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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8호] 사적유물론(5) : 봉건제에서 자본주의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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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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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04:49:26, 조회:3,216, 추천: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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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유물론 - 봉건제에서 자본주의까지
1. 봉건주의 사회
봉건주의 사회의 경제구조는 농촌경제를 기본으로 한다. 당시 핵심 생산수단이었던 토지를 중심으로 한 봉건주의 사회는 이러한 생산수단을 소유한 국왕을 중심으로 한 영주와 교회 세력 등 토지 귀족들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다. 목숨을 건 투쟁 끝에 노예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던 피착취계급은 신분제라는 굴레 속에서 또다시 농노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지배를 받아야했다. 농노는 영주의 토지에 예속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낸 생산물의 대부분을 영주에게 바쳤다. 이들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었으며, 영주의 허락 없이는 결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소작지를 변경할 수도 없었고, 영주가 바뀌면 소작지와 함께 새로운 영주에게 넘겨지는 신세였다.
따라서 농노는 아무런 정치적 권리도 행사할 수 없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신분제는 교회 세력들에 의해서 합리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지속되던 봉건제는 경제의 발전과 함께 그 내부에서 붕괴되기 시작했다.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상업이 활성화하고 도시가 발전했다. 농업에만 의존하던 경제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에서는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성장해갔다. 이들은 상업과 수공업의 발달로 인한 부를 축적해갔다. 생산방식 또한 가내 수공업 형태에서 공장제 수공업의 형태로 발전해갔다. 협업과 분업의 도입으로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농촌에서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수많은 농노들이 예전의 노예들이 그러했듯이 자신들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도시로 목숨을 건 탈주를 시작했다. 이러한 자발적인 이농현상 이외에도 양모업이 발달하자 양을 키울 목적으로 영주들이 농노들을 강제로 내쫓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결과 도시에는 수많은 산업예비군들이 넘쳐났다. 이러한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생산력은 더욱 발전했다.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을 촉진한 것은 18세기 산업혁명이었다. 공업부문에 증기와 기계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손을 기계로 대체하는 대대적인 생산과정의 변혁을 가져왔다. 이제 공장제 수공업은 대규모 기계에 의한 생산으로 대체되었다. 대공업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러한 경제구조의 발전은 정치구조의 변혁을 가져왔다. 초기에는 부르주아들은 돈으로 신분을 사는 행위를 통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분제 자체의 폐지가 없는 한, 부르주아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정치권력 장악을 위한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났다. 이들은 정치권력을 장악하자마자 모든 봉건적 관계들을 파괴하였다. 이 혁명의 과정에서 부르주아지와 같이 투쟁에 나섰던 수많은 노동자, 농민들이 희생됐다. 이러한 희생은 부르주아들에 의해 보상받지 못했다. 부르주아들의 정치권력 장악의 목적은 철저히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혁명의 성공 이후에 오히려 노동자 농민들을 철저하게 탄압하였다. 프랑스, 영국, 독일에서 전개된 부르주아 혁명으로 인해 1000년에 가까운 봉건주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부르주아의 착취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본주의 시대가 열렸다.
2. 자본주의 사회의 시작
부르주아 혁명은 봉건주의 시대의 착취체제를 분쇄했지만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계급적대를 창출했다. 부르주아들은 예전의 영주들이 그러했듯이 노동자를 착취함으로써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는 상품생산을 기초로 하는 사회이다. 상품이란 시장에서 교환되는 즉 매매의 대상이 되는 유형, 무형의 재화를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예전 사회에서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던 기초 의식주와 관련된 것은 물론 서비스도 상품이 된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더 이상 생산물이 생산자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상품들은 노동자가 생산하지만, 노동자가 생산물의 주인이 아니라 자본가가 생산물의 주인이 된다. 그 이유는 오로지 생산수단의 소유자가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노동력 또한 자본가가 구매하는 상품이 된다.
우리가 시장에서 일상 생활용품을 구매하듯이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한다. 노동자가 예전 노예 시장에서 매매됐던 노예와 다른 점은 자신의 육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을 판매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노동자는 신분상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 생산수단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이중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의 노동력을 팔지 않고서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실질적인 의미에서의 자유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자유다. 노예는 노예주로부터 죽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의식주라도 보장되지만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이 판매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한다. 따라서 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임금노예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를 두고 자유로운 계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자신들은 임금의 형태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임금은 무엇인가?
노동자는 오늘 일한 후 내일도 일하기 위해서는 먹고, 자고, 쉬어야 한다. 자본가는 오늘도 일을 시키고 내일도 일을 시키기 위해서 이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한다. 즉, 임금은 노동력의 대가로 받는 노동자 노동력의 재생산비용이다. 그런데 자본가는 이를 두고 노동의 대가라고 주장한다. 자본가들이 노동의 대가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윤의 원천인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의 비밀을 은폐하기 위함이다.
자본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으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을 구매한다. 그런데 예를 들어서 여기에 1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하자. 그런데 10만원어치의 생산물만을 얻는다면 자본가는 아무런 이윤도 얻지 못하게 될 것이며, 더 이상 공장을 운영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본가가 2만원의 이윤을 획득했다면 그 이윤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기계와 원료 등에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는 없다. 더군다나 노동자가 노동하지 않는다면 자본가는 기계나 원료 등에서 어떠한 가치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의 이윤은 노동자의 노동력에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노동자의 노동력은 자신의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해낸다. 이를 잉여가치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본가가 주장하듯이 노동의 정당한 대가가 지불된다면 노동자가 생산해 낸 모든 가치의 총액만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는 그 일부만을 지불하고 노동자가 추가로 생산해 낸 가치에 대해서는 지불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금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하는 자본가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이렇게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계급의 착취에 기초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토대 위에 자본가계급의 착취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공권력과 정치제도가 정비되어 있다.
3.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모순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영원불멸한 것인가? 우리는 각종 교육과 선전매체를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가 최선의 사회체제라고 배워왔고 많은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영원불멸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 역시 극복할 수 없는 고유한 모순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때때로 공황으로 표출되었다.
자본가계급을 공포로 몰아넣는 공황은 왜 필연적으로 야기되는가?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가계급을 끊임없는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자본가계급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경쟁적으로 생산설비를 확충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노동력을 구매하는 비용은 전체 투하되는 자본에서 줄어든다. 이것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라고 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자본가계급의 이윤의 원천이 되는 잉여가치는 노동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계급은 자신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구매한 생산설비는 곧 다른 자본가도 구매함으로써 그 효과가 사라진다.
새로운 생산방법이 아무리 생산적이라 하더라도, 또는 그것이 아무리 잉여가치율을 올린다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이윤율을 저하시킨다면, 그 방법을 자발적으로 사용할 자본가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새로운 생산방법은 어느 것이나 상품을 저렴하게 하며, 따라서 자본가는 처음에는 그 상품을 그것의 생산가격보다도 높게, 아마도 그것의 가치보다도 높게 판매할 수 있다. … 그러나 경쟁은 그 새로운 방법을 보편화하고 그것을 일반적 법칙에 복종시킨다. 그리하여 이윤율의 저하가 야기된다. … 이윤율의 저하는 자본가들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칼 맑스, 자본론 제3권)
이와 같은 자본 간의 경쟁은 과잉생산을 낳게 된다. 수요량은 일정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들이 넘쳐나게 되고 이것은 자본가의 파산을 가져온다.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된 사회에서 자본의 파산은 금융 자본의 위기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금융자본과 결합된 다른 자본에게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자본주의 질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공황이라고 한다. 이미 우리는 97년에 이러한 경험을 했다.
과잉생산이 가능한 것은 그만큼 생산력이 발전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봉건제가 무너진 것은 봉건체제가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경제 질서에 따른 생산력의 발전에 제약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살펴봤다. 지금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발전된 생산력은 전사회적 용도로 쓰이지 않고 있다. 당장 우리 노동자계급의 현실을 보자. 생산력은 고도로 발전했지만 노동자계급은 아직도 장시간 노동에 생명이 단축되지 않는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예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모든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충분한 상품들을 생산할 수 있지만, 자본가계급은 여전히 노동자계급으로 하여금 주야간 24시간 기계를 돌리게 하고 있다. 공황의 가능성은 언제나 잠재되어 있다. 트로츠키는 “공황과 호황은 자본주의의 탄생기부터 자본주의에 내재하며, 무덤까지 자본주의를 따라갈 것이다”라고 하였다.
4. 자본주의를 넘어서
공황은 자본주의가 절대 피해갈 수 없는 것이지만, 생산력의 고도화된 발전이 언제나 체제의 자동붕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봉건제가 무너진 것도 경제적 모순의 심화와 더불어 새롭게 정치권력을 장악하고자 했던 자본가계급의 계급투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도 자본가계급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있을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부르주아 계급이 존재하고 지배를 행사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은 자본의 형성과 증식이다. 자본의 조건은 임금노동이다. … 산업의 발전은 경쟁에서 비롯한 노동자들의 고립을 협동에 기초한 노동자들의 혁명적 결합으로 대체한다. … 그리하여 부르주아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무덤을 파는 사람들을 생산한다. 부르주아의 몰락과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는 똑같이 불가피하다. (칼 맑스, 공산당선언)
대공업이 노동자들을 집중시키고, 혁명적 결합을 가져왔듯이 자본 증식을 위한 착취의 강화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불러온다. 지금 우리 상황을 보라. 자본가계급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양산해왔지만,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노사관계 불안 요소의 핵심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자본가계급은 97년 경제공황 이후 자신들의 이윤 회복을 위해 노동유연화라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지금 그들의 전략은 부메랑이 되어 자본가계급에게 돌아오고 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무릎 꿇을 수도 없다. 그들은 자신의 이윤을 회복할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비정규직의 확산은 자본가계급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사적인 도약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자본가계급의 필사적인 도약을 끝장내는 것이다. 이미 자본주의의 위기는 항상적인 것이 되고 있으며, 자본의 세계화에 따라 일국의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규모의 산업 발전이, 첫째로, 자본과 생산력을 전대미문의 대규모로 창출하고 이러한 생산력을 단기간에 무한히 증대시킬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할 때, 둘째로, 이러한 생산력이 소수 부르주아의 손에 집중되고 반면에 거대한 대중은 점점 더 프롤레타리아트화 되어 부르주아의 부가 증가하는 것과 비례하여 프롤레타리아트의 처지는 더 비참하고 참을 수 없게 될 때, 셋째로, 쉽게 증가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크게 성장하여 번번이 사회질서에 폭력적인 교란작용을 일으키게 될 때, 오직 이런 때에만 사적 소유의 폐지는 가능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필요한 것이 된다.(칼 맑스, 공산주의의 원칙들)
자본주의의 경제적 모순에 기초한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의 목적은 이러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철폐가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로부터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은 지금까지의 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의 혁명이 소수에 의한 새로운 계급지배를 낳았다면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혁명은 착취의 형태, 계급지배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모든 형태의 착취와 계급적대를 없애는 것이다. 따라서 혁명의 과제는 착취제도 자체를 폐절하고 새로운 생산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자본주의의 계급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정치기구를 분쇄하고 노동자 민중의 직접정치를 세워내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그러한 시도가 있었고, 러시아에서는 승리하기도 하였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도출해내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한 과제이자 임무이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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