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정기업' 풀무원 뒤에는
더러운 노동자탄압이 있다!
11월 18일, 수서역 본사 앞에는 파업 138일차 상경투쟁을 하고 있는 풀무원 노조 집회가 열렸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게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노조를 박살내려하는 풀무원 자본에게 몸으로 부딪치고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집회가 되길 바란다"는 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집회대오는점거투쟁을 위해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40도가 넘는 고온의 작업장에서 어깨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기껏해야 한 달 2∼3번 쉬면서 10년 동안 일한 남성 노동자가 기본급 88만원을 받는 것이 '청정기업 풀무원'의 노동자의 현실이다. 풀무원 노조는 단일호봉제 도입 주 5일 근무 교육비 및 의료비 지원 임금 12.5% 인상 등을 주요 요구로 걸며 파업에 돌입했다. 그렇지만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사측의 개악안 철회와 파업에 따른 민형사상 고소고발 문제이다. 이 날 3시에 있던 실무교섭에서도 사측은 개악안 유지는 물론 "파업을 했던 조합원들은 고소고발로 쓴 맛을 봐야 한다"며 강경대응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편, 의령노조는 지난 11월 10일 복귀하면서 "단일호봉제, 인사고과 평가 제도를 유지하면서 회사 측의 연구용역에 의해 임금제도를 변경", "교대제-기본근무시간 42시간", "회사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면 고의성에 상관없이 징계한다", "징계위 구성은 노사동수이지만, 동수의 경우 최종 해고여부를 공장장이 결정한다" 등 사측의 개악안을 대부분 수용하였다.
파업은 노동자의 특권이다.
노동자 투쟁의 힘으로 자본을 타격하자!
사측의 직장폐쇄조치와 춘천공장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 조합원 고소고발과 징계조치에 맞서, 춘천노조는 불매선전전과 일인시위 및 본사 앞 상복 연좌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춘천공장 안에 비조합원은 두부에 6명, 면에 15명으로 거의 여성이다. 남성이 같이 해야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리자들도 있다. 불매운동 전술을 택한 것은 10월 18일부터였다."(풀무원 춘천노조 박제동 사무국장)
현재와 같은 본사 상경투쟁과 불매운동 중심의 투쟁은 생산을 멈추고 실질적으로 자본에게 타격을 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는가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한다.
"1,500만 노동자가 풀무원 상품을 사지 않는다면 그것도 자본에게 타격이 아닌가?"(풀무원 춘천노조 김봉식 교육부장)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라는 풀무원 동지의 말대로다! 노동자의 힘을 과시하고,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파업기간이다! 공장의 기계가 멈춰야 한다. 자본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생산된 상품을 소비자로서 불매하는 방식이 아닌, 생산자체를 타격하는 것이다. 불매운동 전술은 자본을 공격하는데 있어 수동적이지만, 공장점거파업은 노동자들에게 생산의 주체로서의 자신감을 획득하게 한다.
현재 풀무원 춘천노조는 교섭권과 체결권을 연맹에 위임한 상태다. 그렇다면 당장 연맹에서 계획하는 것만 따라가지 말고, 실질적으로 생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전술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풀무원 자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풀무원 의령노조 복귀 후,
자본은 칼자루에 더욱 힘을 쥐다.
공동투쟁은 어디로 갔나?
"의령노조가 먼저 합의함으로써 누더기 단협을 받아들이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징계, 민형사상 문제와 생산성향상 요구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형사처벌 문제는 이후에 조합활동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생산성 향상 요구는 노예문서나 다름없기에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풀무원 춘천노조 박제동 사무국장의 말처럼 이제 남은 춘천노조의 투쟁은 형사처벌 문제, 사측의 개악안 수용불가가 관건이 돼버렸다. 자본의 공세적인 탄압에 함께 맞서야 할 공동투쟁이 오히려 단사투쟁까지 발목 잡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풀무원 의령노조가 먼저 복귀하고 춘천노조의 투쟁에 개입하는 과정에서 화섬연맹은 어떤태도를 보였는가? 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민주노동당, 노동부, 경남본부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다고 본다. 교섭위원들 간의 합의가 있어야 했다. 연맹에서는 개악안을 가지고 와서 춘천에서는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의령에서는 조직약화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연맹에 중재안을 낼 것을 요구했다. 그 후로도 연맹에서는 의령노조의 합의안 보다 낮은 안이 춘천노조에 제시되면 부결시키고 총력투쟁을 하겠다고 했지만, 11월 7일 본 교섭에서 사측은 의령노조보다 하향 조정된 개악안을 던졌음에도 연맹에서는 별말이 없었다. 결국 의령노조는 예정대로 찬반투표 실시 후 복귀했다."(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
우리는 이미 상반기 궤도공동투쟁 당시에도 실제 현장으로부터 조직되지 않고, 지도부의 공동파업에 대한 결의가 약한 '공동투쟁'은 약이 아닌 독이 되는 것을 보았다. 공동투쟁에 대한 함의는 풀무원 투쟁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단결, 연대투쟁으로 공동으로 풀어간다는 것이 연대투쟁의 기본, 민주노조의 원칙이다. 그러나 말뿐이라면 공동투쟁을 하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어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
여기서 풀무원 의령노조가 개악안을 수용한 이유가 "노조가 무너지니까 받아들일 수 있다" 였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장기반 없는, '투쟁' 없는 '단결'은 같이 죽자는 말이다. "단결교섭"을 목표로 공동투쟁을 한다면 노동자가 쟁취할 것은 하나도 없다. "단결투쟁"으로 쟁취하자! 이것이 공동투쟁의 원칙이다.
화섬연맹, 산별노조 탓 말고
풀무원 투쟁부터 실질적인 연대를 조직하자!
교섭은 현장투쟁을 바탕으로 한다!!
화섬연맹은 출범이후 산별노조 건설을 주요당면 과제로 설정해 왔다. '2004년 10월 산별노조 건설'이 실패하자, 지난 10월 12일 중앙위에서 연맹은 '11월 25일 산별노조 창립'을 안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화섬연맹은 매번 산별노조 건설의 시기만을 번복할 뿐, 보다 높은 '질'의 투쟁으로써 산별을 건설할 투쟁평가와 사업계획이 부재하다.
연맹에서는 산별노조 추진사업으로 '시기집중' 공투본 같은 사업을 펼쳤으나, 그나마 2004년은 여수산단의 공투본에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기집중' 공투마저도 실패했다. '시기집중' 공투 만으로 요구안의 핵심이 관철되거나, 파업의 성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상반기 투쟁과정에서 드러났다. 오히려 그 동안의 코오롱 투쟁, 금강화섬의 구조조정 저지투쟁, 금호타이어 비정규직 투쟁 등에 대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집중시키려는 연맹의 역할조차 부족했다.
화섬연맹에서 지금 산별노조 발기인대회도 추진했는데 무늬만 공동투쟁, 시기집중 투쟁 조차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자.
"단사 투쟁도 못하면서 산별로 가면 잘 하겠나. 현장에서는 산별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산별이 뭔지도 잘 모른다. 가입률만 가지고 가기에는 할 일이 너무 많다. 단사투쟁에서도 이렇게 부작용이 일어나는데, 산별이 될 경우 각 단사별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겠는가."(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
또한 화섬연맹에서 제출한 산별노조 운영안에는 현장단위 지회의 교섭권과 체결권이 없다. 단사의 투쟁력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교섭이 되지 않을 때 그것은 형식화된 관료적 산별노조가 될 수밖에 없다. 단사투쟁에서 힘을 받아야 할 산별이 오히려 단사투쟁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자본과 정권의 공세적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합이란 이름으로 뭉치는 게 아니라 자본가는 자본가, 노동자는 노동자 계급으로서의 전선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풀무원 춘천노조 박엄선 위원장의 지적처럼 산별노조가 아래로부터의 현장투쟁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 경우, 상층의 타협, 교섭중심의 계급적 배신을 야기 시키고 말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연맹에 적극적으로 단사투쟁의 지지 엄호와 실질적인 산별투쟁을 제기해야 한다. 풀무원 노동자 투쟁을 사수하자! 그것만이 투쟁하는 산별노조 건설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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