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연재1)>
자본주의 파국과 사회혁명의 전조!
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
1. 서론
탄핵 이후에 쏟아지는 대중들의 불만은 표적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당하는 생존의 위기와 고통을 노무현 정권과 자본주의 체제를 향해 터뜨리지 않고 지배계급 내의 반동적, 극우적 일파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쏟아 붓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왜곡되고 빗나간 대중들의 불만과 고통의 진정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밝히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오늘날 계급적 정치세력들의 임무이다.
‘민생파탄’이라는 대중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실업문제이다. 이미 실업을 비관하여 자살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업이라는 광범위한 사회현상은 이태백, 삼팔육, 사오정, 오륙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공식통계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실업의 실제 양상
2003년, 2004년 현재 전체 실업률은 3.4%, 3.2%에 달하고 있다. 특히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신규실업자 수치인 청년실업률은 2003년 12월 현재 8.6%로 악화되고 있고, 2004년에는 9.1%에 달한다. 그런데 공식실업률이 1998년 7.0%, 1999년 6.3%, 2000년에는 4.1%에 달하는 것을 볼 때, 실업은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들 왜 그렇게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는가?
그것은 “2003년 기준 취업자 수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3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실업자 수도 작년보다 6만 9,000명 늘어”나면서 고용전체의 양상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피부로 느끼는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온전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왜냐하면 정부의 공식 실업률 통계는 “조사 대상 -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와 가족을 위해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가족종사자, 일자리를 찾다가 결국 포기한 실망실업자”를 실업자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고 일자리를 잃고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비경제 활동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발표하는 실업자 통계는 실제보다 현저히 낮다.
실제 2003년 11월 현재, “교육부가 전국 145개 4년제 대학의 취업현황을 조사한 결과 군 입대와 대학원 진학자를 제외한 대졸자의 실제 실업률이 약 46%” 로 나타났다. 고졸자의 경우에는 대졸자보다 실업률이 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보다 실업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하지만 15세 이상 경제활동 인구 중 고용률은 미국 76%, 유럽연합(EU) 평균 64% 인데 비해 한국은 59.7%(CEO Imformation, 2004.2.11 제437호)에 달해 실업통계가 현실의 심각한 실업양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최근 들어서는 ‘고용 없는 성장’의 양상도 보이고 있다. 98년에 실업률 증대는 마이너스 성장의 결과이지만 2003년에는 2.7%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취업자 수가 전년에 비해 3만 명 줄었고, 특히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01년 이후 연속 3년 감소세에 있다. 총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1989년 27.8%에서 2003년 19.0%로 하락하였다.(같은 자료)
이 ‘고용 없는 성장’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2001년 11월 이후 최근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72만개의 일자리 수가 감소했고 2003년 현재 188만 여명이 일시해고를 당하였다. 유럽은 이미 90년대 전반에 ‘고용 없는 성장’의 양상을 보였고 유럽연합(EU) 15개국의 2002년 실업률이 7.8%에 달하고 있고, 보통 10%대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자본가들은 항상 성장을 해야지만 고용이 늘어난다고 선전했는데 ‘고용 없는 성장’의 양상이 나타나자 당황하고 있다.
3. 왜 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의 양상이 나타나는가?
자본주의에서 실업은 필연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본의 착취를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자본은 노동자를 착취해서 나온 잉여가치를 통한 자본집적과 자본을 인수․합병하는 자본집중으로 확대재생산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 간의 격렬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새로운 기계와 생산방법, 자동화를 도입하여 가능한 노동력을 적게 고용해서 보다 많은 생산을 하려고 한다. 결국 이로 인해 생산수단에 비해서 노동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것을 자본은 ‘생산성 향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혁신된 생산력을 도입한 자본가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착취도를 높여 단위 시간당 더욱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단위 상품의 개별 가치를 줄여서 자본가는 특별 잉여 가치를 얻는다. 자본 사이의 치열한 경쟁에 의해 타자본가들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상품 가격 전반이 저렴해지면 노동자들이 임금으로 구매하는 생활수단의 가격이 저렴해진다. 자본은 이를 근거로 노동자의 임금을 하락시킨다. 그래서 자본은 이윤을 증가시킨다. 또한 자본은 새 기계와 혁신된 생산방법을 도입해서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저항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자본주의 축적법칙에 의해서 총 투하 자본 중에서 노동력에 대한 생산수단의 투입 비율은 점차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생산수단이 늘어나는 것에 비하여 노동력이 늘어나는 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이것이 자본주의에서 실업이 발생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자본주의에서 실업자들은 산업예비군(상대적 과잉인구)으로 불린다. 이 산업예비군의 존재는 취업해 있는 노동자들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임금인상 요구를 무력화시켜서 노동자를 길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자본은 실업문제를 은폐하고 실업이 모든 생산양식에서 나타나는 영원불변한 자연법칙으로 간주하도록 하기 위해 ‘자연실업률’이라 하고, 이 상태를 ‘완전고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미국에서 ‘완전고용’의 비율은 1950년대에 3%에서 1980년대에는 5%, 1990년대 중반에는 6%로 높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초기에 새로운 기계의 도입으로 작업장에서 강제로 쫓겨나는 노동자들은 공장에 불을 지르고,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으로 자본에 저항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새로운 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서 새로운 고용이 만들어졌다. 실업기간 동안 노동자들은 굶어 죽고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에 재취업될 수 있어서 전반적인 실업률은 낮았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사회적 생산력의 전반적인 발전으로 신규산업이라 할지라도 최초 투하 자본 중 생산수단에 대한 노동력 투입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 즉 최초 투하 자본의 크기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한다. 이로 인해 신규산업 규모의 경제는 고용되는 노동자의 절대 수는 늘어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산업이 신규 고용하는 노동자보다 기존 산업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줄어드는 노동자의 비율이 더 높다. 따라서 발전한 자본주의에서 실업문제는 더욱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 미국, 일본 등 고도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실업문제가 더 심각하게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실업률은 낮다고 하지만 이미 1993년에 실망 실업자와 통계에서 제외된 무직자를 합치면 7.5%나 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본축적이 양적으로 급속하게 이루어진다면 생산수단에 비해 노동력 고용의 상대적인 비율은 줄어들지만 절대적인 고용은 늘어날 수 있다. 또한 노동력의 절약보다 기계 가치의 급속한 감소로 생산수단의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적 상쇄경향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실업률 확대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자본의 규모가 커지고 생산은 늘어나는데 고용이 줄어드는 ‘고용 없는 성장’의 양상은 과학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고, 결국은 노동자 없는 공장 즉 무인공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향후 30년 이내에 세계 전체 수요에 필요한 모든 재화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현 세계 노동력의 단지 2%만 필요하게 될 것이다.”
“조만간 모든 공장들이 완전히 자동화될 것이고, 아마도 향후 20～30년간에 사람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공장들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물론 자동기계 제작 노동자, 무인공장 관리 노동자, 기계 시스템 보전 노동자(이것도 지능로봇이 출현한다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완전 무인공장은 현재로선 있을 수 없으나 자동화로 실업의 위협 앞에 놓이게 되는 현재와 미래의 노동자의 처지는 더욱 더 암담해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현재 미국 대선 정국에서 북미자유무역협상(NAFTA)으로 인해 저임금을 쫓아 산업이 해외로 이전되면서 미국 국내의 실업문제가 더욱 더 심각하게 되었다는 주장으로 자유무역 대 보호무역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 미국은 ‘인권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국 내의 임금수준과 복지비용을 높여서 ‘공정한 무역’을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 노동자들이 자동화로 인하여 직업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던 1950년대와 1960년대 동안에 팽배했던 우려가, 현재 제조 부문의 일자리 상실이 국제 경쟁력 때문이라는 선입견보다는 훨씬 진실에 가깝다.” (같은 책)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저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저임금으로 인해 생긴 산업이전을 실업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생산투자의 가장 큰 부분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간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때에도 이것이 실업의 주요한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 같은 미발전한 국가는 임금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프라(사회적 생산기반)와 상품시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투자위험이 높기 때문에 생산투자가 낮다. 하지만 최근에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같은 거대한 잠재력이 있는 국가들로 생산이전과 신규투자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공동화로 발생하는 실업양상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03년 현재 한국 수출 증가분의 36%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고, 인도 경제는 2003～2004 회계연도 3/4분기 동안 중국보다 높은 10.4%의 성장률을 기록했음을 볼 때 이들 국가들이 시장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서 생산수단(불변자본)에 대한 노동력(가변자본)비율축소와 ‘고용 없는 성장’의 구체적 현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의 발전에 따라 가변자본에 대한 불변자본의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광업의 경우에는 “1999～2001년에는 주로 30% 전후의 가변자본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해(2002년)에는 가변자본이 26.3%로 최저치를 기록한데다 그 전해에 비해 급속히 감소할 것이 눈에 띈다.”
제조업에서는 “가변자본의 비율은 1970년대 말인 1978년에 13.8%로 정점에 달하고, 10년 후인 1988년에 13.7%로 다시 최고치에 달했다. 가변자본의 이러한 높은 비율은 1996년까지 지속되지만 1988년을 정점으로 1999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기, 가스 및 증기업에서는 “1970년대에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던 가변자본은 1991년에 15%로 최고치에 이른다. 이후 2002년까지 가변자본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김만수, 실업사회) 이러한 국내산업의 자료를 볼 때, 취업자 수는 초기에는 절대적으로 증가하지만 이후 생산수단의 증가에 대한 취업자 수의 상대적 비율이 줄어들다가 최근에는 절대적 숫자도 줄어드는 양상을 일부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산업이 고도화되지 않은 광업, 어업과 건설업의 경우에는 아직도 가변자본의 비율이 타산업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변/불변자본의 비율은 가변자본에 의해 고용되는 비정규직 문제 같은 고용의 질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예를 들어 가변자본이 증가한다고 해도 그것이 비정규직의 급격한 확대와 정규직의 부분적 감축의 결과일 수가 있다. 또한 가변자본에는 상위관리 계층의 자본소득을 제외한 급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소득증가에 의해 가변자본이 증대했을 때 노동자의 고용상태를 왜곡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생산수단에 대한 노동력 사용의 저하로 인해 나타나는 고용감소와 더불어 중국, 인도, 동남아 등지로의 산업이전에 의한 실업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공동화는 주로 섬유․전자 같은 노동력 비중이 높은 중소사업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상대적 과잉인구가 취업 노동자에 대한 압박수단이었듯이 최근에 자본은 산업이전을 무기로 고용을 위협하고 임금삭감과 노동자 통제를 가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양상은 취업계수(실질 GDP기준, 10억원당 취업자 수)와 고용탄성치(GDP성장률 대비 취업자수)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취업계수는 44.7명으로 80년대 93.3명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하락하였고 고용탄성치는 70년대 0.46에서 80년대 이후 0.33수준으로 정체하고 있다. 남한에서 ‘고용 없는 성장’은 국내소비가 감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가능했다. 2003년 내수는 1/4, 2/4, 3/4 분기에 0.7, -2.2, -1.9%인데 비해 수출은 각각 20.7, 14.4, 16.0%의 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국민계정)
수출취업유발계수(생산액 10억원 당 필요 취업자수)는 1990년에 비해 2000년에 51%나 줄었다. 따라서 수출에 의존하는 ‘고용 없는 성장’은 결국 성장마저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성장이 해외시장의 변동에 위태위태하게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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