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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6호] 희망버스를 보는 두 시선(1) : 2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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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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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8 17:58:37, 조회:8,208, 추천: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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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 김현국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이 많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한진중공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관심도 많지 않았다. 그냥 신문에, 뉴스에 나오는 것이 내가 접하는 한진중공업에 대한 전부였다. 그러다 희망의 버스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대학생인 나는 학교일에, 공부에 치여 많은 고민들을 하지 않고 너무 무심하게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2차 희망의 버스가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나도 이번 기회에 같이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7월 9일 아침에 춘천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2차 희망의 버스에 참여하기 위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부산으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200여 대의 버스가 부산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대단한 숫자였다. 서울에 올라간 시간이 1시 정도였을까 그런데 버스를 타는데 만해도 2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던 것 같다.
3시정도에 버스를 모두 타고 우리 버스는 부산으로 향했다.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이렇게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그 사람들 중에 내가 있다는 사실에 나도 조금은 고무되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영상물을 보여주었다. 희망의 버스에 같이 뜻을 모아주시는 분들의 희망의 메시지를 들으며, 나도 누군가의 희망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희망의 버스 타기를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 하며 나는 계속 이어 영상물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도 크레인 위에 있을 김진숙씨의 모습도 영상에 보였다. 영상속의 김진숙씨는 생각보다 상당히 활기차 보이셨다. 조금은 설레는 것도 같았다. 아마 희망의 버스 때문일 것이리라. 그 동안 그 높은 크레인 위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우셨을까.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나는 김진숙씨의 마음을 전부 공감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좁은 크레인 위에서의 하루하루는 분명히 굉장히 힘드셨을 것이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아마 난 그런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에는 패배자가 되어있겠지. 영상을 보면서 나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용기를 북돋았다.
부산에 경찰들이 정말 많이 왔단다. 겁이 났다. 솔직히 경찰들이 언제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기에 덜컥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평화적인 집회를 하는데 경찰들이 뭐 어떻게 하기야 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좀 진정이 되었다. 다행이었다. 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존재가 겁쟁이인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희망의 버스가 가는데 경찰들이 그렇게 많이 부산에 모여 있어야 하는 것 일까? 우리가 그곳에 가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그저 희망의 기운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그것이 잘못일까? 그리고 어느덧 해가 지고 9시가 되어서야 부산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부산에 와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노란 형광 옷을 입은 경찰들이 대오를 맞춰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말 많았다. 거리에 부산시민들보다 경찰들이 몇 배는 더 많아보였다. 그렇게 경찰들을 지나고 지나 버스는 멈춰 섰다. 버스가 정차한 곳은 부산의 시내인 모양이다. 여기 저기 높은 빌딩에 커다란 대로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더욱 인상 깊은 것은 부산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과 경찰들의 모습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민들 행렬 속에서 나는 그들과 같이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다. 얼마나 걸리는 곳인지 알지 못했지만 걷고 또 걸었다.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가는 내내 노래도 부르고 율동을 하며 구호도 외치고, 춤을 추며 행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민들의 대오 속에서 축제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신명나는 축제의 한 가운데 선 느낌에 나도 모르게 흥이 나기 시작했다. 순간 부산이라는 곳이 나에게 굉장히 아름다운 축제의 도시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부산의 야경도 한껏 나를 도취시켰다.
그렇게 한진중공업이 있는 영도구에 다다랐을 때 내 눈 앞에는 교도소 담장처럼 높은 차벽과 경찰들이 길을 막고 서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그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을 느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나는 비교적 앞쪽에 있었는데 차벽 양쪽 끝으로 사람들이 한진중공업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경찰들은 최루액을 시민들에게 쏴대기 시작했다. 앞쪽의 사람들이 최루액을 맞고 괴로워하자 뒤에 시민들이 물을 날라주었다. 특히나 경찰들이 눈 쪽을 향해 최루액을 쏘아 눈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물로 얼굴을 몇 번이나 씻어내고 나서도 한참동안 사람들은 상당히 괴로워했다.
몇 시간을 그렇게 대치하고 나서 경찰 쪽에서 물대포를 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 군데의 물대포에서 물을 쏘았는데 그 중 한가운데 있던 물대포에서는 파란 빛깔의 물이 물대포에서 쏟아져 나왔다. 물이 쏟아져 나오고 내 발 밑에 거품 섞인 파란 물이 흘러내린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기침이 나오더니 눈물과 콧물로 앞이 잘 분간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뒤로 내달리고 있었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하지 못 한 채 뒤로 만 내달리다 앞을 보는 순간 어느덧 경찰들이 주욱 밀고 내려와 내 앞에 서있었다. 마치 성난 늑대마냥 으르렁 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경찰들이 대오를 갖추고 몰아붙이는 모습이 마치 사냥감을 모는 늑대무리들처럼 보여 순간 아찔하고 무서워 나도 모르게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간간히 매처럼 선두에 선 몇몇 사람들을 낚아채기도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경찰 대오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진 사람들은 경찰서에 연행되어 갔다고 한다. 내 옆에 같이 서있던 그 사람들이 왜 연행되어 가야했을까 고민스러웠다.
그러다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되고 경찰과 시민들은 맨 처음 만났을 때처럼 대치상황에 들어갔다. 간간히 누구누구는 연행되어갔다, 누구는 최루액을 너무 많이 맞아 병원에 갔다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내 옆에 있던 친구도 최루액을 너무 맞았는지 손이며, 다리며, 화끈거리고 따가워 만지지도 못할 정도였다. 최루액이 상당히 독한 물질이었나 보다. 쌍용자동차 사건 때 뿌렸던 최루액이랑 성분이 비슷하다면서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나야 전문가가 아니기에 그런 건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화상을 입고 고통스러워 할 정도로 지독했던 것만은 분명했다. 특히나 아이들과 여성들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까지 섞여있는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그렇게 까지 지독한 최루액을 물대포로 쏘아가면서 까지 진압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지도부를 비롯해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연행되어갔다고 했다. 더 이상 무엇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못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자발적인 문화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알지는 못했지만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니 다른 곳에서는 장구, 꽹과리도 치고, 춤도 추고 신명나는 한판이 경찰을 앞에 둔 거리에서 벌어졌다. 광장이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이때 벌써 날은 밝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조그만 트럭위에서 기자회견이 벌어졌다. 기자회견에서 하는 이야기들이 내가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침이 되어서 연행자들이 끌려간 경찰서에 가서 집회를 한단다. 그래서 해운대에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 걸어서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도 타고하며 해운대의 경찰서로 향했다.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만난 한 부산시민은 ‘느그들 뭐하러 왔노?’하며 묻기에 집회 때문에 내려왔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시민 분은 내 친구 딸이 그런 거 하다 아직까지 시집을 못갔다며 그런 거 하지 말라며, 그런 거 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에 조금 서운하기는 했지만 다 청년들 걱정해주시는 거라 생각하며 그렇게 인사를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곳곳에서 만난 몇몇 시민 분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시고는 고생한다, 잘한다며 응원해주셔서 용기가 났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그렇게 집회도 마치고 다시 영도구로 되돌아왔다. 연행자들이 다 풀려났단다. 그 소식에 안도했다. 시민 분들이 준비해주신 점심도 먹고 그렇게 3시 반까지 집회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후까지 잠도 자지 못했고, 갑자기 풀어진 긴장감에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고 말았다.
이렇게 나의 부산에서의 이틀이 끝나버렸다. 이 이야기 속에 내가 빼먹은 이야기도 있을 것이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틀의 시간이 나에게는 아프기, 무섭기도 한 시간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신명나기도 했으며,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었다. 또 이 부산에서의 이틀 동안 우리나라 시민들의 건강한 시민의식도 보았다. 하루 빨리 이 한진중공업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한없이 바래보며 이 글을 마친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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