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탄핵국면은 어디로 갈 것인가?
1. 갈 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
남한 사회는 탄핵이라는 말로 도배되었다. 설마 했던 탄핵은 현실로 나타나서 남한 사회전체에 강력한 충격과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자고 일어나서 가장 많이 보고 듣는 것이 ‘탄핵’이라는 말이다. 탄핵과 관련된 직접적 당사자인 청와대와 열린 우리당,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부, 다양한 시민단체, 학계, 문화예술단체, 민노당과 민주노총, 노힘과 사회당, 6.15선본과 한총련, 민중연대가 탄핵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탄핵은 남한 자본주의 사회를 분열시키고 모으고 대립시키고 있다. 남한 자본주의사회의 계급과 계층과 세력들의 입장, 역량, 성숙도, 현재 상태를 왜곡되고 복잡한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아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탄핵정국을 심도 있게 관찰･분석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단순하게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문제’ 또는 ‘총선문제’로 국한시켜 보아서는 안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탄핵문제에 대응 했는가’라는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도와 목적의 배후에서 작용한 것과 그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작용하는 정치적 효과가 중요하다.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의도를 따라가면 결국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부르주아 정치의 리듬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 어릿광대가 되고 말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세력의 논리를 중심으로 사회정치적 쟁점이 형성되고 부르주아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줄서기가 이루어질 것이다. 씁쓸하게도 현재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쉬지 않고 여론조사의 결과와 여론의 상태를 보도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행보와 표정을 보도하고 있다.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연일 보도하고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총선 전에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처리와 결정을 요구하고 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총선 후의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총선연기론이 흘러나오고 이에 대하여 열린우리당은 총선연기론 음모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총선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와 부르주아 정당의 상태와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부르주아 정당과 부르주아 언론이 총선을 중심으로 탄핵정국을 배치하고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총선을 통해 부르주아 국가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세력이 결정되고 총선의 결과가 헌재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근본적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세력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탄핵은 ‘단순히 부르주아 선거용’에 불과하다고 보고 탄핵정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부르주아 선거용’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부르주아 정당의 의도와 목적에 시각을 맞추는 것이다. 즉 부르주아 정당과 탄핵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부르주아 정당과 정반대이다. 탄핵은 단순히 부르주아 정당들의 선거놀음에 불과하기 때문에 탄핵정국을 배격하고 노동자 대중의 독자적인 투쟁의 조직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적은 정당하다!
그러나 탄핵을 단순히 ‘부르주아 정당의 선거용’이라는 식으로 규정하게 되면 탄핵정국은 선거를 위하여 부르주아 정당이 인위적으로 연출한 일종의 ‘거품정국’이라는 식의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즉, 탄핵은 일상적 시기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깜짝 연출된 해프닝 정도로 취급된다. 부르주아 정당에 대한 反정립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부르주아 정당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아니 부르주아 정당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왜 그런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탄핵을 강행했던가에 상관없이 탄핵강행은 이미 ‘그들의 모든 것을 건 행동’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명분과 정책을 통하여 총선에서 대중의 표를 얻어 노무현 정권과 열린 우리당을 심판하는 길을 택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자신들의 힘을 이용하여 힘으로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밀어붙이는 길을 선택했다. 즉, 직접적인 자신의 힘에 모든 것을 거는 전술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행동은 총선을 배제하거나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전히 총선의 표에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총선연기론과 이와 연결된 개헌론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내친걸음이기 때문에 있는 힘을 다해서 갈 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노무현이나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도 갈 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갈등과 투쟁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노무현과 열린우리당만의 대결이 아니라, 그 지지세력 간의 갈등과 투쟁을 유발하고, 나아가서는 잠재되어 있던 다양한 세력들의 불만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국가의 권위와 통제력의 약화와 다양한 세력들의 이해관계의 분출은 노자간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탄핵정국 직후에 주요 외신에서 이야기한 극심한 불안과 분열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결과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총선에서 모든 것을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하나는 행정부와 의회와의 계속되는 마찰과 불안한 관계는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 점을 준비1호와 2호에서 이야기하였다. 자본운동의 극심한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으로 표현되는 자본의 위기, 노동자에 대한 공격강화 곧 착취강화를 통해서만 자본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자본의 위기는 자본에게 강력한 국가권력을 요구한다. 자본의 요구를 배타적으로 직접적으로 관철시키는 강력한 국가권력을 요구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의회는 계속해서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다툼을 계속하고 그 자체가 자본축적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당리당략으로 표현되는 사적인 이해관계, 즉 직접적인 정당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여 공적권력으로서의 국가기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외피가 찢어진 사적집단으로 전락하여 사회적 조절자로서의 자본가 국가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대중에게 국가와 정치에 대한 환멸을 강화시킬 뿐만 아니라, 불만과 분노를 심화시켜 참았던 불만과 분노를 공공연한 행동을 통해 외부로 표출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행정부와 의회간의 힘의 불균형과 대치상태의 지속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되어야 한다. 이번 탄핵도 이런 연장선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탄핵은 행정부와 의회간의 불균형과 대결을 비약적으로 심화시켜서 해결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 대결구도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채만수가 이야기 하는 노무현 정권 중심의 ‘신자유주의 개혁 파시즘’이 될지, 아니면 노무현 정권을 배제한 ‘보수대연합 형태’가 될지, 그것도 아니면 기존의 정치구조와 단절한 새로운 형태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자본은 가능하면 기존의 구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불안정한 구도를 깨뜨리는 것을 원한다. 극심한 혼란을 동반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형태는 자본운동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심각하게 강화시키기 때문에 최대한 피하고자 할 것이다.
자본은 ‘신자유주의 개혁파시즘’의 형태나 ‘보수대연합’의 형태를 선호할 것이다. 보통 자본의 축적운동은 행정부와 관련성이 깊고 역할이 크고 직접적인 권력을 소유한 행정부의 편을 들어주기 쉽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에 대한 자본의 불신정도와 대중들의 분위기와 반응에 따라서는 의회 중심의 권력편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그리고 대결과 갈등이 심화되어 사회적 혼란이 심화되고 계급투쟁이 격화되어 기존의 질서와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새로운 세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길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총선에서 최종적인 마무리가 아니라 일단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지지도 분포가 나와야 한다. 최소한 “이 정도면 극심한 대결보다는 타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정도의 지지도 분포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런 황금분할(?)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현재는 매우 낮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필사의 시도를 계속하면서 한편에서는 고건을 총리로 한 ‘내각제 개헌’이나 ‘분권형 대통령제’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없어도 국정은 아무 탈 없이 잘 돌아 간다”는 것, 아니 “더 잘 돌아가지 않느냐”는 것을 보여주고, 고건의 국정수행능력이 노무현 보다 훨씬 낫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 대중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어 개헌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 노무현과 열린우리당과 그 지지세력들의 격렬한 저항과 투쟁이 일어날 것이다.
어쨌든 총선을 계기로 빚어진 탄핵정국은 그 직접적 시작과 목적은 의회주의지만 그 전개양상과 귀결은 의회주의와 비의회주의 또는 대중행동이 결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장내와 장외의 결합, 합법적인 것과 비합법적 또는 불법적인 형태의 결합형태로 탄핵정국이 전개되고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회주의는 탄핵국면에 대한 그 어떤 전체적이고 동적인 분석도 그 어떤 해답도 제공할 수 없다.
2. 되살아나는 민주 대 反민주의 망령
‘민주 대 反민주’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계기로 다 죽어가던 제국주의와 신식민지의 관계설정 즉 ‘종속성’테제, 반제설정이 새로운 생명을 얻어 기사회생하더니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다 죽었던 ‘민주 대 반민주’의 역학구도가 극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 기사회생은 특정한 현실적 계기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객관적인 근거 보다는 특정집단의 정파적 이해와 습관, 특정한 계급이나 집단의 이해와 분위기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주관주의적이고 편협한 이해관계로 현실적 분석과 전망을 대체하는 태도이다.
‘탄핵무효’를 공통분모로 “수구보수 부패정치 청산”과 “민주주의 수호”를 내걸고 있는 ‘범국민행동’에는 민주노총도 참가하고 있다. 탄핵무효와 수구보수 부패정치 청산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하나같이 ‘총선심판론’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의 일차목표는 수구보수세력을 총선을 통해서 몰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 유일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총선심판론’이다.
‘총선심판론’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입장에는 강조점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총선심판론자는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적극적 또는 소극적 형태로 엄호․지지하고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노무현 정권은 역사적으로 김영삼-김대중의 부르주아 민주주의 확대의 현실적 계승자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현실적인 대표적 인격체다. 따라서 노무현이 싫든 좋든, 밉든 예쁘든지 상관없이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자들은 수구보수세력의 공격에 맞서서 노무현 정권을 수호해야 할 사명감을 가질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많은 한계와 문제점을 가지고 잇지만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잘 키워야 할 대상인 것이다. 유시민이 노무현을 ‘미숙아’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기대가 깨지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을 키워가고 있었던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들은 수구보수세력이 노무현 정권을 공격하자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노무현 이외의 다른 대안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고 ‘노무현 대통령 살리기’에 나서게 되었다. 미움도 실망감도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뒤로 버리고 지금은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나설 때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87년 6월 민주화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자신이 그래도 속물로 살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감과 노무현 정권 아래서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범국민행동과 탄핵무효와 총선심판론에서 가장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대해야 하고 국민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탄핵무효를 주장하고 범국민행동에 참가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하나는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총은 상층부에서 관료주의적 방법으로 민노당에 대한 조직적 지지와 참가를 결의했다. 민주노동당을 민주노총의 정치적 부대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탄핵무효와 범국민행동에 참가하고 그 연장선에서 총선심판론을 주장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노무현 정권을 지지하고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 때 민노당은 정세의 중심부에서 멀어진다. 그래서 의식적인 민노당원들은 민주노총의 탄핵무효를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민주노총은 ‘비상시국대책회의’를 민노당, 전농과 함께 구성하였다. 그러나 범국민행동이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시국대책회의’는 범국민행동의 악세사리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통합하는 길 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 정권이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하고 손배 가압류 제도의 이용을 용인하고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짓밟고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노동법을 개악시킨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탄핵무효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지지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무효를 외칠 경우 “노동자 요구는 묻히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3월 16일 단위노조대표자결의대회는 결의대회가 아니라 격론의 장이 되었다. 민주노총 관료주의자들이 이 문제를 형식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정권의 양보와 노사정위원회의 위상격상 그리고 노사정위원회의 참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총의 대기업 임금동결과 중소기업 3.8% 인상에서 볼 수 잇듯이 노무현 정권이 양보할 수 있는 여력은 거의 없다.
민주노동당은 탄핵무효에 대한 강조에서 “수구보수정치청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노당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민노당은 “수구보수정치청산”을 열린우리당과 그 지지자와 같은 평화적 방식으로 외치고 총선심판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지지집회와 대중적 분위기와 행동에 파묻힐 수밖에 없다.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계급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종파주의의 노예가 된 자들이 왜곡되게 설정한 부르주아 민주주의자들의 참호이자 보호막이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의 계급적 성격을 최대한 은폐하고 왜곡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주 대 반민주 전선에 국민적인 수식어를 붙이고 이 국민적 수식어를 통해 일반민주주의적 성격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은 결국 한참 유행하고 있는 ‘국익’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겨레신문이 “탄핵무효는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의 문제이지 親노무현이나 親열린우리당과 상관없는 문제”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전선이 노무현 지지와 반대의 전선으로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은 거의 모든 지면에서 사실상 열린우리당 지지를 선동하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현재 사실상 열린우리당의 ‘기관지’이다. 그 어떤 스포츠 신문도 현재의 한겨레신문처럼 선정주의적이지는 않다. 한겨레신문은 극단적인 정치적 선정주의를 표현하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범 민주전선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한결같이 목이 터져라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그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인지 또 누구를 위한 누구의 민주주의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고 권력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反한나라당 = 민주’라는 등식이 나온다.
또 하나는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묻지 않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독단적으로 당리당략에 따라서 탄핵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사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대의정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직접 민주정치를 하기 힘든 현실에서 국회의원이라는 대리인을 통해 국민의 뜻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의원들은 민의를 겸허히 수렴해 이를 충실히 반영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다수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너무도 확연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 뜻을 외면했다”
정말 그런가?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비민주주의적인 탄핵결정이었고 따라서 국민들은 민의를 무시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탄핵 곧 총선에서 심판해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이런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부르주아 의회정치는 사설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대의정치이고 위임의 정치이다. 4년이나 5년마다 한번씩 선거를 통해서 국회의원을 뽑고 그 국회의원에게 정치를 맡기는 것이 부르주아 대의정치 아닌가? 그래서 국회의원들도 평상시에는 자기 집의 개취급도 않았던 사람들을 선거 때가 돌아오면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두 손으로 손을 잡고 깍듯하게 주인으로 대접하는 것 아닌가?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에서 주인이 주인으로 자기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는 총선이나 대선 또는 보권선거 때뿐이지 않는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들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국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그리고 국회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 이 권한은 다음 선거기간 동안은 유효하다. 이번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위임받은 권리를 행사했다. 법의 절차에 따라서 자신들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다. 따라서 절차의 문제를 가지고 反민주주의적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근거로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의 형성의 기초로 삼을 수는 없다.
이 점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에 적용해 보자.
노무현 정권은 부안에 핵 폐기장 설치를 결정할 때 부안주민이나 국민들의 뜻을 물었는가? 노동법 개악에 대해서 국민들의 뜻을 물었는가?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 국민의 뜻을 물었는가? FTA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아니 과연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의 뜻을 직접 수렴한 것이 있기나 한 것인가? 한겨레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비분강개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게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아니 이들 부르주아 정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이다. 더 나아가서 민주노총은 어떤가? 민주노총은 주요한 정책이나 결정에서 조합원의 의견을 직접 경청하고 있는가?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을 때 대의원들은 자신의 조합원들과 논의하거나 해당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투표를 하고 있는가? 아니다! 민노당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절차의 문제를 가지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돌을 던질 자격을 갖춘 세력은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세력에는 아무도 없다. 이런 문제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이고 노선의 문제이다. 사적소유의 지반 위에서 소수의 지배자들이 사회적 통합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선거’와 ‘투표’라는 형식적으로 평등한 제도를 통해서 국가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집단을 선출하고 그 집단이 아래 사람들을 임명하는 계급적 지배를 위한 위임의 정치의 문제이다. 또 기본적으로 이런 자본주의 사회의 내부에서 그 계급적 기초와 운영원리를 공유한 채 국가와 사회를 민주화하려고 하는 세력의 문제이다. 민노당의 경우는 선거주의 전략에 기초한 국가민주화 전략의 문제 곧 의회주의 전략의 문제이다. 민주노총의 경우는 ‘노자대등한 사회’를 상층부의 교섭과 타협을 중심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노자타협주의적 노선의 문제이다.
현장에서 다수의 대중을 투쟁의 주체, 정치의 주체로 세우고 이 다수의 대중이 사회전체의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대중국가의 창출과 직접민주주의의 발현 없이 국민의 뜻을 묻지 않는 국회의원의 정치 또는 대통령의 정치는 사라질 수 없다.
한겨레와 그 밖의 탄핵무효 세력이 주장하는 내용적인 문제점은 부패와 민생파탄의 주역들이 탄핵을 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패로 따지자면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도 ‘한부패’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패하지 않은 정권과 정당은 어느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우리가 지난 준비1호에서 말한 것처럼 돈의 사슬체계 곧 뇌물체계를 통해 자본과 자본가 정치권력은 서로 결합되고 자본가의 지배력이 관철된다. 따라서 부패의 문제는 어느 특정세력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전체의 문제이다.
민생파탄에 대해서 말한다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노동법 개악, 파업에 공권력 투입, 손배가압류 확대, 비정규직 확대, FTA를 통한 농민의 파산촉진을 감행한 자가 누구인가? 노무현 정권 아닌가? 열사의 지속적인 배출을 강제한 우두머리가 누구인가? 열사의 죽음에 대해 “민주적 시대에는 분신을 토해서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켜서는 안된다”며 노동자의 죽음을 조롱한 자가 누구인가?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은 독점 자본의 지배를 형식적인 민주적 방식으로 관철하는 것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에 포섭된 소부르주아지의 비현실적인 아니 반동적인 정치적 열망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국보법의 존속과 집시법의 개악과 테러방지법의 제정에서 드러나듯이 제약되고 편협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확대를 환영한다. 그러나 우리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확대를 환영하는 것은 그 자체에 고귀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 아니고 이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노동자의 계급적 고통과 불안과 분노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도 아니다. 활동의 폭을 넓히고 부르주아적 이해관계와 지배가 직접적으로 표출되어 대중의 의식화와 조직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제약을 받고 있다. 국보법의 존속과 자본주의 경제위기로 인한 자본의 요구와 지배의 직접적 성격의 강화와 전면화 시도, 노동자에 대한 공격강화, 집시법 개악과 테러방지법 제정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형식적 자유마저도 현실에서는 아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물리력을 앞세운 국가권력의 현장에 대한 탄압강화와 정치적 반동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을 이야기 하는 것은 반동적인 정치행동에 불과하다!
3. 민주노동당과 노힘의 총선입장에 대한 간단한 비평
이른바 탄핵정국이 조성되면서 민노당과 노힘을 비롯한 운동권 내부의 총선전략에 대한 평가는 부차적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비평하는데 그친다.
민노당의 총선전략은 지난 준비2호의 ‘총선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서 밝힌 것처럼 ‘어떻게 하면 의석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인가’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서 ‘평등’과 ‘자주’를 현재 대중의 상태와 구미에 맞게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탄핵국면이 조성되자 범국민행동에 참가하는 것이 좋을까 좋지 않을까를 저울질하기에 바쁘다. 대중들의 정서와 분위기와 표의 획득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모든 것을 표로 연결시키는 것 이것이 민노당의 유일하게 일관된 정치적 방침이고 행동이다. 울산 박일수 열사의 분신 대책위에서 민노당의 표 얻기에 도움이 되지 않자 분신대책위에서 발을 빼려고 한다든지 빨리 아무 일 없이 3월 중으로 정리되어 4월 ‘총선에 악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민노당의 총선에 대한 태도이다. 합리적인 정책과 부드러운 이미지 관리로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것이 민노당의 총선 태도일 뿐이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노힘의 경우는 어떤가? 노힘은 총화에서 달랑 두 쪽짜리 총선 방침을 발표한 이후에 어떤 말도 없다. 노힘다운 행동이다. 이 두 쪽짜리 총선 방침도 노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간단하게 노힘의 총선방침을 살펴보자.
“1)노동자의힘은 총선국면을 매개로 ‘개혁 대 반개혁’의 정치구도를 ‘자본 대 노동’의 정치구도로 전환시키기 위해 반제-반세계화 대중투쟁 전선의 구축에 역량을 집중한다. 그리고 노동자의 힘은 17대 총선에 ‘독자후보’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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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노동자의힘은 17대총선에서 반제-반세계화를 위해 투쟁하는 후보를 지지한다.”
“노힘은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총선’은 언제나 해당시기 정세의 정점 이었다”
“415총선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구조조정의 결과가 이 사회의 모순을 더욱 첨예화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어떠한 정치세력이 이 모순의 해결 전망을 대중적으로 제시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장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토록 중요한 총선이라면 사력을 다해서 총선에 참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독자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하니 무슨 말인가? 노힘은 “모순의 해결전망을 대중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포기했단 말인가?
노힘의 주장을 최대한 좋게 해석하면 우리는 총선이 이렇게 무지무지하게 중요하다고 보지만 힘이 없어서 독자적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총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참가해야 하고 그 방법이 “반제-반세계화를 위해 투쟁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다.
노힘의 정치적 절충주의, 실천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 선거방침이다. 노힘은 다른 당의 후보 중에서 지지할 후보가 있다면 후보의 명단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지지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우리가 볼 때는 노힘의 선거방침은 현실에서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우리의 예상이 맞지 않도록 노힘의 선거방침을 조직력을 다해서 실천하기 바란다. 그리고 검증 받기 바란다.
4. 노동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1)자본가 국가의 정치적 반동이 강화되고 극심한 사회정치적 불안과 분열이 예상되는 이 때 노동자는 명확한 정치적 독립성과 조직적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투쟁해야 한다.
2)탄핵정국에 대한 반의회주의적 입장을 분명하게 갖고 선거를 거부해야 한다.
3)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은 근본적으로는 독점자본의 지배에 포섭되고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독점자본의 지배방식의 한 형태인 부르주아 민주주의 그것도 아주 제약되고 반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와 소부르주아지의 반동적인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따라서 노동자는 민주 대 반민주 전선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그 세력을 비판하고 대중적으로 폭로해야 한다.
4)정치적 반동화가 강화되고 다양한 세력들의 충돌이 예상되는 시기에 노동자는 지역적으로 ‘정당방위대’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공권력과 용역깡패에 대항할 뿐만 아니라 반동적인 다양한 세력들의 물리적 행동에 대항해야 한다.
노동자의 조직과 노동자의 권리와 투쟁은 노동자의 조직된 힘과 정당방위대를 통하여 지킬 수밖에 없다.
5)평화주의적이고 합법주의적 태도를 경멸하고 배척해야 한다.
6)박일수 열사분신 투쟁과 이주 노동자 투쟁 그리고 주5일제를 비롯한 임단협투쟁을 결합하여 탄핵과 총선국면을 노동자의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을 전국적인 이슈로 조직해야 한다.
7)3월 13일 울산투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민주노총 지도부는 투쟁할 의지가 전혀 없다. 또 울산을 비롯해서 전국의 어떤 지역의 활동가들도 독자적인 투쟁을 조직할 능력이 없다. 전국적 또는 지역적 세력으로 전투적 현장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전투적인 현장투쟁의 경향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계급적인 노동운동을 추구하는 모든 세력들은 현장 안과 밖의 구분 없이 주요한 투쟁에 결합하기 위한 공동투쟁의 대오를 개인과 단체를 모두 포함하는 형태로 조직해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도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다. ‘해야 한다’고 느끼고 행동하고자 하는 자들이 나서서 폭로할 것은 대중적으로 확실하게 폭로하고 투쟁을 조직할 것은 확실하게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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