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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 17호] 이행기 강령과 실현조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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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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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3 19:18:02, 조회:2,170, 추천: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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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기 강령과 실현조건
1. 이행기 강령 - 혁명적인 대중의 행동강령
노동자 대중은 어떻게 계급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갈망하고 실천하려고 하는 개인이나 조직이라면 심각하고 처절하게 고민하는 내용이다.
‘어떻게’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 노동계급운동의 역사에서 치열한 논쟁과 당쟁이 벌어졌다. 당의 지도 없이 노동자는 계급의식을 얻을 수 없다는 입장과 노동자는 자발적으로 계급의식에 도달할 수 있다는 두 개의 입장이 다양한 색조를 띠면서 격렬하게 투쟁했다. 노동계급운동의 역사와 자본주의 현실은 당의 올바른 정치적 지도와 대중의 경험이 결합되어야 노동자 대중이 계급의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본의 착취가 자발적인 동의의 형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부르주아 정치와 사회문화가 동의의 형태를 취하면서 다양한 허위의식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들은 저절로 착취와 계급지배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총체적 의식을 얻을 수 없다. 동의의 문화가 대중의 내면에 “궁극적으로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하기 때문에 이 허위의식을 전복시키고 노동자 계급해방에 대한 정치적 전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대중은 불만이 있더라도 자본주의체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새로운 신념, 새로운 노동자 대중의 세계관은 대중이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당의 정치적 지도가 올바르다는 것으로 확신하게 될 때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거대한 국가와 다양한 종교, 학교, 방송과 신문, 인터넷,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부르주아 대중문화 산업이 맹위를 떨치면서 대중의 심리와 스타일을 사로잡고 조작하고(소위 유행창조) 있는 데 저절로 착취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이해와 노동자의 역사적 사명을 자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에 잡히는 것, 눈에 보이는 것, 직접 느끼는 것이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정치도 이미지가 되어버린 사회가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가? 이미지는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
노동자 대중을 어떻게 의식화 할 것인가? 어떻게 일상적 투쟁을 통하여 노동자 대중을 노동자의 권력장악의 한 길로 인도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 트로츠키의 ‘이행기 강령’이다.
경제적 위기 없이 노동자의 혁명은 불가능하다. 혁명은 무에서 주어지는 신의 선물도 위대한 천재가 고안해 낸 작품도 아니다. 대중의 집단 최면이나 정신착란이나 광기도 아니다. 객관적인 자본주의 상황, 자본주의 발전법칙으로부터 비롯된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는 거대한 자본주의 발전의 결과 위기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거대한 생산력을 파괴(낭비)하고 노동자에 대한 미친 듯한 무한 착취와 공격, 소부르주아의 거대한 파산을 통해서만 자본주의의 생명을 연장하는 신세가 되었다. 저금리, 고유가, 환율전쟁, 거대한 투기와 거품은 세계자본주의가 ‘좋은 시절’을 보내고 구조적 위기의 시기로 빠져들기 시작하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의 공황 때와 닮은꼴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 위기가 선진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세계 자본주의 전체에서 폭발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저절로 자본주의의 붕괴나 노동자 혁명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객관적 조건에 맞는 노동자의 주체적 행동이 필요하다. 객관적 조건에 맞는 노동자의 올바른 요구를 내걸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위기는 노동자의 위기로 나타난다. 자본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광란의 몸부림을 치며 노동자를 짓누를 것이고 국가권력은 노동자의 저항을 폭력으로 짓밟고 권리를 제약하고 투쟁조직을 무력화시키고 없애려고 한다. 노동자의 제대로 된 투쟁이 없으면 자본의 위기는 노동자 해방의 물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 반동으로 나타난다.
이 자본의 위기시기에 노동자가 내걸고 투쟁해야 할 행동강령, 자본의 위기를 부르주아의 정치적 반동이 아닌 노동자의 정치권력 장악과 노동자 해방의 한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대중적 투쟁강령을 트로츠키는 이행기 강령이라고 이름 붙였다. 자본주의에는 혁명적 시기와 일상적 시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 시기에서 준혁명적 시기로 이행하는 때도 있고 준혁명적 시기에서 혁명적 시기로 이행하는 시기도 있다. 마찬가지로 강령에서는 최소강령과 최대강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최소강령과 최대강령을 결합시키고 이어줄 수 있는 강령이 필요하다. 일상적 시기와 혁명적 시기를 서로 별개의 것으로 다루게 되면 최소강령은 가능한 투쟁 -최소저항 노선- 으로 변질되고 최대강령은 립서비스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자본의 위기가 심화되고 자본의 반동이 강화되는 시기에는 사회개혁이나 대중의 생활향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부르주아 국가와 소유관계 내부에서는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 대중과 소부르주아의 삶을 고통, 파산,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 던져 버렸다. 자본주의는 노쇠하여 대중의 절박한 삶의 요구조차도 들어주지 못하고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죽음에 이르는 깊은 병에 걸려 있는 상태이다. 이것은 일상적인 것과 자본주의체제가 대립하고 갈등하는 객관적 조건을 형성한다. 일상적인 것과 혁명적인 것이 교차하고 상호침투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 이런 상황은 이행기 강령을 필요로 한다.
“일상적인 투쟁 과정에서 대중이 제기하는 현재의 요구들과 혁명의 사회주의적 강령 사이에 놓인 간극을 이어 줄 가교를 발견하도록 대중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 가교에는 이행기 요구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행기 요구들은 현재의 객관적 상황과 노동자계급의 광범위한 층들이 지닌 현재의 의식으로부터 비롯해 나오며, 프롤레타리아트의 권력 장악이라는 하나의 최종 결론으로 반드시 인도한다.”(트로츠키, 이행기 강령)
2. 이행기 강령의 내용과 계급역학 관계
이행기 강령이 어떤 완결되고 굳어진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계급적 역학관계와 상황에 맞게 작성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트로츠키가 주장한 이행기 강령의 내용을 보자.
“물가-임금 연동제와 노동시간 연동제, 공장위원회의 건설과 생산에 대한 노동자 통제, ‘기업 비밀’과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 개별 자본가 집단들에 대한 수탈, 민영 은행의 수탈과 신용체제의 국가 관리, 파업 방어선 -정당방위대, 노동자 민병대 - 프롤레타리아트의 무장, 노동자와 농민의 동맹, 농민위원회를 건설하고 노동자 위원회와 동맹하여 ‘수송, 신용 대부, 상거래 운영 등 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장악’, 제국주의와 전쟁에 대한 투쟁, 부르주아 정부한테는 단 한 사람의 인력도 그리고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 군비 증강 사업이 아니라 유용한 공공사업을 실시하라! 군대와 경찰의 통제로부터 노동자 조직의 완전한 독립을 쟁취하자! ● 비밀 외교의 완전한 철폐. 모든 조약과 협약은 모든 노동자와 농민에게 공개하라. ● 노동자 위원회 및 농민 위원회의 직접 통제 하에 노동자와 농민의 군사 훈련 및 무장을 실시하라. ● 노동자 조직들이 근로 대중들 사이에서 선발한 지휘관들을 양성하기 위한 군사 학교를 창설하라. ● 공장, 광산 , 농장 등과 긴밀히 연결된 인민의 민병대로 상비군을 대체하라. 여성 노동자와 청년에게 혁명의 길을 터주자!”
트로츠키의 주장 하나 하나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겠다. 기본적인 트로츠키의 문제의식을 이해라는 것에 한정하도록 하겠다. 구체적인 주장을 지금 우리의 현실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로츠키는 자본가들이 이행기 강령에 대하여 ‘실현 불가능성’을 들어서 거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실현 불가능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니 도리어 자본주의는 경제위기와 해체, 사회적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 재앙에서 노동자 대중과 소부르주아지를 구원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은 노동자 계급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자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여 자본의 힘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장악력을 높이고 생산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서 혁명의 시기에 혁명적 역학관계를 유리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이행기 강령이 필요한 것이다.
이행기 강령은 자본의 사적 소유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고 침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은 위기의 시기에 이런 노동자의 요구를 들어줄 리가 만무하다. 따라서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시켜 나가고 자본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힘이 필요하다. 사회적 위기의 심화와 대중들의 고통과 불만 고조, 대중들의 공공연한 행동의 고양, 지배계급의 헤게모니 약화와 내부혼란이 나타나서 노동자 대중의 공세가 강화되고 계급역학관계가 현저하게 노동자 대중에게 유리할 때 이행기 강령을 걸고 투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행기 강령은 공허한 구호가 되거나 개량주의적인 경영참가로 변질되고 말 것이다.
공장위원회를 통한 생산통제의 예를 들어보자.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부르주아지가 기업 내에서 이중권력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 내에서 생산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대하여 자본가는 코웃음을 치고 무시할 것이고 만약 노동자가 행동에 나서면 강력하게 노동자를 탄압할 것이다. 일상적 시기에 자본에 굴종하는 경영참가는 들어줄 수 있지만 노동자 대중의 독자적인 행동을 통한 자본에 대한 압박으로 이루어지는 생산통제는 들어줄 리가 없다. 자본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고 자본을 노동자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을 어떻게 들어줄 수 있겠는가? 따라서 노동자의 독자적 행동과 힘을 통한 기업 내부에서의 생산통제는 자본가 계급과 국가에게 계급역학관계가 뚜렷하게 불리하고 변화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핵심 성격상 이 체제는 일시적이며 이행기적 입니다. 즉, 부르주아국가가 급격히 동요하고 노동계급이 공세에 나서면서 자본가 계급이 후퇴하는 시기 즉, 말 그대로 노동계급 혁명기에나 존재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가 자기 공장에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자기 국가의 주인 노릇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즉, 공장 내의 이중권력 상황은 국가의 이중권력 상황과 같이 등장합니다.”<트로츠키, 노동계급에 의한 생산의 통제>
이행기 강령은 이행기에 노동자 계급대중이 내걸고 투쟁해야 할 강령이지 아무 때나 깃발에서 휘날리는 투쟁강령은 아니다. 노동자 계급대중 전체가 대중투쟁을 통하여 이행기 강령을 경험하게 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과 적대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힘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가지고 당의 지도력을 받아들여서 해방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행기 강령을 내걸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선진 노동자들은 당의 기간대오로 활발하게 들어온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더불어서 일상적 시기에서 준혁명적 시기로, 준혁명적 시기에서 혁명적 시기로 이행하는 시기에 맞는 강령, 대중의 의식을 성숙시키고 대중의 단결을 촉진하고 혁명의 성숙을 돕는 강령이 이행기 강령이다.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과 그 적용은 일상적 시기에서 준혁명적 시기로 이행하는 과정도 포함하지만 공장위원회에 의한 생산의 통제 즉, 경제적 이중권력의 형성에서 정치적 이중권력의 형성으로 발전하는 시기에 적용되는 이행기 강령은 준혁명적 시기에도 적용된다.
3.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자.
우리의 현실은 자본의 구조적 위기는 지속되고 있지만 이 위기는 일상적 시기에서 준혁명적 시기로 발전하는 조건에 있지 않다. 지금은 자본의 반동의 강화, 굴종적 사회적 합의주의의 급속한 확대, 노동자 대중의 의기소침과 자신감 결여, 대공장 노동자의 굴종적 또는 방어적 실리주의 정서의 확대와 대공장 노조 지도부의 어용화 확대, 노조 지도부 및 활동가와 노동자의 간극 확대,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절, 자본의 권력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태는 트로츠키가 말하는 이행기 강령을 전반적으로 내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자본주의 위기와 노동자의 삶의 대립을 통하여 자본주의가 노동자의 절박한 삶의 문제조차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단결과 힘과 행동을 통해서만 노동자를 고통과 의기소침과 암흑의 미래에서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남한 자본주의 정세와 이행기 강령의 적용 사이의 괴리와 그 현실적 적용에 대하여 좀 더 설명하겠다.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의 고통과 불만, 분노의 누적과 확대 그리고 적극적인 대중행동으로 나타나고 자본가 지배계급의 내부에서는 자본의 위기에 대한 책임과 대안을 놓고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노동자의 분노와 저항에 놀라서 허둥대는 상황에서 이행기 강령은 노동자의 투쟁의 방향과 목표를 알려주고 올바른 투쟁방침을 통하여 전위의 지도력을 급격하게 대중적으로 강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계급적 역학관계는 자본의 위기가 노동자 투쟁의 고양과 자본의 힘의 약화와 혼란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자본의 반동적 공세의 강화와 노동운동의 위축과 혼란 그리고 후퇴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행기 강령을 형태적이고 문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도식적인 전술태도이자 교조주의적인 트로츠키 따라하기다. 그 실천적 귀결은 비현실적인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구호주의와 노자협조주의적인 경영참가, 대중의 주체적 투쟁이 전혀 뒷받침 되지 않는 정책 대안 투쟁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행기 강령은 부르주아의 합법적 틀 안에서는 부르주아지가 수용할 수 없고 노동자가 관철시킬 수도 없다. 철저하게 노동자의 힘과 공세적 투쟁을 통해서만 이행기 강령을 자본에게 강요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계급투쟁의 쟁점을 대중적으로 부각시키고 계급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촉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행기 강령은 자본의 위기시기에 노동자의 공세적 투쟁이 계급역학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는 계급투쟁의 이행기에 제기할 수 있는 일시적인 강령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현재 남한의 계급투쟁 상황은 이행기 강령을 내걸고 공세적으로 계급투쟁을 전진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이나 부분적인 형태로 이행기 강령에 속하는 입장을 대중적으로 제출하지 못하거나 제출해서는 안되는가? 아니다. 현실의 계급투쟁을 무미건조하고 고정불변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은 현재의 수세적인 상황을 변화시키는 대중적 수단과 무기로 적극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자본의 위기가 지속되고 그것이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노동운동을 질식시키고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서 일상적 시기를 준혁명적 시기로 이행시킬 수 있는 대중적 투쟁강령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대중의 전위가 되고자 하는 세력들은 이런 투쟁강령을 일관되고 발전적으로 제출하여 대중자신의 투쟁경험을 통해 그 올바름을 인식하도록 할 때 써클적 한계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대중의 절박한 삶의 문제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명확하게 대립시키고 계급투쟁 전선을 형성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리고 대중의 행동을 조직할 수 있는 요구를 제출하는 것이 이행기 강령의 현실적 형태이다. 또는 현실적 조건에 맞는 부분적인 이행기 강령이다.
현재 여기에 적합한 요구는 구조조정분쇄와 비정규직 철폐이다! 구조조정 분쇄 투쟁을 매개로 자본주의의 위기와 적대성, 무능력함을 노동자 대중이 느끼게 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통해 자본은 실업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반(半)실업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량으로 양산하고 확대하는 것을 통해서만 자본의 삶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노동자가 살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노동자 대중이 자각하도록 도와야 한다. 전쟁반대 투쟁을 노무현 정권에 맞서는 반자본주의 투쟁으로 조직해야 한다. 세계자본주의 위기와 연결된 세계 제국주의 강도들의 연합을 폭로, 타격하고 자본주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이 때 우리의 투쟁은 남한의 총자본의 대표로 세계 강도연합에 참가하고 있는 노무현 자본가 정권에 대한 폭로와 공격에 집중되어야 한다.
현재 현장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곧바로 전국적 투쟁을 조직하려고 하거나 노동자의 단결전선을 형성하려고 하는 것은 되려 현장투쟁을 방기하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전국전선이 몇몇 활동가들의 모임으로 나타나면 계급의 전위가 되고자 하는 세력들의 권위와 대중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 현장투쟁의 조직화에 중심을 두고 전국적 전선에서는 현실적인 활동역량을 고려하여 전국적 쟁점이나 투쟁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고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현장에서의 투쟁은 공장점거투쟁이 되어야 한다. 공장점거투쟁은 공장의 주인과 자본주의의 참다운 주인이 누구인지를 뚜렷하게 해서 자본의 위기를 폭로하고 계급투쟁의 전국적 확산과 격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노동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공장점거투쟁은 남한 노동운동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자 힘이었다. 그리고 공장점거투쟁은 세계노동운동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노동운동의 후퇴, 부패와 더불어서 공장점거투쟁이 약화되고 철도투쟁에서 보는 것처럼 노동조합주의적 버티기 전술인 ‘산개전’이 유행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운동의 퇴보에 부응하고 촉진하는 전술이지 자본의 위기시기에, 반동의 시기에 자본의 위기와 반동성을 폭로하고 뚫고 나가는 전술이 아니다.
공장점거투쟁과 더불어서 자본의 용역깡패와 구사대, 공권력에 맞서서 정당 방위대를 조직하여 노동자의 힘을 결집해 사기를 진작시키고, 자본과 그 주구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사기를 약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노동자의 힘을 결집하여 보여주는 것이 자본의 위기 시기에는 중요하다. 노동자가 주도하여 혁명의 이행을 촉진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는가!
현재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을 우리의 현실에 적용하는 데 가장 커다란 문제는 일상적 활동과 투쟁이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료주의자들은 사회적 합의주의에 따라서 현장과 괴리를 추구하고 있다. 관료적 산별노조 건설과 의회주의 정당인 민주노동당 강화로 현장투쟁을 대체하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은 의기소침하여 대중의 상태를 근거로 현장활동의 활력과 의욕, 자신감을 잃고 현장활동가 끼리 이슈투쟁을 하거나 이슈가 있을 때만 현장을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상적 투쟁을 노동자 권력투쟁, 노동자 해방의 투쟁으로 모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속적인 선전, 선동사업을 조직하고 노조집행부와 조합주의자들 구체적인 투쟁요구를 통하여 부단히 압박하고 폭로해야 한다. 현장의 공동투쟁 조직화를 통하여 전투적인 활동가들을 규합하고 새로운 활동가들을 발굴해야 한다. 핵심적인 활동가들의 결집과 일상적인 투쟁의 조직화, 현안투쟁을 통하여 현장에서 이행기 강령투쟁을 실천할 수 있는 현장조직을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강령이 노동자의 현재 의식에 영합해야 하는지 아니면 현재의 객관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강령은 노동계급의 후진성 보다 이 계급의 객관적 임무를 표현해야 한다. 강령은 후진성을 극복하고 제압하는 도구이다.”<트로츠키>
‘현장권력 쟁취’는 오늘의 우리 현장의 상태에서 이행기 강령의 문제의식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강령이다. 현장권력 쟁취 투쟁은 일상적 현장투쟁의 조직화와 공장점거투쟁과 결합시킬 수 있는 구호이다. 현장의 공백이 발생하고 운동세력들이 현장에서 눈을 돌리고 발길을 돌리고 현장을 자본의 아가리에 방치해 놓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권력쟁취는 대중적 투쟁의 방향과 집중지점, 힘관계의 변화의 핵심지점을 보여줄 수 있다. 현장권력 쟁취는 이런 대중투쟁의 수준에서 관점에서 제기한 것이다. 대중이 스스로 제기하고 투쟁해 온 것 그러나 이제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고 있는 대중의 전통을 새롭게 복원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권력 쟁취를 현실에서 노동자가 권력을 장악하기 전에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거나 노동자의 권력장악을 대체하는 요구나 투쟁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 이런 입장은 두 가지 오류를 저지른다. 하나는 공장위원회에 의한 생산통제를 소비에트에 의한 권력장악과 대립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사상적 문제이다. 공장위원회는 개별 공장에서의 노동자의 생산통제를 조직하는 대중투쟁 기관이자 노동자의 전국적 권력장악을 촉진하는 대중투쟁기관이지 소비에트와 대립하고 대체하는 조직체가 아니다. 그리고 공장위원회에 의한 생산통제는 사적 소유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에 참가하는 것이다. 공세적이고 노동자가 주도하는 형태로.
다른 하나는 현장권력쟁취는 하나의 대중투쟁의 과정이자 투쟁의 결과로 완성되어야 할 목표이지만 현재 계급투쟁 상황에서 공장위원회를 대중투쟁을 통하여(예를 들어 공장점거투쟁) 건설하거나 노동자가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건설 가능한 투쟁목표로 삼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실현 가능성 문제이다. 따라서 현장권력 쟁취는 제한적이고 대중적 차원에서 그 위상을 설정하고 제출하고 추구해야 한다. 현장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선전, 선동하고 과감하게 현장투쟁을 조직해 들어가는 것으로 ‘현장권력 쟁취’라는 요구를 현실화해야 한다.
오늘의 남한 계급투쟁 상황에서 이행기 강령은 창조적으로 계급투쟁을 연구하고 대중투쟁의 경험을 통하여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지 갖다 쓰기만 하면 되는 완결된 그 무엇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트로츠키의 말을 함께 나누자.
“현실을 직시하며, 최소저항선을 찾지 않으며, 사물의 이름을 올바르게 부르며, 아무리 쓰디써도 대중에게 진실을 말하며,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큰 일 뿐만 아니라 작은 일에도 충실하며, 강령을 계급투쟁의 논리에 일치시키며, 행동으로 떨쳐 일어날 시간이 왔을 경우 대담성을 발휘하는 것”(같은 책)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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