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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창간 18호 목차/ 5.31지방 선거! 옛것이 죽어갈 때 새것을 준비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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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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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4 14:04:08, 조회:2,272, 추천: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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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정치협회(노정협) 홈페이지 : http://lmagit.jinbo.net
TEL : 02-6414-1917 / E-mail : labor04@jinbo.net
노동자정치신문창간18호입니다.
[쟁점] 5.31지방 선거! 옛것이 죽어갈 때 새것을 준비하자! - 2면~4면
[정세] FTA 반대투쟁! 산업간 이해의 포로가 되지 마라!! - 5면~6면
[국제]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인가 명백한 자본주의인가?(번역) - 7면~8면
[주장]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원칙과 과제에 대한 스케치 - 9면
[현장기고1] 대구경북건설노조 파업투쟁
-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조직국장 장형창 - 10면
[현장기고2]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철비동회’로 무장했다!
- 철도비정규직노동자 - 11면
[현장기고3] 서울지하철, 노동해방의 역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자!!
- 서울지하철 노조 활동가 - 12면~13면
[기고1] 공세적 교육 투쟁으로 대학구조조정 막아내자!
- 성공회대 실천학회 사람세상 - 14면~15면
[기고2]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읽고 -믿을 수 있는 계급은 프롤레타리아계급뿐이다!
- 시설노조 활동가 - 16면
[분석] 정권의 ‘정년연장’은 계급착취의 연장이다!! - 17면
[노동] 물량 경쟁의 덫에 갇힌 노동자들 - 18면~20면
[옥중서신] 옥중에서의 편지 - 20면
- 전해투 조직국장 박상길
5.31지방 선거! 옛것이 죽어갈 때 새것을 준비하자!
1. 왜 열우당은 참패했는가?
탄핵정국을 통해 열우당을 다수당으로 탄생시켰던 ‘민심’은 고작 2년이 지나지 않아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로 돌아섰다. 집권 자본가 정당인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18.2%로 사상 최저를 보이는 반면에 박근혜에 대한 직무지지는 72%로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심은 이렇게 요동치고 있으나 그 요동은 부르주아 한 분파에 대한 지지에서 더 반동적인 다른 분파에 대한 지지로 옮겨간 찻잔 속의 요동에 불과하다.
이번 5.31 지방선거 이후에 대중들은 “노무현이 무조건 싫어서 한나라당을 찍었다” 노무현 정권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권이다. 그러나 노무현정권의 민주주의는 단지 자본가들을 위한 민주주의고 노동자계급에게는 자본가 독재정권이다. 노무현정권은 지난 해 생존권 압살에 항의하는 농민을 백주대낮에 때려죽이고, 이라크 파병과 평택에 군투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무현정권은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 로드맵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지난해와 올해에도 수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부동산 정책을 비웃기라고 하는 듯 주택가격은 일시적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강남의 30평형대 주택가격은 6-7억 원대에서 14억-15억으로 폭등했다.
노무현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가격을 안정시켜서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인 임금을 낮추는 계기가 된다. 유휴자본이 이윤을 낳지 못하는 투기자본으로 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자본의 수익성과 실질적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치솟은 주택가격이 폭락하게 될 때 자본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노무현의 부동산 보유세와 거래세 인상 정책은 부동산의 8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계급과 부동산 소유자들의 반발을 사서 최소한의 세금인상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부동산에 대한 약간의 세금을 올린다 해도 부동산 매매로 인한 이득이 더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부동산 소유 열풍은 식지 않는다. 또한 토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독점자본은 업무용이라는 명목으로 세금폭탄을 피해가면서 세금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로 나오는 부동산을 더 보유하게 된다. 게다가 자본을 위한 정부의 각종 개발정책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자극해서 오히려 부동산가를 천정부지로 올리고 있다. 결국 서민대책, 양극화 해결 등 소란스런 정치적 수다는 독점자본을 더 배부르게 할뿐이다.
양극화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무현의 실업대책은 半실업자인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 정규직의 임금과 노동조건, 후생복지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면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자본을 위한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경쟁력 없는 중소자본을 몰락시키고 개별자본간 이해관계를 달리하지만 이 협정의 전제조건으로 노동의 유연화, 노동조건의 악화, 자유로운 해고 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미의 총자본에게는 근본적으로 유리한 정책이다. 독점자본을 위한 노무현정권의 정책은 독점자본의 엄청난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소자본가들은 자본의 독점화로 인해 몰락하거나 오로지 하청계열화로 독점자본에 포섭되는 것으로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독점자본은 생산 분야만이 아니라 유통, 판매, 서비스 등 이윤이 되는 모든 분야로 침투하면서 숙박업주, 음식점, 가게 등 소부르주아를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가고 빠르게 몰락시키고 있다. 물론 이 자리는 정리해고 되거나 퇴직한 노동자계급, 몰락한 자본가 계급의 일부로부터 충원된 또 다른 소부르주아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열우당이 참패한 이유가 노무현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됐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 점은 부르주아 언론뿐만 아니라 열우당과 노무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의식은 이렇게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데 있지 않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왜 노무현정권에 대한 분노가 독점자본의 더 반동적인 또 다른 분파인 한나라당에 대한 몰표로 나타났는가 이다.
2. 열우당의 참패가 왜 자본주의 반대로 나타나지 않는가?
한나라당의 역사성, 강령과 정책, 각종 비리와 후진적인 정치행태로 볼 때 대중들의 선택은 더 자신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자해행위’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까?
박근혜에 대한 ‘커터칼 테러’ 사건 때문인가? 이 사건은 우연한 사건이다. 우연한 사건은 역사의 흐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대한 압도적인 대중들의 지지는 단순히 커터칼 사건이라는 우연한 사건만으로는 해명할 수 없다. 이미 이 우연적인 사건 이전에도 한나라당이 싹쓸이 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우연한 이 사건은 한나라당의 기존 지지자들을 결속시켰고, 열우당 지지자들을 이탈하게 만들었다. 우연한 사건이 필연적 움직임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우리는 노무현정권에 대한 대중들의 분노가 사실은 독점자본,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폭력과 억압, 모순에서 비롯됐음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과학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명확한 사실을 대중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의 갖가지 이데올로기와 정치제도, 사회현상이 본질을 흐리게 하고 은폐하면서 전도된 의식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노무현정권과 열우당은 대중 스스로 선출하고,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강화시켰다. 탄핵정국은 민주주의적 성과인 직선제로 선출한 행정권력을 사법권력과 부르주아 입법기구인 의회 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탄핵한 것에 대한 대중적인 반발이었다. 그러나 대중들은 자신의 주문으로 불러들인 민주주의와 개혁이 미친 듯 날뛰며 생존을 위협하자 배신감에 치를 떨며 제 손으로 탄핵시킨 부르주아의 다른 분파를 지지했다.
부르주아 정치는 인물의 교체로 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대중적 환상을 끊임없이 불어넣는다. 현대부르주아 정치에서 분파 간의 갈등과 모순은 노동자계급이나 쁘띠 부르주아의 이해를 누가 더 잘 대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누가 더 독점자본의 이해를 충실하게 잘 대변하고, 누가 더 착취와 억압을 잘 할 수 있게 국가의 역사적 소명과 역할을 더 잘하는지에 정치의 본질이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가권력은 전체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려 하기 때문에 개별자본의 이익 보다는 전체 이익을 본다. 그러나 국가는 부르주아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전체 국민을 지배하기 위해서 국민의 권력으로 끊임없이 위장한다.
노무현 정권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노동자계급의 반발을 최소화 하여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 한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주의를 끊임없이 유포하면서 중립적인 권력인척 한다. 민주노총 관료들은 또 다시 이러한 정권의 사회적 합의주의에 포섭돼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결정했다. 그러나 자본은 노동자계급의 힘이 소실됐다고 보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과 절차를 번거롭게 생각한다. 좀 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길 바란다. 노무현 정권은 과거 김영삼 정권 말기에 날치기로 통과시킨 노동법 개악이 대대적인 총파업으로 나타난 두려운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본의 요구에 의해서 국가권력의 폭력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본은 자신들을 위한 집권정당의 정책이 자신들을 이롭게 하지만 이로 인해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떨어지면 자본의 다른 분파가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 대중적 분노를 가라앉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과 정당이 집권했을 때 대중들은 얼마가지 않아 또 다시 실망하고 분노한다. 현대 부르주아 정치권력은 정책상의 사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스미디어를 등에 업고 이미지 정치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미지 정치는 기승을 부렸다. 부르주아 정치는 천박한 정치, 대중들의 후진적 의식을 조장하고 기대는 정치, 대중의 무관심, 수동성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보통선거제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지만 내 손으로 직접 선출한 권력,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하고 표로 심판하여 끌어내릴 수 있는 권력이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는 유권자의 표가 아니라 독점자본에 의해 실질적으로 지배된다. 부르주아 정치는 다당제를 근간으로 한다. 그러나 이 다당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급진세력들에게는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가면서 집권하고 있다. 이 독점자본의 양당권력은 낙태, 동성애자 인정 등 몇 가지 작은 정책을 달리하지만 독점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서는 한 치의 양보를 하지 않는다. 미국만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보통선거제는 몇 년에 한번 씩 자신의 억압자, 착취자를 새롭게 선출하는 기만적인 도구로 전락했다.
국가권력의 계급적 성격은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 통치형태, 권력 중심부 인맥들의 정치적 성향, 개인적 취향, 도덕성과는 상관없이 자본주의의 사적소유와 독점자본의 이해에 복무할 뿐이다. 그것은 전 사회를 지배하는 독점자본의 힘을 거부할 수 없다는 점(독점자본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자본파업을 벌일 수 있으며, 독점자본의 이해를 침해하는 정책이 취해진다면 자본주의 경제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 여기에 독점자본은 막강한 금전적 힘으로 관료, 의원들을 매수하고, 자신의 사람을 심을 수 있다.), 헌법, 군대, 관료기구 자체가 사적소유와 자본주의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하고 여기에 복무하고 있다는 점 등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권의 계급적 성격과 지지기반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선거제에 바탕을 둔 현대 자본주의 국가권력은 한 줌의 숫자도 안 되는 독점자본의 이해를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변해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노무현정권은 노동자계급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중립적인 권력으로 위장하고 자신의 지지층인 소부르주아와 노동자계급의 후진적인 부위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정치개혁, 과거사 청산, 교육개혁과 진보적 정치적 수사를 일삼았다. 정의사회 구현, 부패청산, 역사 바로 세우기, 통일정책 등 역대정권들도 이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대중들이 이러한 부르주아 정치의 술수에 넘어가는 것은 부르주아 정치와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고작 51.6%밖에 되지 않았다. 왜 절반의 국민들은 투표를 포기했을까?
“찍어서 당선된 사람이 부패하거나 무능해지지지 않은 적이 없는데, 굳이 투표를 해서 내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선거라는 게 우리 사회나 개인에게 아무런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하니까”
“지금의 정치인들을 지지해준다는 게 말이 안 되고, 낮은 투표율로 민심을 보여주는 게 더 의미 있다고 본다.”(한겨레신문 6월 1일자)
대중들은 부르주아 정치가 아닌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를 경험하지 못했다. 정치적 전망이 없기 때문에 부르주아 정치에 끊임없이 배신당하고, 농락당하면서도 혹시나 하면서 오늘은 부르주아의 이 정치, 내일은 저 정치로 떠돌아다닌다. 나머지는 체념과 불신의 다른 표현인 무관심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대중들은 이것이 본질적으로는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분노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일반의 문제로 바라본다. 원래 정치라는 것은 그래! 원래 정치인들은 다 그래! 이 보다 더 대중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부르주아 정치는 의회정치다. 의회정치는 대리주의다. 부르주아 의회정치는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그 속에서의 개혁을 모색한다. 사민주의는 부르주아 정치,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의회 내에서 합법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민주노동당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3. 민주노동당은 왜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없는가?
민주노동당은 열우당에 대한 대중들의 격렬한 불신을 자신들의 지지로 만들기 위해 ‘진보개혁 대표주자 교체’라고 하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그러나 열우당에 대한 불신은 한나라당 지지로 옮겨가거나 투표기권으로 나타날 뿐 민주노동당으로 오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서 열우당과 손을 잡았다. 한겨레신문은 열우당의 참패와 민주노동당의 패배를 보면서 “진보, 개혁 세력 전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면서 두 당을 싸잡아 진보진영으로 묘사했다. 실제 대중들에게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 개혁 세력의 일부로 여겨졌다. 민주노동당 내 주류인 우파 일각에서는 범진보개혁+민주대연합으로 反한나라당 전선을 치자며 열우당의 2중대임을 기꺼이 자처했다.
성동구 시의원 후보로 나온 최병천은 화장을 하고 선거운동을 해서 ‘당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색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생활정치를 함으로써 14.96%의 득표를 올렸다고 자랑하면서 민주노동당의 몰계급성과 의회주의 정치가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아니 최병천은 당선을 위하여 몰계급적인 이미지 정치, 지역구민의 생활상의 이익에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민주노동당의 의회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선거운동을 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선거 평가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의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내 개량주의 우파는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좀 더 대중적인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회찬은 “국민 대중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중심으로 노선과 활동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문성현 대표는 당의 지지세력을 “더 넓게 중소영세상인, 중소기업인의 민주노동당 지지 동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선거 패배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개량주의 좌파는 “핵심적 지지기반에 대한 확고한 정치성 확립 없이 외연적 확대만 하면 당이 어디로 갈지 우려스럽다”(임영일)면서 노동자계급 중심의 지지기반을 더 확고히 다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전진, 다함께, 노동조합 운동 출신 관료 등 개량주의 좌파들이 하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개량주의 좌우파가 민주노동당의 위기를 부르짖는 정치적 근거는 낮은 지지율이다. 결국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표를 얻지 못한 것, 의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 핵심적인 평가의 기준이다.
의회주의는 “나를 또는 우리를 찍어라. 우리가 다수가 되면 당신들의 요구와 열망을 의회에서 대신 해결해주겠다”는 대리주의다. 이번 선거결과로 2007년 원내교섭단체 구성, 2012년 집권이라는 야심찬 의회주의 집권프로젝트에 치명타를 안긴 것에 민주노동당 위기의식의 근원이 있다. 집권을 위한 지지세력의 확대는 몰계급적인 선거전략, 투표전략으로 나타난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의회주의적 전망 하에 만들어지고 의회주의적 방법과 수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일어나는 논쟁들은 이 의회주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의회주의를 의식적으로 추구한 결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현상적인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하는데 불과하다. 도찐개찐이다.
민주노동당은 서민을 대중적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 서민이 무엇인가? 서민은 노동자인가? 중소자본가인가? 계급개념이 형성되기 이전의 지배계급에 저항하는 민중이라는 표현보다도 훨씬 더 몰계급적이다. 한나라당과 열우당에서도 서민정치를 다 같이 외친다. 노무현은 비정규직을 확대시키고, 농민을 파멸로 몰아가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서민대책과 양극화 해소를 외친다. 양극화는 노자간의 적대가 심화되고 있다는 가장 큰 반증이다. 서민정치는 이 점에서 계급모순과 갈등을 은폐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계급 적대감을 완화시킨다.
민주노동당의 정책선거, 정책대안론은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고, 자본주의를 개혁하겠다고 하는 개량주의 노선이다. 정책대안론은 자본주의 모순이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에 내재한 고유의 법칙에 의해 강요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의지, 정책권자의 정책상의 결단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투쟁이 아닌 새로운 정책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정책대안론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니라 다른 정책 즉 케인즈주의 정책으로 복지를 증대하고 대중의 소비를 진작시켜 자본주의 경제를 활성화시키자고 한다.
열린우리당 비대위 의장 김근태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정권의 정책실패에 대해서 “나는 이 시점에서 케인즈가 생각납니다. …지난 시기에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 말미암아 정책적 오류와 실패가 상당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진단을 한다. 그러나 그 대안은 ‘성장을 통한 복지예산 확보’라는 전형적인 선성장 후분배론인 신자유주의다. 정책실패의 원인이 신자유주의인데 그 대안 역시 신자유주의다. 자본으로서는 이처럼 신자유주의가 아닌 다른 정책을 추구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서구 유럽의 장기 호황이 마침표를 찍고 자본이 축적위기에 처하자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계급을 공격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대안이 아니라 오직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여 자본에 저항하는 투쟁만이 자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고 노동자계급을 생존의 벼랑 끝에서 구출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적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조차 민주노동당은 서민정치, 정책선거를 외쳤다.
다함께는 열우당의 개혁배신이 대중들의 환멸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다함께는 열린우리당의 개혁정책이 바로 자본가적이고 노동자에게는 적대적이라는 개혁의 계급적 본질에 대해 망각하고 있다. 다함께는 개혁파탄을 한 열우당을 대신하여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5.31 지방선거 결과가 제기한 문제들)고 주장한다. 다함께는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한편으로 우파인 한나라당이 성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좌파인 민주노동당이 성장하는 정치 양극화가 전개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다함께의 주장은 명백히 틀렸다. 정치적 양극화는 자본의 극심한 위기 속에서 파시즘이냐 혁명적 정치냐 둘 중의 선택을 대중들에게 강요한다. 기존의 부르주아 정당은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탈출시키지 못하고 혁명정당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정치적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람시는 “옛것은 죽고, 새것은 아직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빈자리에 괴물들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 괴물은 파시즘이다. 그런데 이 파시즘은 옛것과 전혀 다른 것이 아닌 부르주아 독재의 가장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형태이다.
서구 유럽에서 정치적 양극화의 징조는 기존의 부르주아 정당이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영국 노동당, 독일 등 사민주의 정당이 기존 자본가 정당과 다를 바 없이 급속히 우경화되는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파시즘적 정치세력과 급진 혁명 좌파들이 성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 정치적 양극화의 급진적 대안이 아니라 단지 집권하지 못한 준비된 사민주의 정당에 불과하다. 민주노동당이 열우당 옆에 서 있다가 유탄을 맞은 것도 대중들에게 근본적인 정치적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함께가 민주노동당을 정치적 양극화의 한 편이라고 보는 것은 민주노동당에 대중적 환상을 불어넣는 것이고 그들 스스로 얼마나 우경화된 정치세력인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동당과 다른 독립적인 혁명정당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의회주의, 개량주의를 반대한다. 그러나 의회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이 선거에 기권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맑스주의자는 모든 자본주의 기구를 활용해야 한다. 의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선거는 비록 대중들이 자본주의 정치에 환멸을 느껴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 있다고 해도 정치지형의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기다. 우리는 이러한 선거 시기에 자본주의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폭력적인지를 폭로하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전망을 선전선동 해야 한다.
레닌은 단순히 의회기구가 얼마나 반동적이냐 여부로 참여, 불참을 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동적이기 때문에 더러워서 참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반동적이기 때문에, 혁명의 전진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참여해서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는 의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불어넣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정치의식을 강화시키고 대중투쟁을 강화시키는데 철저하게 복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착취질서에 맞설 수 있는 독립적인 혁명정당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이 기초가 없이는 선거를 혁명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공문구가 될 뿐이다.
우리는 민주노동당이 개량주의 정치를 독점하고 의회주의적 환상을 불어넣고 선거참여를 이유로 대중투쟁을 방기하는 시점에서 선거참여 보다는 의식적으로 대중투쟁을 강조해야 한다. 현실적인 역량을 볼 때 선거후보전술은 부르주아 정당이 각종 미디어를 독점하고 의제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선전선동의 공간이 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최소한의 역량도 분산시킨다. 후보전술의 효과에 비해 역량의 손실이 커질 것이다. 물론 우리는 선거를 통해 나타나는 대중적 정서나 계급 역관계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지배계급 내부의 갈등이나 이완된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투쟁해야 한다.
우리는 현장투쟁을 통해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현장의 독립적인 거점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정치적으로 주목하고 집중해야할 투쟁은 비정규직 투쟁이다. 대공장 비정규직 투쟁은 단순히 비정규직 투쟁이 아니라 협조주의자들의 준동으로 약화된 대공장을 계급투쟁의 진지로 재구축하는 투쟁이다. 이 투쟁의 주체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선진 활동가들이다.
우리는 열우당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자본주의 선거 자체에 환멸을 느껴 투표를 거부한 대중들을 부르주아 정치에 대한 적대적 세력으로 투쟁할 수 있도록 조직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겉으로 드러난 승리자는 한나라당이고, 패배자는 열우당과 민주노동당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내년 대선에서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더하면 더했지 대중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대안정당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위기와 모순, 계급적대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자본주의의 폭력성은 경제적 양극화를 낳고 이것은 정치적 양극화를 낳는다. 정치적 양극화는 급진적 정치세력들이 성장할 수 있는 풍부한 정치적 토양이 될 것이다. 옛것이 죽어갈 때 새것을 빨리 태어나게 하자!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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