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폭로>
자유주의자들에 맞서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국가보안법 개폐, 친일?과거사 진상규명, 언론개혁,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권, 친위 조직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사활을 건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적 자본분파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중심으로 맞대응을 하다가 이제는 직접행동을 조직하고 있다.
지난 9월 9일에는 현승종 전국무총리 등 1500 여명의 원로들의 시국선언에서 극악무도한 반동 원로들은 “노대통령이 운동권 출신 측근들에 둘러싸여 1940년대의 망령인 좌우대립의 이념갈등을 이 땅에 재현시켜 대한민국의 뿌리를 부관참시 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재탄핵 주장도 서슴지 않고 있다. 10월 4일에는 ‘국가보안법 수호 국민대회’가 대중집회 형식으로 열렸다. 시청 앞 광장에서의 시위에서는 경찰과의 충돌이 벌어지면서 경찰은 집회 주최 측에 출두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하자 강제구인마저 검토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과 관련해서 폐지 후 형법보완으로 당론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대체입법안을 결사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와 과거사 청산 등을 둘러싼 자본분파들의 힘겨루기에 대해서 노동자계급은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개혁입법’의 계급적 성격
노무현 정권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 청산 등 4대 ‘개혁입법’을 제출하면서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적 자본 분파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 계급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맞서 노무현 정권을 지지해야 할 것인가?
노동자 계급은 노무현 정권의 국가보안법 개정과 과거사 청산 등의 행보에 대해서 그들의 계급적 이해는 과연 무엇인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탄핵정국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다시 한번 대중들의 지지를 회복하고 국회에서 다수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삶은 변화가 없자 지지세력들은 이탈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권은 4대 개혁입법을 통해 한나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대중적인 지지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실제 한길리서치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를 보면, 노무현 정권의 주요 지지세력들은 개혁입법을 중심으로 또 다시 결집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독점자본의 이해를 일관되게 대변하면서도 노동자 계급의 후진적인 부위와 쁘띠부르주아 세력들을 지지기반으로 묶어 두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따라서 대중들에게 ‘개혁’적 환상을 끊임없이 유포해야 한다.
4대 개혁입법으로 나타나는 노무현 정권의 민주주의는 철저하게 자본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형법으로 대체입법을 유지하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노무현 정권이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도 국정원의 감청은 두 배나 증가하였고, 통화 내역 조회도 크게 증가한 사실은 지배체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자유주의자들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음을 보여준다.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형법으로의 대체입법은 한나라당과 극우적 자본분파의 압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주의자들 자신의 계급적 이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출자총액 제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한도 축소, 공정위 계좌 추적권 부활 등의 재벌개혁과 언론독과점 방지를 통해 자본 간의 합리적 경쟁을 유도하고 시장질서를 회복하여 남한 자본의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또한 FTA체결, 기업도시 건설, 규제완화 등을 통해 자본의 착취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자유주의자들은 이렇게 개별 자본과 대립하더라도 총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면서 민주주의의 반동적 허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적인 노동자들은 이미 국가보안법 개정의 반노동자적 계급성을 직관으로 거부하고 있다. 상지대의 이른바 ‘민주총장’인 강만길이 ‘국가보안법 개정’과 관련한 강연을 하려하자 노동자들은 ‘민주총장’의 대학 내 비정규직 노동자 탄압을 폭로하면서 강연을 무산시켰다.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은 노동자계급의 투쟁에 직면해서는 자본가 계급의 공동 이해를 전면에 걸고 철저하게 하나가 된다. 개혁입법을 둘러싼 한나라당과의 대립은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다. 한나라당의 박근혜조차도 “반국가단체의 틀은 유지하되 체제를 지키는데 지장이 없다면, 국보법 2조의 정부 참칭 조항을 없앨 수도 있다”라고 하였다.
지난 12일 노무현은 해외 방문 자리에서 “역시 외국에 나와 보니 기업이 바로 나라다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노무현 정권이 “노동자를 대변하는 좌파 정권”이라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나는 노동자들을 위해 정책을 편 적이 한번도 없다”라고 고백하였다.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 분파는 총자본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면서도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형식과 절차를 통해 노동자의 반발을 최소한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사회적 합의라는 형식과 절차마저도 거추장스러운 과정으로 생각하면서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를 선호하고 있다.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노동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보면 노무현 정권은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고도의 지배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들이 총자본의 대리인 자격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만약 극우파 연구소인 자유기업센타의 공병호나 월간조선의 조갑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지배계급이 통치한다면 남한 자본주의 체제는 현재 보다 더욱 극심한 대중적 반발과 노동자 계급의 투쟁으로 인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과 관련하여 민변의 조광희는 “자유민주사회의 최대장점은 사상의 표현의 자유로운 보장이며, 사상과 그 사상의 자유로운 유통이 보장될 때 가장 그 체제의 안정성이 높은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공산당의 활동을 허용하는 것 아닌가”하는 질문에 대해 “이것은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할 경우 해산하도록 하는 등의 통제방법으로 헌법과 정당법에 의하여 해결할 문제이다. 서독에서는 이 문제를 결사법에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정당을 존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참고할 수도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공회대 교수들은 10월 14일 성명서를 통해 개정론을 시대착오라고 비판하면서 “인권의 보편적 원칙에 반하고 반통일적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둘러싸고 쁘띠부르주아들은 철저하지 못하다. 그들의 위선과 동요, 절충적 타협은 자본주의 체제를 털끝만치도 위협하지 않고 오히려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고자 하는 계급적 본성과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여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시킨다는 그들의 쁘띠부르주아적 입장은 자본의 반동적 이해에 복무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 청산에 있어서도 쁘띠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에 가로막혀 철저하게 수행할 수 없다. 일본 제국주의에 복무하고 해방 후 독재정권에 괴수와 주구로 변신한 우익들이 과거 청산의 대상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과거 청산의 대상들이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정통성을 왔고 자본주의를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정권이 과거 청산을 철저하게 수행하려면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철저하게 투쟁한 이른바 좌익들의 정통성을 인정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적 수탈과 억압을 통해 발전한 남한 자본주의의 전역사를 송두리 채 뒤집어엎어야 한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의 과거사 청산도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공세의 수준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지만 이는 우파의 통일운동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북한과의 화해 협력으로 자본진출을 꾀하는 자유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 개정을 통하여 우파를 국가보안법의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하더라도 전혀 계급적 이해에 손상을 입지 않는다. 민주노동당은 공안기구의 사찰에도 불구하고 체제 내적인 의회주의 활동을 하기 때문에 정치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자본주의의 착취질서를 폐지하고 노동자 계급의 해방을 위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정치사상과 조직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혁명적 노동자 계급만이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와 진정한 과거 청산이라는 대의를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남한 노동자 계급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 계급의 자주성과 전투성
러시아의 볼셰비키는 봉건제적 상부구조인 짜리즘이라는 괴물과 맞서 싸우면서도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로부터 노동자 계급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했다. 1917년 혁명 시기에 자유주의자들과 일시적인 연합을 할 때조차도 결코 노동자 계급의 헤게모니를 빼앗기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인 ‘입헌민주당’은 “그들을 추수하는 민주주의적 소부르주아지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옹호하려고 하지 않고, 또한 그들과 거래한다는 정책에 의하여 그것을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레닌, 자유주의에 의한 인민의 기만에 대하여)
남한의 자유주의 분파는 지배방식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파병, 집시법 개악, 테러방지법 제정, 파견근로제 확대 등 자본의 이해를 철저하게 대변하는 반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한 노동자 계급은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적 탄압에 맞서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와 공동전선을 형성하였다. 하지만 노동자 계급은 비판적 지지의 망령에 시달리면서 자유주의자들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노동자 계급은 군사정권에 맞서는 주요한 세력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자들에게 권력을 강탈당하면서 파업권 쟁취, 정치사상의 자유 등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쟁취하지 못했다. 자유주의자들은 문민정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지배력을 강화하고 허구적 민주주의의 반노동자적 계급적 본성을 끊임없이 과시했다.
과거 프랑스에서는 지배계급 분파 내부의 대립과 노자간 계급투쟁을 유혈적 방식으로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프랑스의 부르주아지들은 왕정복고와 대토지소유자, 금융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부르봉 왕가 같은 왕당파와 산업부르주아지의 지지를 받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 즉 공화파가 번갈아 가며 집권했다. 프랑스의 노동자 계급은 1848년 2월에는 봉건제적 유산에 맞서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와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그러나 지배세력이 된 자유주의자들은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진출에 놀라서 1849년에는 질서당으로 하나가 되었다.
혁명적 프롤레타리아트 및 그들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위에 점점 더 몰려드는 과도적인 계급들에 대한 적대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연합된 힘을 발휘하고 이 연합된 힘을 지닌 조직을 보존하고자 질서당의 각 분파는 상대 분파의 왕정 복고욕과 월권욕에 반대하여 공동지배 즉 공화주의적 형태의 부르조아 지배를 주장하였다(칼 마르크스, 프랑에서의 계급투쟁).
계급사회에서 순수한 민주주의는 완전 허구이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의 반동성은 필연적이다. 노동자 계급은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로부의 종속성을 탈피하고 자주성, 전투성을 강고하게 사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기회주의자들은 노동자 계급의 전투성은 권위주의 시절의 유산이기 때문에 합리적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주의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적 부르주아들의 경우에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무력에 의존한다. 자유주의자들의 무력 앞에서 합리적 노동운동은 일방적 패배와 굴욕을 의미할 뿐이다.
정권은 민주노총 내의 협조주의자들을 회유하여 9월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위 참여를 유도하기 전에도 칼텍스정유노조의 파업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코오롱노조를 공권력으로 협박했다. 한편 정권은 물리력 행사의 뒤에서 한노사연 김금수와 김영대, 이목희, 박태주 등을 통해 노동운동 내에 협조주의를 유포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으로 노무현 정권은 최근 대우자동차 신임 위원장이 된 이성재 같은 자들을 통하여 노동운동 내에 사회적 합의주의를 한층 더 강력하게 유포하면서 고도의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다. 현 민주노총 우파 집행부를 중심으로 결집돼 있는 노사협조주의 세력들은 자본의 영향력과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압력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남한 내에서 비판적 지지를 벗어나 자유주의적 부르주아지로부터 단절하고 독립정당을 건설했다. 그러나 이 단절은 조직 형식적 단절이지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열망을 반영하고 있으나 왜곡되고 굴절된 반영으로서 끊임없이 자유주의자들의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계급의 독자성을 포기하고 자유주의자들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자유주의자들이 유포하는 개혁입법의 포로가 되어 공조와 공조파기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국회에 입성한 뒤 첫 번째 가지는 국정감사에서 ‘정책과 대안 중심의 국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은 민주노동당의 ‘국정감사’에 대단한 기대를 가졌다. 국정감사에서 단병호 의원은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여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국정감사를 통해 노동자들은 일시적인 대리만족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절망적인 현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해 정보부족, 경험부족, 소수 정당의 한계라고 빠져나가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마이크 데이비스는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에서 미국 노동운동이 보수화되고 몰락하게 된 원인을 ‘민주당에 대한 짝사랑’으로 표현했다. 현재 미국 대선에서 노동계급은 또 다시 민주당 ‘케리에 대한 짝사랑’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부시의 감세정책이 부유층에게만 돌아갔고 노동자계급은 세금만 늘어났다고 주장하면서 노동자 계급의 지지를 얻어 내려 하고 있다. 미국의 번영에 대비되는 미국 노동운동의 몰락과 노동자 계급의 비참한 현실은 노동자 계급의 독립성을 포기한 결과다.
남한 노동자 계급은 자유주의자들이 유포하는 민주주의의 반동성을 끊임없이 폭로하면서 정치사상과 집회결사의 자유, 노동 3권의 완전 보장과 직권중재 철폐를 통한 파업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독립성을 끊임없이 훼손당하면서 자유주의 정당의 이중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의회주의 정당인 민주노동당과 독립적인 혁명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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