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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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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03:07:48, 조회:2,782, 추천: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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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구조조정과 끝나지 않은 노동자 투쟁
- 부산지역 활동가
2002년 8월 31일 불안정노동철폐연대(준) 워크샾에서 발표된 글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의 확대>에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인용한다.
「조선산업은 전형적인 직접인원투입형의 노동집약산업임과 동시에 중후장대 설비 및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산업이다. 선박의 건조, 수리, 해체, 해상구조물을 제작하고 조선기자재를 제조한다. 주문생산방식이며 따라서 관련 기자재들은 개별 단위 생산되어야 하므로 생산의 자동화가 어려워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자동차나 철강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의 전후방 파급효과가 크고 대규모 설비자금이 들어가는 산업이지만, 조선산업은 특히 해운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또한 세계 선박시장이 별다른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는 단일시장이고 각국에서 수입규제가 적어서 시장확보 측면에서 본다면 다른 제조업에 비해 유리한 산업이다.
세계적으로는 미국, 영국, 유럽을 거쳐 일본으로 산업의 중심이 이동해왔으며,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이 최대의 수주국으로 올라서게 되면서 일본과 경쟁하다가 2000년부터 조선산업에서는 한국자본이 일본자본을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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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조선산업은 호화여객선, 특수선, 레저용 소형 선박, 고부가가치 선박기술 분야로 특화시키고 기업조직을 슬림화하여 수주량 및 건조량에서 세계시장경쟁에는 더 이상 나서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자본측의 움직임으로 인해 해당 나라들의 조선산업 노동자들은 약 20여년 동안 약 5분의 1 내지는 10분의 1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000년 이후로 한국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조선강국이다. 세계 10위권 조선업체 가운데 7곳이 한국업체이고, 국내에선 2008~2009 수출 1위 품목을 차지할 만큼 ‘효자 산업’이다. 이러한 한국 조선산업의 눈부신 성장의 그늘 하에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경영합리화를 통한 현장통제의 강화 속에 노조가 무력화되고 현장인력의 구성은 점점 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노동유연화로 중국과 같은 경쟁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장기호황을 누려왔던 것이다.
한진중공업 또한 2009년 매출액 3조 2천억, 영업이익 4600억, 순이익 519억을 달성하여 세계 10위권에 들어간다.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2009년 주식배당금이 120억 원에 이르고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이 4,277억에 달한다. 이러한 흑자기업이 최근 1년 이상 수주를 1건도 받지 못한다고 구조조정공세를 본격화 한 것은 09년 12월부터이다.
한진중공업은 2006년 2월 필리핀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이전에 미군기지가 있었던 필리핀 수빅만 경제자유구역 내 70만평 부지(영도조선소는 8만평에 불과)에 2006년에서 2016년까지 총 7천여억 원을 투자해 세계 네 번째의 수빅조선소 겸 철구공장 건설 및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2월에 공장착공에 들어가 2007년 12월 수빅조선소 1단계를 완공하고 2008년 12월 2단계 공사를 완료했다. 공장이 착공되기 전에 수주를 따내고 착공 18개월 만에 생산시스템을 갖춘 한진이 자랑하는 ‘속도경영’의 이면에는 다단계하청으로 고용한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산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진은 ‘차별과 인권’이라는 국제단체에 의해 ‘나쁜 기업’으로 선정되어 ‘필리핀 수빅조선소는 하청노동자의 무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수빅조선소의 수주실적을 자랑스럽게 보도하고 있다.
한진 자본은 임단협 교섭 중인 09년 12월 11일 공문으로 희망퇴직 일방시행을 통보했다. 며칠 후인 12월 18일 사측은 ‘회사 생존을 위한 인력조정 및 설계부문 분사 관련 노사협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왔다. 근기법 24조에 의거 현재 인력의 최소 30%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것인데 희망퇴직을 포함하여 전 사원 30%를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단체교섭은 거부하고 노사협의회를 주장하고, 2003년 김주익, 곽재규열사의 죽음으로 쟁취한 [고용안정협약서]와 2007년 필리핀 수빅공장과 관련하여 체결한 [해외공장 관련 합의서]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으므로 법대로 하자고 하였다. 2월 2일 노사 간 회의 정회 중에 사측은 1월 24일 하려고 하였으나 노조의 투쟁으로 잠시 보류했던 정리해고 신고를 노동부에 했다. 인원은 352명, 해고회피노력 및 노사협의는 땅 매각, 관리직 중심의 임금반납 등이며 시행 시기는 3월 5일 또는 즉시 시행하겠다는 것이었다.
한진자본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진행된 교섭자리에서 계속해서 정리해고를 하지 않으려면 희망퇴직이든 무급순환휴직이든 임금삭감이든 인력감축에 상응하는 대안을 노조에서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기술본부 및 설계부문 분사계획은 1월 25일에 조합원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로 강요하지 않겠다며 분사회사로 가지 않는 조합원은 전환배치 하겠다는 입장으로 후퇴했다. 2월 19일 노조가 정리해고를 피하기 위한 최종안을 내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26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했으나 한진 자본은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2차 희망퇴직을 강제 강행하면서 정리해고 예고자 600여명에 대한 명단을 개별통보 하였다.
이러한 한진자본의 도발에 대해 노동조합은 11월 27일 선출된 집행부를 중심으로 12월 21일 긴급 상집회의, 22일 부산, 울산 통합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투쟁본부로 전환하고 서울 본사 상경투쟁, 회장집 앞 1인 시위, 대시민 선전전, 부분파업 등을 진행하였다. 2010년 1월 15일, 지회 조합원 총회를 통하여 투쟁기금 1인당 일시금 50만원, 매월 10만원을 결의하였고, 50만원은 20만원, 15만원, 15만원으로 분할하여 거두었는데 조합원 대다수가 기꺼이 참여하였다. 부산역 집회, 노동청집회, 금속노조 부양지부 확대간부 결의대회, 영남권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등을 통해 부분파업대오들의 투쟁의지를 갈무리 하면서 서울, 부산에서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노조는 2월 19일 경영위기의 책임이 상무에 있음과 수주물량 확보요구, 09년 임단협 교섭에 인상을 전제한 입장을 공개 천명할 것, 위의 1,2항에 대한 전제 속에서 회사의 필요재원 150억 중 100억은 회장을 위시한 경영자들이 고통을 분담하면 나머지 50억은 노동조합이 책임질 수 있으며 회사는 합의서를 작성하는 순간부터 인력조정을 중단하고 조합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최종수정안을 제시하였다.
노조의 최종수정안에도 불구하고 한진 자본은 23일부터 2차 희망퇴직을 강제로 시행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파트장을 동원하여 600여명에게 정리해고자 명단을 개별적으로 통보하자 이것에 항의하는 농성을 진행하고 총파업은 26일부터 선포되었으나 이문제로 25일부터 파업이 시작된다. 25일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 파업전야제 성격의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26일 08시부터 전면총파업을 선언한다. 09년 12월부터 시작된 자본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교섭과 부분파업에만 의존했던 집행부에게 총파업을 선언하게 한 것은 한진 해고자 김진숙 동지의 24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과 지역연대투쟁이 있었다.
2월 26일 총파업 1일차, 금속노조 부양지부와 한진중공업 지회는 경남 창원의 대림자동차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집중투쟁을 가려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한진 자본이 긴급교섭을 요청해 왔다. 지회는 대림자동차 투쟁일정을 취소하고 조합원들을 생활관으로 대기하라고 하고 대의원들은 지회사무실로 모이게 했다. 교섭은 하루 종일 진행되었고 하루종일 무작정 기다렸던 조합원들은 저녁 8시에 교섭 보고대회를 통해 사측이 정리해고를 중단하기로 했음을 알게 되었다. 77일간 준비한 투쟁은 전면 총파업 단 하루 만에 승리로 마감되었다. 2월 26일 합의문은 (주)한진중공업 노사는 현재의 노사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회사는 2009년 12월 18일부터 인위적인 구조조정(일방적 정리해고)와 관련하여 2010년 2월 26일부로 중단한다.
2. 노조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정상업무에 복귀한다.
3. 노사는 2009년 임단협을 진행한다.
4. 노사는 회사생존을 위하여 수주 경쟁력 확보 및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다.
2월 26일 합의이후 한동안 현장은 승리의 분위기가 우세하였으나 집행부가 진전 없는 교섭과 6.2지방선거에 올인하는 사이 한진자본은 영도조선소의 축소, 폐쇄 수순을 하나씩 밟아오고 있었다. 5월에는 설계부문의 분사를 진행하고, 7월 1일에는 울산공장 폐쇄하였다. 7월 말 이후 어떠한 교섭도 이루어지지 않고 노조는 다시 부분파업과 집회를 병행하면서 제2의 구조조정 저지투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8월 13일(금) 오후 2시 부산시청 광장에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축소, 포기정책 규탄’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장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한진중공업지회는 73년 동안 부산경제 발전과 함께 해 온 향토기업으로 부산시의 적극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진중공업 축소폐쇄는 ‘한진중공업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내하청업체의 폐업, 조선기자재부품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부산시와 영도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부산시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한진중공업지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무능과 약속파기 등을 폭로했다. 현재 한진중공업 문제는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무능과 오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지회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지회는 “한진중공업 부실의 근본원인은 수빅조선소의 무리한 확장과 채무 보증 등이 원인”이며, “한진중공업 경영진이 수빅조선소는 23건이나 수주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영도조선소는 한 건도 수주하지 않고 있다.”고 문제의 원인이 경영진에 있음을 밝혔다. 또한, 사측이 영도조선소가 수주를 하지 않는 이유로 영도조선소의 인건비를 이유로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수빅조선소의 영업외비용 지출이 문제의 본질임을 지적했다. 즉, 한진중공업 경영진의 무능에 대한 책임을 한진중공업지회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한진중공업 경영진은 왜곡된 근거를 가지고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무파업, 단체협약 개악, 합의서 불이행, 설계본부 외주화, 일방적 인원감축 등’을 요구하고 있어, 노동조합 파괴 음모를 노골화하고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
한편,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는 기자회견 후 ‘해외공장 부실경영 책임전가규탄! 한진중공업 축소 폐지 저지! 부산시 해결 촉구 조합원 결의대회’를 갖고 부산시에 요구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주간통신」
한편 8월 17일 한진자본은 국제신문 전면광고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강한기업이 되겠습니다. 장수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혁신경영’과 ‘내실경영’이라고 합니다. 조선시장의 불황과 협소한 부지 등 불리한 제반 여건으로 인해 영도조선소의 수주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며, 변화된 현실은 과거의 관행을 버리고 혁신해야만 생존할 수 있습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합리적인 단체협약 개정, 무파업 등을 통해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선주 및 고객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강한 기업이 되겠습니다」라고 하여 자신들의 속셈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노조는 8월 17일부터 80명이 한 조가 되어 매일 1박 2일의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고 8월 18일은 금속노조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19일은 집회, 20일은 영도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제를 하였다. 노동부가 교섭을 중재하겠다며 교섭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투쟁을 자제해달라는 요구가 있자 25일 집회에서 예정되었던 행진이 취소되었다. 이에 대해 어떤 노동자는 9월에 있을 조남호 회장의 딸 결혼식 때문에 시간 끌기 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1차 투쟁(09.12~10.2.26)에서 보여준 집행부의 교섭에 대한 미련과 총파업을 선언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다시 2차 투쟁에서도 확인한다. 국제신문 광고에서 밝혔듯이 사측이 원하는 것은 무파업 선언, 단협 양보이다. 그렇게 해서 얻을 것은 소수의 인원(약 300명)을 제외한 비정규직화이다.
세계경제의 위기, 그리고 세계 상선의 15%가량을 보유한 그리스의 재정위기로 인하여 조선산업의 수주물량의 격감, 수주경쟁의 치열화는 대형조선소의 구조조정, 중소조선소의 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겨레』신문도 2010년 2월 <위기의 조선산업>이라는 기사를 통해 대형업체도 출혈경쟁, 그리스 재정난 위기 증폭, 수주량 줄어 중소업체 9곳은 워크아웃 신청, 다각화와 ‘쌍끌이 전략’으로 침몰을 막고, 대기업은 고부가가치, 중소기업은 특정 선종 집중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시사했다. 한진은 수빅조선소를 무리하게 건설하면서 받게 된 자금압박으로 좀 빨리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이제 국제경제가 요구하는 한국 조선산업은 고부가가치로 특화된 산업이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공장이나 중국과 같은 저임금국가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진 뿐만 아니라 한국의 조선산업 노동자들은 어쩌면 앞서간 선진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운명을 같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는가?
맑스는 공산주의당 선언에서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들은 때때로 승리하나, 그것은 단지 일시적일 뿐이다. 그들의 투쟁들의 진정한 성과는 직접적인 전과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더욱 더 확대되는 단결이다”
지난 2월 26일 한진중공업의 승리는 정말 일시적이었다. 그러나 그 투쟁을 통해서 우리 노동자들의 단결은 얼마나 확대되었는지를 판가름 하는 것은 이후 지속될 한진중공업의 투쟁이다.<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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