시종일관 자본과 정부가 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별다른 차질(?)없이 가장 폭력적으로 진행되었으며, 바로 그러한 점에서 정부가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는 부문이기도 하다.
2. 구조조정 공격의 특징
- 1차 구조조정(97년 - 99년 상반기) : 부실은행의 퇴출(5개 은행 - 동화, 동남, 대동, 충청, 경기), 인수합병, 공적 자금 투입을 통한 국유화 과정
- 2차 구조조정(00년 8월 - 02년) : 대우 사태로 금융기관 대규모 손실 발생 -> 2차 공적자금 투입, 우리금융지주회사 설립, 국민-주택은행 합병
- 3차 구조조정(02년 이후 -) : 공적자금 회수라는 명목으로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재민영화, 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각종 제도정비 마무리-> 금융겸업화 및 각종 금융규제 대폭 완화, 재벌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
지난 1,2차 구조조정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3차 구조조정을 봤을 때, 시기와 상관없이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주도세력을 봤을 때 재경부로부터 거의 전권을 이양받은 금감위가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구조조정을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 점이다.) 물론 정부는 2차 금융구조조정 때 시장의 자율성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을 강조하였지만, 1차-3차에 이르는 전기간에 걸쳐서 공적자금 투입과 회수라는 명목으로 정부는 직접적으로 구조조정에 관여하였다.
다음으로, 그 양상을 봤을 때 퇴출, 인수합병에 따른 독점화, 대형화가 일반적이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되면서 우리, 신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 각각 21개, 14개사 금융기관이 재편되는 등,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금감위원장은 실제로 공적인 자리에서 앞으로 금융권을 3-4개의 대량은행으로 재편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 ‘97. 11월 ~ ’02. 6월말, 단위: 개, % )
금 융 권 별
97년말 총기관수
(a)
구조조정 현황
신 설 등
현 재
기 관 수
인 가
취 소
합 병
해산, 파산, 영업 정지
계(b)
비 중
(b / a)
은 행
33
5
9
-
14
42.4
1
20
종 금
30
18
6
4
28
93.3
1
3
증 권
36
5
2
1
8
22.2
16
44
보 험
50
7
6
2
15
30.0
9
44
투 신
30
6
1
-
7
23.3
8
31
상호저축은행
231
74
27
25
126
54.5
12
117
신용협동조합
1,666
2
102
319
423
25.4
9
1,252
리 스
25
9
1
-
10
40.0
4
19
합 계
2,101
126
154
351
631
29.8
60
1,530
자료: 2002년 공적자금백서(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마지막으로 금융, 공공, 기업 구조조정을 통틀어서 특히 금융부문에서는 무조건 노동자 짜르기식의 공격방식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인수합병 = 정리해고, 명예퇴직이라는 공식이 성립했다.
연도별 은행권 인원현황
97년말
98년말
99년말
2000년말
2001년말
인 원 수 (명)
147,217
101,748
97,736
92,560
89,729
전년말 대비(명)
-
△45,469
△4,012
△5,176
△2,831
전년말 대비(비율)
-
△30.89
△3.94
△5.30
△3.06
자료 : 금융감독원 은행통계자료
이 외에도 전체 금융업 종사자수는 97년 말 317,623에서 01년 말에는 218,726명으로 98,897 (31.1%)명이 감소했으며, 2금융권만 하더라도 무려 25만명 이상(비정규직 포함)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했다. 이렇게 무자비한 정리해고가 가능했던 이유는 국가차원의 경제위기 이데올로기 공세를 앞세워서 정부는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총체적인 공격을 퍼부었던 반면, 주체들의 대응 정도는 상당히 미약했던 데에도 원인이 있다.
그나마 살아남은 노동자들 또한 2차, 3차 명예퇴직, 정리해고 위협에 항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기존의 모든 권리를 빼앗겨야 했다. IMF 직후 퇴직자들의 위로금을 남아있는 직원들이 일정부분 분담한 것에서 나아가, 98년에는 은행권 전체가 임금을 동결하였다. 공적자금투입 은행들은 임금인상이 억제되고 상여금이 삭감되었으며, 지방은행들은 4년 연속 임금을 반납해야했다. 또한 대부분 은행에서 퇴직금 누진제가 폐지되고, 현장노동자들의 집단성을 해체하고, 개별화시키는 연봉제가 도입되었다.
그야말로 예전에는 서민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잘 나간다던 은행노동자들은 자본과 정권의 구조조정 공격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전락하였다. 한마디로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3. 잘못된 대응기조와 예견된 패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주도하의 금융구조조정은 전체 금융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그 과정에서 금융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서 총파업을 결의하는 등 현장의 투쟁열기를 점차 높여 나갔다. 그러나 그러한 현장의 투쟁의지는 개량주의 지도부의 잘못된 투쟁기조와 교섭에만 매달리는 식의 실천에 의해서 번번이 좌절되었다.
금융부문의 노동자대오는 한국노총 산하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산하의 사무금융연맹 정도인데, 실제 핵심투쟁기조 - 관치금융 철폐, 일방적 강제적 인수합병 반대 - 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들의 관치금융 철폐 요구는 자본과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 원칙에 따른 상시적 구조조정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고, 일방적 강제적 인수합병 반대는 노사정위원회의 금융부문구조조정특위에 참가나 노정교섭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참여적 인수합병의 외양을 띠면서 실효성이 없어지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실제적으로 일방적 강제적 인수합병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의 요구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배제”하지는 않으면서 끊임없이 투쟁들을 교란시켰다. 이리저리 시간끌기식으로 나오다가 투쟁이 격화되면 인심이라도 쓰는 듯이 ‘이러저러하게 하겠다’는 공수표를 남발하면서 총파업을 철회시켰다. 따라서 위의 투쟁기조는 애초부터 그것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켜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장의 요구와도 동떨어지는 것이었다.
또한 투쟁과정에서도 현장노동자들의 투쟁의지를 끌어올리는 투쟁들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을 원했고, 이는 이들의 투쟁기조 ‘일방적 ~ 반대’라는 표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 2차 구조조정 시기의 7월 11일 하루파업은 당일 노정합의에 의해서 몇 시간짜리 보여주기식, 압박용 파업으로 전락하였다. 노정합의 당시 금융노조는 “강제합병은 없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이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자화자찬하였으나, 같은 해 12월 정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강제”적으로 국민은행 - 주택은행 합병을 밀어붙였다. 이에 지도부는 노정합의 준수를 요구하면서, 현장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돌입했으나, 자본과 정부는 파업돌입 7일 만에 헬기까지 동원한 공권력 투입으로 화답했다. 금융노조는 곧바로 전체 총파업을 폐기하면서 적들에게 투항했고 아무런 성과도 내오지 못한 채 곧바로 모두 구속되었다.
6-7년에 걸친 투쟁을 겪으면서 이러한 오류와 지도부의 배신의 결과는 참혹했다. 생존권의 문제는 뒤로 한 채, 시민단체에서나 요구하는 모호한 투쟁기조로 일관한 결과, 대다수의 금융권 노동자들의 처지는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정부는 3차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아무 거리낌 없이 계속 한 편으로는 정리해고, 명예퇴직을 들이밀고, 다른 한 편으로는 노동조건 개악을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의 대응은 달라진 것이 없다.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금융산업의 공공성 확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확보, 금융기관별 특성에 맞는 전문성 확보, 독과점으로 인한 금융시장 교란 해소, 외국계 자본에 의한 금융산업의 종속 배제, 금융노동자의 생존권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7일 ‘한국투자증권, 대한투자증권의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을 제안하면서 공적자금 회수 최대화 원칙, 증권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고용 및 신분보장 원칙, 국가이익 극대화 원칙을 3대원칙으로 제시하였다.
계급사회인 자본주의 국가에서 국가이익 극대화라든지, 모호한 공공성은 절대로 피착취 계급인 노동자의 이해를 담보할 수 없다. 언제 자본과 정부가 국가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는가? 지금의 구조조정이 바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4. 구조조정 분쇄! 생존권 사수! 투쟁을 조직하자!!
올 초 외환카드가 200여명을 정리해고 하는 과정에서 현장노동자들은 죽기살기로 열심히 투쟁했다. 그러나 지금 현장은 사실상 정리해고에 합의한 지도부들의 잠정합의, 이면합의로 거의 죽어버렸다. 현장노동자들을 배신하고, 자신들을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려 했던 개량주의 지도부들은 자본으로부터 뒷통수를 맞게 되자, 정리해고 분쇄 투쟁을 부르짖었지만, 이미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자신들이 이용당했다는 생각, 열심히 투쟁해도 안된다는 생각, 괜히 피해만 볼 수 있다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깔려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외환카드 투쟁에서 현장조합원들이 보여준 뜨거운 투쟁열기에 주목해야한다. ‘더 이상 속수무책으로 잘려나갈 수는 없다’는 인식과 ‘정리해고 분쇄!’라는 생존권적 요구는 곧바로 투쟁으로 조직되었다. 이미 노무현은 참여정부 1주년 국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제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G카드는 200명,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과 합병하면서 700명을 짤라버렸다. 비정규직의 경우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지난 한해 삼성카드는 1,87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LG카드는 무려 4,900명을 줄였다.
은행권도 여전히 상시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으며, 증권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제라도 투쟁기조를 명확히 하고, 생존권적 요구에 기반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협상 테이블을 요구하는 수준인 ‘일방적인 구조조정 반대!’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구조조정 분쇄!’ 투쟁을 조직하자. 또, 해외자본의 투기성만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현 시기 금융자본이 갖는 일반 특성이며, 국내 자본 또한 마찬가지다. 민족주의에 근거한 투쟁의 패배는 이미 금속에서도 여러차례 증명된 바 있다.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기반한 투쟁을 조직하지 않는 한, 이 투쟁은 승리할 수 없다. 적들의 공격은 명확하다. ‘정리해고 분쇄! 생존권 사수!’ 투쟁을 조직하자. 그럴 때만이 현 시기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브릿지증권 지부의 자본유출 저지투쟁이나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주식 매입 반대 투쟁은, 그밖에 증권사들의 투쟁은 모두 생존권 사수 투쟁으로 재조직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장 현안이 걸려있지 않은 사업장들도 언제라도 짤릴지 모르는 항상적인 위협에 시달리면서, 임금, 노동조건 등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며,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인해서 초죽음이 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분쇄! 생존권 사수!’ 투쟁만이 전체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올바른 투쟁기조이다. 동지들,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지금까지 자본과 정부에 의해서 성공적인 케이스로 꼽혀왔던 금융부문 구조조정 공격에 파열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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