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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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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5 18:56:25, 조회:2,186, 추천: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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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으로 얼룩진 서울지하철 집행부 총사퇴와 총선거
서울지하철 현장활동가
서울지하철노조 제 14대 총선거가 그 막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조라 불리는 서울지하철 김종식 집행부의 반노동자적인 태도 속에서 합의안 체결과 부결투쟁, 그 결과로 나타난 불신임, 그리고 진행될 총선거.
서울지하철노조 제 13대 김종식 위원장은 철도형제들에 대한 배신의 대가로 공사의 구조조정안을 3개월 연장하는 대단한(?) 성과를 쟁취하였다. ‘주 5일제 문제를 중재재정에 따라 다시 논의 한다’는 합의서의 내용은 구조조정안 일색에 주 5일제 쟁취투쟁에 있어서 핵심인 ‘연구용역결과’를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인정하고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논의를 하다가 합의가 되지 않을 시 다시 2차 중재가 강제된다는 기존의 상황과 그 어느 것 하나 다른 것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올 6월이 지방자치단체 선거 이후라는 점과 국회의 비정규직 개악안의 통과가 예상되는 시점이라는 정세에서 노동진영은 더 수세적으로 몰릴 것이고 사용자 진영은 더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김종식 집행부는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과 철도총파업을 와해시키기 위해 공사가 던진 카드가 ‘구조조정안 3개월 연기해서 논의’하자는 것임에도 집행부는 사실을 왜곡하며 자화자찬했다. 그럼에도 김종식 집행부의 체결합의안은 노조 규약에 의해 조합원 총투표에 부쳐졌고, 반대 55.75%, 찬성 43.67%로 부결되었다. 이 결과 지하철노조 집행부는 총사퇴했고 새로운 집행부 총선거가 준비 중이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하철노조 불신임의 페이지를 장식했던 지도부는 강진도, 배일도, 그리고 김종식 집행부였다. 강진도 집행부의 불신임은 오래 전 일로 차치하더라도 최근에 나타났던 배일도와 김종식 집행부의 사례에는 향후 활동가들이 교훈삼아야 할 내용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배일도 집행부의 불신임은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공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분노가 대중적으로 폭발하여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불신임투쟁은 불신임된 배일도 위원장이 다시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되면서 미완의 투쟁으로 마무리되었다. 배일도 위원장에 의해 추진된 잠정합의안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신임으로 나타났고, 조합원 대중은 집행부 선거 때 또 다시 배일도를 선택하면서 합의안을 다시 만들어 보라고 주문하였지만, 결과는 잠정합의안보다 못한 개악안으로 확정되었다. 조합원 대중은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맥없이 주저앉았다. 이렇게 된 연유는 조합원 대중이 익히 경험해보지 못한, 노조간부에 의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는 '대리주의'라는 달콤한 마약을 배일도 집행부 체제 속에서 맛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저항해야 할 때 저항하지 못하는 노동자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과제는 이후 민주파라는 진영이 짊어질 과제로 남겨졌지만 현재까지 그 과제는 요원한 일로 남아 있다. 김종식 집행부의 불신임은 배일도 집행부의 불신임과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물론 대리주의를 만끽하려는 조합원들의 정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종식 집행부의 불신임은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답지 못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배일도 세력과는 다르다는 자칭 민주노조임에도 불구하고 그 활동과 태도에서 보면 그 이전의 집행부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김종식 집행부는 공사에 의해 추진되는 각종 사안에 대하여 책임지고 일을 집행해나가기 보다는 머뭇거리면서 투쟁을 회피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고, 공사와 대립되는 지점에 대해서도 명확한 노동자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들은 급기야 평양지하철과의 교류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공사 관리자와 밀월 방북하는 사건으로 나타났고, 이 사건은 전 현장을 강타하였다. 끝내 철도노조 파업을 비웃기라도 한 지하철 노조의 파업은 '파업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철저히 관료적인 흐름 속에서 진행되었고, 결국 불신임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김종식 집행부의 추락 속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조직답게 노동자의 태도를 당당히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공사의 노무처 노릇을 한다든가 혹은 상조회 집단의 역할을 한다면 이는 당연히 불신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 속에서 우리는 조합원들이 진행되고 있는 모든 현안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주체가 되면서 소외되지 않도록 노동조합이 그 역할을 다 해야 할 것과 공사에 맞선 노동자 조직으로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당당한 기풍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선거는 자본의 극악한 행태에 대한 각 세력의 투쟁 입장 제출로 치러져야 함에도 서울지하철에서는 이러한 흐름들이 부족하게 나타나고 있다. 속칭 반 어용전선이라 불리는 민주연합의 후보 단일화 논의 흐름은 부결로 인한 집행부 총선거에 대한 기만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파라 불리며 활동했던 집행부가 조합원 불신임으로 총사퇴되었음에도 또 다시 범민주단일후보운동을 제기한다는 것은 활동가들이 활동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이후 전망을 제시하는 모습이 아니다. 민주파가 왜 불신임으로 추락했는지? 이러한 과정 속에서 민주노조의 혁신을 어떠한 내용으로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어용에 반대해서 범민주단일후보를 구성하자는 주장은 현실에 대한 기만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주파진영내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는 '관료주의'와 '투쟁회피주의'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 색깔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철저하게 노동자 투쟁을 파괴하고 있다. 허섭 집행부 시절 궤도연대투쟁을 파괴시킨 총파업 철회, 김종식 집행부의 평양방북 및 기만적인 주 5일제 합의 등은 민주진영이라 불리는 세력들에 의해 자행된 관료주의와 투쟁회피주의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선거는 각 세력들의 주의, 주장을 조합원 대중들에게 선명하게 밝히면서 신뢰를 획득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각 세력의 주의, 주장은 사용자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현안 문제를 다른 세력과는 다르게 자신의 구체적인 내용을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가령, 신 노동조합강령의 선포를 통한 노골적인 노사유착, 무쟁의 선언, 하청노동자 탄압, 해고자탄압을 일삼았던 '현대중공업 어용집행부'에 맞선 민주진영의 주의, 주장은 추상적인 어용집행부의 반대가 아니라 신강령선포 반대, 무쟁의 청산을 통한 대중총파업 복원, 민주적인 노조운영과 하청노동자와의 계급적 단결강화, 해고자 복직 등 어용노조에 의해 자행되었던 극악한 행태에 대한 반대로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용노조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민주집행부에서조차 또다시 노사협조주의와 무쟁의, 비정규직 투쟁의 외면 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는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그리고 어용노조에 의한 극악한 노동탄압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투쟁과 그 실내용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제 13대 김종식 집행부의 불신임 추락은 동전의 양면처럼 '민주진영의 철저하지 못한 태도'의 안타까움과 '이러한 불철저한 태도의 극복가능성'이라는 희망찬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민주집행부라 불리는 제 13대 집행부에서 관료주의와 투쟁회피주의가 철저하게 파괴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양성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주는 한편, 조합원 대중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한 불신임투쟁은 관료주의와 투쟁회피주의가 척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 14대 총선거를 맞이하여 투쟁하는 활동가들은 민주진영 내에 감추어진 관료주의, 투쟁회피주의와 철저히 맞서 투쟁해야 한다. 잠정 주 5일제 근무지침을 지부별로 정리한 상황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통해 ‘노동조합의 지도력과 통일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가? 공사의 구조조정을 관철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수밖에 없는 연구용역사업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노동조합의 사업이 공사의 관리자와 함께 논의되고 실행되고 있는 반노동자적인 노동조합의 사업기풍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와 같은 내용들이 과제로 제출되어 문제들을 힘 있게 극복하며 공사에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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