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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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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19:27:12, 조회:2,199, 추천: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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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2] 10. 26 재보궐 선거와 민노당 위기의 본질
민노당은 울산북구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 선거 패배로 인해 지도부는 총사퇴 했고, 권영길을 대표로 하는 비대위가 꾸려지는 등 당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김혜경 전 대표는 사퇴하면서 “울산북구의 패배보다 더욱 아픈 부분은 바로 다른 지역의 낮은 득표율”이라고 했다. 노동자 최대의 밀집지역인 울산 북구, 그것도 민주노총 조합원이 70%에 달하는 지역인 울산북구에서 패배했으니 다른 곳에서 민노당이 당선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이다.
이 충격으로부터 민노당 내 좌파나 우파 할 것 없이 위기진단과 대안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침몰하는 민노당을 구하기 위한 ‘혁신’을 외치고 있다.
민노당 내 개량주의 좌파는 민노당이 울산이라는 핵심적인 지지기반에서도 표를 잃은 것은 민노당이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 보면서 일단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자고 하고, 민노당 내 개량주의 우파는 역으로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 외연을 확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2008년 제1야당, 2012년 대선이라는 의회주의 전망을 가지고 있는 민노당은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졌다. 그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이번 울산북구 선거를 통해 민노당이 빠진 위기의 본질은 의회주의의 위기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위기 탈출책은 노동자계급의 대안이 아님을 폭로하고자 한다.
민노당의 위기는 의회주의의 위기이다!
민노당은 노동자계급을 핵심적인 지지층으로 의회주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민노당은 여기서 좀더 외연을 확장해서 대중적인 정당으로 가려 한다. 그래서 운동권 정당이 아니라 대안정당, 정책정당, 책임정치 정당을 강조한다. 부르주아와 부르주아 언론도 민노당이 이제는 의회에 진입했으니 책임 있는 대중정당, 대안정당의 모습을 갖출 것을 조언한다. 그런데 민노당은 10%의 지지대를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노당은 자신의 핵심적인 지지기반인 울산북구에서 조차도 당선되지 못했다. 다른 지역의 지지는 말할 것도 못된다. 그러다보니 민노당의 의회주의 집권의 핵심전략 - 노동자계급의 표도 얻고 이를 기반으로 서민이라고 통칭하는 중소영세상인, 농민 이어서 국민일반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이 파탄 났다.
민노당 내 개량주의 우파세력들은 이렇듯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을 당의 위기로 보고, 더욱 폭넓은 지지세력을 끌어안고 가는 방향으로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권영길 비대위 대표는 “민주노동당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민여러분의 신뢰받는 정당으로 우뚝 서는 길은 다름 아닌 ‘민생중심-서민우선’ 정당의 역할을 굳건히 하는데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외치는 민노당의 ‘혁신’ 어디에도 노동자계급은 없다. ‘민생중심-서민우선’ 정당이란 무엇인가?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가지고 대중적 지지를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대중, 소부르주아들의 지지를 확대해서 의회에 입성하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러한 대책으로 민노당 비대위는 국회에서 만민공동회 방식의 ‘당 쇄신 토론회’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당 쇄신 토론회’는 시민단체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여해서 발언한다는 점에서 얼마 전 노무현이 제안한 ‘국민대통합연석회의’를 떠오르게 한다. 다양한 계급, 계층들이 만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계급갈등과 사회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민노당 내 개량주의 우파는 ‘당 쇄신 토론회’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급갈등, 사회양극화 등의 문제를 풀기 위해 ‘대중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위기가 가속화 되고 심화될수록 이렇듯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계급갈등, 사회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어진다. 화해할 수 없는 계급모순의 심화는 자본과 노동의 편을 선명하게 갈라놓을 것이다.
민노당은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 받을수록 부르주아 정치의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민노당 내 개량주의 우파가 노리는 것은 단지 부르주아 의회연단에 서는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에게 외면당하기를 원치 않는 민노당 내 ‘개량주의’ 좌파 세력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이번 선거의 직접적 패배 원인을 그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 <다함께>의 주장을 보자!
<다함께>는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받는 계급투표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함께는 당이 노동자계급의 대중투쟁을 외면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단지 ‘계급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얘기 하고 있다. 그리고 “당의 의석이 법안발의에 한 석 부족한 9석”이기 때문에 “앞으로 열우당과 공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예정된다”며 “당이 현장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함께의 북구선거 평가와 비정규직 투쟁 운운은 대중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표를 다져서 국회의원 1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다함께>의 분석은 철저히 의회주의 안에 머물고 있다.
정갑득 후보는 현대자동차 6대 위원장시절,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방패막이로 하는 완전고용합의서에서 16.9%로 비정규직을 확대하는데 합의했다. 이러한 정갑득의 과오로 인해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씻을 수 없는 분노와 배신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함께>가 지적하듯 정갑득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민노당의 문제이다! 다함께를 비롯해 민노당의 핵심인 권영길, 노회찬 등은 울산북구에 상주하며 정갑득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며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던가!
정갑득 후보는 완전고용합의서에 대해 이후 사과했지만 그것은 겉치레에 불과했고, 오히려 자신은 “16.9% 수준에서 비정규직을 막자는 얘기였다며 다른 사업장은 이미 30~40% 비정규직이 들어와 있는데 공식화 시킨 것 뿐, 타 사업장에 비해 크게 나빠진 것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런데도 현대자동차노조 정치위원회에서는 정갑득을 현자노조 지지후보로 결정했다. 이번 임단협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사투쟁과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외면하고 정규직만의 이해를 전면에 내세운 정규직노조에 대해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북구선거에서 냉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노당 내 다른 좌파그룹인 <노동해방 실천연대>는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은 ‘당적 지도력의 부재’라며 “정치적 지도력을 아래로부터 확보하려는 노력 없이” 단지 “10만 당원 확대 운동 등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현장의 대중투쟁의 결합도가 낮고, 투쟁회피적인 경향”에 대해 “당내 기풍을 강화하고 기회주의적인 성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옳다! 그러나 철저하게 의회주의적 전망으로 당을 조직하고, 무차별적으로 당원을 받아들이는 개량주의 정당이 당적지도력이 없고 투쟁회피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개인적 의지나 열망으로 민노당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주관주의에 불과하다.
<다함께>나 <해방연대>, <전진> 같은 좌파의 경우에도 결국은 의회주의 즉 의석확보, 집권을 목표로 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다지자고 하니 결국 좌파나 우파나 다 표를 어떻게 더 얻기 위한 과정에서의 다른 의견에 불과하다.
비판적 지지가 아닌 폭로가 조직되어야 한다!
울산북구 선거의 패배를 두고 단병호는 “당에 못마땅한 것이 있겠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옳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단병호는 감정적으로 민노당에 불만을 터트릴 게 아니라 그래도 민노당이 노동자계급의 정당이기 때문에 비판적이더라도 이성적으로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민노당이 반동적인 조합주의자인 정갑득을 후보로 내세운 것과, 대공장 노조의 비정규직노동자 투쟁 외면하는 반연대적 조합주의 등을 비판하고 폭로해야 함을 주장한다. 우리는 노동운동의 조합주의, 반연대성, 몰계급성 그리고 그 기반 위에 서 있는 대중투쟁, 계급투쟁을 외면하는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를 폭로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의회주의와 대립되는 대중투쟁의 관점에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계급적 의지가 명백하게 대중적으로 표출되고, 이 속에서 남한 노동운동의 기회주의, 개량주의에 적극적으로 경종을 울리고,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는 정갑득 후보 사퇴 요구나 과거의 과오에 대한 반성 요구, 정규직노조의 조합주의와 민노당의 의회주의를 폭로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한나라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어 당선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노당이 당선되면 근본적으로 다른가? 민노당 의원인 이상범 북구청장은 “공장 담벼락 틀을 못 넘어선 의원이든 지방정치든 부적절하다. 현장의 문제를 너무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밖으로 나오면 사고와 행동이 자연스레 밖으로 쏠린다. 특히나 단체장은 구정 전반을 아울러야 한다. 기업가, 자영업자, 노동자를 아울러 가는 자리다.” 라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현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자본가 정권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처럼 공장 안의 문제는 노동자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얘기한다. 그래서 이상범은 현장 노동자만의 이익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북구청 소속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했다. 이상범의 반동적인 사고와 행위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노동자계급을 공격하는 오늘날 사민주의 정당의 모습 그 자체이다.
우리는 민노당이 의회의석과 집권을 위해 비정규직 지지를 받기 위해 ‘계급투표’ 운운하는 것과 명백히 다르게 대중투쟁의 강화, 노동운동의 계급적 단결과 전진 이를 통해 현장을 노동자계급의 해방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주춧돌을 놓기 위해서 비정규직투쟁을 전계급적인 자신의 문제로 받아 안아야 한다. 이것이 된다면 설사 의회1석을 한나라당한테 뺏기더라도 더 소중하게 계급운동의 진전에 복무할 수 있는 것이다.
선거는 부르주아 정치의 꽃이고, 부르주아 정당에게 모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에게 의회연단은 부르주아 정치의 모순을 폭로하고, 계급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민노당은 대중의 빈곤, 농민과 노동자의 생존권 박탈, 비정규직의 확대, 민주주의의 파괴 등 자본주의 착취 질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선거를 통한 집권으로 풀려고 하지만, 우리는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대중투쟁을 통해 국가권력 쟁취투쟁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민노당이 가지고 있고, 민노당에 의해 대중에게 유포되는 의회주의에 대한 환상, 선거야 말로 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의지를 표현해줄 수 있고, 진정으로 그 의지를 만족스럽게 실현시켜 줄 수 있다는 착각을 깨고,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자계급이 해방으로 전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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