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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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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7 18:07:27, 조회:2,523, 추천: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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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우리는 올빼미 족이 아니다! 노동시간단축과 심야노동 철폐를 위한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분쇄! 전원 정규직화’ 투쟁이 최근 불법파견 특별단체교섭 요청을 현대자본이 거부하면서 다시 전면적인 투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임단투가 시작되었다.
주요한 요구 중에는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변경’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에는 사회공헌기금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킨 현대자동차노동조합답게 올해는 주간연속2교대제로 다시 한번 전국적인 시선을 끌고 있다.
불법파견 분쇄투쟁이 임단투에 묻혀 가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 속에서 현대자동차노동조합 홈페이지의 ‘근무형태 변경 조합원 참여방’에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둘러싼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이는 임원선거 당시 집행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교대제 변경에 대한 조합원들의 관심을 말해준다.
현대자동차만이 아니라 대우자동차와 케피코 등 자동차산업 관련 노동조합과 공공, 보건의료 노동조합 등에서도 근무형태 변경을 둘러싼 요구들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노동조합에 한정해 볼 때 대우자동차의 경우 교대제 변경 요구가 아니라 동하절기의 근무시간을 다르게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이제 노동자들에게 교대제 변경은 현실의 문제요, 생존의 문제다!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교대제
교대제 변경이 노동조합에서 검토되고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98년부터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의 방편으로 근무형태 변경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었다.
98년 남한의 경제위기 시기 구조조정에 맞닥뜨리면서 당시 민주노총은 ‘일자리 나누기’라는 측면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지침화했고, 단사에서는 교대제와 맞물려 요구를 확정해왔다.
노동시간 단축은 그 지리한 투쟁의 과정을 거쳐 2004년 주40시간 노동으로 법제화 되었다. 이로써 당장 대공장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 보다 휴일특근(수당)의 확대를 보장받았다.
결국 당장에 잔업․특근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부족이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반면 자본은 우선 잔업․특근을 공장간, 노동자간 경쟁에 활용하고 생산량을 조절하는 데 활용한다. 그리고 주야 12시간 맞교대로 신체리듬을 파괴하는 야간(심야)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는 ‘고임금 귀족노동자’라는 악의적인 꼬리표로 돌아온다. 남는 것은 피폐해진 몸뚱이와 정신이다.
“얼마전만해도 토요 격주휴무에서 토요휴무 완전쟁취해서 인간답게 살자 해놓고 주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하는 돈버는 기계로 전락해 로보트 인생이 되었는데... 주간 2교대 쟁취한 후 2교대 후 다음날 아침까지 또 철야하는”(현자 근무형태변경 조합원방) 것 아닌가 하는 현장의 불만과 우려를 극복하고 주40시간 노동이 본래의 의미처럼 실질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투쟁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운동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형식적인 요구와 사업진행이 아닌, 현장으로부터 제기되는 투쟁을 조직하자!
“사회적 쟁점화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심야근로로 인한 건강권, 가족생활 등 삶의 파괴에 대하여 집중 선전을 펴 나가야 할 것임. 또한 교대제 변경을 통해 실노동시간 단축이야 말로 최근 사회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를 위해서는 예를 들면 현대차가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년 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식의 기획선전을 입안)을 집중 부각해야 할 것임.” (교대제 관련 쟁점 및 추진을 위하여, <근무형태변경을 위한 자동차분과 토론회> 자료집, 금속연맹, 2005.1.21)
금속연맹은 올 초 근무형태변경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실노동시간단축대책위 혹은 근무형태변경추진위)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3월 해당연맹을 중심으로 ‘교대제 개선사업팀’을 구성해 정책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기구’를 구성하고 형식적인 입장을 제출하는 것으로는 현실 운동의 발걸음을 쫓아가지 못한다. 또한 사회적 쟁점화를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제로 협소화시켜 이슈화하겠다는 발상은 교대제(야간노동)가 미치는 노동자 생활과 건강의 파괴라는 노동자의 처지를 드러내지 못한다. 이는 ‘대공장 이기주의’, ‘고임금 귀족노동자’라는 공세를 살짝 비껴가려는 태도일 뿐이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이 제출한 교대제 변경에 따른 근무시간은 오전 6시 30분 시작으로 2조가 오후 11시 30분에 작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는 오전 1시 이후의 심야노동을 폐지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 주간연속2교대제의 전단계로 주간조부터 실질노동시간을 단축하여 05년부터 시행할 것과 주간특근제와 노동시간 상한제 도입도 요구안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04년 임투에서 합의한 교대제변경 논의를 위한 노사공동연구팀 구성을 비롯하여 노동조합의 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08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교대제 변경에 따른 임금 보전에 대한 쟁점은 “2007년 12월 31일까지 임금보전과 관련한 방안에 있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여 노사합의한다”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요구안에 대해 현장에서는 우선 ‘야간잔업 철폐를 통한 시간단축과 건강 확보’, 더 나아가 ‘주말 철야특근, 생산 불가’를 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발전’은 자본이 원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본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아량을 보여줘야 하는가?
우리는 지난 시기 근골격계 투쟁을 기억하고 있다. 노동강도 완화와 현장통제 분쇄로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핵심고리로 근골격계 투쟁이 상정되었고 현장은 불붙듯 들끓었다.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하는 타격투쟁과 함께 집단요양 신청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투쟁은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한 정규직 신규채용 확대로 나아가기에는 부족했다. 그 결과 요양에 들어간 노동자의 자리에 ‘복직 후 일자리 확보’라는 이름 하에 비정규직이 한시적으로 투입되기도 했다.
철저하지 못한 투쟁이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뼈아픈 경험이다.
자본이 제기하는 교대제변경은 노동자를 더욱 착취할 뿐이다!
도요타자동차 공장 일부에서 주간연속2교대제가 실시되고 있다. 자본이 먼저 나서서 교대제를 변경했다는 점은 국내 유한킴벌리의 사례와 동일하다.
주간연속2교대제를 통해 1시 이후의 심야노동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도요타의 교대제 근무표>
자료 : 제도개선보고서, 금속노조 케피코지회 제도개선위원회, 2005.1.20
그러나 도요타에서의 주간연속2교대제는 알아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잔업특근 없이도 그만큼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교대제 변경에도 불구하고 초과노동이 최근 확대되고 있는 것―1996년 159시간, 2000년 226시간에서 2003년 283시간―은 그만큼 연속2교대제가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자본의 생산논리에 복속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한편 유한킴벌리는 하루 12시간씩 4일을 일하고 3일 휴무와 1일 교육을 받는다. 야간일 때는 휴무일이 4일이 된다. 4교대제로 1년 내내 공장을 가동시켜 이전 3조3교대에 비해 생산일수가 260일에서 350일로 늘었다. 연간가동시간 또한 8,640시간으로 과거의 최대 6,480시간 보다 늘어나게 되었다. 이 같은 방식의 4조2교대를 통해 자본은 30% 정도의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노동자들은 다기능공이 되어 공장의 문제들을 직접 개선해나간다. 교육은 내일의 숙련노동을 위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여긴다. 도요타 자동차가 ‘카이젠(개선)’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이 제품 품질과 라인의 문제들을 해결하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처럼 유한킴벌리의 교대제는 자본에 의해 교대제 변경에 따라 생산성이 오르고 고용도 안정된 사례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자본이 교대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은 ‘오직 노동을 흡수하기 위해서만, 그리고 노동의 한 방울 한 방울과 함께 그것에 비례하는 잉여노동을 흡수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생산설비를 쉬지 않게 하는 것, 곧 ‘노동을 1일 24시간 전체에 걸쳐서 점유하려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충동’에 의해서 교대제를 도입한다. 한 사람의 노동자를 밤낮으로 착취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짜낸 방식이다.
교대제 변경, 정규직 노동자만이 아닌 모든 노동자의 이해를 쟁취하기 위하여!
그렇다면 노동자가 교대제 변경, 특히 주간연속2교대제로의 변경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야간노동의 철폐를 통한 인간다운, 건강한 삶의 확보다.
물론 교대제 변경이 임금 저하와 노동조건의 악화, 고용 불안의 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주간노동만으로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획득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에서 주간연속2교대제나마 채택함을 통해 ‘건강한 노동력’을 재생산하기 위한 노동자의 고육지책인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의 고령화에 따른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고용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주간연속2교대제가 제출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산업공동화’ 대응방안으로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국내 생산 축소와 교대제 변경에 따른 임금 절감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자본의 이해에 부합한다.
결국 노동자 계급의 이해에 기반한 주간연속2교대제를 위해서는 생산설비 확충과 인원 충원, 잔업․특근 폐지와 월급제 등을 함께 요구하고 쟁취하여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5～60% 정도의 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공장의 교대제 변경은 임금 보전이 미쳐 안되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압박할 수도 있다. 야간 잔업특근으로 겨우 100만원을 넘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야간노동 철폐는 임금 인상을 통한 생활임금 쟁취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의 건강악화와 고령화에 의한 과로사 위험이 심각하며 불안정한 가정생활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선투쟁도 같이 전개되어야 한다. 단일호봉제와 월급제를 통한 기본임금의 안정성 확보로 자본의 임금삭감 공세에 맞서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철폐투쟁과 인원 충원을 연계시켜 비정규직 야간노동조, 혹은 비정규직 주말노동조가 편성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한편, 현재 처절하게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및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임단투에 묻히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이번 임단투 기간 주간연속2교대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철폐의 연관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내는 것이 필요하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대상화시키거나, 정규직 노동조합만의 ‘협상’으로는 비정규직 철폐는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수많은 투쟁에서 확인해왔다. 주간연속2교대제가 본래의 의미로서, 노동자적 이해를 관철하고자 한다면 현재의 불법파견 분쇄투쟁을 임단투로 은폐하거나 뒤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 하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배부른 정규직, 대공장 노동자가 일도 덜하면서 임금은 그대로 받겠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공격에 대해 방어할 수 있는 것은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과의 튼튼한 연대투쟁을 조직하는 길뿐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의 투쟁은 야간노동 철폐 투쟁을 앞두고도 잔업특근에 물량 있을 때 일하고 보자는 현실 속에 있다. 왜곡된 교대제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의 형체로 노동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야간노동 철폐와 잔업특근 철폐! 생산설비 확충과 인원 충원으로 노동강도 완화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을 밀어붙혀야 한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현장의 투쟁을 조직해간다면 주간연속2교대제 투쟁은 자본의 생산에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올 무수한 계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지난 투쟁의 오류들을 교정하는 중요한 투쟁으로써 노동자계급 운동의 새로운 주체들을 형성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5월 22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이상욱 위원장의 “불필요한 투쟁으로 생산라인을 멈춰세우는 시대는 갔다” “노조는 파업을 남용하지 않겠다” “노사간 신뢰와 화합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겠다” 등의 발언으로 현장이 다시 들끓고 있다.
전현직 간부가 연루된 비리문제에 있어서 단호한 태도를 노동조합 위원장 명의로 발표한 게 얼마전이다.
이 모든 사건들이 “허위․조작”이고 “오보”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임단협의 승리를 위해서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자본의 생산에 타격”을 주는 투쟁도 과감하게 배치해 그간의 사건들이 단지 자본에 의한 “소동”이며, 노동조합을 흔들기 위한 악선동이었다는 것을 노동운동 전선에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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