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06-09-25 09:43:08, 조회:2,673, 추천:666
|
![]() |
|
|
![]() |
노동자를 제물로 삼아 조직을 보존하려 하는가?
-노사정 대화 즉각 중단하고, 전국전선을 강화하자!
7월 포스코 자본의 대체인력투입을 저지하는 포스코 점거 투쟁 이후에도 원청사용자성 쟁취와 노동시간단축 및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는 포항 건설노동자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7, 8월 내내 불어닥친 태풍과 비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건설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연대하는 동지들이 전국집회에 계속 모였다. 하지만 포스코 원청자본은 포항 건설 노동자들이 투쟁에 들어가기 전부터 치밀하게 파업 파괴와 활동가들을 색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해왔고 대량 구속과 최소20억의 손배가압류 등, 공권력과의 합작품으로 열사정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중근 열사 투쟁이 두 달이 다 되도록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건설노동자들의 밑바닥 외침을 뒤로한 채 사회적 대화를 계속했다. 지금도 ‘총파업을 조직하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복수노조와 전임자 축소에 민주노총 조직이 망가질세라 노사정 교섭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이번 노사정 회의에서도 역시 목이 메도록 다루는 8대요구의 구체적 양상들(대체근로 투입 시도, 원청 사용자성 문제, 손배가압류 등)이 포스코 투쟁 전후로 전면에서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건설연맹 지도부는 이에 대해서 함구했다.
사람이 죽었기에, 하중근 열사에 이어 계속되는 공권력의 살인만행으로 또 다른 동지가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태아도 유산되는 살인폭력이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개별적인 폭력의 문제로만 한정지어 애도를 표하고 노무현의 사죄를 촉구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총이 투쟁 내용들을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의제로 갖고 들어가면서 ‘노사관계 로드맵 분쇄와 산별교섭, 특수고용 노동권 쟁취’는 결국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중요한 전국적 투쟁전선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40여개의 주제 중에서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대체근로와 손배가압류 및 직권중재 등의 소위 A급 사안들은 이견만 확인했고, 이 외의 노동악법들은 ‘현행 유지’를 다짐받으면서 결국 사회적 담합에 힘쓰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 중, 파업이 허용되는 사안을 근로조건에 한정시킨다는 내용이나, 97년에 개악되어 입법화된 정리해고제 등의 악법 조항을 깨뜨리고 개선하는 것까지는 나아가지도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여지껏 악법철폐 투쟁으로 깨뜨리고 개선해온 노동악법이 어떻게 노사정 대화로써 합의 가능하단 말인가.
민주노총은 95년 결성된 이후로 96년 김영삼 정권에 의해 추진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 참여와 불참을 반복하다가, 97년 총파업 이후 결국 단계적 파업 종료를 거쳐서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및 변형시간제에 대해서 조기 시행하는 것으로써 민주노총 및 전교조 합법화 등과 거래했다. 민주노총이 자신의 조직 보존을 위해 전국의 노동자 계급의 목숨을 내주었던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이런 직권조인에 대해서 전국의 현장조직 활동가들이 비판에 적극 나섰다. 그리하여 대의원대회에서 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번복을 선언하면서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98년 상반기,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 파견제 철폐 생존권 사수를 위한 총파업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경제난국 극복과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을 반대하기 위한 노사정 협력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갖고 6월 총파업 철회와 함께 대대에서 노사정위 참여를 결정했다. 곧이어 전교조 합법화가 이행되지 않고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이 계속되자, 민주노총은 노사정위를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시 7월 총파업을 철회하고 노사정위에 복귀함으로써, 민주노총 지도부는 당시 노동자 투쟁전선을 파괴한 주범이 되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에서 3천명여명의 정리해고가 발표되고 희망퇴직이 동시에 진행되었고, 노동조합의 전면파업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내외부의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에 의해 정부가 중재한 노동계의 대폭 양보교섭으로 식당 여성조합원들을 해고시키고 다수를 무급휴직시키는 것으로 이 투쟁 역시 진압되었다.
이처럼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노사정합의(협의)기구의 목적 자체가 애초에 파업을 방지하고 자본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법제도를 손질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에 연연해왔다.
그 밑바탕에는 사회적 교섭을 해보고 불필요하면 나오면 되는 거 아니냐는 노사정위 활용론, 전술적 반대의 기조가 깔려있다. 이들 사회적 합의주의세력들은 일방적으로 투쟁만 하기 보다는 사회적 교섭으로 명분을 쌓을 수 있다고 조합원들을 설득한다.
지난 2003년 주5일제 개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노사정회의를 해보겠다고 하면서 개악없는 노동시간단축투쟁을 가로막았으며, 2004-5년 파견법을 확대시키는 비정규직 개악 추진에 대해서도 전노투와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지 못하게 되자 중집에서 일방적으로 참여를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아무리 대폭 양보, 수정안을 제출해도 정권과 자본은 애초의 기조를 굽히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노동자계급의 입장이 관철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히려 민주노총과 민노당은 사회적 합의가 잘 안되자, ‘선거로 심판하자’면서 의회주의에 더욱 매몰되었다.
이번 노사정 회의에도 현장에서의 우려를 무시하고 참여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관계 로드맵과 산별교섭, 특수고용 문제를 다루었다. 하지만 당장 9월 국회 통과를 예정하고 있는 비정규직 악법 문제는 재론하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하중근 열사투쟁과 포항 등 건설노동자들의 당면한 투쟁과 공권력의 살인적 폭력탄압에 대해서도 잠시 눈물지었을 뿐, 결코 문제제기 하지 않았다. 이 점은 현실의 투쟁을 외면하면서 의회와 대화에 기대는 민주노총 개량주의 지도부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민주노총이 노사정회의 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매달리는 이번 논의에서 역시 사회적 대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사회적 합의기구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첫째, 하중근 열사투쟁, 포항건설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원청사용자성 쟁취 비정규직 투쟁은 전혀 전국적인 투쟁으로 확대, 강화되지 않고 있다. 단지 사람이 죽고 계속 죽이고 폭력을 자행하기에 항의하는 집회를 띄엄띄엄 잡는 것 외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하는 역할은 없다.
둘째, 또 하나의 전선인 현대차와 기아차 등 사내하청노동자 투쟁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역시 하나의 투쟁 단신으로 취급될 뿐, 민주노총은 외국어 못해서 못들은 척 하는 꼬락서니를 짓고 있는 것이다.
셋째, 국가와 자본은 그토록 강조한 산별노조 전환과 노사관계 로드맵 방어투쟁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매달리자, 지도부를 노사정회의에 묶어두면서 현장에서의 실제 핵심적인 투쟁전선을 공권력으로 짓밟아버림으로써, 현장에서 노사관계 로드맵을 몸소 실현하고 있다.
이렇게 법제도가 개악되기도 전에 이미 현장에서 파업이 무력화되고 지도부에 의해 통제 당하는데, 민주노총은 고고한 학처럼 위선적으로 조직혁신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반노동자적 행보를 하는 개량주의, 사회적 합의주의를 그대로 둘 것인가?.<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