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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6호] 비정규직 조직편제! 왜 독자성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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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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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08:59:12, 조회:3,985, 추천: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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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조직편제! 왜 독자성인가?
비정규직 독자성은 부문주의인가?
금속 대공장 사업장들이 산별노조 전환을 하고 산별완성 대의원대회를 마친 지금 사내하청노조 내부에서는 산별노조에 어떠한 형식으로 편제될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지난 1월 26일과 2월 1일 산별노조 조직편제 관련한 공청회를 가졌으나 단일한 입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2월 27일-28일 조합원 총회를 거쳐서 조직편제를 확정짓게 된다. 기아자동차비정규직지회의 내부에서도 3월에 조직편제를 결정하는 총회를 하자는 입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기아비정규직 지회에서 직가입을 반대하고 현재의 지역지부 편제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3월 총회와 기업지부 직가입을 반대하고 있다.
첫째, 3월 총회에서 조직편제를 결정하자는 주장은 과거 산별노조 전환 논쟁에서 관료주의적 산별주의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합원 내부에서의 충분한 토론과 풍부한 이해 없이 상층에서의 논의만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
둘째, 산별노조 전환이 되었다고 무언가 확 달라질 것을 기대하면서 독자적인 투쟁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올해 새로이 집행부가 선출된 정규직노조와의 공동투쟁을 통해서 서로 간의 신뢰를 복원하고 진정한 계급적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조직편제에 대한 결정은 그 때가서 해도 늦지 않다.
셋째, 기업지부 직가입은 비정규직의 독자적 투쟁과 자주성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을 유지하는데 유리한 현재의 지역지부 체계를 유지한다.
우리는 기아 비정규직 지회 내부에서의 이러한 입장을 지지한다. 우리는 산별노조 전환 과정에서 투쟁없는 조직형식만의 조직전환, 상층에서의 관료주의적 방식의 산별전환, 조합주의 정치와 관료주의적 방식과 내용으로 건설되는 산별노조 전환에 맞서 투쟁해 왔다. 하지만 산별노조 전환이 이루어진 뒤에서는 산별노조 내에서의 현장권력을 강화하고 관료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규약개정을 위해 투쟁해 왔다. 우리는 산별노조 전환에서 계급적 단결을 외치는 산별노조의 내용과 조직형식이 맞지 않기 때문에 산별노조 전환을 반대했다. 비정규직 노조 내부에서 조직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단순히 조직형식만의 논쟁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과연 어떤 조직형식이 비정규직 투쟁의 내용을 제대로 담아내고 조합주의와 관료주의로부터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보장해주는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투쟁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형식과 내용이 긴밀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의 자주성과 독자성이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리가 아니라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에서 보이는 관료주의, 조합주의, 패권주의로부터의 독자성임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비정규직의 이러한 정치적 독자성은 조직형식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치적 독자성을 보장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조직적 독자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 사노신은 비정규직 부문주의, 조직형식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노정협의 주장은 독자적 체계가 독자적 투쟁을 담보해 줄 것이라는 조직형식주의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기간 비정규직 노조/지회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결여하고 있으며, 그로부터 비정규직 노조의 독자적 투쟁에 대하여 과대평가, 심지어는 물신화 하고 있다…계급적 활동가들은 정규직 운동질서에 의존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하지만, 동시에 독자적인 노조형식을 강조하면서 비정규직 부문주의로 경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조직형식의 환상을 깨고 주체적 투쟁계획을 수립하자 -현자비정규 노조의 산별노조 조직편제 공청회에 붙여)
이러한 사노신의 주장은 명백한 사실왜곡이고 무책임한 악선동에 다름 아니다. 이 주장은 "비정규직 노조들은 독자적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을 확보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정규직 노조의 직접적 통제력이 떨어지는 지역지부로 편제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간접 인용한 글에서도 명백하게 나타난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독자적 조직형식이 독자적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독자적 조직형식이 무조건적으로 유리한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유리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노신은 '최소한', '상대적'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는가? 사노신은 최소한, 상대적인 우리의 입장을 아무런 논거 없이 갑자기 비약하여 조직형식주의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노신은 그 동안 우리의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을 강조한 많은 글 중에서 단 한마디라도 조직형식이 무조건적으로 절대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보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인용해보라!
우리는 사노신의 악선동과 정반대로 비정규직 투쟁의 부문주의화를 경계해 왔다.
비정규직 운동은 전체 계급운동의 일부이다. 비정규직 운동이 부문운동화 된다거나 조합주의, 경제주의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노동자정치신문 21호, 기아 파업현장에서 보내는 투쟁보고서 - 비정규직 파업과 대공장 운동, 계급투쟁)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의 생생한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통해서 비정규직 투쟁의 자주성과 독자성을 주장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러한 주장은 관념적인 주장이 아니라 현장투쟁단과 노조를 건설한 뒤에 기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중파업을 거치는 동안 겪은 구체적인 경험과 교훈에 기초한다. 뿐만아니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GM창원비정규직 지회, 하이스코, 하이닉스 등 이 땅의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끌어낸 뼈아픈 각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정규직에 대한 의존과 환상에 기대지 말고 제 발로 굳건히 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천해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방은 오로지 비정규직 노동자 자신의 투쟁에 의해서 쟁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이 주장이 과연 사노신의 주장대로 정규직 노동자들과 담을 쌓는 부문주의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으로 투쟁을 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지고 있을 때만이 무시당하지 않고 동정과 구걸이 아닌 진정으로 당당한 계급적 단결을 성취할 수 있다.
우리는 실제 비정규직의 독자적 투쟁을 통해서 정규직 노조에 만연해 있는 반연대성과 패권주의, 관료주의, 조합주의를 직접적으로 폭로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담을 쌓고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고립된 성을 쌓는 과정이 아니었다. 정규직 노조 내부의 관료주의, 조합주의와 투쟁하면서 정규직 선진활동가와 선진 조합원들과 직접적으로 하나가 되는 투쟁의 과정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독자적 투쟁을 할 능력과 힘을 있을 때 노조 내부의 관료주의와 조합주의는 더 많이 폭로되었고,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아래로부터의 계급적 연대는 더욱더 굳건해 졌다.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이 비정규직만의 부문주의가 아니라 공장을 노동자 해방의 요새로 구축하는 투쟁의 고리로 활용해 왔다.
사노신은 변증법의 초보적 이해도 하지 못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은 분리돼 있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투쟁의 내용이 조직의 형식을 만들고 역으로 조직형식이 투쟁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투쟁의 내용에 걸맞지 않는 조직형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의 자주성과 정치적 독자성을 강화하는데 상대적으로 가장 유리한 조직형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조직편제를 결정해야만 하는 시점에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본의 공격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계급적 정규직 활동가와의 연대고리를 강화하는 것에서부터 활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노신의 결론은 공허하다. 우리는 조직편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조직형식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다. 사노신이 주장하는 투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조직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조직편제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입장을 유보하면서 일반적인 투쟁의 원칙을 얘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어느 조직편제가 비정규직 투쟁을 강화하고 계급적 단결의 틀을 확보하는데 조금이라도 유리한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노신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내부에서의 조직편제에 대한 논란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아 비정규직 지회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입 다물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우리에게는 공허한 평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입장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역지부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현재의 지역지부가 비정규직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확보하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지역지부 체계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역지부 체계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하려고 하는 의지와 능력이 없는데 그 자주성과 독자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럴 때 자주성과 독자성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무 것도 실현할 수 없는 껍데기 자주성과 독자성에 불과하다.
기아 비정규직 지회 핵심 간부들이 직가입을 반대하고 있는데 기아자동차 정규직 집행부에서는 지회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직가입을 지회에 제안해 왔다. 반대로 현대자동차에서는 편제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직가입을 누구나 원하고 있는데도 지난 1월 5일 현대자동차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편제와 관련한 3가지 안이 모두 부결되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기아 정규직 집행부가 현자에 비해서 더 계급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인가? 기아 비정규직 지회가 독자적 투쟁을 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 집행부는 지회를 무시할 수 없고, 직가입으로 비정규직 지회의 독자투쟁을 제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자는 그토록 직가입을 열망하는 데도 정규직노조로부터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을 물신화 하지 않고 있다. 지역지부 주장은 독자적인 파업을 할 수 있는 기아비정규직 지회의 조건을 고려한 것이고 현자에서는 부문위원회 안이 독자성을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 비록 독자파업을 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지만 정규직 노조에 의한 처우개선 요구가 대리주의를 만들어 내는 것에 반대해서 어렵고 힘들더라도 독자 임단투를 전개했던 자주성과 독자성의 정신을 존중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과 자주성이 기아비정규직 지회의 조건을 고려한 것이지만 현자에서도 아무리 어렵더라도 비정규직의 독자적 대중파업을 위한 노력이 꺾여서는 안된다. 하지만 현자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해 독자투쟁이 패배하면서 대부분의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이 무조건적으로 직가입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점에서 현대자동차 내에서의 조직편제 논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의 조직편제에 대한 논의는 기가 꺾이고 풀이 죽은 패배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왜 현자에서의 조직편제 논의가 우려되는가?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과 자주성이 보장되지 않는 직가입은 비정규직의 독자적 투쟁에 있어서 무덤이 될 수 있다. 기업지부로 편제를 원하는 조합원들에게는 기업지부 밑으로 가면 지금처럼 힘들게 투쟁하지 않아도 우리의 고용과 생존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가 있다. 그러나 기업지부로의 편제가 비정규직의 고용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은 정규직노조에 의존하는 심리와 독자투쟁을 회피하려는 보수적인 심리를 강화시켜서 조직력과 단결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자 계급의식을 훼손시킬 수 있다.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투쟁력이 무너지고 스스로 투쟁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는데 기업지부로 간다고 해서 정규직노조가 우리의 고용과 생존권을 대신해서 보장해 주겠는가?
현자비정규직노조에서는 직가입 관련해서 정규직노조의 선거구에 통합편제되는 안과 직가입 되더라도 독자적인 부문위원회의 틀을 유지하자는 두 가지 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최우정 동지가 제출한 선거구 통합 편제안은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을 포기하고 비정규직 운동을 조합주의 운동의 날개 밑으로 무장해제시키는 최악의 안이다. 이 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패배주의적 정서에 기대고 굴종하고 있다.
"비정규직만의 노조는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반쪽짜리 조직의 한계를 알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대부분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완전히 통합해야 노동자들의 숫자도 많아질 뿐만 아니라 자본을 꼼짝달싹 못하게 할 만큼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주장은 정규직노조의 패권주의와 조합주의에 맞서 그 동안 독자파업을 하기 위해 투쟁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의 기억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하청 자본의 구사대에 의해 머리통이 깨지는 유혈적 폭력과 지도부 납치, 감금에도 굴하지 않고 점거투쟁, 라인점거 투쟁 등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다 해 왔다. 지난 해에는 사내하청노조 차원의 공동집회와 공동파업을 거치면서 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독자파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데 선거구 편제 안은 이 투쟁의 기억들을 무시하고 정규직 노조와 통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독자파업이 되지 못한 투쟁의 한계를 정규직노조와 통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통합으로 일거에 투쟁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부추기고 있다.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가 ‘노동자의 권익옹호와 해방’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통합해야 한다는 선거구 편제안은 일반적 원칙을 들어서 비정규직 투쟁의 구체적인 상황을 어물쩍하게 피해가는 것이다. 과거 류기혁열사를 열사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욱집행부의 반노동자적인 태도에 대해서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누구보다도 분노했다. 현자 정규직집행부는 기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원하청3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 투쟁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이 엄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이제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같은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가 실체도 없이 사라지는 통합 안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의 어려움을 돌파해나갈 의지가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선거구 통합 안은 ‘대중들의 통합열망’을 가장 큰 명분으로 해서 비정규직 노조의 해산을 주장하고 있다. 독자적 체계를 가지고 힘있는 파업을 못한 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통합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의식적인 활동가들이 조합원들의 의존적인 정서에 기대서는 안된다. 그것은 대중의 자생성에 굴종하는 조합주의적 태도이다. 운동의 현재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비정규직 노조가 사라지더라도 통합편제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지들이 과거에 주장한 말들을 기억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의 떠오르는 물결을 통해서 전체 운동을 바꿔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는 다 어디로 갔는가?
선거구 편제안은 이 안은 정규직노조에 100% 통합되는 안이다. 이 안은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조합원 200명 당 2명의 대의원을 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비정규직노조는 해산되게 된다. 이 안은 노조 대 노조의 통합이 아니라 비정규직노조의 해체이고 정규직노조로의 흡수통합이 된다. 물론 비정규직 할당제 10%가 받아들여지면 현자에서는 24명의 당연직 비정규직 출신 대의원이 생겨나게 된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정규직에 비해 극소수 인원이고 대부분 정규직 부서에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할당제 대의원을 제외하면 비정규직 대의원은 사실상 선출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정규직의 1/10밖에 안 되는 대의원들이 정규직 의결기구에서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가? 그것도 독자적인 노조도 없는 상태에서?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조는 현재 비정규직 대의원 할당제도를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직가입 된다고 해도 현실적인 임금과 단협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엄청나다. 그렇다고 동일단협 동일임금을 당장 요구로 해서 통합된 노조가 싸울 수는 없다. 만약 통합노조가 회사를 몇 번 뒤엎을 만큼의 혁명적인 투쟁을 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의 동일단협 동일임금을 쟁취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기대하는 순진한 동지들은 없을 것이다. 현재의 대공장 정규직노조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가지고도 그러한 투쟁을 조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가입 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협과 임금 수준의 차이는 그대로 유지되게 된다.
선거구 편제를 주장하는 동지들은 이 안을 ‘완전한 통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완전한 통합은 조직체계가 하나로 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실질적인 고용과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 동일한 수준을 갖게 돼서 사실상 비정규직이 철폐될 때 진정으로 ‘완전한 통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정규직이 중심이 되는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의 요구는 중심적인 요구가 아니라 여러 가지 요구안 중의 하나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노조는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이해를 중심에 두고 요구안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노조가 비정규직의 요구를 핵심 요구로 삼지도 않고 정규직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양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아니 일방적으로 삭제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비정규직의 사활이 걸린 요구안을 예전 대리교섭을 했던 것처럼 처우개선 수준으로 눈곱만큼의 합의로 정리해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정규직이 독자노조로 있을 때에는 이 노조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요구를 가장 중심에 두고 교섭과 투쟁을 한다. 따라서 만약 비정규직노조가 조합원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잠정합의를 한다면 부결투쟁을 하거나 불신임시켜서 지도부를 갈아치울 수도 있다. 그러나 통합노조 속에서 비정규직의 독자적 요구가 무시되고 정규직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잠정합의안이 만들어진다면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총회 결과에 따라 이 합의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비정규직노조가 사라졌는데 독자파업을 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차 투입이나 물량조정, 업체 계약해지 시에도 압도적 다수인 정규직 대의원에 의한 대리교섭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지부 밑으로 들어가면 고용은 보장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많은데 정규직 대의원의 대리교섭에 의해서 일방적인 전환배치나 계약해지 수용이 이루어지면 누구에게 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가?
설사 양심적인 정규직 대의원이라 할지라도 비정규직노조가 사라짐으로써 일상적으로 업체별로 자행되는 하청자본의 공격에 대해서 비정규직노조 전체의 대응이 아니라 선거구 체계만의 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개별 업체의 현안문제를 가지고 전면투쟁을 배치할 것이라고 믿는가? 비정규직노조에 있어서도 조합원들의 집단적인 압력이 없으면 이 투쟁에 나서기 쉽지 않다. 더군다나 비정규직노조가 해체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선거구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정규직노조는 더욱 더 남의 문제로 생각할 것이다.
비정규직 대의원회의나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협의회 등의 비공식적인 기구를 가지고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를 논의해서 공동대응이 아무리 잘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은 비정규직노조만큼의 힘은 가질 수 없다. 공식노조 기구가 아닌 협의회 수준의 기구를 가지고 어떻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받아 안고 원청에 대항해서 요구를 쟁취할 수 있는가?
한국노총 체신노조의 경우에는 오래 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가입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체신노조는 조합비만 받을 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방치했다. 지난 해 철도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 놓고도 임투에서 정규직만의 임금인상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에 노조를 항의 방문했지만 정규직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찬반투표가 통과되면서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직가입 되더라도 어떻게 비정규직의 독자성 틀을 유지하고 비정규직의 독자적 목소리를 포기하지 않으며 독자적 힘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선거구 통합 편제 안은 정규직 중심의 조합주의 운동에 대한 투항이자 비정규직 운동의 힘을 분산시키는 산개안이다. 현자에서 27-28일 조합원 총회에서 선거구 편제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소외될 때 산개에서 다시 집중하자는 흐름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 때가서 무슨 면목으로 집중하자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응할 것인가?
비정규직 부문위원회 안은 비정규직의 독자성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선거구 체계 편입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나은 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안의 경우도 독자파업을 할 수 없는 현자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독자적인 파업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정규직과의 연대가 가능한 기아에서는 여전히 독자성 훼손의 여지가 있는 부문위원회 안을 고려할 가치도 없다.
아무리 독자성을 갖는 부문위원회라 하더라도 직가입 상태에서 제한을 가지는 독자성일 수밖에 없다. 이 부문위원회에서도 정규직노조의 요구안 결정과 투쟁일정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일정을 가지고 갈 수는 없다. 부문위원회 체계라고 하더라도 정규직 노조와 독자적인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 권리가 주어진다면 노조가 비정규직의 요구안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합의안을 통과시켰을 때에는 독자파업을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독자파업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독자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정규직 노조의 제한을 받아가면서 독자파업을 해야 하는 직가입을 선택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기아자동차 지회는 그 동안 독자노조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노조가 투쟁을 종료했을 때 엄청난 압박을 받아가면서 투쟁을 밀고 나가야 했다. 기업지부 산하의 부문위원회에서 독자파업권을 행사하는 것은 더 정규직노조나 조합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파업 중단에 대한 정규직노조의 압력이 훨씬 심할 것이다. 정규직이 투쟁을 마무리했는데 비정규직이 독자파업을 밀고 나가는 것을 좋다고 속 좋게 박수칠 노조가 어디에 있겠는가? 단일한 노조에서 같은 부서와 라인에서 정규직들은 투쟁을 종료하고 비정규직이 독자파업을 밀고 나간다면 정규직 노조원들은 파업파괴자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거꾸로 비정규직의 독자파업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파업종료에 따르는 노조의 지침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부문위원회 체계에서 독자파업을 승인하는 단위는 중앙쟁대위 같은 부문위원회 대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정규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여기서 파업의 승인이 가로막히면 독자파업권은 허울좋은 권한이 될 뿐이다.
비정규직 대표가 교섭단에 들어가면 되지 않겠는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율상 비정규직의 요구는 주변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상대적으로 나은 비정규직의 독자성을 가진 상황에서의 독자성도 지금 기아 비정규직 조건에 비한다면 실제로는 독자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현자에서 상대적인 독자성을 가지는 부문위원회 안이 조합원 다수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이유는, 독자적인 틀을 유지할 때에도 독자파업을 하지 못했는데 도대체 독자성이 무엇을 하기 위한 독자성인가?라는 회의감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지부 산하의 비정규직 지회의 형태로 편제하는 안의 경우에도 여전히 교섭권, 체결권 행사는 독자지부로 있을 때에 비해서 많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지부에 비해서 기업지부 산하 지회로 들어가면 기아차 기업지부는 직접적으로 비정규직 투쟁에 관여할 명분과 권한을 갖게 된다. 결국 직가입 지회안은 명칭만 지회지 비정규직의 독자적인 권한은 모두 박탈당하게 된다. 원하청 연대의 틀이 제시한 3원칙 하에서도 비정규직은 투쟁하는데 엄청난 제약을 받아 왔다. 그런데 직가입해서 지회로 간다면 그 압박은 훨씬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조합주의의 포로가 될 것인가? 다시 독자성의 기치인가?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을 비정규직 ‘운동’이라고 표현해 왔다. 그것은 비정규직 투쟁이 역동성과 전투성, 계급성을 가진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고 더욱 더 의식적인 운동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는 뜨거운 바람의 표현인 것이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은 쥐꼬리만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비인간적인 대우와 인격적 멸시, 불안정한 고용을 떨쳐버리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자생적인 분노와 이를 조직한 의식적인 투쟁이 결합하여 발전해 왔다. 이 양자가 결합해서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으로서는 통제되지 않는 ‘미쳐 날뛰는 투쟁’이었다. 최근 전국적인 투쟁의 대부분은 비록 고립분산적으로 싸우며 깨지면서도 비정규직 투쟁이 주도하고 있다.
자본은 통제가 가능한 ‘약속대련’같은 정규직 투쟁에 비해 역동성이 살아 있는 비정규직 투쟁이 가진 급진성을 두려워했다.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본의 이윤 축적전략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자본은 비정규직 투쟁을 깨기 위해 비조합원 대체인력, 구사대, 용역깡패, 공권력 등 모든 것을 동원했다. 심지어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수적인 심리를 이용하여 노노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투쟁이 솟구쳐 오를 때 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식은 변화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자본과 조합주의에 사로잡힌 노동조합에 의해 보수적인 정서에 사로잡혀 있다. 이로 인해 현장 내에서 비정규직 투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연대했던 정규직 선진 활동가들은 대의원 선거에서 떨어지는 등 고립을 당하기도 했다. 정규직 선진 활동가들은 정규직 조합원들의 자생적인 의식에 맞서 싸우면서 비정규직 투쟁에 결합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규직 선진활동가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나가 되어 비정규직 ‘운동’이라는 투쟁의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운동’은 관료주의, 조합주의에 사로잡힌 남한 노동운동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이로 인해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인정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남한 노동운동 내에서는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비록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관료들조차도 각종 선거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가장 크게 외치는 현실은 운동의 발전의 한 측면이다.
이 발전의 한 측면은 비정규직 투쟁을 의식적으로 ‘운동’으로 만들기 위해 힘들게 투쟁한 의식적인 동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산별 조직편제를 앞두고 자생적인 의식이 의식적인 요소를 지배하고 있다. 앞으로 더 폭발적인 투쟁의 양상을 보일 수 있는 역동적인 비정규직 ‘운동’은 이제 조합주의, 관료주의가 지배하는 정규직 중심의 질서 속으로 사라져버릴 위기에 처했다.
비정규직 투쟁이 눈 앞의 어려움 때문에 조합주의의 포로가 되어 굴종할 것인가? 독자성의 기치를 다시 움켜쥐고 떠오를 것인가? 이제 비정규직 투쟁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을 ‘운동’으로 만드는데 정치세력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각 정치세력들은 대중조직의 뒤에 숨지 말고 비정규직 조직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독자성과 자주성을 누구 보다 더 강조해 온 우리들은 그에 대한 대중적인 평가와 역사적인 검증을 당당하게 받을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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