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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9호] 남한 자본주의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삶과 억압의 원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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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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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8 20:32:10, 조회:2,363, 추천: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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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자본주의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삶과 억압의 원인
여성노동자의 현실
최근 남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07.04)에 따르면 전체 여성인구 중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비율은 1990년 47.0%에서 95년 48.4%, 2000년 48.8%, 2005년엔 50.1%를 기록했다. 또한 6월 전체 취업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42.2%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6월 고용동향’, 통계청, 06.06월)
그러나 여성노동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성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여성노동자의 경우 상용직은 25.6%로 남성(41.1%)보다 무려 15.5%포인트나 낮았다. 반면 임시와 일용은 남성 취업자에 비해 13.8%포인트나 높았다.(‘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청, 06.07.04) 정부에서 ‘상용노동자’라 함은 1년 이상 한 직장에 고용되어있는 노동자까지 포함한다. 즉 우리 기준에서 정규직의 의미가 아니라 하청노동자라 하더라도 1년 이상 고용되어 있었다면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고 항시적으로 일하는 노동자에 준한다고 보기 때문에 정부 기준의 ‘상용노동자’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의 3/4이 비상용직이라는 사실은 실제로는 아주 극소수의 전문직, 경영직, 공무원 등의 여성들을 제외하고는 전체 여성노동자 대다수가 비정규직노동자로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년간 생겨난 20만여개의 여성 일자리 역시 시간제, 임시직이었다.(‘5월 고용동향’, 통계청, 06.05월) 게다가 (‘10인이상 사업체 05년 남녀 임금비교’) 여성의 임금은 남성 평균의 53.4~62.6%에 불과하고 이직률은 남성의 1.3배로 더 높다.(통계청, 06.07.04)
여성가족부에서 최근에 발표한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 중 ‘2010년까지 여성일자리 60만개 창출’ 사업 역시 지금의 불안정노동 양상을 더욱 부추기고 고착화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60만개 일자리 중 85%이상이 사회서비스분야에 집중되어있고 나머지는 중소기업, 공단에 집중된다. 간병인, 보육교사, 산모도우미, 노인도우미, 청소, 시설관리 등 사회서비스분야 일자리라고 하는 것이 모두 열악한 저임금에 단기계약직인 말단 비정규직 일자리를 의미한다. 공단의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인 하도급 생산관계가 일반적인 형태임을 볼 때, 중소기업 일자리는 영세사업장의 하청노동자를 일컫는다.
왜 여성노동자들 대다수가 남성의 절반에 가까운 저임금에 시간제, 일용직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는가? 그 해답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가족임금제의 기원, 그리고 부르주아적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의 정착
초기 자본주의 시대, 가내생산에서 공장으로 생산의 근거지가 이동하면서 집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생산(농경사회 등)에 기반을 둔 일반적인 가부장적 대가족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농업사회에서 집은 땅을 경작하고 밭을 일구는 생산단위였다. 농업노동이 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기혼여성의 노동은 가족에게도 필수적이었다. 다시 말해 기혼 여성이 생산노동에 적합하지 않다거나, 아내나 어머니라는 역할 때문에 생산을 할 수 없다는 의문은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상황은 바뀐다. 자본주의적 영농방식이 대규모로 발전하면서 낡은 생산양식은 파괴되었다. 점차 소수의 사람이 땅을 소유했고 생산수단을 박탈당한 대다수 소농들은 도시 산업프롤레타리아트의 중심을 이루며 저임금 노동에 전적으로 의지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급속한 기술의 발달은 가내수공업도 무너뜨리며 생산의 중심을 집에서 공장으로, 소규모 생산에서 대량생산체제로 바꿔놓는다. 기술과 기계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자본가들은 남성보다 여성, 아이들을 선호하게 되었다. 심한 경우 남성은 부인이나 아이들의 수입보다도 적었고 짐꾼 같은 노가다나 경비 외에는 일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결국 모든 가족 구성원은 자신의 임금으로 생존하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시장으로 내몰렸고 가족은 생산단위를 형성하는 대신에 개별적인 임노동자들의 집단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는 그런 상태의 가족이 지속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주거문제와 저질의 음식, 공장재해, 빈약한 의료시설 등은 노동력 재생산에 심각한 위협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점차 여성과 아이노동에 대한 제한조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는데 결국 각종 기초적, 기본적 법안들(남한의 근로기준법, 영국의 보호법 등)이 제정되면서 노동계급과 노동계급 가족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가족임금 사상’이 등장하게 된다.
가족 전체의 재생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임금의 수준으로 가구주, 즉 가족 생계유지자에게 지불하자는 것이었고 이것은 아동의 높은 사망률과 열악한 위생상태, 짧은 수명 등으로 노동력 재생산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던 자본가계급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더불어 대규모의 자본집중과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거대산업으로 자본이 독점화 되어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큰 기계와 장비를 작동시키고 투자에 대한 최대한의 대가를 확보하기 위해 좀 더 수준 높은 훈련을 받은 건강하고 항구적인 노동력이 필요하게 된 시기와도 맞물렸다. 계속 공급될 수 있는 아이들과 여성의 값싼 노동을 대량으로 흡수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자본가 계급이 노동계급에게서 잉여가치를 계속 뽑아내고자 한다면, 그들의 이해관계는 건강하게 잘 자란, 그리고 기술이 많고 훈련된 노동력을 얻기 위해 노동계급을 특정하게 재구조화시키는데 달려있다. 이것은 결국 착취율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제관계, 물적토대의 변화에 따라 숙련노동자 자리는 남성의 영역이 되어갔다. 아이들은 이제 노동을 하지 않고 가족과 교육시설에서 교육을 받아 한참 자란 후에 노동현장에 참여했으며, 가족에서는 아이들을 돌보고 재생산하는데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지출되었다. 아이를 출산한다는 여성의 재생산 기능은 노동을 하더라도 방해받기 쉽다는 사실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지속적으로 노동하기 어려운 존재로 여겨지면서 육아 등 가사는 당연시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여성은 생존하기 위해 남성에게 의존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가치 있는 노동의 권리를 갖고 있는 것 마냥 조장되면서 가족 내에서의 성별분업은 노골적으로 완성되게 된다. 여성노동과 아동노동 착취에 대한 제재조치와 가족임금제도의 확산 등은 모두 한데 어울려 ‘여성이 일하지 않아도 된다. 혹은 일을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관념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이용됐다. 남성은 가장으로서 밖에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들은 집에서 육아를 담당해야한다는 인식이 강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노동자계급 가족에게도 충분히 조장될 필요가 있었고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남편과 집에서 웃으며 남편을 맞이하는 아리따운 아내, 평안한 가정 등 장미빛 환상이 온갖 매체와 교육 등으로 통해 주입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환상은 처음에는 매우 강력하여 노동자계급에게도 ‘평온하고 행복한 가족’은 갈망의 대상이었다.
가정에서의 성별분업은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남성이 하는 일과 여성이 하는 일을 나누게 하고, 여성은 육아로 인해 시간제 노동, 임시직 등 만년 비정규직노동자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를 통해 여성은 결국 저임금, 사회서비스 분야에 많이 분포되고 노동시장에서 주변화 된 노동을 제공하게 된다.
가족임금 사상이 기여한 바는 여성을 집에 가두는 것뿐만이 아니다. 이것은 노동자계급 통제의 문제와도 연결되어있다. 남성의 임금에 가족의 생계가 좌우되면서 남성노동자들에게는 가족 유지에 대한 높은 책임감이 부여됨으로써 자본계급은 노동자계급을 통제하는 효과도 얹었다.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통해 작업속도 증가나 노동강도 강화 등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무력화하고, 당장에 관리자를 때려눕히고 총파업의 대오에 참여하기 전에 집에 있는 아내와 자식생각이 어깨를 짓누르게 된 것이다.
가족과 자본주의, 그리고 국가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서 시작된 여성억압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하 가족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물론 성별분업은 물론 자본주의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분업이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본의 필요에 의한 가족임금제가 도입되면서 성별분업은 여성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구조화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가족은 생산단위에서 소비단위, 그리고 노동력 재생산단위로서의 역할만이 부여됐다. 이것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초래했다. 가족과 가족의 형태는 생산양식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가족은 생산양식으로부터 자율적인 것도, 생산양식과 분리되거나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의 여성억압은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의해 초래된 이와 같은 변화들을 이해해야만 설명될 수 있다.
가족의 중요한 경제적 역할은 자본가계급을 위해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에서 다음 세대 노동자를 재생산하는 것은 모든 사회에서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이 점이 자본가 계급에게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으로 이용된다. 왜냐하면 자본가 계급은 모든 개인이 가족단위로 살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사노동을 염두하고 노동자계급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임금은 개별 성인노동자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 뿐 아니라 그의 가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노동시간에 의해서도 결정되는데 노동력 재생산이 여성에 의해 무급으로 가능해짐으로써 노동력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된 것이다. 즉 여성의 부불노동은 노동력의 재생산에 기여하며, 따라서 노동력의 가치를 저하시킴으로써 자본가 계급을 위한 잉여생산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
이것은 결국 전체 노동력의 가치를 저하시킨다. 평균임금보다 낮은 임금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고용될 경우 기존의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임금을 감수해야한다. 이것이 노동력의 가치인 임금제도의 기본원리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낮은 임금의 압력이 전체적으로 퍼져 전체 노동자계급의 임금수준을 하락시킨다.
반대로 여성노동자의 임금 또한 가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는다. 여성은 자신의 임금 외에도 부양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 즉 남성노동자의 임금이 있다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양받지 않는 수많은 여성, 즉 자신의 임금으로 가족을 부양하는 여성가구주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가구주는 1975년 85만 명에서 2006년 314만 5000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청, 06.07.04) 대부분의 여성가구주는 국민기초생활 보호대상자로 선정될 만큼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적 가족제도에서 기인하는 결과인 것이다.
즉 가족임금제는 광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극악한 착취에 대한 계급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가족임금제가 가져온 결과는 노동자계급에게 반동적인 것이었다. 가족임금제를 통해 부르주아적인 가족이데올로기를 조장하고 가족내의 성별분업을 통해 무급노동이라는 형태로 간접적, 사회적으로 여성노동을 착취하며 결국에는 다시 여성을 노동자로서 끌어들여 남성과 경쟁하게 하여 여성의 저임금과 경쟁하는 남성노동자들에게도 낮아진 임금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결국 자본가 계급은 가족제도를 이용하여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가능한 굶어죽지 않을만큼, 누적된 불만으로 폭발하여 체제를 뒤흔들지 않을만큼의 최저수준의 재생산 비용만을 지급하고 있다!
결국 가족에 대한 장미빛 환상은 노동자계급 현실에 부딪혀 산산조각난다. 애초에 그러한 환상은 노동자계급의 가족보다는 부르주아계급의 가족에게 더 현실가능 한 얘기였다.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가족을 유지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가족제도라는 것이 위에서 봤듯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노동력을 끊임없이 착취하며 자본을 축적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고, 파괴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 생산양식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과 경제적 사적소유관계 때문이다.
가족은 여러 가지 모순으로 얽혀있다.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고 안정적인 ‘정상적인’ 가족에서 생활하는 것을 꿈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가족은 서로를 구속하고 제약하게 된다. 이혼, 가정폭력, 카드와 대출로 인한 각종 채무, 거기다가 실업률과 불안정한 고용 등으로 인해 가족에는 갈등과 충돌이 난무한다.
결국 국가가 나서는데 연금 등의 복지, 건강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각종 복지관련 법안제정 등으로 통해 가족생활의 측면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개입을 통해 자본과 국가는 가족 내의 성역할을 보존하고자한다. 그러나 그것이 필요하게 된 상황도 결국에는 절대적인 임금 부족에서 생겨난 것 아니었던가! 보조금 수준의 복지로 식단의 영향은 부실하고, 원하는 상품들을 모두 구입할 수 없다. 그것을 통해 생존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거기까지다. 결국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생계유지가 노동자계급의 가족에게는 자본과 국가의 합작품으로 강제되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은 집안에 갇혀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이데올로기와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현실의 모순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성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일한다. 저임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울며 겨자 먹기로, 아니 무뎌진 채 그런 일이라도 하려는 절박감은 바로 자본주의 경제구조에서 비롯된다. 기혼여성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노동시장에 유입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하고 늘 빈곤한 현실 때문인 것이다. 여성 임금노동자 비율은 전체 여성 중 67.1%로 전체 남성 중 남성 임금노동자의 비율보다도 1.1%포인트 높을 정도로 예상외로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25∼2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6.1%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44세 65.6% △45∼49세 64.9% △20∼24세 62.6%의 순을 나타내며 M자형 노동곡선을 보인다.(‘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청, 06.07.04) 젊을 때 한창 일하고, 결혼하여 자식을 낳은 후 남편의 임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생계 때문에 생존을 위해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 끊임없이 유입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의무교육 등 제도권 교육을 강화하며 아동을 숙련노동자로 키우는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아이들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익숙하게 편입되고 미래의 건강하고 유용한 노동자가 되기 위한 유용한 정보들을 모두 의무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BK21, 산학협력제도, 맞춤교육 등은 같은 자본가에게 제공하기 위한 노동력 양성에 모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지금은 한층 강화되었다. 노동생산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 전문적 기술을 지닌 노동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족단위가 행하는 경제적 역할, 노동력 재생산과 그를 뒷받침할 이데올로기적 작용, 노동자계급에 대한 통제기제 등이 체제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들은 결코 노동자계급이 풍요롭게 사는 데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국가의 개입이 이제는 자본주의 전체의 성공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이 되어있는 것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허상
이렇게 노동자계급 여성의 참담한 현실 반대편에는 부르주아계급 여성들의 화려한 삶이 공존하게 되었다.
최초의 여성 외무고시 수석합격,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 최초의 여성 총리 등등 앞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부르주아 언론들은 마치 이것이 여권 신장이라도 된 듯 떠들어대기 바쁘다. 그러나 이것은 계급대립을 희석시키고 여성의 문제를 남성과 여성의 대립문제로 환원시키면서 자본주의 착취의 모순을 은폐시키려는 반동적인 시도이다.
물론 이것은 일면 부르주아 민주주의 성과이기도 하다. 여성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보편화되면서 여성 고학력자, 석박사 학위취득자 등 소위 능력 있는 여성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배출된 것은 사실이다. 25세 이상 여성 중 대졸 이상은 2005년 25.4%로 2000년 18.0%보다 7.4%포인트 증가했고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2005년 80%에 육박하고 있다. 10명 중 8명의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는 얘기다. 2005년 학위취득자의 여성 비율은 석사 43.0%, 박사 26.0%로 2004년에 비해 각각 1.6% 포인트씩 증가했다.(‘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통계청, 06.07.04)
여성의 학력이 증가하면서 자본가들은 그렇게 교육하고 훈련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는데 결혼을 하면서 집에 갇히거나 혹은 이후에 경력이 단절된 채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궁극적으로는 가치 있는 노동력을 활용하지 못해 손해라는 점을 인식했다. 때문에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정치인부터 전문직, 교수, 학자, 경영직 등 남성만의 직업으로 얘기되어왔던 아성에 도전하는 여성들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노동자계급 여성의 삶이 나아지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 부르주아 계급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지배자로서 등극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직 현상적인 성별분업이라도 파괴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부르주아 계급의 여성들에게만 가능하다. 노동부가 2004년 종업원 1천 명 이상 사업장(354개)을 대상으로 여성 관리자를 조사한 결과 부장은 477명(1.4%), 차장 1706명(3.6%), 과장 6157명(5.6%)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노동자 계급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기회조차 박탈되어있다. 대신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 유연화 된 노동, 탈숙련화된 단순작업의 노동시장에 갇혀있을 뿐이다.
각종 정치인과 고위 경영진으로 올라가있는 극소수의 여성들은 여성으로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으로서 성공한 것이다. 세계최초의 여성수상, 영국의 마가렛 대처는 한 명의 여성이 아닌 지배계급의 우두머리로서 자신의 계급적 이해에 충실했다.
현재 부르주아 사회는 자신들의 성공사례로 마치 여성의 삶이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조장하지만 그 진실은 결국 지배계급이 남성, 여성 가릴 것 없이 더욱 능력 있는 사람들로 공고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타도로 여성해방을!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족을 묶어주는 유대는 가족의 애정이 아니라 가족 공동 소유로 은폐되어있는 사적 이해관계에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살펴봤다. 우리는 가족을 계급사회의 일부, 즉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산물로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가족의 운명은 자본주의 자체의 운명과 함께 묶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여성억압, 착취의 종말은 필연적으로 노동계급의 해방과 연결되어있다. 그러므로 가족의 해체는 가족의 자본주의적 소유관계가 철폐됨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가족은 노동자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목표가 되었지만 결코 실질적인 해방을 가져다줄 수 없다.
가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 경제적 고려가 제거되는 때에서 비로소 상호간의 애정 이외에는 아무런 동기도 남지 않게 된다. 즉, 개인들의 관계는 무계급 사회가 도래해야만 온전하게 꽃피울 수 있다.
우리의 당면요구는 남성과의 가사분담 운운하며 현상적인 성별분업을 파괴하는 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성별분업이 발생하는 조건을 파괴하는 것!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노동자계급 해방으로 부르주아적인 가족제도는 파괴될 것이며 여성의 억압과 불평등을 조장하는 법적 제한과 그것의 기초인 자본주의적 관계를 끝장내고 진정한 여성해방의 기초를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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