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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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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5 17:25:59, 조회:2,522, 추천: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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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황우석 신화와 집단사기극
황우석 스캔들은 왜 발생했는가?
“생명공학의 신기원을 열었다”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희대의 사기극’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러나 황우석의 사기는 ‘희대의 사기꾼’ 황우석 개인에 의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사건의 배경은 정권과 자본의 유착관계에서 볼 수 있다.
자본이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의 이윤을 부풀리듯 황우석은 자신의 논문을 조작하고 부풀림으로서 자본과 국가의 지원을 최대한 받고 이를 통해 자신의 출세나 명예, 영광, 돈을 거머쥐려 했다. 황우석 사단은 이러한 목적을 얻기 위해 모인 집단이다. 자본주의에서 순수과학자는 없다. 이러한 이해관계 집단인 황우석사단이 위기에 처하자 분열이 생겼다. 정말 순수한 인류질병 퇴치가 목적이었다면 이러한 분열은 없었을 것이다.
열병 같은 자본의 이윤추구욕 앞에 ‘스타 과학자’ 황우석과 배아줄기세포의 존재는 하나의 상품이었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그 자체는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했다. 노무현 정권과 황우석은 이 연구로 난치병 환자의 치료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제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수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의약품 기업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포스코를 제외하고 민간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권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데는 배아줄기세포를 통해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부추기고 성장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2006년부터 연간 7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며, 2010년부터 총 2조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실제로 황우석의 스타덤에 힘입어 바이오밴처는 떠오르는 별로 급부상했고 관련주식들은 크게 올랐다. 이러한 바이오산업의 성장은 정권이 추진하려는 ‘의료산업화’와 맥을 같이 했다.
노무현 정권은 2003년부터 ‘의료산업화’를 추진해왔다. 의료산업 선진위원회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올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의료산업선진위원회’의 실질적 목표는 병원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도입, 첨단의료복합도시 등 건강을 담보해야 할 의료를 돈방석으로 만드는 것이다.
황우석을 비롯해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과 연구팀의 핵심들이 정권이 추진하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은 황우석이 정권이 추진하는 ‘의료산업화’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우석은 스스로도 “영리목적의 의료법인을 금지하는 현행 제도, 법 가지고는 보건의료산업이 발달할 수 없다”며 정권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했다.
만약 의료산업화가 추진된다면 첨단과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영리법인화된 병원에서 비싼 민간 보험료를 내야 그것을 이용할 수 있는 처지에서 대다수 노동자와 근로인민의 건강은 더욱 위험에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무현은 이러한 사업을 통해 정권의 치적으로 남기고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려 했다. 노무현은 황우석 연구팀에게 “요즘 한국이 희망이 없고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러분들이 믿음을 심었다”며 대통령 표창을 했다. 정권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약화시키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 결속력, 신뢰 높이려는 등의 목적으로 국가주의를 부추겼던 것이다.
자본가언론은 이러한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것을 도왔다. 황우석의 연구성과로 얻게 될 경제적 이익과 난치병 치료에 대한 희망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부풀렸다. 연구가 낳는 윤리문제나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시키기는커녕 ‘PD수첩’ 마녀사냥에서 보듯 대중적 지지를 등에 업고 오히려 국가주의, 민족주의로 몰고 갔다.
대중들은 이처럼 자본주의의 총체적 사기집단에 대해 우롱 당했다. 물론 이 중에는 난치병 환자나 그들 가족의 순수한 의도도 있었다. ‘1000명 난자 전달 기증식’에서 절반가량이 난치병 환자의 가족들이었다는 사실, 척수장애인 등이 황우석의 사기가 불거지는 가운데도 끝까지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에 대한 믿음에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그들의 절박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기체제는 이들의 순수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황우석을 바라보던 불치병과 난치병 환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철저히 부르주아적 목표 하에 자본의 이해를 위해 진행되고 조장했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사기극은 부르주아적 목표 하에 자본의 이해를 위해 진행되고 조장되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부르주아적 광기가 빚은 해프닝이다.
질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원인에 기인한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난치병 환자와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의 치료가 목적이라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회적 필요와 목표를 위해 더 투명하게, 더 집중적인 예산을 배정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난치병을 치료한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쏟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보장비 삭감, 의료보험료 인상, 사적 의료체계의 도입 등 이율배반적 태도를 취한다.
질병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 사회적 모순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가난과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건강을 돌볼 여유가 없다. 성장기의 어린이가 방학 때 급식비를 지원받지 못해 끼니를 굶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결핵은 오래전에 고칠 수 있게 된 병인데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300만 명이 사망하고 있는데 사망자의 98%가 저개발국가의 환자들이다. 만성 골수병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개발됐는데도 불구하고 특허권으로 인한 엄청난 비용 때문에 많은 백혈병 환자가 목숨을 잃는다. 장애인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약속하면서도 정작 장애인 이동권문제는 해결하려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살인적인 노동강도, 산재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당연한 권리인 산재치료를 받는 것도 쉽지 않고, 산재치료를 받는다 해도 인력충원이 되지 않아 또다시 산재환자를 야기시킨다.
이처럼 질병은 사회적 원인에 근거한다. 생산력이 고도로 발전했는데도 다수의 노동자 민중들은 생존권의 박탈감을 겪고 있듯, 첨단과학이 발달한 자본주의에서는 첨단과학이 아닌 보통과학으로만 고칠 수 있는 병도 걸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이른바 과학의 풍요속에 건강의 빈곤이라고나 할까.
사회적 자원을 자본의 사적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인류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투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난치병 환자를 위한 연구에도 사회적으로 더욱 집중해서 자원을 투자해야한다. 그리고 난치병이 아니더라도 돈이 없어 질병 치료를 받지 못하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치료하는데 힘써야 한다.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퇴치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모든 환자들의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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