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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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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3:45:51, 조회:2,189, 추천: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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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무쟁의 타결’의 의미
지난 1월 임금저하에 맞서 성과급지급을 요구하며 파업투쟁을 했던 현대차 노조가 이번 임단투에서 무쟁의 합의했다. 지난 1월 파업에서도 극우세력들이 현장까지 조직화되고 시민단체까지 동원하여 안팎에서 파업 파괴를 시도했다. 이상욱 집행부는 지난 7월 FTA반대 금속노조의 정치파업 조직과정에서도 극우 어용들의 파업반대 움직임을 의식하면서 금속노조 중앙위에서 파업 절차에 대한 해석 운운하면서 문제제기를 했다. 그리고 금속노조의 지침으로 하는 파업을 하기로 했지만 결국 어용과 여론의 거센 공격에 밀려 파업을 대폭 축소했다. 1월 성과급투쟁 직후에도 노조는 박태주 등을 끌어들여 노사전문위원회를 꾸리면서 ‘공정한 임금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하더니 7월 정치파업을 마지못해 한 이후에도 적법한 절차와 내용으로 신중하게 투쟁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결과는 임투 무쟁의 합의였다.
물론 무쟁의 과정에서 어용들의 준동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홈피 게시판 등에 현장 조합원들 이름으로 올라오는 파업 반대 글들은 사측에 의해 집중 조작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용들에게 현장이 많이 휘둘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어용의 준동이라는 정세적 변화에 대해서 현장활동가들과 지도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목적의식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에 있다. 임투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울산 1공장에서는 생산량 노사합의를 회사가 어긴 것에 대해서 1공장 자체적으로 파업을 결의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구 파업을 하면 금속산별노조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금속노조의 중재에 결국 1공장 파업은 유보되었다. 지난 2001년 이상욱 집행부가 전국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현장의 준비부족을 이유로 파업을 철회해서 전국전선에 찬물을 끼얹었을 때 집행부를 배출했던 민투위 현장조직은 전국의 동지들에게 백배사죄했다. 하지만 이번 무쟁의 타결에 대해서는 함께 집행부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파업을 하지 않고도 파업을 무기로 실익을 얻었다고 자찬까지 하고 있다.
“성과물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사측을 압박하여 성과물을 이끌어 낸 중앙쟁대위의 투쟁전술에 많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 교섭결렬을 선언하고도 계속적인 실무협의... 조합원들에게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여론몰이를 대비한 사전준비 등... 파업에 돌입하지 않고 임단투를 쟁취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노동자들의 무기인 파업을 이용해 최대의 성과를 올린 결과다. ... 다수의 조합원들이 올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만큼, 이번 임단투 결과를 폄하하거나 퇴색시켜서는 안될 것이다.”(현자 민투위 9.11)
한편 현대차 뿐만 아니라, 작년 산별노조로 대거 전환한 완성차 노조들이 올해 산별노조의 기업지부들로서 하는 첫 임투는 우리 현장조직력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무쟁의 노사화합 기조로 합의하거나(쌍용차) 혹은 형식적 파업투쟁 후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대한 부담으로 서둘러 임투를 종결하거나 아무 쟁점도 형성하지 않고 임금합의에만 집착했다.
GM대우나 기아차 모두 임금요구안 외에도 쟁점이 없지는 않았다. 고용안정 구조조정에 관한 사항이나 모듈화, 외주화에 대한 대응 등 중요한 현안문제들이 공통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노사협조주의, 교섭주의적 관료들은 주요 현안 쟁점들을 요구안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거나 아예 임투와 분리시켜 별도 노사협의로, 그것도 물밑으로 해결하려 했다.
그리고 이런 양보교섭으로 잠정합의했을 때에도 예전 같으면 현장에서 설명회와 토론이 진행된 후 찬반투표 총회를 진행했겠지만 올해는 현장에서 토론할 겨를 없이 바로 총회투표가 진행되었다. 물론 급작스런 상황에서 부결투쟁을 하기도 힘들었겠지만, 부결투쟁을 조직한 현장조직들은 거의 없었던 것이 올해 완성차 임투의 특징이다. 기아차의 경우도 1차에서 부결되었지만 곧 성과급 일부 인상으로 2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다. 이는 1차 합의에 대해서 현장에서 활동가들의 목적의식적인 부결선동과 함께 반대가 조직되었던 것이라기보다는 한번 더 밀어부쳐서 임금 조금 더 얻어내자는 정도의 현장정서가 컸던 것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 노조들의 올해 투쟁과정에서 우리는 현장에서의 어용의 준동뿐만 아니라 그러한 현장을 재조직해야 할 현장활동가들의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완성차 기업지부들이 이미 전국적인 투쟁전선과는 아무 상관없이, 혹은 오히려 전국적 투쟁 정세에서 찬물을 끼얹는 양보교섭들로 임투를 정리할 때 현대차지부의 임투가 시작되었다. 현대차 지부는 기본급 인상과 ‘순이익’에 대한 성과급, 그리고 정년 2년 연장을 요구했다. 합의된 내용 역시 임금인상과 함께 성과급과 타결금, 정년 1년 연장 및 전주공장의 주간연속2교대제 조기 시행, 그리고 생산공장과 생산량, 해외공장 신설 증설에 대한 노사공동위의 심의, 의결 등이다. 이번 임투 시기가 노사에게 무쟁의와 실리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적당한 기회였던 것은 틀림없다. 정몽구 수장의 항소심 공판과 맞물려 있었고 이상욱 집행부 역시 파업반대 압박을 피하면서 사측의 정치적 타격을 이용해서 실리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무쟁의 타결하면 보름동안 10% 할인해준다는 식당과 상가들이 조직되었고, 무쟁의하면 현대차만 사겠다는 개인택시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자본과 언론은 이번 합의에서 무쟁의는 환영하지만, 이번에 사측이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고, 경영권 침해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대고 있다. 자본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이 불안해지는데 노조의 입김이 세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상욱 집행부와 같은 기조라면 자본과 언론이 우려하는 내용들도 걱정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상욱 관료는 이미 결정한 파업도 유보했고, 합의 직후에도 기업의 앞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조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공개 다짐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자본 측이나 정규직 노조 관료들에게는 귀찮은 세력이었던 비정규직노조에게도 임금과 일시금 성과금을 일부 선사했다.
이번 무쟁의로 현대차는 작년 파업 손실분 1조 3천억(2005년 파업에서는 5800억원 손실)을 절약하게 되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분을 무쟁의 대가로 선물하고, 앞으로 무한한 이윤추구라는 더 큰 성과를 얻었다.
10년 전의 민주노조운동이라면 올해 완성차 기업지부들의 이 같은 반동적인 무쟁의 합의와 양보교섭 및 지침을 어기는 노조에 대한 내부 불신임투쟁과 상급차원의 징계 등이 이뤄졌을 것이지만, 지금의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이나 현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금속노조나 민주노총 관료들은 무쟁의 합의를 대놓고 환영할 수는 없으나 이 기회로 산별교섭에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내심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그 증거는 87년 대투쟁 20주년 기념하는 각종 토론회에서 산별노조와 노동운동 전망을 논하는 기조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
기아차에서 몰계급적 기업지부의 인식과 구사대 어용들의 폭력이 일부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심리와 결합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났듯이, 고용안정=구사운동=무쟁의, 혹은 형식적 (파업)투쟁으로 새로운 공식이 정립되고 있다. 이것이 조합주의의 끝이다. 조합주의의 끝은 우리가 염려하던 것과 같이 그 반동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제 노동자들이 계급적 이해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자본과 노동의 화합의 손길을 끊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힘으로,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에 있다! ‘대중이 변했다’면 무엇 때문에 변했는지 어떻게 다시 변화시켜내야 할지를 분명히 하자! 대중을 변화시켜내는 힘은 노동자운동의 전망, 정치적 희망을 현실화시켜내는 것에 있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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