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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7호] 민주노동당, 공무원노동자를 제 손으로 적들에게 넘겨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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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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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1:14:57, 조회:2,815, 추천: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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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공무원노동자를 제 손으로 적들에게 넘겨주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 최초로 수도권 기초단체장이 당선되었다. 민주노동당은 후보 단일화의 위력이라며 앞으로 있을 총선과 대선에서도 몰계급적인 후보 단일화에 더욱더 매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진보정당 최초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인천 동구에서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검찰은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후원금과 당비를 냈다는 이유로 90명의 공무원 노동자들을 정치자금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행정안전부는 바로 해당 공무원에 대해 중징계(파면 혹은 해임) 방침을 결정하고 각 지자체에 의결 요구를 압박해 갔다. 자치단체에 소속된 공무원을 중징계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무원이 소속된 기초자치단체의 중징계 의결 요구가 필요한데 이 때문에 행정안전부는 표적감사, 재정압박 등의 갖가지 협박으로 기초자치단체에 의결요구를 요구해 왔다. 사건이 벌어진 인천에서는 행정안전부가 기소된 인천지역 공무원들을 9월 10일까지 중징계 의결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치단체 감사 담당자 문책은 물론 기관 경고까지 하겠다고 밝히면서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결국 10일 인천동구청에서 인천시에 기소유예 처분된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 의결 요구 공문이 보내졌다. 공무원 정치활동의 자유를 억압하는 적들의 수중으로 공무원노동자들을 넘겨주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다르게 인천 동구청의 중징계 의결이 크게 이슈가 된 것은 다름 아닌 민주노동당 소속의 당원이 구청장으로 당선된 곳이기 때문이다.
변명? 사실? 합법주의의 결말!
의결 요구 공문을 보낸 것이 밝혀지자 변명인지 사실인지 모를 이야기들을 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27일 민주노동당 인천시당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는데 “취임하자마자 징계 당사자의 의견을 구하고, 기소유예된 상황임을 감안하여 중징계 요구는 적절치 않기에 훈계조치를 내린 바 있다”면서 “이는 징계 대상자와 감사팀 직원 모두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며, 이것으로 인사 등의 불이익이 없이 해당 중징계 건을 마무리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더 이상 징계가 필요치 않다고 판단했고 이를 감사관실에 통보했는데 상황보고 공문이라도 보내달라는 요청에 공문작성을 지시했는데 이 공문이 중징계 의결 요구 공문으로 발송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징계철회 의미를 담은 공문을 2차로 발송했고 27일 징계의결 요구 철회공문을 다시 보냈다고 밝혔다. 결국 사과문의 요지는 구청장의 의도와 다르게 공문이 발송되었다는 것이다.
사과문의 주장이 변명인지 사실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과문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이 사건이 구청장과 감사 담당 공무원의 오해와 구청장의 결제 소홀로 인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해 동구청장과 민주노동당이 지금까지 어떤 입장과 행동을 보여 왔냐는 것이다. 사과문에 나와 있듯이 이미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졌다. 인사 등에 불이익이 없는 훈계로 끝났다고 하는데 ‘훈계’는 무엇인가?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금지를 인정하는 속에서 주의를 주었다는 말 아닌가? 이것은 이미 동구청장이 행안부의 압박에 굴복하고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원칙을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민주노동당이 그 동안 공무원노동자의 자유로운 정치세력화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민주노동당은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의 포로가 되어, 의회주의적 합법주의의 노예가 되어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를 방어하고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투쟁하지 못했다. 이번에 정치자금법으로 기소된 공무원에대한 징계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판결까지 징계를 유예하자는 주장을 하면서 공무원들의 당소속을 숨기는데 매진했다. 물론 정권의 탄압에 당원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당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사법부에서 무죄 판결이 난다 해도 이는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무죄가 아니라 단지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죄 판결이다. 이렇듯 민주노동당은 합법정당임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사법부의 판결에만 매달려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기로에 서있는 민주노동당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국가기구에 종속되어 지배계급의 이해에 충실히 복무하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공무원노동자들에게 정치적 중립은 중립이 아니라 국가기구의 충실한 노예로 살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도 이 연장선에 있다. 공무원은 자주적인 정치활동도, 노조활동도 안 되고 꼭두각시처럼 정권과 자본에 복무하라며 억압과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권의 노동조합 탄압에 맞서 공무원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노동자임을 당당히 밝히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정권의 탄압에 맞서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기구를 움직이는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지배이데올로기에 집단적으로 반항하는 것이 두려운 지배계급은 특정 당에 대한 지지와 가입을 막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결성을 지지하고 이를 탄압하는 정권에 대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면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자체에 대해서는 정면 도전하지 못하고 무죄 판결에 목을 매고 있다.
이처럼 현행법에 의거하여 공무원노동자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지 못하는 민주노동당이 공무원노동자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위해 일관되게 투쟁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인천 동구청의 의결 요구 공문은 오해에 의한 해프닝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합법주의로 인해 원칙을 져버리고 정권의 탄압에 무릎 꿇은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탄압에 굴복한 지자체장에 대해 어떠한 단호한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입장표명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실의 반증이다. 이미 수많은 공무원들이 정권의 중징계 칼날 앞에 서있다. 민주노동당이 사법부 판결에 목매고 있는 가운데 이미 행안부는 중징계 의결 요구를 더욱 밀어붙여 판결과 상관없이, 기소된 89명중 73명의 중징계 의결 요구가 제출되었다. 자신의 신념에 의해 당에 가입하고 후원했지만 당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더욱이 이제는 자신들이 지지한 당의 구청장이 있는 곳에서 조차 당은 정권의 탄압에 굴복하고 공무원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기로에 서있다. 계속해서 합법주의를 고수하고 공무원 정치활동 금지에 무릎 꿇거나 아니면 합법정당의 존폐를 걸고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단호히 전개하던가!<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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