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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8호] 다시 일어난 공장의 불꽃 KEC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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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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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30 12:00:40, 조회:2,261, 추천: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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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난 공장의 불꽃 KEC 투쟁
쌍용차 노동자들의 77일간의 점거 파업이 마무리되고 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쌍용차 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평택에서 서울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위력적인 파업 투쟁에도 전국적인 투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막아내지 못하자 자본과 정권은 자신감의 표현인지 이제는 타임오프제를 밀어 붙이고 파견법 개악을 통해 노동자 계급 전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투쟁의 최선두에 나서야 할 대공장 노동조합은 타임오프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편법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국적인 투쟁은커녕 제 몸 사리기에게 급급한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전국적인 투쟁전선이 무너지고 자본과 정권의 공세가 강해지고 있지만 그 가운데 이에 굴하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바로 타임오프제와 구조조정을 막고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공장 점거 투쟁을 하고 있는 KEC 노동자들이다. 지난 6월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측은 용역을 고용해 공장에서 파업 중이던 조합원들을 내쫓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KEC 지회 노동자들은 정문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파업 10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사측은 계속해서 교섭을 거부했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노동자들은 지난 10월 21일 공장을 점거 하고 옥쇄파업을 시작했다.
KEC 노동자들의 투쟁 경과
타임오프제가 강행 처리되고 7월 시행에 들어가게 되자 3월 KEC 지회는 특단협을 열고 전임자에 대해 현행유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중앙교섭에서 처리하자는 의견만을 되풀이 하면서 교섭을 미뤘다. 바로 이어진 임단협에서 지회는 사외 이사 중 1인을 노동조합 측에서 추천하고, 판매영업권과 해외 법인에 대한 지분 변동 시 조합과 합의, 구미공장에 대한 우선 신규투자 등의 요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KEC 자본은 회사 경영권 문제이기 때문에 합의 할 수 없고 임금과 복지 부분도 회사의 경영난으로 인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KEC는 구미에 위치한 반도체 회사로 2000년 한국전자에서 KEC로 이름을 바꾼 뒤 2006년 다시 KEC홀딩스로 이름을 바꾸고 지주회사와 제조업을 분리하면서 KEC홀딩스는 지주회사로 KEC는 제조업을 주 업무로 하는 자회사로 분할했다. 자본이 이야기하는 경영권에 관한 상황을 요구하는 이유는 여기 있는데 분할 과정에서 많은 부분의 자산이 KEC홀딩스에 남겨졌고 KEC에 영업조직과 태국공장이 편제가 되었는데 그마저도 하나하나 KEC홀딩스로 이전되었다. 결과적으로 홀딩스는 흑자를 기록했고 KEC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사측은 적자를 핑계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회의 요구는 고용안정과 실질적인 노동자들의 임금 및 복지에 직결된 요구인 것이다.
KEC 지회는 타임오프제는 노동조합에 대한 말살 정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지면 고용안정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특단협과 임단협을 일괄 교섭하자는 요구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사측은 똑같은 이유를 반복했고 노동조합은 결국 5월 8차 교섭을 마지막으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지회는 6월 9일 1차 경고 파업을 시작으로 11, 15, 16, 18일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도중 2차례의 교섭이 있었지만 사측은 여전히 노동조합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에 노조는 6월 21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9일차인 29일 새벽 650여명의 용역이 노동조합 사무실과 기숙사를 침탈해 공장에서 농성 중이던 조합원들을 회사 밖으로 몰아내고 바로 직장폐쇄 공고를 냈다. 이 과정에서 기숙사에서 쉬고 있던 여성조합원들을 감금하고 성폭력과 임신부를 폭행하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사측은 직장폐쇄를 빌미로 공장안에 있는 조합사무실조차 출입을 막았다. 결국 30일 공장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한 조합원들은 공장 정문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조합원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했고 파업으로 돌아가지 않는 공정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파업을 무력화 시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섭 대상에 경영권을 침해하는 사안이 있고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파업이니 불법이라 주장하면 교섭 자체를 거부했다. 특히 KEC 자본은 침탈 다음날인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타임오프제에 대한 노조의 반대 요구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불법 파업으로 몰아갔다.
직장폐쇄로 인해 공장 밖으로 내쫓기고 정문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100일, 여전히 사측은 불법파업 운운하며 교섭을 회피했고 복귀명령, 가족협박, 언론플레이 등의 파업파괴에 열을 올렸다. KEC자본의 의도는 분명했다. 이번기회에 노조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결국 KEC노동자 200여명은 용역과 사투를 벌이며 공장으로 들어갔고 1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쌍용차의 점거 투쟁이후 1년 만에 다시금 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21일 오후 200여명의 KEC 노동자들은 정문을 막고 있는 용역을 뚫고 공장안으로 진입했다. 1공장에 진입해 농성을 시작했고 사측은 바로 용역들을 1공장 주변에 배치하고 단수조치를 했다. KEC 자본이 용역들을 불러 모으는 사이 자본가의 든든한 동맹인 경찰은 600여명의 병력을 바로 공장안에 배치했고 현재는 그 두 배인 1200여명의 병력과 수백명의 용역들이 공장 안팎에 주둔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은 점거 바로 다음날인 22일 KEC 지회장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을 비롯한 간부 6명의 체포영장발부를 청구했다. 얼마나 급했는지 점거 하루 만에 체포영장 발부를 청구했는데 소환철차도 거치지 않은 체포영장발부를 청구했다가 모두 기각 당했다. 쌍용차때와 마찬가지로 물과 음식의 반입을 막고 여성 조합원이 다수 존재함에도 생리대와 같은 생필품의 반입도 막고 있다. 점거 시작부터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등 2명이 단식을 시작했고 다음날 정문에서 농성하고 있는 조합원 18명도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29일부터는 점거 농성중인 KEC 지회 부지장 등 2명이 추가로 단식에 들어갔다. 쌍용차 투쟁을 겪은 경찰은 어떻게든 속전속결로 옥쇄 파업을 끝내려고 하고 있는데 공장안에는 쌍용차 도장공장처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화학약품이 다량 배치되어 있어 위험한 상황이다.
타임오프를 빌미로 한 노동조합 말살 의도
KEC 노동자들의 투쟁은 작년 쌍용차에 이어 다시금 총자본과 노동자계급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임단협 투쟁에 있어서 대공장 노조조차도 타임오프제를 뒤로 미루거나 편법으로 넘기는 와중에 KEC 노동자들은 전임자 문제를 정면에 걸고 투쟁을 시작했다. KEC 노동조합은 타임오프제가 단순한 전임자 임금문제가 아니라 노조를 말살하기 위한 정책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반대했지만 사측은 갖가지 변명으로 타임오프제를 밀어 붙이고 있다. 지난 5월 타임오프제가 통과되면서 정부는 이에 대한 일괄적인 시행을 강조했고 단사에서 이를 어길시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했고 자본은 이를 빌미로 노조의 양보안을 받아 내거나 KEC의 경우처럼 교섭 자체를 거부하면서 노조를 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KEC 자본은 전임자 문제는 중앙교섭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임단협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안이 있다는 것을 빌미로 거부해왔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 되자 전임자 문제를 철회하면 교섭을 다시 시작할 것처럼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6월 30일 직장 폐쇄를 단행하고 7월이 되자 바로 타임오프제를 빌미로 불법파업 공세를 펼치면서 교섭을 거부했다. 이러한 불법파업 공세는 단순히 파업에 대한 악선동을 넘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은 엄청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동조합은 전임자를 타임오프 법적 상한선 수준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사측에 통보했다. 하지만 사측은 다시 체결권을 가진 사람의 직인을 받아 오지 않으면 교섭 하지 않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 산별노조의 체결권은 산별노조위원장의 권한인데 바로 금속노조 위원장의 직인을 받아오라는 것이다. 교섭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체결부터 해오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로 다시 사측은 교섭을 거부했다.
이처럼 100일 넘는 파업과 타임오프 수용에도 사측은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는데 KEC 노동조합은 이미 사측은 노조와 교섭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 있을 구조조정을 위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신규채용을 하고 있으며 희망퇴직과 아웃소싱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의 의도가 밝혀진 이상 KEC의 노동자들은 물러설 곳이 없었다.
과거를 반복하지 말자!
결국 KEC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1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의 옥쇄파업과 KEC 노동자들의 옥쇄 파업을 보면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공장을 둘러싸고 있는 수백의 용역들과 이를 비호하는 수천의 경찰, 각종 위험물질이 가득한 공장을 점거하고 투쟁중인 노동자들이 있다. 1년 전 77일간의 점거 파업은 공황으로 닥쳐온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자본과의 전초전이었다. 어떻게든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구조조정을 완료하기 위해 쌍용차 자본은 공장을 수 백 명의 용역과 수천의 구사대를 동원해 철통같이 막아섰다. 그에 지지 않는다는 듯 자본가 정권은 수천 명의 경찰들로 이들을 비호했다. 세상의 이목은 쌍용차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목만 집중되었을 뿐 쌍용차 투쟁은 외롭게 진행되었다. 자본과 정권이 똘똘 뭉쳐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있을 때 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때때로 수백의 노동자들이 연대했지만 무기력했을 뿐이다. 산별노조이지만 투쟁은 철저히 쌍용차 노동자들만의 싸움으로 고립화 되었다. 결국 77일 간의 영웅적인 점거 투쟁에도 구조조정을 막아내지 못하고 공장을 나와야만 했다.
쌍용차 투쟁에서 자신감을 얻은 자본은 다시 타임오프라는 칼을 노동자들의 목 끝에 겨누고 있다. 그동안 국가는 쌍용차 투쟁에처럼 노사 중립인 듯 입장을 취하면서 공권력을 투입하고 자본을 비호해 왔다. 하지만 올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단행하고 타임오프제에 관해서 정부는 노골적으로 노사관계에 개입할 것을 밝히고 있다. 국가를 뒤에 업은 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절차들을 밟았다. 타임오프를 빌미로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다. 대공장 노조들은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고 어떻게든 투쟁을 회피하기 위해 편법으로 일관했다. 타임오프의 칼을 목에 겨눠 노동자들이 꼼짝 못하게 하고 있는 사이에 파견법 개악을 진행하면서 비정규직의 확대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의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자본과 정권의 대대적인 공세에 민주노총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전임자 임금 금지가 되었을 때에도 타임오프가 통과될 때에도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은커녕 어떻게든 교섭만으로 해결하려고만 했다. 그러는 사이에 단사의 투쟁은 각개격파 당하고 투쟁력은 급속히 소각되었다.
이 어려운 정세에 다시 한번 영웅적인 투쟁을 시작한 KEC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파업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쌍용차 투쟁 이후 점거 파업과 같은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처음부터 교섭을 잘 이용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근심위에서 교섭에만 목메다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자본이 교섭에서 일정정도 양보하는 것은 교섭을 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힘이 강했을 때이다. 대공장 노조가 무쟁의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실익을 얻은 것인가? 아니다 그만큼의 힘을 갖고도 결국 자본의 의도대로 모든 것을 다 내주었다. 자본은 당장 몇 푼의 돈으로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전국전선을 와해시켰다. 이 얼마나 큰 실익인가!
KEC 노동자들이 공장 점거를 한 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서이다. KEC 자본의 목적은 분명하다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구조조정을 용의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KEC 노동자들의 투쟁은 타임오프제와 비정규직 확산을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 속에서 벌어진 총 자본과 노동자 계급의 대리전이다. 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쌍용차 투쟁처럼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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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
2010-10-31 |
18: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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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C 노조 분신 소식을 듣고도 KEC가 어떤 사업체인지부터 몰라서 궁금했는데..마침 이 기사가 있어서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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