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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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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23:55:23, 조회:3,457, 추천: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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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자본의 ‘자본수출’ : 자본주의적 착취와 억압의 수출, 자본주의 질서를 강요하는 경제적 기초!
“전적으로 자유 경쟁이 지배적이었던 구 자본주의의 전형은 상품수출이었다. 그러나 독점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최근 단계의 전형은 자본수출이다. … 자본주의가 발전한 모든 나라에서 자본가의 독점단체들이 형성되었으며, … 자본의 축적이 엄청난 규모에 달하는 소수의 극히 부유한 나라들이 독점적 위치를 갖게 되었다. 선진국에는 막대한 ‘과잉자본’이 생겨났다.”(레닌, 제국주의론, 93p, 백산)
한 국가 내에서 독점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금융자본의 성장과 이에 따른 금융과두제의 확립은 부르주아들이 표현하는 ‘(내수)시장의 침체’로 나타난다. 금융자본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독점가격 형성에 따른 착취, 초과이윤을 획득하는 데 있어서, 일국의 국내 시장에서는 ‘유효 수요’의 한계로 더 높은 이윤율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마디로 금융자본의 계속적인 축적을 하는데 있어서 일국 시장은 ‘이제’ 좁다는 것이다. 자본은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이며, 과거에 비해 증식이 상대적으로 더디거나 정체될 경우,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자본은 해외 시장을 찾게 된다.
자유경쟁 시기에는 일국에서 생산된 상품의 수풀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과잉 자본의 ‘수출’이 특징적인 현상으로 되는 것이다. 자본 수출은 그저 아무 곳에나 이뤄지지 않는다. 자본은 ‘유리하게’ 투자할 곳을 찾는다. 이를 두고 힐퍼딩은 「금융자본」에서 “자본수출이란 외국에서 잉여가치를 만들어 내야 할 사명을 가진 가치의 수출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때 본질적인 것은 그 잉여가치가 본국 자본의 지배 아래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1870년대부터 진행된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지배는, 아직 자본주의적 세계 구조에 편입되지 않고 있던 저개발 국가들에 대해 자본주의 체제를 ‘이식’하는 동시에 착취를 통한 이윤 확보를 가능하게 했다. 독점체가 단지 현지에 산업체를 설립한다고 해서 생산과정에서의 노동력 확보, 자본주의적 노동력 관리, 생산된 상품의 유통 및 실현 구조 등을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제국주의 열강들은 각종의 도로, 철도, 항만 등을 건설하고, 봉건적 관습과 위계질서를 해체하며, 농민들을 토지에서 쫓아내 노동력의 제공을 확보한다. 극우적인 세력들은 지금도 일제의 조선 합병이 철도, 항만 등의 건설이라는 근대화의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를 구축하고, 착취의 결과물을 획득하기 위한 자본주의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강제적인 자본주의 착취 질서로의 편입과정이 바로 근대화의 본질인 것이다.
“자본수출은 수많은 후진국들이 이미 세계 자본주의적 교역에 편입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가능해진다.”(레닌, 같은 책, 94p)
2. 자본수출은 어떤 형태들을 띠는가?
금융자본은 독점화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융합된 형태라고 했다. 저개발 국가에 대한 자본수출은 ‘산업자본 수출’과 ‘화폐자본의 수출’이 필요에 맞게 진행된다.
산업자본 수출은 현지 산업체의 주식 매수 등을 통한 경영지배나 직접 또는 현지 산업체 및 국가와 합작으로 산업체를 설립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화폐자본 수출(대부자본)은 국채, 사채, 주식 은행 투자나 차관, 은행 대부, 경제 원조 등의 형태를 띤다.
저개발국에 대한 대부자본의 수출은 “일반적으로 상품수출을 동반하여 전개되었다.”(마키니치히코, 제국주의론, 145p, 한울) 또한 이와 같은 상품수출을 통해 차차 축적되기 시작하는 저개발 국가의 생산재 생산자본의 기계, 설비와 맞물리는 ‘기술적인 형태의 종속’, 원료 산지에 대한 장시간 체굴, 점유권 확보 효과를 얻게 된다.
결국 자본수출이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더라도 그 본질은 높은 이윤율, 이자율 획득이라는 ‘자본의 본성’은 변화되는 것이 없다. 선진국 사이의 교역 및 자본수출이 이미 각국에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독점체들과의 경쟁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저개발국에 대한 자본수출은 경쟁 자본이 사실상 없고, 추가적으로 원료 공급망의 확보 등 보다 많은 기대이익이 뒤따른다. 이에 따라 “자본수출은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총체적으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지배, 종속관계를 경제적, 정치적으로 촉진시켰다. 선진국의 독점체는 후진국, 식민지의 원료시장, 판매시장, 저임금노동력을 독점적으로 확보하여 경제적, 정치적으로 완전한 지배를 기도했다.”(마키니치히코, 제국주의론, 145p, 한울) 금융자본에 의한 ‘자본수출’은 후진국 대중에 대한 착취, 수탈 관계를 촉진시켰고, 동시에 국가 간 지배 종속관계를 심화시키는 기초가 된 것이다.
“자본수출국들은 은유적인 의미에서 자기들 간에 세계를 분할했다. 그러나 금융자본은 세계를 실제로 분할한 것이다.”(레닌, 제국주의론, 98p, 백산)
3. 국제적 차원의 ‘독점체’들
“독점자본가의 단체인 카르텔, 신디케이트, 트러스트는 먼저 국내시장을 자기들끼리 분할함으로써 자기 나라의 산업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하에서의 국내시장은 필연적으로 외국시장과 연결되어 있다. … 자본수출이 늘어나고 대독점 연합체들의 대외적, 식민지적 관계망과 ‘세력권’이 확장됨에 따라, 사태는 ‘자연스레’ 이들 독점단체들 간의 연합적 협정으로, 즉 국제 카르텔의 형성으로 나아갔다.”(레닌, 같은 책, 99p)
일국의 범위를 넘는 독점을 ‘국제 독점체(초독점)’라 한다. 생산이 고도로 집적되는 독점단계에서, 독점자본은 그 지배를 국내적 틀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적 집적을 위한 세계 시장 지배를 노린다. 이미 일국의 시장은 좁다. 독점자본들은 세계 시장을 수중에 넣기 위한 투쟁에 돌입한다. 특히 “원료자원의 모든, 혹은 주요한 원천을 장악할 수 있는 곳에서는 카르텔의 발생과 독점의 형성이 특히 용이”(레닌, 같은 책, 55p)했다.
금융자본은 독점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국가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이미 금융과두제가 형성되어 있고, “독점은 일단 형성되어 수십억의 자본을 지배하게 되면, 정부형태라든가 다른 모든 ‘세세한 문제’에 관계없이 모든 생활영역에 침투”(레닌, 같은책, 89p)하기 때문이다. 레닌은 록펠러와 영국의 ‘셸 트러스트’간의 석유산업에서 벌어진 투쟁을 묘사하면서, 추후 국가까지 가세한 독일이 결국 록펠러에 패배하던 사례(석유 희극)를 통해 금융자본간의 투쟁과 국가의 개입 양상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제독점체들은 서로간의 세계 시장 쟁탈을 위한 투쟁을 통해, 일시적으로 상호간의 힘, 세력 관계를 인정하는 협정을 맺는다. “대략적인 시장의 크기도 산정하여, 독점체들은 협정을 통해 자기들 사이에서 시장을 ‘분할’해 버린다.”(레닌, 같은 책, 53p) 국제 카르텔 역시 국내 카르텔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독점체가 가격, 판매조건 등 상호간의 이익 분배에서 의견 일치된, 일시적으로 체결된 시장 분할 협정인 것이다. 여기서 이 협정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 자본간, 독점체들 간의 발전 양상이 ‘불균등’하기 때문이다.
“발전의 불균등성, 전쟁, 파산 등의 결과로 세력관계가 변화할 경우, 이 두 강력한 트러스트 사이의 세계분할은 재분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레닌, 같은 책, 102p)
따라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국제독점체들간의 협정은 없으며, 공황, 전쟁 등에 직면하여 이들의 협정은 더욱 강화되기도, 붕괴하기도 한다. 또 다른 새로운 조건이 생긴다면 그에 따라 국제독점체들은 새로운 협정을 체결한다. 이는 시장의 재분할로 나타난다.
“자본에 비례하여, 힘에 비례하여 세계를 분할하는 것이다. … 그 힘은 경제적, 정치적 발전 정도에 따라 다르다. 이들 변화가 ‘순전히’ 경제적인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경제외적(이를테면 군사적)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자본주의 최근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에 조금도 영향을 줄 수 없다. 자본가 단체들 간의 투쟁과 협정의 본질 문제를 투쟁과 협정의 형태 문제(오늘은 평화, 내일은 전쟁 모레는 다시 전쟁 식으로)로 대체하는 것은 곧 궤변가의 역할로 빠져 드는 것이다.”(레닌, 같은 책, 107p)
자본가 단체들 사이에서의 세계적 차원의 경제적 분할은, 이와 관련된 국가 등의 정치적 단체 및 기구들 사이에서 세계의 영토적 분할(식민지 확보)로 나타난다.
“자본가 단체들 간에 세계의 경제적 분할을 토대로 하여 일정한 관계가 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와 아울러, … 정치적 동맹체 사이, 국가들 사이에서도 세계의 영토 분할, 식민지 획득을 위한 투쟁, 즉 ‘세력권을 확장하기 위한 투쟁’을 토대로 하여 일정한 관계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레닌, 같은 책, 107p)
4. 식민지 지배를 자극하는 이유들
1) 원료자원의 ‘확실한’ 장악
“금융자본은 당연히 종속된 나라와 민족에게서 정치적 독립까지 박탈하는 종속형태를 가장 ‘유리한 것’으로 여기며, 그것으로부터 가장 많은 이윤을 뽑아낸다. … 이러한 독점체는 한 그룹이 모든 원료자원을 장악할 때 가장 강력하고 튼튼하다. … 식민지 점유야말로 경영자와의 투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우발적 사건 - 상대방이 국가독점체를 설립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우를 포함하여 - 에 대항할 수 있는 보장이 되어 준다.(레닌, 같은 책, 116p)
187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전 세계 인구의 2/3가 제국주의적 식민지 분할의 희생자였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자본가들은 가급적 ‘완전히’ 지배하길 원한다. 독점체들이 욕망하는 ‘완전한’ 지배는 다른 경쟁 독점체들과의 힘의 관계와 식민지 국가에서의 노동계급을 비롯한 대중들의 투쟁 정도에 따라 그 형태와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2) 잠재적인 원료 산지 확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침공은 표면적으로는 ‘탈레반 세력 소탕’이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광활한 가스 원료 확보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3) 자본수출에서 나오는 이익
식민지 시장에서는 경쟁자를 배제하고 공급을 확보하며, 필요한 ‘연줄’을 만드는 등의 일에서 보다 쉽게 독점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4) 금융자본의 정치와 이데올로기
금융자본을 토대로 성장하는 경제외적 상부구조인 정치와 이데올로기를 통해 식민지 정복에 대한 열망을 자극한다.
5. 현 시기 제국주의의 지배 형태의 변화
“이 단계의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일반에 대하여 갖는 역사적 위치나 노동계급 내의 두 가지 주요한 경향과 제국주의 간의 관계까지 염두해 둔다면, 제국주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정의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위와 같이 해석된 제국주의는 의심할 바 없이 자본주의 발전의 특수한 단계를 나타낸다는 사실이다.”(레닌, 같은책, 123p)
제국주의 세계질서에서 과거 식민지배와 형태상 달라 보이는 독립 국가들 간의 자유 교역의 양상은 세계 지배의 형태 변화일 뿐, 제국주의적 본질을 없애지는 못한다. 이러한 형태 변화에는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힘의 관계의 변화와 사회주의 성립 및 민족해방 투쟁, 그 속에서의 노동계급의 투쟁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최근의 일부 논자들이 과거 식민지배와 형태상 달라 보이는 지금의 세계 질서를 바라보면서, 과거의 제국주의와 다르다는 취지로 선전하는 것이 얼마나 관념적이고, 다양한 현상 중의 일부만을 표면적으로 섭취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한 예가 지금의 시기는 제국주의 열강 간의 세계적인 차원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통해서 ‘제국주의’의 시대가 아니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이다. 또한 일부 논자는 식민지에 대한 제국주의 열강의 직접적인 ‘지배와 통치’가 아니라는 것을 통해서 ‘제국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본질 자체를 뒤집는 것이 아니다. 제국주의의 본질이 구체적인 계급 투쟁 양상에 따라, 제국주의 국가 상호간의 관계의 변화에 따라 다른 ‘형태’들로 나타나게 되는 ‘변증법’적인 관계들의 변화상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쟁은…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폭력행위 … ‘의지’에 따른 행위 … 전쟁의 목적, 목표, 수단도 체계적으로 규정된다. 의지를 실현하는 전쟁의 목적은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되며, 이 목적을 실현하는 폭력행위는 군사적 성격을 띠게 된다.”(칼 폰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1편 참조, 갈무리)
제국주의의 지배 형태는 자본이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지배의 형태는 노동계급 또는 식민지 국가의 다양한 사회 세력 관계와 상호 관련을 맺으면서 적합하게 나타난다. 동시에 이 과정은 각각의 국제 독점체들 간의 불균등한 발전 양상, 금융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국가’간의 힘의 관계 등에 따라 다른 형태들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독점자본주의 하에서 ‘금융자본’의 이해관계가 주된 규정력을 보이는 ‘제국주의’의 정치, 경제적 본질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자본주의 내에서의 제국주의적 국면이라는 하나의 발전된 국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취사 선택 가능한 (우연한)정책적 변화로서 지금의 시대를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조건 1)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힘의 관계 변화
이미 세계는 1870년대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프랑스가 그 뒤를 이으며, 식민지를 거의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1880년대에 이르러 미국이 프랑스를, 1890년대에 이르러 영국마저 따돌리게 되었다. 같은 시기에 독일은 프랑스를 추월하여 미국과 영국 다음의 위치를 차지했다. 20세기 초반에 이르자, 독일은 영국마저 추월했다. 이렇게 발전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이미 분할되어 있던 세계의 재분할을 위한 투쟁은 급격하게 심화되어 갔다. 세력균형이 변화되면서 자본주의 세계는 기존에 갖고 있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과, 신흥 발전에 따라 그에 걸맞는 재분배를 요구하는 국가들로 나뉘었다. 1, 2차 세계 대전은 기존에 이뤄져 왔던 독점체들 간의 협약으로는 더 이상 재분할을 이룰 수 없자, 변화된 힘의 관계를 무력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재분할’의 과정이었다.
2차 세계 대전의 결과 서유럽, 일본의 독점체들은 그 기반을 잃은 반면, 미국의 독점체들이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브레튼-우즈(이를 통해 우리가 잘 아는 IMF 등이 성립되었다)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체제의 확립으로 국제적 질서가 합의되었다. 이 협정은 세계 체제에서 미국의 금융자본, 국제적 독점체의 이해를 보장하는 체제였다.
“자본주의 하에서 세력권, 이익, 식민지 등의 분할을 위한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분할에 참여하는 나라들의 경제적, 금융적, 군사력의 전반적인 힘 … 그렇지만 자본주의 하에서는 개별기업, 트러스트, 산업부문 및 나라들 간의 균등한 발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할에 참여하는 나라들의 힘은 똑같은 정도로 변화하지 않는다.”(레닌, 같은 책, 156p)
이후 1950~60년대에 이르러, 서유럽, 일본의 재성장으로 1970년대에 IMF, GATT체제는 붕괴된다. 현재에는 WTO라는 보다 다자화된 세계 체제 질서가 자리 잡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이 갖는 세계에서의 위치는 독보적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EU, 중국의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에 미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힘의 관계가 형성된다면, 향후 세계는 또다른 형태의 시장 재분할 경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즉 다른 것들에 대립되는 하나의 제국주의적 연합이든 아니면 모든 제국주의 열강을 포괄하는 전반적 동맹이든, 그것들은 모두 전쟁과 전쟁 사이의 하나의 ‘휴전’ 이상의 것은 결코 될 수 없는 것이다. 평화적 동맹은 전쟁의 근거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전쟁으로부터 생겨나기도 한다. 양자는 서로 제약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와 세계 정치의 제국주의적 관계와 연관이라는 동일한 토대로부터 평화적 투쟁과 비평화적 투쟁의 형태를 교대로 만들어 낸다.”(레닌, 같은 책, 157p)
조건 2) 사회주의권 성립, 민족해방 투쟁
2차 대전 후, 제국주의 독점체와 국가 간의 힘의 관계의 변화와 함께, 지금은 무너졌지만 노동계급 혁명을 통한 사회주의 체제가 성립되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식민지에서의 민족해방 투쟁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지배 형태를 변화시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또한 핵무기 개발에 따라 1,2차 대전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전면전의 형태는 더욱 제약 받았고, 그 결과 아프리카, 중남미, 동북-동남 아시아 등지의 국지적인 분쟁들이 빈발했다. 이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국가들이 사회주의적 영향을 크게 받게 되면서, 미국의 ‘대리정권, 괴뢰 정권’의 수립 및 경제적 하부단위로의 강제적인 편입 등에 맞서 투쟁한 결과였다.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지 정책을 논하는데 있어서는 금융자본과 그 대외정책…이 국가 종속의 수많은 과도적 형태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정치적 독립은 유지하나 금융적, 외교적으로 종속된… 형태…”(레닌, 같은 책, 119p)
따라서 현재 제국주의의 세계 지배가 ‘형태상’ 과거와 같은 식민지 직접 통치를 노골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제국주의의 본질이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지배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적 차원의 자본주의 질서로 편입된 국가들은 자본주의적 길 외에 다른 대안을 가지지 못하며, 이는 현재의 제국주의적 질서 속에서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간접적, 외교적, 경제적 규정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도 여전히 자본수출과 원료 산지 확보를 위한 제국주의의 본성은 유감없이 나타나고 있다. 소말리아 등의 아프리카 지역의 각종 분쟁, 아프가니스탄 침공 결과 가스 유전 확보, 이라크 침공 등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세계적 차원의 제국주의 질서의 한 단면이다. 여기에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자본주의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패배주의를 강화시켰다. 이 결과 겉으로는 ‘신사적’으로 보이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제국주의적 착취 질서의 세계화가 유례없이 강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6. 결론을 대신하며 : 제국주의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1) 제국주의는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을 더욱 첨예하게 드러낸다(부후화)
극소수 독점체와 금융자본에 의해 경제를 비롯한 정치, 관습, 법, 문화가 지배되면서 그 모순은 노동계급을 넘어서 전 사회적 구성원들에게 확대 재생산된다. 금융자본은 분명 자본간 경쟁에 의해 여전히 생산력은 발전시키고 있지만 이윤에 맞는 것들에 한정한다. 금융자본은 그마저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취사선택하여 일부는 급격하게 발전시키지만, 일부는 고의로 정체, 지연시키기도 한다. 에너지 산업의 경우 그 대표적인 예인데, 석유를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는 현재의 세계적 차원의 산업구조는 유전 개발 및 소유, 유통, 수송, 석유화학 산업, 자동차 산업 등을 지배하고 있는 국제적 독점체들이 가장 밀집해 있는 부문이다. 이미 70년대 말부터 미국-(당시)EC-일본의 공동연구 성과로 대체 에너지 기술이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 기술 적용을 미뤄왔다. 대체 에너지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대규모로 집적되어 있던 설비 자본을 대대적으로 재편해야 하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었다. 수소차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근래 들어 석유의 고갈 등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조금씩 대체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동력 기구를 적용하려 한다.
자본의 과잉투자로 인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금융자본들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하고 사치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로 사회적 생산력을 ‘부후화’한다. 군산복합체 등의 군수산업과 사치, 향락재 산업이 그것이다. 이는 막대한 과잉 자본을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영역에라도 투자하여 가장 향락적이고 퇴폐, 사치적인 소비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통해, 전 사회적 차원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서 자본의 본성상 굴려야 하기 때문에 비생산적 영역에 투자하여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현재의 제국주의의 모습인 것이다.
2) 기생성 : 기생적 계층, 기생적 국가
자본가 중 이자를 받으며 생활하는 금리 생활자들이 성장한다. 이런 자본가들은 이제 더더욱 생산과 어떠한 관련도 없다. 왜냐하면 이들의 기업은 봉급을 받는 전문 경영인과 관리직원들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국 내의 이자 생활만을 하는 기생적 부위의 성장과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는 현재의 미국, 영국 등의 제국주의 국가들 역시 사실상 금리 생활 국가로 변모했다. 이들은 자본수출로 상당한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아예 투기적 자본운용만을 일삼는 ‘투기 자본’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3) 부패, 반동성 강화
제국주의의 부후와와 기생성은 곧 부패의 확대 재생산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는 이미 현재의 운용 가능한 생산력을 제대로 발전시키고 이용할 수 없다. 수백만, 수천만의 상대적 과잉인구(실업자 군)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잘해봐야 현재의 생산 설비의 80%만 사용해도 ‘제조업 가동률’의 최대치라 할 정도로 생산력을 낭비하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올리기 위한 각종의 사회적 비리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산업 부문에서의 경쟁적 독점체에 대한 공격을 위해, 직접 정관계를 매수해서 각종 유리한 규제 개혁과 법안 상정을 위해, 부패는 제국주의 시대에 가장 일반화되어 있다.
노동계급 내부에서 기회주의 조류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제국주의의 기생성, 부패성을 독특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제국주의의 독점적 초과 이윤은 노동계급의 일부 극소수층을 매수해서 ‘노동관료’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노동관료는 노동계급의 혁명적 진출을 봉쇄하고 파괴하기 위해 노동계급 내부를 분열시키며, 반동세력에 대한 사회적 지지 역량으로 기능한다. 현재 남한에서 한국노총으로 표현되는 노동관료 세력들이 어떤 반동적인 역할들을 수행했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금융자본이 사회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면서 이윤과 상관없는 모든 영역, 환경, 문화, 경쟁력 없는 사업 영역 등에서 대중들의 불만은 높아진다. 금융자본은 일할 권리, 사회보장의 혜택을 누릴 권리, 쉬면서 여가를 즐길 권리, 교육받을 권리, 문화의 혜택을 누릴 권리 등의 자본주의에서도 기본적이라는 각종 민주주의적 권리들마저도 박탈한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는 대량실업, 인플레이션 등을 통한 생계비 상승, 사회적 지출 축소 등이 있다. 제국주의 국가와 독점체들은 노동자 계급의 활동가뿐만이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통화를 감시하거나 카메라 등을 통해 감시활동을 한다. 또한 이런 반동성은 승진 봉쇄, 블랙리스트 해고, 취업 제한, 협박, 날조된 혐의로 연행하는 것 등의 단계적인 테러리즘도 은밀히 강화한다.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금융자본의 영향은 전 사회적 차원의 반발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자본은 파시즘과 같은 가장 우경화된 독점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대중적 흐름’을 조직한다. 결국 제국주의는 경제에서의 기생성을 증대시키면서, 정치적으로는 반동을 강화시키고 있다.
4)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모순이 더욱 극대화된 자본주의로서의 제국주의는, 과거 어느 시기에도 없었던 사회적 생산을 이룩했다. 전 세계 민중이 충분히 누리고도 남을 풍부한 생산력, 전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력, 생산의 다양한 분업 구조의 체계적인 연관 등은 바로 제국주의가 사회주의의 경제적 토대인 ‘사회적 생산’을 구조화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런 생산력을 전 사회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려 각종 모순은 더욱 극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상황은 제국주의가 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사멸해 가는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금융자본은 이런 객관적인 근본모순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모순 해결의 주체가 될 노동자계급의 분열과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도록 하기 위한 ‘동의 구조’를 만드는 작업에 전력을 다한다.
이미 드러난 제국주의의 모순은 전 사회적으로 ‘폐단’의 확대 재생산이며, 이런 역사적 위치에서 제국주의는 “사회 혁명의 전야”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는 문제는 사멸해가는 자본주의를 폐지하기 위해 실제로 이를 수행할 ‘선진적 부대’와 ‘계급적 단결’을 확보하기 위한 주체역량의 강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결국 ‘당’의 문제이며, ‘투쟁’의 문제이다. <노/정/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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