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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1호]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의 쟁점, 김진숙 지도위원은 왜 85호 크레인을 선택하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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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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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9 00:47:15, 조회:4,767, 추천: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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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 투쟁의 쟁점,
김진숙 지도위원은 왜 85호 크레인을 선택하였나?
부산지역활동가
2009년 임단협 과정에서 시작된 한진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는 노조와 지역연대의 힘에 밀려서 2010년 2월 26일 일시적으로 정리해고 방침을 유보하였다. 그러나 잠시의 휴식을 취한 자본은 더욱더 공세적이고 악랄한 방식으로 새로운 도발을 시작했다. 12월 15일 한진자본은 생산직 400명 구조조정, 12월 2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 받고, 1월 5일 고용노동청에 정리해고 신고 및 대상자 해고예고 통보를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이하 한진지회로 표기)로 발송했다.
이에 한진지회는 12월 17일 한진자본에게 “회사는 현 사태를 유발한 책임자 조원국, 이재용, 박승용을 경질하라,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2009년, 2010년 성과에 대한 성과급을 배분하라, 물량을 확보하고 필리핀으로 가져간 8척의 배를 영도로 돌려라, 고소고발 취하하고 징계를 철회하라, 부당휴업 중단하라, 고정OT 40시간 및 노조활동 등 단체협약을 준수하라”는 7가지 요구안을 전달하고, 12월 20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 12월 28일부터 전 조합원 생활관에서 철야농성을 시작, 12월29일 금속노조 부양지부 총회를 통한 집회, 1월 3일부터 부산시청광장에서 48시간 노숙철야투쟁을 진행했다. 투쟁기조와 전술은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 부양지부, 한진지회가 참여하는 ‘공동투쟁본부’에서 주로 논의하고 결정되었고, 외곽조직으로서 야4당과 온갖 시민단체가 다 참여하는 ‘한진중공업과 부산경제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가 구성되어 한진투쟁에 대한 여론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시청 앞 노숙농성을 계기로 1월 5일까지 예정되었던 대상자 명단통보가 잠시 연기되는 분위기 속에서 1월 6일 새벽, 한진중공업에서 86년 해고된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2003년 김주익 지회장이 129일 동안 고공농성을 하다가 결국 자결한 35m 85호 크레인에 올라갔다. 김진숙 동지는 크레인에 올라가면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겼다.
“....지난 2월 26일. 구조조정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이후 한진에선 3천명이 넘는 노동자가 짤렸고, 설계실이 폐쇄됐고, 울산공장이 폐쇄됐고, 다대포도 곧 그럴 것이고,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강제휴직 당했습니다. 명퇴압박에 시달리던 박범수, 손규열 두 분이 같은 사인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400명을 또 짜르겠답니다. 하청까지 천명이 넘게 짤리겠지요.
흑자기업 한진중공업에서 채 1년도 안된 시간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그 파리목숨들을 안주삼아 회장님과 아드님은 배당금 176억으로
질펀한 잔치를 벌이셨습니다. 정리해고 발표 다음 날.
2003년에도 사측이 노사합의를 어기는 바람에 두 사람이 죽었습니다.
여기 또 한 마리의 파리목숨이 불나방처럼 크레인 위로 기어오릅니다.
....
지난 1년. 앉아도 바늘방석이었고 누워도 가시이불 이었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 앉아야 했던 불면의 밤들.
이렇게 조합원들 짤려나가는 거 눈뜨고 볼 수만은 없는 거 아닙니까.
우리 조합원들 운명이 뻔한데 앉아서 당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정면으로 붙어야 하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한진조합원들이 없으면 살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우리 조합원들 지킬 겁니다.
쌍용차는 옥쇄파업 때문에 분열된 게 아니라 명단이 발표되고 난 이후 산자 죽은자로 갈라져 투쟁이 힘들어진 겁니다.
지난 일요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보일러를 켰습니다.
양말을 신고도 발이 시려웠는데 바닥이 참 따뜻했습니다.
따뜻한 방바닥을 두고 나서는 일도 이리 막막하고 아까운데
주익씨는.. 재규형은 얼마나 밟히는 것도 많고 아까운 것도 많았을까요.
목이 메이게 부르고 또 불러보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 김 진숙 올림”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에서 알 수 있듯이 한진지회 집행부의 투쟁기조와 방향에 대한 실천적 비판이 바로 그를 새벽에 남몰래 크레인에 올라가게 했던 것이다. 이후 크레인 농성에 대한 한진지회의 태도는 민주노조인지 어용노조인지 의심해야 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공식적으로 크레인 앞에 천막을 치는데 5일이 걸렸고, 크레인 앞에서 공식적인 집회를 하는 것을 결정하는데도 몇 날 며칠이 걸렸다.
한진지회는 크레인 고공농성이 지회 집행부와 어떠한 사전논의도 없었고, 조합원들을 분열시키는 행위로 받아들이고 투쟁의 초점이 지회가 아니라 크레인이 되는 것에 몹시도 불쾌하고 못마땅해 했다. 지역의 문화단위들이 1월 22일 토요일마다 자체 문화제를 기획해서 진행하는데도 음향시스템마저 지원하지 않아 다른 단위에서 빌려와야 했다. 지회가 주최한 1월 23일의 가족문화제는 크레인 앞에서 열리지 않았고 그 가족문화제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의 그 어떤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았다.
1월 20일에 올라온 울산노동뉴스 조성웅기자의 글을 보면 한진투쟁의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투쟁의 두 가지 노선
85호크레인 사수대에는 한진중공업지회 간부들도 참여하고 있다. 크레인 밑에서 만난 한진중공업지회 한 임원은 "지금 도크에 있는 배들은 인도가 연기된 배들이다. 지금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을 막게 되면 실질적인 옥쇄파업이 되는 것이고 공권력 침탈의 빌미와 한진중공업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라며 "여론에서 승리해야 정리해고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의 이윤을 뿌리로부터 타격하는 공장점거파업의 지역적, 전국적 확대를 통한 정리해고 분쇄 투쟁 승리의 전망이 아니라 한진중공업지회 지도부는 이윤을 타격하지 않으면서 현장 밖 여론전에서 승리하겠다는 정리해고 분쇄 투쟁의 새로운 전형(?)을 개척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18일 노조사무실에서 부산시민사회단체 시민대표단과 대책회의를 열고 '5자협의회'(한진중공업 노사, 부산시, 상공회의소, 시민사회단체)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한진중공업 살리기를 위한 사회협약이 필요하다"고 투쟁방향을 제기했다.
많은 정리해고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에 적용했던 사회협약, 혹은 사회적 합의주의는 대부분 양보교섭으로 귀결됐다. 정리해고 철회가 아니라 정리해고의 수위와 범위를 정하는 것이었고 전원 복직이 아니라 선별적, 단계적 복직과 위로금으로 정리됐다. 최근 KEC 공장점거파업과 현대차비정규직 공장점거파업에서 야당의원들의 중재안도 사회적 협약의 형태를 취했지만 투쟁을 확대하고 승리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의 고립과 자본의 탄압에 길을 열어놓는 결과로 나타났다. 사회적 협약은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해체시켜 왔다.”
한진자본은 12일 결국 희망퇴직 82명, 정년퇴직 28명을 빼고 290명에 대한 정리해고 대상자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하고 290명에 대해 2월 14일자로 정리해고 예고통보를 날렸다. 나머지 690명에 대해 1월 14일부터 교육발령을 냈다. 한진자본은 정리해고 대상자들에게 희망퇴직을 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돈과 정리해고를 당했을 때, 그리고 불법파업에 참여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돈의 비교표를 만들어서 개별 발송하였다. 25년 근속일 경우에 89,324,500원이 차이가 난다고 비교표에는 적혀 있었다. 1월 12일 새벽 한진자본은 400명의 용역을 동원하여 신관을 침탈하려고 하였으나 시도에 그쳤고, 1월 20일 생활관을 폐쇄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역시 실현하지 못했다. 290명 정리해고 대상자는 주로 젊은 층이 많아서 산 자보다 죽은 자들의 동요가 더 심하고, 사측의 교육발령은 2,30명 수준으로 참여하려 했으나 한진지회의 대응으로 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현재 800여명이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부산경제살리기 부산시민대책위’는 “먹튀경영 한진자본을 고발한다”며 부산시민을 상대로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1월 24일 시민대책위는 부산시청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하고,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금속부양지부장, 한진지회장은 한나라당사와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사무실 앞에서 노숙단식농성을 시작하였다. 여론전으로 한진자본을 타격하고, 5자 협의회를 통해서 한진문제를 해결하자고 한다. 공장은 하청노동자가 1500명에서 2000명 가까이 매일 일하고 있는데, 정규직의 파업은 전혀 한진자본에게 생산적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론전이 아니라 한진자본의 생산에 타격을 주는 강력한 현장투쟁을 주문한 것이다.
한진투쟁에서 한진지회의 태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진 정리해고 반대 집회에서 울려 퍼지는 구호들, 선전물에 난무하는 반노동자계급적인 구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첫째로 불법적인 정리해고 반대라는 구호는 마치 합법적인 정리해고는 반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노동자들이 투쟁에서 법을 이야기할 때 그것은 양날의 칼이 되어 돌아온다. 지금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는 각종 노동악법들을 보라. 현재의 비정규악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상적 해고를 합법화 시키고 있지 않은가? 무엇이 불법이란 말인가? 저들의 논리대로라면 노동자투쟁이 다 불법이다. 그래서 크레인은 하루 100만 원 짜리 벌금으로 정리되었고, 한진자본은 김진숙 지도위원, 민주노총 부산본부, 한진지회에 1억 1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모든 해고는 살인이며 모든 해고에 반대해서 노동자는 투쟁해야 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세워야 한다.
둘째로 부산경제, 영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라는 구호는 마치 지역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의 투쟁은 무슨 논리로 진행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한진에서만 하청노동자들이 수천 명이 짤려 나가도 침묵했던 자들이 정규직 400명 짜른다고 지역경제 운운하는 것도 웃기는 논리다. 한진자본이 수주0건이라는 무리수를 통해 의도하고 있는 것은 조선업에서의 동희오토공장을 영도에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다. 원하청 공동투쟁을 통해 한진자본에 타격을 주려는 어떠한 노력도 시도도 없다.
셋째로 70년 향토기업 영도조선소 살리기, 먹튀자본 운운하면서 필리핀 수빅공장에 대한 투자가 매국행위라고 주장한다. 수빅공장 살리려고 영도공장 문 닫는 것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무엇이 애국행위인가? 영도공장 살리려면 수빅공장 문닫으라고 요구해야 하는가? 자본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단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현재 필리핀 수빅공장은 비정규직 천국이고 산재의 왕국이다. 노동자들은 수빅공장 문닫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빅공장의 노동자들에게도 한국의 노동자들과 똑같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실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위해서 필요한 태도는 바로 이것이다. 이것은 최근의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확인된 바 있다.
한진자본의 구조조정 공세는 국내 조선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1월 22일 한진 크레인 농성장에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대우조선에서 활동하는 30여 명의 현장활동가들이 ‘조선활동가모임’이란 이름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이들이 속해있는 다른 조선소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민주노조가 있고 열사들의 희생으로 지켜온 것들이 있다. 그러나 한진이 무너진다면 다음 순서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장밋빛 탄탄대로’일 것이다. 한진을 먼저 선택한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쌍용자동차의 영웅적 투쟁의 경험은 어떤 이들에게는 더 강력한 공장점거파업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해고, 구속, 손배라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어떤 투쟁에서든 여론전은 불필요한 게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야4당과 시민대책위 정도가 감당하도록 견인하면 될 것이다. 여론전을 이유로 공장을 비우고 현장투쟁을 방기하는 것, 조합원과 크레인을 분리시키고 있는 한진지회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96년 만의 최저기온이라는 날씨의 수상함 속에서도 한진조합원을 지키겠다고 35m 크레인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진숙지도위원. 85크레인이 더 이상 아픔이 아니라 승리와 부활의 이름이 되기를 바란다는 그녀의 정신이 이 모든 혼돈 속에서 조합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강력한 현장투쟁의 거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한진 크레인 농성장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언제까지 한진지회 지도부의 잘못에 대해 분열을 운운하면서 침묵해야 하는가? 어용을 어용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비를 아비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심정이다”
모든 주요한 결정이 지회 집행부와 민주노동당이 주도하는 시민대책위에 의해 정리되고 있는 지금, 많은 조합원들은 크레인 농성장을 지키며 민주노총을 만주노총이라고 욕한다. 이들의 개인적 울분이 집단화되어 지도부의 잘못된 지침을 거부하고 새로운 투쟁으로 일어서길 희망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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