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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노동자정치신문 36호 목차/ 2007년 노동자투쟁의 패배와 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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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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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2 00:14:09, 조회:3,714, 추천: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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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동자투쟁의 패배와 과제
2007년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부르는 한 해였다.
1월 23일 새해에 민주택시연맹 인천우창기업분회 전부위원장이었던 전응재 열사가 자본의 임금삭감, 부당해고와 어용노조에 항거하면서 산화해갔다. 그리고 2007년 한 해가 저물어가던 10월 27일에는 130여 일 동안 파업투쟁을 전개하던 건설노조 인천전기분과의 정해진 동지가 분신자결했다. 또한 불과 4일 후에는 16일차 파업투쟁을 전개하던 화물연대 서울우유지회 소속의 고철환, 박태순 동지가 분신자결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분신정국은 2003년 1월 배달호 열사의 분신 자결을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김주익 동지와 곽재규 동지, 세원테크 이해남 동지,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의 이용석 동지 등 수많은 동지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목숨을 노동해방을 염원하며 끊어냈던 처절한 시기를 떠올리게 했다.
무엇이 이토록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단순히 자본과 정권의 폭압과 착취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평가하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책임을 면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2007년 한 해 투쟁의 냉철한 평가를 통해서 뼈를 깎는 아픔으로 열사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과제를 다시 되새겨야 할 때다.
착취의 완전한 자유를 위한 자본과 정권의 공격
지난 3~4년 동안 자본과 정권이 추진했던 비정규개악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이 작년에 결국 통과되면서 2007년 한 해는 자본과 정권의 융단폭격이 예정된 한 해였다. 자본과 정권은 노동악법의 구체 시행령까지 정비함으로써 현장의 개별 자본들에게까지 무한한 착취의 자유를 위한 법제도적 틀을 마련해주었다.
4월 19일 비정규 개악에 따른 기간제와 파견제 시행령 안이 발표되었다. 파견허용 업종이 대폭 늘어났고, 근속 2년 이상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분리직군제를 통해 정규직 노동자와의 차별대우가 정당화되었다.
11월 13일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그 핵심내용은 필수공익사업장이 파업을 할 때 필수유지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과 대체근로를 파업참가자수 50%에 대해 허용한다는 것이다. 필수유지업무에는 철도, 도시철도, 항공운수, 전기, 병원 등 대부분의 공공사업장의 핵심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대체근로 인원의 적정한 산출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파업 참가자 수를 1일 단위로 산정하여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파괴는 물론이고 파업 이후에도 자본이 파업참가자 명단을 확보함으로써 강력한 현장통제의 무기로 삼으려는 의도이다.
이렇게 정권이 자본가계급의 전위부대를 자처하면서 법제도적인 개악 시스템을 완비할 때까지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투쟁은 없었다. 97년도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을 만들어내었던 사회적 합의주의의 망령은 여전히 상층 관료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자본과의 화해와 협력을 추구하는 민주노총 상층 관료들은 개악법안 철폐 대신, 투쟁을 조직하는 대신,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노동부 장관과의 회동을 정례화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주의의 틀을 복구하는 데에만 주력하였다.
이렇게 상층 관료들이 투쟁지도부임을 포기하고 자본과의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하는 동안 현장은 깨져나갔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07년 2/4분기 기준으로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전년대비 8.7% 상승되었지만 11월 말 기준 협약임금인상률은 4.9%에 그쳤다. 노동부 장의성 근로기준국장은 “협약임금인상율의 안정세는 특히 500이상 1,000미만 사업장과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해소를 위한 우리 노사의 공감대 형성과 상생의 노력이 임금교섭에 반영된 결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명목임금인상율은 4.9%이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실질임금인상율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몇 년을 끌었던 비정규개악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의 시행령 통과를 지켜보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정서는 대공장 상층 관료들의 조합주의와 결합하면서 고용안정만 된다면, 임금은 양보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양보교섭 기풍이 정착되고 있다. 이는 역으로 자본이 점차 현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본이 현장권력을 장악한 힘은 또 다른 법제도적인 개악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 노동자계급이 반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훨씬 손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2007년 자본과 정권의 너무나 손쉬운 개악법안 시행령 통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대공장 운동의 몰락
대공장 운동에 희망은 있는가?라는 자조 섞인 현장 활동가들의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대공장 운동은 전국전선을 추동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07년은 대공장 운동의 바닥까지 드러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7년 본격적인 임단투가 시작되기도 전인 4월부터 부르주아 언론은 노사상생의 봄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4월 말까지 코오롱, 포스코 하청업체들, 현대중공업, 하이닉스반도체, 동국제강, 쌍용자동차, 한독약품, 대구의료원 등 무려 76개의 사업장에서 공개적으로 무쟁의를 선언했다. 또한 포항지역 노사정 대표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사정 공동 산업평화 선언’을 한 데 이어 전국 17개 지역에서도 노사화합 선포식이 진행되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조선업종 노조는 휴가 전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물론 해마다 부르주아 언론은 노동자계급의 임단투 기세를 꺾기 위해 대대적인 노사화합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노동자들을 집단 이기주의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이러한 사례들이 노골적인 어용노조 만의 일이 아니었다. 금속사업장의 핵심부대였던 자동차 사업장 노조들 또한 자본가계급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다. 쌍용차지부는 지부장이 모터쇼에 참가해서 노골적으로 무쟁의를 선언했고, 현대차지부는 무쟁의로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기아차지부는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했으나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기도 하였다. 개별 단사만의 일이 아니다. 16만의 금속노조 또한 휴가 전에 타결하였다.
무쟁의로 타결할 만큼 현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가? 아니다! 이미 자본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은 시시각각 현장을 위협하고 있었다. 기아차는 외주모듈화, GM대우는 생산성 15% 향상과 비정규직의 정리해고, 외주화 확대, 쌍용차는 무분별한 전환배치와 잔업특근 통제로 인한 직접적인 생계고통이 있었다. 현대차 또한 울산 1공장에서 생산량 노사합의를 회사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현장은 여전히 고통 받고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위력적인 투쟁도 조직되지 않았다. 그나마 전투파를 자처했던 민투위 출신의 현대차는 오히려 파업을 하지 않고도 파업을 무기로 실익을 얻었다면서 스스로 무쟁의를 정당화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철도 화물연대의 공동파업투쟁은 파업선포식이 예정된 그 날 철회되었다. 아무런 합의안조차 없이 무조건 백기항복을 한 것이다. 철도, 서울지하철, 도시철도 등 공공부문의 핵심인 궤도사업장에는 이름만 달리한 구조조정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인 현장투쟁만 전개되고 있을 뿐, 노동조합 차원의 집단적인 투쟁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2007년은 대공장 운동의 바닥을 치는 한 해였다. “대공장을 노동해방의 요새로!”라는 구호가 먼 옛날의 꿈같은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탄탄한 조직력과 거대한 노동자 군단이라는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 속에서도 무너져가는 대공장 운동을 복원시키지 못한다면, 전체 노동자계급은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힘겹게 비정규직 동지들이 자본가계급과의 날카로운 계급전선을 지켜내고 있지만, 대공장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없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대공장의 선진활동가들은 대공장 운동의 복원을 통해 노동자계급의 선진대오라는 빛나는 역할과 임무를 이제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종이호랑이 16만 금속노조
2007년은 16만 노동자들의 금속산별노조가 본격적으로 활동한 첫 해이다. 금속 상층 관료들은 이제 산별노조의 시대가 왔다면서 마치 노-자 간의 투쟁에서 승리라도 한 듯이 축배를 올렸다. 그러나 많은 동지들의 우려와 경고는 현실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금속노조가 출범한 지 불과 얼마 안 되어서 하이닉스매그너칩 사태가 벌어졌다. 2004년 12월 24일 하이닉스매그너칩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3년에 걸친 비정규직 동지들의 장기투쟁을 금속노조 남택규 수석부위원장이 32억 원의 돈으로 정리해버린 것이다. 이 뿐인가? 금속노조의 1사1조직 방침은 올해 내내 기아차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을 옭아맸다. 정갑득 위원장은 이젠텍 장투사업장 집회에서 "오늘 집회는 평화적으로 끝나야 한다. 지금 임단협을 수행하고 있고 15만의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노동조합이 사소한 것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모든 행위에 대해 금속노조 위원장으로서 엄벌하겠다."는 망발을 하였다.
금속노조가 유일하게 내세우는 것은 FTA 파업투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그 진실을 돌아보자면 철저하게 왜곡된 파업투쟁이었다. 처음부터 금속노조가 FTA 파업투쟁을 계획했던 것도 아니다. 4월 25일 임시대대 때 활동가들의 제안에 따라서 어렵게 결의된 파업투쟁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대 결정사항을 집행해야 했던 금속노조 지도부는 파업투쟁 들어가기 전부터 자본과 정권에 자신들의 진심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에서 이번 파업 때문에 연간 생산목표에 단 한 대도 미달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조합에 소속된 230여개 사업장에서도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목표 차질은 없다.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부문이 없으며…금속노조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을 특별근무 등으로 만회해 완성 자동차를 생산하는 4개 회사(현대, 기아, 대우, 쌍용)의 올해 생산 목표에서 한대의 생산 차질도 생기지 않도록 약속한다.”(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6/22 기자회견)
자본에 어떠한 타격도 주지 않도록 계획된 파업투쟁은 이미 파업투쟁이 아니다. 대대에서의 결의가 이렇게 국가경제 살리기 파업투쟁으로 왜곡, 변질된 것이다.
금속노조 지도부가 유일하게 심혈을 기울인 것은 산별협약 체결이었다. 초기 사업계획에는 16만 산별노조 원년의 해인만큼 올해는 대자본들을 반드시 산별교섭에 참여시키고, 이를 위한 집중투쟁을 조직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대자본은 덩치만 거대한 초식 공룡에 불과한 금속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교섭결렬을 선언했지만, 이러한 냉각기(?)마저 오래가지 않았다. 대자본은 여전히 교섭을 해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속노조 지도부는 자신들의 결정마저도 번복하면서 다음번에 산별교섭에 참여한다는 확약서를 개별 사업장 단위로 받는 것을 조건으로 교섭을 재개하였다. 어떠한 내용의, 어떠한 투쟁과정을 거쳐서 16만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산별협약을 쟁취할 것인가는 처음부터 이들의 고민이 아니었다. 오로지 중앙교섭을 성사시켜내는 것 자체가 산별관료들의 목표였다.
16만이 하나의 노조로 단결했다는 것만으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단결이 노동자계급의 무기가 되지 않는 이상 몇 십만이 모여서 강화되는 것은 상층 관료들의 권한뿐이라는 점이 올해 투쟁에서 증명되었다. 이러한 권한마저도 이들은 이중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상층 관료들은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하여 힘없는 비정규직 투쟁사업장은 손쉽게 정리시키면서도 금속노조 전체 투쟁계획을 실천하지 않는 대공장들에게는 자신들의 권한 밖이라면서 면죄부를 주었다. 무쟁의 타결도 사유서를 제출하면 승인하는 식으로 인정되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금속노조는 올해 정기대대에서 건설, 화섬과 통합하는 제조산별 계획을 제출하였다. 비대해진 몸을 제대로 추스르지도 못하면서 더욱 몸을 불리겠다는 것이다. 10여 년의 논쟁 속에서 출범한 금속 산별노조 첫 해에 대한 냉정한 평가 속에서 관료적 제조산별 추진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욱 암울한 2008년을 맞이할 것이다.
전국전선을 끌어가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87년 이후로 대공장 노조가 전국적 정세를 이끌어 왔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대우자동차노조의 정리해고 분쇄 투쟁과 발전 파업투쟁을 제외하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의 중심에 있었다.
2007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졌다. 다만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2005년 기아차비정규직지회의 대중파업 투쟁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던 대공장 사내하청 투쟁이 올해는 주춤한 반면, 상반기에는 시설 노동자들의 투쟁, 하반기에는 이랜드 뉴코아 동지들을 중심으로 한 유통 서비스 부문 동지들의 투쟁이 힘 있게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올해 사내하청 투쟁이 주춤한 이유는 원하청 자본의 이중의 탄압, 그리고 정규직 노조의 반노동자적 행위가 점차 노골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에서는 백주대낮에 폭력만행이 그치지 않았고, 급기야는 연대집회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GM대우에서도 구사대들의 폭력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자행되었다. 금속노조는 사내하청 동지들의 투쟁을 지지, 엄호하기는커녕 1사1조직이라는 강제합병만을 내세우며 정규직노조의 행위를 비호했다. 현장을 충분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범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노조에 대한 의존을 버리지 못했고, 이는 주체대오의 약화라는 악순환을 만들어내면서 지도부조차 세워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내하청 비정규직 동지들은 꾸준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차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은 9일간의 점거파업 투쟁을 전개하였고, GM대우 부평공장의 비정규직 동지들은 9월 2일 비정규직지회를 세워냈다. 현대차 울산, 전주, 아산 공장의 비정규직 동지들도 2008년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사내하청 투쟁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독자적 투쟁을 조직하고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
뉴코아 이랜드 동지들 또한 힘 있게 투쟁을 사수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유통 서비스 분야의 비정규직 투쟁이 2007년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도부들의 구속과 수배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운동을 전혀 경험해보지도 못했던 여성 노동자들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투쟁대오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자본과 정권에 의해서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생겨날수록 적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은 끊임없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힘이다! 또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두려울 것이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의 힘이다!
우리의 과제
2007년은 철저하게 노동자계급이 패배한 해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에서, 장투사업장 동지들의 투쟁에서 그 희망을 본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의 자본과 정권의 집중포화 공격을 받은 결과 대공장 정규직 운동이 점차 추락하고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 또한 악으로 깡으로만 버티기에는 이미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 정규직 대공장운동을 복원시켜내고,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은 당위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 운동의 생사를 가늠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 과제의 일차적 당사자는 대공장의 선진활동가들이다. 앞서 살펴봤던 대공장 운동의 상태는 선진 활동가들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가 실질적으로 문 닫은 이후 선진활동가들은 각자 현장에서의 개별적인 활동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사안에 대한 토론과 실천, 단련의 부재는 선진활동가들을 전투적 조합주의자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러한 선진노동자들의 하락은 대공장 사내하청 투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비정규직 투쟁을 말했지만 정작 본인들이 속한 공장에서 비정규직 동지들이 투쟁에 나서자 현장조직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공동투쟁은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기아차 화성공장에서는 소수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연대가 있었지만 올해에는 조직통합 논란에서 이들도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에 온전히 동의하지 못하면서 정규직노조와의 굴욕적인 조직통합안을 받을 것을 종용하기도 하였다. 대우차에서도 비정규직 투쟁에 동참하는 것은 조직적인 결의와 집행이 아니라 활동가들의 개별적인 연대에 그치고 있다. 선진활동가들 조차도 항상적인 고용불안을 느끼는 정규직노동자들의 현장정서에 굴복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활동가들의 하락을 틈타 어용세력이 득세하고 있다. 현대차에서는 뉴라이트 계열의 구사조직이 세를 넓혀가고 있고, 이러한 구사세력은 기아차와 대우차에서는 물리력까지 동반하고 있다. 구사대에 의해 폭행당하고 쫓겨 다니면서 분노와 현장상황의 심각성을 새삼 깨달았다면, 이를 혁신하기 위한 자기 계획들을 세워내야 할 것이다.
우선, 비정규직 투쟁에 조직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개별 활동가들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조직적 책임감을 가지고 조직적으로 함께 투쟁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나마 몇 년 동안 전국투쟁전선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비정규직 동지들의 독자적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본에 타격을 가한 것은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이었지, 대공장 정규직 투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추락하고 있는 정규직 운동으로 들어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동지들의 독자적 투쟁을 지지, 엄호하고 전국전선을 강화함으로써 대공장 정규직 운동을 다시 추동시켜내는 것이 당연하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동지들도 저렇게 어려운 조건에서도 투쟁하니까 점차 권리를 찾아 가는구나”라는 파업투쟁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하는 것이 선진활동가들의 임무이다.
다음으로, 산별중앙의 관료주의에 대한 투쟁이 필요하다. 하이닉스매그너칩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실제로 16만 노동자들의 투쟁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는 권한이 중앙에 명시되어있지 않은가! 물론 총회 절차가 있지만, 현장에서 지도부가 투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적극적인 반대표를 조직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제대로 된 산별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파업권과 함께 교섭권, 결정권이 가장 하부조직에까지 온전히 관철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
또한 2008년에는 비정규개악법, 노사관계로드맵 철폐투쟁을 힘 있게 조직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현장은 물론이고 중앙을 견인해 내야하는 힘겨운 과제이다. 그러나 반드시 이뤄내야만 하는 중요한 투쟁이다. 우리는 이미 정리해고제와 파견제의 재앙과도 같은 결과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법이 통과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뒷짐 지고 있는 다면 자본은 더욱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도 ‘유보’한다고는 했지만 산안법조차 개악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지 않은가?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의 법안 재개정 같은 청원식 투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은 증명되었다. 재개정이 아닌, 악법철폐투쟁은 20008년 전체 노동자계급의 공동의 투쟁과제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 계급적 현장조직 운동을 복원시켜내야 한다. 산별이 형식적 완성을 향해 치달아 갈수록 우리가 우려했던 현장권력의 붕괴와 관료주의는 점점 더 강화되어 가고 있지 않는가? 이런 시점에서 아래로부터의 현장권력 쟁취와 관료주의에 맞서서 전 계급적 전망을 가지고 현장투쟁을 전개하는 전국적 수준의 현장조직 운동은 더욱 더 필요하다. 다만 이 전국적 현장조직 운동은 단사 내에서의 현장활동의 혁신과 새로운 조직적 토대 없이는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될 뿐이다. 또한 정치사상적 전망 없이는 과거의 조합주의 현장조직 운동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작년 말에 16만 산별노조가 출범하면서 미약하나마 활동가들의 공동대응이 조직되기도 하였다. 이제 이러한 일시적 공동대응 수준을 뛰어넘어 산별시대에 맞는 공동의 실천들이 조직되어야 한다. 현장의 구조조정에 대한 공동논의와 공동실천을 조직하자. 또한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이러한 공동투쟁 속에서 현장을 뛰어넘는 전국적 시야를 확보하고, 조합주의를 극복해야만 한다. 이 속에서 전국적인 계급적 현장조직운동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에는 다시금 대공장을 노동해방의 진지로 재구축하자! 그 힘을 바탕으로 투쟁전선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두 손을 맞잡고 힘차게 전진하자!!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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