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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4호] 자본주의 공황, 사상과 혁명의 문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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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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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9 09:19:16, 조회:2,388, 추천: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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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공황, 사상과 혁명의 문제!
지난 10월 21일 미국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출발한 전 세계 주식시장의 폭락이 있자 부르주아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남한 부르주아 언론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가 지수 2000대를 넘어서 2200대도 가능하다며 주식호황의 밝은 미래를 노래했다. 한국경제신문만 보더라도 10월 16일에는 “한국증시 버블신호 없다”라더니 10월 22일에는 “미증시 폭락 …블랙 먼데이 전조?”라며 공황에 대한 공포심을 드러냈다.
부르주아지들의 혼란, 공포와 호들갑, 자만과 장밋빛 전망은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울다 웃다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2월에 전 세계적인 주식폭락이 있었다. 그 뒤 7월에는 다시 주식시장이 2000대 이상으로 폭등하다가 8월에 미국의 서브 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채권) 사태를 계기로 또 다시 주가가 1700선으로 폭락했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이 개입하여 서브 프라임 부실대출 업체에 대해 대규모 지원을 하자 주가의 동요가 가라앉았다. 그리고는 이번 10월 19일에 또 다시 주가폭락 사태가 있었다. 남한에서는 미국 주가 하락의 여파로 10월 22일 주가폭락이 있었다.
우리는 지난 2월 미국발, 중국발 세계 대공황의 징조라는 글을 통해 수년 이내에 전 세계적인 공황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노동자 계급에게는 파멸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강력한 공황의 징조를 두려워하다가도 표면적으로 징조가 잠시 사라지면 또 다시 끝없는 투기열풍으로 빨려들고 있다. 과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불거진 전 세계 공황의 위기는 사라졌는가?
서브 프라임 사태는 끝났는가?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는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개입으로 일단 겉으로는 진정된 것처럼 보이나 근본적으로 부실대출을 해결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2월 세계 2위 은행인 HSBC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업에서 106억 달러 손실을 입었다. 4월에는 미국 2위 모기지 업체인 뉴센추리파이낸셜이 파산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만 해도 2천500여개의 은행, 저축기관, 소비자신용조합, 모기지업체가 1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주택 대출에 관련돼 있고, 그 중 비우량주택담보부대출만 해도 29%나 차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신용으로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부실대출의 일부를 미봉책으로 틀어막은 것에 불과하다. 지난 8월 초 미 중앙은행은 한 주에만 하루 평균 753억 달러를 금융시장에 쏟아 부었다. 이 빚은 고스란히 남아 있고, 금융기관이 이 빚을 갚지 못하면 중앙은행마저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량 모기지 업체가 비우량 모기지 대출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비우량 모기지 대출로 인한 손실은 곧바로 우량 모기지 대출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주택담보 대출은 그 역사가 깊다.
미국 전 중앙은행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이미 지난 80년에 “과도한 투기는 증권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특히 주택시장에서는 더욱 가열되고 있다. 만약 미국 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투기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주택분야일 것이다.”라고 일찍이 경고한 바 있다.
“주택 소유자들 중, 터무니없이 오른 부동산 가격을 이용하기 위해 자신의 주택을 저당잡혀 그 금융자금으로 온갖 소비재를 사들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던 것이다. 할부구매나 융자와 같은, 차입을 바탕으로 한 소비지출의 급증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미국 경제상황 또한 다른 선진 공업국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폴 스위지 ․ 해리 맥도프), 미국 자본주의의 위기)
이처럼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곪아 있었던 문제다. 직접적으로는 지난 2005년 집중적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출조건은 2년은 저금리고, 2년 이후에 변동금리로 전환하여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내년 말 추가로 금리가 올라가는 부실대출 규모는 무려 6천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2007년 말이나 2008년 초에 가서는 잠재적인 부실대출 영향이 더 불거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는 진정된 듯싶으나 이는 더 큰 부실과 재앙을 부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에 파급을 미치고 있다. 이 사태의 영향으로 유럽의 건설경기도 침체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업계 5위의 모기지 업체인 노던룩이 파산직전까지 갔다가 중앙은행의 구제기금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했다. 스위스계 투자은행인 UBS는 5년 만에 적자를 내고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 파리바 은행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국에서도 국민연금기금과 농협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앨런 그린스펀은 지난 9월 30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택가격이 예상 밖으로 크게 떨어진다면 위기의 제2막을 여는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는 “지난 8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는 (분출을 기다리고 있는) 휴화산과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서브 프라임 사태는 잠시 가라앉아 있지만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처럼 자본주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사태는 단지 주택시장의 문제를 넘어서 자본주의 신용제도의 모순과 금융자본의 투기화로 인한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의 증대를 안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 신용제도의 교란과 공황
자본주의 신용 제도는 자본주의를 고도로 발전시켰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자본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자본주의 신용제도는 주식회사의 발전과 더불어 확립됐다. 주식회사의 발전은 자본가로 하여금 남의 자본을 끌어들여 자기 자본의 수십, 수백 배의 자본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주식회사가 생기고 나서 철도, 운하의 건설 같이 거대 산업에 막대한 자본이 투자될 수 있었다.
맑스는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부르주아지는 백 년도 채 못되는 그들의 계급 지배 속에서 과거의 모든 세대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고 더 거대한 생산력들을 창조하였다.”고 했다. 이러한 부르주아지가 만들어 내는 거대한 생산력은 주식회사의 출현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로트베르투스는 “피라미드와 페니키아인들이 만든 돌기둥도 주식자본이 앞으로 창조할 것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에 불과하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자본주의는 위기에 대한 더 큰 적응능력을 보이면서 전면적 붕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베른슈타인의 자본주의 경제법칙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자본주의 붕괴법칙과 혁명을 거부하고 수정주의로 치닫게 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베른슈타인은 자본주의의 위기 적응능력 중 첫 번째 것으로 신용 체제의 발전을 예로 들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개혁이냐 혁명이냐’에서 자본주의 신용이 자본의 팽창에 있어서 주요한 역할을 하지만 “신용이 일단 생산 과정의 요소로서 과잉 생산을 낳으면, 위기의 시기 동안 신용은 유통의 수단으로서 신용이 스스로 창출한 생산력을 그만큼 철저히 파괴한다. 최초의 정체 징후와 함께, 신용은 무너져 내린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로자는 신용은 위기를 악화시키는 ‘음험한 유통수단’이라고까지 했다.
맑스는 신용제도가 생산력의 물질적 발전과 세계시장의 형성을 촉진시키지만 “동시에 신용은 이 모순의 격렬한 폭발 -즉 공황-을 촉진하고 이리하여 낡은 생산양식을 해체하는 요소들을 강화한다.”고 했다. 자본주의가 스스로 위기를 조절한다는 베른슈타인의 주장은 이후에 터진 자본주의 공황과 학살, 전쟁과 같은 아비규환으로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자본주의 신용은 생산자본의 규모를 크게 하고 유통비용을 줄이게 하며 원활한 자본의 재생산을 위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한다. 화폐자본은 생산자본의 보조적 역할에서 점차로 자립화된 방향으로 나아간다. 생산자본의 이윤하락을 이윤량으로 보상하지 못하는 자본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렇게 생겨난 과잉자본은 투기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맑스는 자본론에서 “소규모로 분산된 수많은 자본들은 맹목적인 길에 들어서지 않을 수 없게 되어 투기, 신용사기, 주식사기, 공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이 독립화는 훨씬 더 진전돼 있다. 주식과 부동산뿐만 아니라 석유, 곡물, 금속, 통화, 심지어는 날씨 정보와 테러예측도 상품이 되어 있다. 또 상품을 담보로 한 각종의 파생 상품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상품은 미래의 가격변동을 예상하고서 미리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이것이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더 깊게 만든다. 자본주의의 투기화는 생산자본에 대한 투자보다는 각종 투기에 빨려들면서 도박과 사기가 판치는 기생적인 자본주의로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각종 투기성 금융자본의 완전한 자립화는 이뤄질 수 없다.
“국채건 주식이건 이런 소유권들의 가치의 자립적인 운동은, 그런 소유권들이 자신이 대표하는 청구권이나 자본과 나란히 현실적인 자본을 형성한다는 가상을 보장한다. 그런 소유권들은 곧 상품이 되었다.”(자본론 3권)
금융상품의 매매는 현실적 매매가 아니라 가상적인 매매면서도 이것이 현실적인 자본형성인양 보이게 한다. 투기성 금융자본이 생산자본 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누리고 있다면 투기적 이익을 통한 금융팽창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금융자본의 투기적 이익은 생산자본에서 나오는 이윤이 없다면 무한정 뻗어나갈 수 없다.
거품이 무엇인가? 무엇을 기준으로 한 거품인가? 생산자본에서 나는 이윤을 넘어서 투기가 번성할 때 거품이 생겼다고 한다. 생산자본의 이윤 증대 없는 금융자본의 과잉 성장은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생산자본이 토대라면 금융투기 자본은 상부구조라고도 한다. 자본주의 생산관계는 노자간의 착취관계를 재생산하면서 유지, 강화된다. 자본이 노동자를 착취해서 이윤을 남기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성장할 수 없다. 화폐자본의 운동은 형태상으로는 화폐가 화폐를 스스로 증식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산자본을 매개하거나 바탕에 두지 않고는 증식시킬 수 없다. ‘돈 놓고 돈 먹기’라는 말이 있지만 사기성 도박이 아니라면 돈이 돈을 낳을 수는 없다.
미국 기업도 제조업 부문 이윤이 50%에서 15% 이하로 떨어지면서 기생성과 투기성이 최대로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신용의 불안정성을 낳고 있는 요인이다.
결국 생산자본의 이윤과 독립해서 운동하던 투기자본의 자립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거품이 조성되고 언젠가 이 거품은 꺼지게 된다. 따라서 금융자본의 독립성은 생산자본의 영향을 받는 제한된 독립성이다. 생산자본의 성과에 근본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산자본은 자기자본을 외부 신용에 더욱 더 많이 의존하면서 이자나 주식배당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고 이를 충분하게 지급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윤을 남겨야 한다. 만약 생산자본의 상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판매되지 않으면 자본은 막대한 신용을 갚지 못하고 파산할 수밖에 없다. 자본의 생산을 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신용이 부메랑이 되어 자본의 목을 죄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자본주의가 잘 나갈 때는 만사가 순조롭다. 신용은 생산자본 성장의 지렛대이다. 자본은 신용을 통해 자본의 규모를 늘릴 뿐만 아니라 회전을 빠르게 한다. 그리고 자본이 내놓은 생산물이 판매되면 지급기일 전에 신용을 갚아 나가면 된다. 그러나 만약 생산물이 판매되지 않으면 자본은 신용을 갚을 길이 없다. 신용을 대출한 금융자본은 이럴 때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추가 대출을 중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추가 파산이 오게 된다. 기업의 추가 파산은 결국 기업에 막대한 대출을 해놓고 있는 금융자본의 파산을 부른다. 생산의 위기가 금융의 위기를 부르고 금융의 취약성이 생산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개인 간에도 어깨보증이 있는 것처럼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의 보증관계는 이 사슬의 어느 하나라도 교란이 생기거나 끊기면 전체로 삽시간에 파급된다.
산업공황과 금융공황의 관계
곽노완은 “1866년 이래 자본주의적 공황은 주로 금융공황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맑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금융공황에 대해서 언급한다.
“1973년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공황은 1973년과 1980년의 오일쇼크로 인한 세계공황을 제외하곤 주로 외채위기․ 환율위기․ 외환위기 등 금융공황으로 인해 촉발되었고 오일쇼크마저도 자본주의적 신용제도와 금융제도를 통해서만 ‘급작스러운 재생산의 중단’ 즉 공황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곽노완 경상대 교수, ‘정치경제학 비판’과 21세기 금융공황)
곽노완의 주장과 다르게 공황형태와 공황의 근본적인 원인과 본질은 다르다. 산업공황을 말하는 것은 금융공황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금융적 혼란, 신용의 위기가 산업공황을 더 깊게 하고, 금융공황의 형태를 띠고 나타나는 금융공황에 있어서도 산업공황과 긴밀한 연관 속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맑스는 금융공황이라는 현상과 본질을 오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재생산과정의 상호관련 전체가 신용에 바탕을 두고 있는 생산체제에서는, 신용이 갑자기 정지되고 현금지불만이 통용된다면 지불수단을 얻으려는 격렬한 쇄도의 형태로 공황이 발발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첫눈에는 모든 공황은 단순히 신용․ 화폐공황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실상 이 공황은 어음을 화폐로 전환시키는 문제일 따름이다. 그런데 이 어음들의 대부분은 현실의 매매를 대표하고 있으므로 이 매매가 사회적 필요를 훨씬 능가하여 팽창하는 것이 결국 모든 공황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자본론 3권 하)
곽노완은 생산공황을 주장하는 것이 금융공황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처럼 주장하고는 ‘자본주의적 신용제도와 금융제도를 통해서만’ 공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곽노완은 일본의 맑스주의 경제학자인 우노를 인용하면서 투기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으면 자본이 많이 몰리고 이렇게 돼서 금리가 올라가면 투기자본이 이자와 원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면서 금융공황이 온다고 한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투기상품의 가격이 금리 이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면 채무상환에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
곽노완은 투자와 투기가 동시방향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투자가 높으면 투기도 높고 투자가 낮아지면 투기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보통 금융자본이 생산자본의 보조적 역할을 할 때는 금융자본의 투자가 많을수록 생산자본은 같이 성장한다. 그러나 금융자본이 자립화되어 투기자본화 된다는 것은 이윤율이 하락하여 투자가 낮아지고 과잉자본이 투기영역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럴 때 투자와 투기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곽노완은 생산자본의 이윤율 하락이라는 자본주의 경제법칙을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축적과 이윤율의 하락, 투기의 증대라는 생산자본과 금융자본의 연관과 제한된 자립화 현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출발해서 금융공황의 독립성이 일면적으로 강조되게 되는 것이다.
폴 스위지는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증대시키는 원인을 금융제도 그 자체에서는 부분적으로밖에 찾을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진정한 문제의 근원은 생산과 자본축적이 계속 정체된다는 데 있다.”고 한다.
자본의 순환과정은 생산과정과 유통과정의 통일이다. 이 중 어느 한 과정만으로 생산과 재생산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통일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중심적 규정력은 생산에 있다.
“자본주의적 생산의 진정한 한계는 자본 그것이다.”(맑스, 자본론 3권 상)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그 자체에 자본주의의 모순이 숨겨져 있다. 결국 자본주의가 폐절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모순은 사라질 수 없다. 물론 곽노완은 “공황의 발생을 금융영역으로 제한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공황취약성에 대한 분석을 금융투기 시장으로까지 확장하려는 시도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취지라면 공황론을 풍부하게 하고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동의한다.
곽노완은 대안사회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용과 이에 입각한 투기는 폐절되어야 하고, 모든 생산자금은 전체 사회적 축적기금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생산수단과 축적기금이 사회화되어 있고 자본주의적 신용과 투기는 폐절되는 코뮌주의에서는 착취와 투기, 공황은 근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곽노완은 결국 이렇게 실토한다.
“‘사적 소유의 폐지’와 ‘생산수단의 사회화’만을 고수한다면 좌파는 무력해지거나 외롭게 남을 수밖에 없다. ‘현실사회주의의 유령’이 ‘신체에 새겨진 공포’로 다중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곽노완이 생산공황과 분리된 금융공황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핵심적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곽노완은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에 직면해서 적들에게 완전히 투항하지는 않는다. 곽노완은 현실사회주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본주의의 모순이 강력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양심적인 학자이다. 그래서 곽노완은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용과 투기가 폐절되어 착취와 투기, 공황이 없는 코뮌세상을 꿈꾼다. 그러나 곽노완은 사적 소유 폐지나 생산수단의 사회화 같은 혁명적 조치를 거부한다.
사적 소유 폐지나 생산수단의 사회화 없이 어떻게 ‘생산수단과 축적기금이 사회화’된 꼬뮌사회를 건설하겠다는 것인가? 곽노완은 우리가 전진 대선강령 비판에서 비판한 것처럼 연기금 사회주의를 주장한다. 곽노완의 과학성은 혁명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심 앞에서 빛을 잃고 공상적 사회주의자로 후퇴하게 된다. 결국 다시 한 번 공황론은 단순히 경제분석이 아니라 사상과 혁명, 계급투쟁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파산위기에 빠진 금융자본을 구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부었던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파산에 직면한 대중들에게는 관심조차 없다. 대중들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하면서 처절하게 생존을 이어가거나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모범적인 사회 정책으로 유명하다고 하는 기타규슈 지역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마저 여럿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너도 나도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한 것은 임금상승률의 정체나 실업으로 인한 생활수준의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일확천금의 투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투기자본의 유혹에 미래의 희망이 없는 대중들이 넘어 갔다. 그런데 천문학적인 투기적 이익을 독점하던 금융자본은 손실을 전체 사회에 떠넘겼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융자본을 구제하기 위한 수백 조 이상의 자금은 결국 대중들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 지난 9월 개인 파산신청자는 지난 해 비해 약 23% 늘어난 6만9천명을 기록했다. 올 초부터 9월까지 파산신청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76% 증가했다. 금융자본의 부실로 인해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도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통은 엄청나게 늘어나는 반면에 2001년 기준으로 미국의 상위 1%의 금융자산가들은 하위 80%의 4배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부유한 1%가 19조 달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는 나머지 99%가 소유한 양과 일치한다. 2006년 9월 기준으로 가장 부유한 미국인 60명이 6천 3백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지난 해 비해 10%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에서도 양극화는 깊어지고 있다. 남한에서도 1%가 부동산 57%를, 5%가 82%를 차지하고 있다. 2002년 기준으로 8만 명이 1억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액수가 200조에서 250조에 달한다. 자본가들의 재산, 금융자산은 위장분산해 있거나 축소돼 있는 반면 절대빈곤층이나 실업자들의 재산, 자산은 거의 없기 때문에 통계수치만으로 계급 간 불평등을 정확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세계적 차원에서 공황이 발생한다면 자본은 공황을 통해 과잉자본을 해결하고 공황의 고통을 대중들에게 모조리 전가하려 들 것이다. 대중들의 삶은 더욱 더 혹독해질 것이다. 공황은 자본주의 모순의 폭발이고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저항을 낳는다. 그러나 공황이 저절로 투쟁과 혁명을 낳지 않는다. 자본은 오히려 공황의 위기를 전쟁을 통한 살육, 대대적 정리해고, 임금삭감, 비정규직의 확대, 복지후퇴라는 폭력적 방식으로 극복한다. 그래서 맑스는 “공황은 항상 기존 모순들의 일시적 폭력적 해결에 지나지 않으며, 교란된 균형을 일시적으로 회복시키는 강력한 폭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위기의 시대, 공황이 임박한 시대에 노동자 계급이 명심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는 더 이상 미래의 전망이 없다는 것, 자본주의 체제는 대중의 생존권을 지키는데 완전히 무기력하다는 것, 대중의 무덤 위에서 한 줌도 안되는 자본가들이 퇴폐적이고 기생적인 방식으로 거대한 부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주의는 제 손으로 생을 마감하지 않는다는 것, 오직 노동자 계급의 투쟁으로 자본주의의 숨통을 끊어놓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임박한 공황을 앞두고 사상적으로 더 철저하게 무장하고 실천적으로 더 투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양보교섭과 자본에 대한 투항, 협조전략으로 나아간다면 노동자 계급은 끝장날 수밖에 없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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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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