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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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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9 19:25:01, 조회:2,340, 추천: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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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구조조정 광풍에 맞선 공세적인 투쟁을 조직하자!
도시철도 활동가
1.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조합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갑갑해 하고 있다. 도철 조합원들은 지난 1월 '인원증원 없는, 임금삭감 수용하는, 노동 강도 강화되는' 주5일제를 수용했다. 합의안이 불만스럽고 성에 안 차지만 파업투쟁을 벌여 가면서 2년여 끌어 온 주5일제를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것인가, 버틴다고 뭐가 나아지는가 라는 절망감에서 조합원들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용역안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합의서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데, 포기와 회피는 한순간으로 그치지 않았다. 자본은 더 많은 양보를 요구했다. 아니, 그동안 현장의 반발과 저지에 머뭇거리던 구조조정들을 최소한의 합의 절차도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
주5일제 임단협 과정(투쟁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민망하다)에서 승무직능은 자본보다 오히려 어용 노조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다. 돌아가면서 허위 병가를 내고 시간외근무 수당을 타가면서 전체 조합원의 임금총액을 도둑질해가는 이기적인 인간들로 매도당했고, 주5일제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승무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지연전술을 쓰기 때문인 탓으로 돌려 졌다. 어용 집행부에 의해 조장된 승무 대 반승무 분위기는 합의안에 대해서 승무를 제외한 다른 직능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나타났고, 이어서 3년 동안 진행되어 온 개인성과급균등분배 투쟁은 어용 조합 간부들이 “병가는 병가대로 쓰고, 성과급은 고스란히 나눠 갖는 꼴 못 보겠다"는 분위기를 유포시키고, 고의적으로 대의원대회 불참을 조직하면서 무산되었다.
조합원들이 갈갈이 찢겨 나가는 와중에 자본은 일사천리로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해 나갔다. 여기에서도 가장 먼저 타킷이 된 것이 승무이다. "기관사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겠다"던 사장의 발언이 무색하게 1월 31일자로 일방적 열차시격조정이 자행 되었다. 이어서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기관사면허자격취득을 위한 내부 교육을 실시하였다. 자본은 "일생에 다시 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일 5만원의 교육비 지급, 수료 후 기술수당 부여"등 시장 장사치보다 선정적인 광고를 해대면서 교육생을 모집했고 10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너도 나도 교육을 받겠다고 신청을 했다. 돈 들여가면서 이런 교육을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전직희망자들을 우선 선발했고, 이후 필요한 인력은 얼마든지 내부 충원으로 가능해지고, 파업을 무력화시킬 대체인력을 자체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의 도발은 승무가 가지고 있는 상대적 투쟁성마저 거세시키겠다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용 중앙 집행부는 주5일제 합의안 통과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지나치게 우둔하지 않고서야 그런 집행부가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당사자인 승무 본부와 승무 활동가들이 자본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가열찬 투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투쟁은 그렇게 배치되지 않았다. 더 이상 고립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조합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투쟁을 계획해야 하는 부담감을 이유로 승무본부와 활동가들은 머뭇거렸다. 일방적 시격조정 반대 투쟁은 본사가 아닌 왕십리역 농성투쟁과 “시민 불편 가중하고 공공성 약화시키는 시격조정 반대합니다. 시민 여러분 항의해주십시오”라는 시민선전전과 언론홍보에 한정되어 배치되었다. 기관사면허 교육에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3년여 민주집행부 동안 조합간부 = 활동가 구도로, 노동조합 틀 내에서 투쟁성과 조직 장악력을 유지해 오던 승무활동가들의 조합주의적, 합법적 투쟁은 조합의 보호막이 가능하지 않은 조건, 자본의 일방적 공격 앞에서 그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자본의 공격이 승무에만 국한되는 상황은 아니다. 없는 인원으로 늘어난 휴일수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전 직능이 마찬가지이다. 역무는 업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한편으로는 수입금 마감주기의 조정, 시내구간 승차권자동판매기 영업중지 등으로 이미 기능이 별반 없는 업무는 축소하는 척 하면서, 자동사진기의 직영 운영 등 직접적인 수익 창출 업무는 계속 개발해 내고 있다. 가장 문제는 2조 1교대근무로의 근무형태 개악 시도, 야간업무의 용역 도입, 매표실 폐쇄 등을 끊임없이 도발해 오고 있는 점이다. 기술/차량의 경우도 점검주기의 조정, 인원 충원 없는 4조 2교대제 등으로 조합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또한 2월 15일자로 6명의 해고자가 발생했다.04년 7.21 궤도파업 당시 노동조합 간부들로 중노위에서 복직 판정을 받았지만 자본이 항소한 행정법원 소송에서 다시 '해고'판결을 받고 재해고 되었다. 노동조합이 무기력해지고 현장 또한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다는 자본의 자신감은 이렇게 무자비한 폭력으로 자행되고 있다. 처음 해고되었을 때 자본에 의한 노동자 살인, 해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분노로 분출시키기 보다는 유화적인 분위기로 공익위원들을 자극하지 말자던 전술로 중노위에서는 복직 판결을 받았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이 무기력해진 것을 확인하자마자, 해고자 몇 명 더 생긴다고 현장에서 반발하지 않을 것임을 자신하자마자, 자본은 다시 해고를 자행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15일 자본은 정해진 회의장이 아닌 '사령실'에서 이사회를 열어 '기업형 팀제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날치기 통과 시켰다(노동조합은 뒤늦게서야 성명서 한 장으로 날치기 통과를 비난하고 있는데, 주5일제 합의안을 노무팀의 비호를 받으며 날치기 통과시켰던 집행부는 제 얼굴에 침을 뱉고 있음을 알기나 하는지). 연봉제도 한층 강화되어 2급 이상 관리자들은 앞으로 경영평가를 잘 받게 되면 '특별성과급'을 받게 된다. 자신의 연봉을 올리는데도 유리하기 때문에 그들(팀장)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면서 현장을 얼마나 쪼아댈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2. 누가 브레이크를 걸 것인가?
일방적 노동조건의 변경, 대체인력 양성을 위한 기관사면허교육, 조직개편, 연봉제의 강화, 성과체계의 확대 등 자본의 구조조정 광풍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만큼 끝없이 불어 닥치고 있다. 협조주의 어용 집행부는 입만 벌리면 "소모적 투쟁이 아니라 실리를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어떠한 실리조차 가져다주지 못하고 식물노조로 전락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 노동조합에게 투쟁을 촉구하고 현장투쟁을 조직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거의 현실성이 없다. 자본의 구조조정 공격을 중단시키고, 절망과 좌절감에 빠져 있는 현장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고스란히 활동가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도철 활동가들의 전반적 상태는 어떠한가?
지금 도철 전체 활동가들을 유일하게 묶는 끈은 '구조조정 분쇄와 조직개편 저지 투쟁위원회' 밖에 없다. 이 틀은 직능별 모임, 민주 확대간부, 민주 대의원, 현장회 등의 대표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협의하는 한시적 공투체 수준이다. 기만적인 주5일제 합의안 부결 투쟁을 벌여 냈고, 합의안 가결 이후 이렇다 할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투본에 결합해 있는 각 단위들이 고른 활동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현재 도철에서 자행되는 자본의 구조조정 광풍을 막아낼 새로운 대안은 없다. 굳이 새로운 틀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동안 노조민주화와 현장탄압분쇄를 위해 투쟁해 온 활동가들이 앞장서야 한다. 도철 활동가들은 불과 몇 달 전 선거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새겨봐야 한다. 어용들이 떠들어 대는 것처럼 "투쟁일변도로 뭐하나 따온 게 없어서"가 아니다. 기존 어용 집행부와 다른 투쟁성과 헌신성, 제대로 된 싸움을 조직하기 바랐지만 집행부는 타협으로 일관했고 활동가들은 우왕좌왕 하면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어간 결과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도철 활동가들은 새롭게 투쟁 결의를 다지고 공세적인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을 시급하게 결정해야 한다. 조금도 빠르지 않다. 오히려 주5일제 투쟁이 기만적으로 정리되자마자 숨 쉴 틈조차 없이 밀어부친 자본에 대응하는데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비록 소수의 조합원이지만 투쟁할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없어서, 앞서 나가는 투쟁 주체가 없어서 이들이 절망감에 빠지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노정신이 신년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향해 “현재의 상태를 넘어서는 생각, 현재의 수준을 넘는 생각을 하고 새롭게 현실에 개입하여 현실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형성하고 행동을 조직하지 않으면 우리는 현실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활동가들이 노동자의 상태를 한탄하고 그 뒤를 졸졸 따라가기보다 철저하게 현 시기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겠다고 의식적으로 각성하고 결단하라”고 요구한 것은 전적으로 옳다. 도철 활동가들이 지금 당장 그 요구에 답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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