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현 시기 산별노조,
과연 노동자계급운동의 약인가, 독인가? -
‘하향평준화 시키더라도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했던
04년 산별교섭
2004년 주요 투쟁인 박일수 열사투쟁 이후 임단투와 구조조정 분쇄투쟁 전선 속에서 자동차 노동조합들의 투쟁, 화섬연맹 산하 여수산단 공투본, 궤도노동자 투쟁 등이 전개되었다. 개별 단사 수준에서도 많은 구조조정에 맞선 생존권 투쟁이 있었다. 강고한 투쟁을 전개한 코오롱 노동자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상반기 투쟁에서 자본의 공세와 노동운동내의 양보교섭과 개량주의를 돌파한 투쟁은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노동자 투쟁은 작년에 이어 계속 증가했다(8월 27일 현재 파업 413건, 참가자 168,602명, 작년 대비 34.3% 증가, 노동부 통계). 하지만 파업 손실일수는 오히려 6.9% 정도 감소했다. 정부에서도 ‘올해 기업 임금 격차 축소와 노사 자율교섭 촉진, 직권중재 자제, 전략사업장의 파업 실패 등 전투적 관행에 제동’을 상반기 투쟁의 특징으로 꼽고 있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형식적 공동투쟁은 증가했지만 통제된 파업으로 인해 파업의 효과와 성과는 미비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투쟁의 한편에서는 교섭주의자들과 자본의 대리교섭이 주요 전술로 펼쳐졌다. 자본은 현장단위의 투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연맹이나 산별중앙단위와의 대리교섭, 비공식 만남 등을 통해서, ‘투쟁하는 현장지도부 무력화-투쟁하는 현장단위 거세-노동관료 양성’ 전략을 구사했다.
산별 상급조직들은 현장에서 올라오는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보다는 연맹의 교섭력을 높여 현장투쟁을 관리하기 위한 자리 굳히기를 목표로 한 것이다.
‘산별교섭(협약)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이 우선협약 규정으로 지부투쟁을 가로막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10장 2조 폐기를 조건으로 산별노조 탈퇴를 결의한 서울대병원지부가 있다. 서울대병원지부 뿐만 아니라 많은 보건의료노조 현장에서 협약의 규정력과 산별투쟁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 중앙 및 서울본부는 이번 산별협약이 문제될 게 없다며 오히려 조직방침 불이행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중앙지도부는 애초부터 ‘우선협약’(중앙지도부는 이를 ‘공동협약’이라 불렀다)으로서 산별협약을 규정했다. 금속노조가 봐도 너무할 정도인 우선협약 규정은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의 성과, 결과물의 하나인 지부(현장) 단협을 무시하고 하향 평준화시키는 산별협약을 구사했다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보건의료노조 중앙지도부는 이번 산별교섭의 성과를 자찬하고 있다.
‘산별협약으로 의료 산업정책 개입의 길이 열려…온전한 주5일제도 쟁취…최저임금제를 처음 도입한 것도 성과…하향평준화나 양보교섭이 아닌 상향식 평준화로 가는 최선을 다한 타결…’(이주호 정책국장, ‘좌담 2004 금속․보건의 산별교섭 평가와 과제’, 노동사회 8월호)
보건의료노조 중앙은 현장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산별협약에 대한 협소한 이해로 산별투쟁을 무시한다’며 일축하고 오히려 최소협약이었다면 산별교섭이 이뤄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건의료노조는 앞으로 산별협약, 산별교섭을 어떻게 발전시키고자 하는가?
‘산별교섭 시대가 도래하므로 이제 지부 차원의 현장협약은 근로조건과 복지후생처럼 지불 능력의 차이에 따른 요구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별중앙협약으로 다 올려놓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습니다.’(이주호, 같은 글)
이처럼 앞으로 보건의료노조는 중앙으로 모든 교섭사안들을 집중시키고, 지부교섭과 투쟁에서는 이를 언급조차 할 수 없도록 하려고 한다. 게다가 보건의료노조의 우선적용 산별협약 규정으로 인해 (서울대병원지부와 같이)중앙합의 이상의 투쟁은 ‘조직에 위배되는 행각’으로 규정되어 버릴 수 있다.
올해 투쟁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자본은 산별연맹 혹은 중앙과의 만남에 힘을 싣고 현장투쟁 지도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투쟁이 아닌 교섭을 중시하는 상층을 파트너로 삼고자 했다. 이렇게 현장과 괴리되고 현장투쟁을 통제하고 투쟁하는 활동가와 조합원들을 거세하고자 하는 산별중앙교섭을 핵심으로 하는 것이 04년 산별노조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 중앙합의 이후 지부별 투쟁에 돌입했지만 산별중앙협약은 지부투쟁을 억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사용자들은 지부별 요구와 투쟁에 대해서 “산별중앙에서 다 합의했는데 무슨 투쟁이냐, 중앙하고만 교섭하겠다, 이제 지부투쟁은 불법이다”라며 지부별 요구와 투쟁에 대해서 무시하고 탄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지부투쟁에 대해서 “서울대병원지부가 산별 합의를 수용할 것을 거부하고 파업을 하는 한 노조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게 본조의 입장이었다.
04년 산별은 ‘만병의 독’?
한편 화섬연맹의 경우에도 여수산단 공투를 중심으로 산별노조의 출발점을 만들어가고자 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산별은 공동투쟁이 아니라, 공투를 할 수도 있는 힘을 보여주는 것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하기에 화섬연맹 지도부도 여수공투본이 시기를 집중해서 임단투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각개격파 당하고 엘지정유 노동자들이 산개하다가 백기항복 하는 것에 손을 들어주었다. 얼마 전까지 60여일을 꿋꿋하게 구조조정 저지투쟁을 전개해왔던 코오롱 노동자 투쟁의 아쉬운 마무리에도 한 몫을 했다.
그 외에 7월 말 궤도노동자 공동투쟁 역시 공동요구안 설정과 공동교섭의 상까지 논의되었지만, 실제로는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로 내려진 직권중재, 불법파업을 넘어서지 못한 투쟁이 되어버렸다. 물론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서울지하철 노동조합 지도부는 나름대로 민주적 현장파라는 이미지를 업고 출발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 한계를 드러내면서 도철과의 마지막 공동투쟁전선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이를 보조한 공공연맹은 궤도투쟁의 실패를 기업별 노조의 한계라고 원인 규정하며 (궤도)산별노조 건설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연대와 현장투쟁의 확대를 차단하면서 중앙의 힘을 구축하고, 자본의 교섭파트너로 인정받는 것을 산별노조의 의의로 삼는 것이 바로 사회적 합의주의이다. 실제로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은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을 사회적 대화의 출발이라 자부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산별교섭을 성공시켜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였다. 정부와 경총의 자제도 큰 역할을 한 만큼 금속, 화학, 궤도연대 등 주5일제 교섭에서도 자율적 해결관행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이수호, 6/28 경총 조찬세미나)
“산별조직을 강화하고 의료공공성, 연대기금, 최저임금제 등 합의하여 노조의 사회적 역할을 높였다.… 임금을 많이 따낸 것은 아니지만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윤영규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6/24)
이들은 사회적 합의와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대공장 노동자부터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산별교섭이건, 개별 단사 임단투 과정에서건 동일한 잣대로 들이밀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5일제를 비롯하여 실컷 양보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병원자본을 염려하여 임금인상 역시 대병원, 중소병원을 망라하여 최저인상으로 배려해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현장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대형노조의 이기주의로 몰아부쳤다.
사회적 합의주의자들은 실제 작년, 올해 계속해서 비정규직차별 해소를 빌미로 해서 노동귀족론, 대기업 노동자 이기주의론 등으로 들어오는 언론과 자본의 공격을 그대로 수용했다.
‘산별교섭의 목표는 대기업 노조의 양보!’(이주호)라고 하면서 교섭의 내용보다는 산별협약 성사 자체만을 목적으로 했던 중앙관료들이 사회적 합의주의의 출발점으로서 산별 중앙교섭을 의미 지었던 것이다. 이처럼 현 시기 ‘산별’노조는 진정한 노동자 연대투쟁을 가로막고 있다.(광명성애병원지부의 경우에도 산별총파업에 돌입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힘들게 동참했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그런데도 산별중앙에서는 이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해도 너무한’ 산별 관료들의 굴종!
절차와 중앙집중성, 조직의 명예를 중시하고 현장투쟁의 연대와 확대를 거부하는 것은 어용‘산별’노조다. 우리는 그동안 어용에 대해서 민주노조를 ‘자주성’, ‘계급성’(연대성), ‘민주성’의 측면에서 구분지어 왔다. 그러한 준거를 통해서 본다면, 보건의료노조와 같은 산별노조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과 노자발전’을 산별교섭의 의의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연대와 지원을 통한 투쟁의 상승발전을 거부(위원장은 10장2조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까지 했다), 전체 (보건)노동자의 이해와 생존권을 동시에 전면적으로 지키기보다는 조합주의(현직 조합원들의 이해만을 그것도 부분적으로 보장했다. 생휴와 연차휴가에 대한 차별, 그리고 전반적 주5일제 개악안 수용의 내용을 보라)에 매몰된 점, 그리고 절차적 민주성조차도 못 지키고, 교섭과 중앙회의에 대해서 녹화도 차단, 쟁점들에 대해서 파업기간 내내 투명한 논의와 소통구조도 차단하면서 조직보존과 교섭 성사에만 목을 매달고 있던 점 등에서 우리가 어용이라 부르는 지표에 해당되지 않는가? 비단 박일수열사 투쟁 국면에서 반노동자적 행위를 했던 탁학수 현중노조 집행부 제명뿐만 아니라 당시 열사투쟁 비대위가 투쟁을 회피했던 태도에 대한 평가의 필요성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다.
이처럼 사회적 합의주의는 도처에 널려있다. 투쟁을 회피하는, 혹은 전체 노동자의 이해보다는 조합원 혹은 일부 관료들의 이익을 보전하려는 산별노조, 그리고 고용문제로만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해를 국한시키는 경제주의 혹은 의회주의의 모습, 기업과 산업, 국가 살리기로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을 체제 내적으로 포섭하려는 개량주의가 곧 사회적 합의주의다.
보건의료노조 관료들은 산별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조합원들, 현장지도부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막아놓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합의 이후 지부별로 투쟁에 돌입했을 때, 현장 조합원들이 무서워서 투쟁기금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투쟁현장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금속노조가 봐도 너무 심한 보건의료 산별교섭! 그러나 2003년 노동시간단축에 이어 올해 금속산업노조의 산별교섭은 어떠했는가? 금속산업의 자본가들은 올해 사용자협의회를 구성하여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에 응했다. 금속자본가들은 불법 파업 통제와 단체교섭 대상에 대한 사용자측 처분권, 인수합병, 매각 등 구조조정에 대한 고유한 경영권 인정, 개악된 주5일 법안대로 재교섭 및 노조 전임자 축소 등을 중앙교섭의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물론 노조는 이에 대해서 대응하는 투쟁일정들을 잡았다. 하지만 결국 합의는 산별최저임금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적용한다”는 문구로 조정함으로써, 노조는 명분을, 사용자는 실리를 챙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최저기준을 설정하고 지회수준에서 노사간 타결을 통해서 임금교섭을 마무리했지만, 쟁점이 되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에서는 원칙만 확인하고 실제 구체적 적용은 노사간에 다시 합의하는 것으로 책임을 현장단위로 넘긴 점은 보건의료산별노조의 산별협약과 별다를 바 없다.
특히 구조조정과 산업공동화 대책으로서 구조조정시 사전통보와 노동조건 합의, 배치전환시 사전 협의, 산업공동화 노사공동연구팀, 공정한 하도급 거래 노력, 정부에 국내자본 역차별 시정 요청 등의 합의내용은 굳이 중앙교섭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사전 노사합의 없이 불가’ 등 기존의 성과들을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자본 역차별 금지는 노동조합이 요구해주는 것이 아니라, 외국자본이건 국내자본이건 투자활성화를 명분으로 노동권을 제약하고 노동자투쟁과 생존권을 가로막을 수 없다는 것을 더 명확히 했어야 한다.
이런 중앙교섭의 한계들은 단순히 지금 미진한 부분, 앞으로 완성시켜 가면 된다고 덮어둘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자본의 위기가 구조적으로 더 심화되면서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담시켜 위기를 수습하려는 것인 만큼, 이것이 산업살리기, 국내자본 살리기라는 경쟁력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하다.
산별노조의 임무로 각 연맹과 산별노조들이 강조하는 ‘고용시장 장악’은 개별노동자들의 노동력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숙련 향상(능력개발교육)과 산업정책 개입 수준에서 접근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숙련 향상(금속노조 등에서는 일찍이 산별 임금정책으로서 능력급을 기준임금으로 모색해 왔다)과 산업정책 개입은 개별노동자들에게 경영자의 마인드를 심어주어 기업, 산업, 국가가 잘 되어야 생존권도 보장된다는 자본의 협력이데올로기를 노동자의 입으로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실제로 자본측에서도 ‘경영참가와 숙련향상을 통한 고부가가치화’를 주문하고 있다). 올해 노사정위원회의 주요의제로 우리사주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즉 노동자들을 광범위하게 제한 없이 주식지분 투자에 참여케 하여 노동자운동에서 이탈시키려는 노사상생 경영전략으로서, 직업소개소 산별과 경영참여자 산별이 맞닿아 있는 문제이다.
합법파업과 교섭주의는 사회적 ‘대화’(담합)의 출발!
실제 보건의료노조 지도부는 각 현장지부단위에서 사용자들이 교섭을 거부하고, 기존의 단협에 대해서 산별협약 수준으로 하향시킬 것을 요구하는 자본의 공세와 ‘불법’파업으로 지부투쟁들이 규정되는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를 비판하는 금속노조 역시 산별중앙교섭에 치중하고 지역지부 단위의 집단적 공동투쟁(교섭)의 역할을 축소시킴으로써 현장과 괴리된 중앙 교섭주의 관행을 정착시키고 있다.
금속노조나 보건의료노조의 경우나 자본이 산별교섭에 응한 공통된 이유가 있다. 바로 현장단위 투쟁을 축소하여 파업에 따른 자본의 손실비용을 줄이고 노자간의 협력적 구조를 만들어 보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금속과 보건의료노조 역시 산별교섭의 필요성을 위와 같은 근거로 제시하였고 결과적으로도 교섭비용 절감을 통한 안정적인 교섭을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노’와 ‘사’가 만족하고 있다.
“올해 정부는 직권중재를 매우 유연하게 활용하여 노사자율교섭을 촉진시켰고, 노사분규에 대한 개입 최소화로 노사분규가 노정대결로 비화되어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피했다. 지하철이나 엘지정유 등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파업에 대해서 직권중재 회부하는 차별적 노사정책으로 불법파업을 벌이다 사회적 여론 비판 속에 노조가 스스로 파업을 철회…서울대병원과 코오롱도 산별협약 거부 및 구조조정 문제로 수세적 타협… 산별교섭의 진전과 타협적 주5일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리교섭을 통한 처우개선을 이뤄냈다.”(한국노동연구원, 참여정부의 노사관계 평가와 향후 과제, 2004.9.)
위의 정부 평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는 원칙적 전투적 노동운동, 그리고 정치적 투쟁과의 연결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성공했다고 자임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정규직화 쟁점보다는 정규직 노조의 대리교섭을 통한 처우개선으로 접근시킨 것, 투쟁에 대해서 이기주의로 치부하여 여론에 밀린 양보교섭을 유도한 것 등이 정부에서의 성과로 평가되었다.
즉 산별 중앙교섭을 통해서 현장투쟁을 억제(예방)하고 자본의 손실을 줄인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공공성 강화, 보건연대기금을 위한 노사(정) 특별위 구성이나, 금속산업 공동화에 대응하는 노사공동위원회 운영계획들은 투쟁이 아닌 교섭과 대화로 노자관계와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를 해결하려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또 다른 형태인 것이다.
“전국수준의 사회적 협의기구만으로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노사갈등, 노정갈등의 이슈에 대해 노사정이 타협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낼 수 없다. 보다 중층적인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 이런 노사갈등의 이슈들을 걸러내고 노사 공동이익이 걸린 문제들을 공동 협의해 나가며 모색해야 한다. 현재 산별교섭이 되는 산업은 교섭의제가 아닌, 노사공동 관심사인 산업공동화, 산업별 직업훈련, 산업별 임금합리화, 산업안전 등 협의의제 마련, 산업별 노사정협의기구를 구성하여 논의해 나갈 수 있다. 지역별 비공식 조정은 물론, 지역일자리창출과 투자 촉진, 소업종별로도 노사(정) 협의기구를 통해 노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나갈 수 있다.”(한국노동연구원, 같은 글)
위에서 보듯이, 정부 자본도 이미 중층적 사회적 타협의 틀을 형성하기 위한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노동자운동 내의 사회적 합의주의자들, 사회적 노동운동론자들이 주장하는 방향과 무엇이 다른가?
사회적 담합 분쇄하는 ‘산별’ 단결의 기풍을 바로 세워
노동자운동의 전망을 밝히자!
우리 민주노조운동이 지향해온 ‘산별’노조는 산업별 노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동자계급이 최대한 단결할 수 있는, 기업을 넘어선 전국적 계급적 조직운동을 의미한다.
현 시기 ‘산별’노조는 사회적 합의주의를 담아내는 황색노조에 불과하다. 현대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되는 속에서 노자협조주의 노선으로서 사회적 합의주의는 이제 노사정위원회 외에도, 산별노조(연맹)의 관료적 포섭과 전체 노동자에 대한 유연화를 통한 착취의 강화, 그리고 산업기금, 연대기금, 비정규직에 대한 단계적 정규직화 및 차등적 차별해소 등의 얼굴로도 드러나고 있다(이에 대해서 노동자정치신문(가칭)에서는 이미 여러 형태로 문제제기 해 왔다).
이제 자본과 정권이 요구한 산업별 교섭(산별노조)이냐, 노동자의 (임단협)이해 추구냐, 혹은 산별 중앙교섭이냐, 기업(현장)별 교섭(투쟁)이냐의 택일적 관점을 돌파하자. 노동자의 이해를 추구하고 현장투쟁을 통해서 산별노조운동이 강화되어야 함은 언제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올해 보건과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산별투쟁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지켜야할 산별노조운동의 정신과 과제를 되새겨야 한다.
첫째, 산별노조가 현직 조합원의 이해만을 대변한다면 기업별 노조의 통합 외의 의미는 없다. 산별노조는 1500만 노동자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를 지켜내는 것은 대화로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는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서였지 대화와 교섭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물론 이를 지켜내고 상승 발전시키는 것도 노동자 대중투쟁의 전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셋째, 자본은 계급타협이 쉬운 구조와 내용, 이윤을 훼손시키지 않는 것이라면 기업별이건 산별이건 뭐건 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노동자는 최대한 투쟁으로 단결할 수 있는 구조, 자본의 위기를 폭로, 타격하는 투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넷째, 지금 형태의 관료적 산별중앙교섭과 생색내기 식의 비정규직 차별 완화투쟁, 잘나가는 노조에 대한 양보교섭을 구사하는 ‘산별’노조를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구조조정 분쇄- 전국적 노동자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있는 한, 임금노동이 철폐되지 않는 한 사회적 합의주의는 천의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노동자 해방, 그 날까지 사회적 합의주의 분쇄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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