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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65호] 의료자본 배만 불리는 ‘건강보험 하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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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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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01:10:58, 조회:2,819, 추천: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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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자본 배만 불리는 ‘건강보험 하나로’
지금보다 우리 국민들이 능력에 비례해서 조금만 더 부담하면 됩니다. 그만큼 국가와 기업도 더 부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므로 가계의 부담은 오히려 크게 줄어듭니다. 그러면 우리도 선진국들처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사실상의 병원 진료비 무상의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연간 100만 원 이상의 진료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는 없어지게 됩니다. 바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 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발족식 자료집, 발족사)
지난 17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 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발족식을 가졌다. 시민회의는 월 11,000원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면 현재 60%대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90%로 끌어올려 민간 보험이 필요 없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시민회의에서 내세우고 있는 ‘1만 1000원의 기적’ 운동의 골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은 가입자, 사용자, 정부가 5:5:2의 비율로 부담하고 있는데(예를 들어 보험료가 11,000원 인상 되면 사용자가 1,1000원, 정부가 4,4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11,000원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2010년 예산을 기준으로 36조원에서 48조원으로 12조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12조의 추가 재정으로 환자 간병, 고령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저소득층과 중소 영세사업장의 보험료 지원을 할 수 있게 되고,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하면서 급여 항목에 대한 본인부담금의 비율을 낮춰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90%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장률이 높아지면 건강보험으로 의료비가 해결되지 않아 민간보험을 가입하는 유인들을 해결 할 수 있어 의료 민영화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민회의는 ‘1만 1000원의 기적’ 운동의 구체적인 목표로 ‘연간 본인부담 총액 100만원 상한’을 걸고 있다. 누구든 어떤 질병에 걸리든 환자의 연간 의료비를 100만원 이하가 되도록 건강보험 재정의 획기적인 증가 즉, 보험료의 획기적인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월 보험료를 1만 1000원만 더 내면 누구든 어떤 질병에 걸리든 연간 100만원이면 다 해결 할 수 있는 기적, 이것이 바로 ‘1만 1000원의 기적’이다.
재정 확대의 기적?
시민회의의 이러한 주장은 작년부터 ‘획기적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있어왔다. 그때부터 이 주장은 많은 논란과 논쟁을 불러왔는데 건강보험 하나로의 주요 비판 중 하나는 재정확대만을 이야기 하면서 정작 근본적인 문제인 영리 중심의 의료 시스템(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은 약10%, 민간병원이 약 90%)이 재정만 확대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회의는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에서 보험료 인상 자체가 기업과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이 인상된다면 그만큼 가입자, 사용자, 정부의 재정 책임 몫이 커진다. 상위계층은 정률방식에 따라 소득별로 추가보험료를 납부할 것이며, 기업과 국가는 법으로 정해진 자신의 추가 재정 의무를 지게 된다. 그리고 확대된 국민건강보험 재정 수혜는 모두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 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발족식 자료집, 제안 설명)
물론 시민회의에서도 현재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해결과제로 두고 있다. 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재정확대를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면서 보험료 인상 운동이 성공하면 그만큼 시민들이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고 때문에 정부에서는 이 확충된 재정을 마음대로 쓰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정확충이 과연 의료 시스템 변화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건강보험 정책과 보험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게 되는데, 복지부 차관, 가입자 대표 8인, 의료계 대표 8인, 공익대표 8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위원회에서는 시민단체 대표, 노동조합 대표, 사용자 대표가 가입자 대표 의원으로 구성되어 보험료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형태였다. 여기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이 보험료 인상에 힘을 실어 준다면 충분히 보험료 인상 합의는 가능 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작 인상된 보험료 사용에 대해서는 사용자, 의료계, 정부 의원들이 우세하기 때문에 보험료만 인상되고 확충된 재정은 떨어지고 있는 건강 보험 보장률 유지와 의료자본의 배를 채우는 것에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자본은 보험료 인상으로 이윤이 하락하면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 이윤을 메우려 할 것이 분명하다. 시민회의는 재정확충이 의료 문제 해결의 핵심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지금 누구보다 의료 재정 확충을 원하는 것은 정부와 의료자본이다. 결국 시민회의의 주장은 이미 자본에 의해 착취 받고 공황의 책임을 전가 받고 있는 노동자 민중에게 좀 더 책임을 지라는 자본의 책임 전가를 도와주는 셈이다.
의료비 보장이 아닌 의료비 자체를 낮추는 투쟁을 해야 한다.
임금은 하락하고 물가는 상승하고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은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를 더 내면 전체 의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노동자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사회보험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적용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의 노동자 민중에 대한 부담 증가 요구는 어떻게 볼 것 인가? 그것도 획기적인 인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할 것인가
또한 시민회의의 주장은 자본의 보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보험은 왜 필요한가? 미래에 있을 위험을 대비해 공동으로 돈을 축적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돈을 축적해야 하는가? 돈이 없으면 미래의 위험을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사회보험을 강화하는 목적은 자본의 보험 논리에 의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는 기존의 이윤을 위한 의료 체계의 변화가 아니라 보험을 통한 가입자의 위험 해결 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미래에 있을 각종 위험을 보험을 통해 해결 할 수밖에 없는 이 자본주의에서 보험료도 내기 힘든 노동자 민중은 보험의 노예가 되어 지금의 삶을 미래에 맡기고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의 ‘건강보험 하나로’의 방식은 미래에 있을 위험을 보장해 줄 순 있어도 현재 노동자 민중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해줄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체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되는 의료비 자체를 낮춰야 한다. 우리의 당면 과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의료 자본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보험이 아니라 의료자본이 청구하는 의료비 자체를 낮추고 이를 통해서 보험료 인상 없이 모든 의료를 건강보험에 포함 할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한다.<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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