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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3호] 무엇이 기아차 비정규직 파업에서 구사대의 폭력을 불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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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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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8 04:05:16, 조회:2,856, 추천: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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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구사대의 파시즘적 폭력으로 기아차 화성공장 전체가 난자당했다. 이날 오전에 구사대들은 정규직 노조 사무실에 있는 한 정규직 활동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특전전우회를 앞장세우고 구사대들은 비정규직지회에 적극 연대해 왔던 ‘금속노동자의 힘’과 비정규직지회 농성 텐트에 불을 지르고 지회 플랭카드를 칼로 찢는 만행을 저질렀다. 뒤따르던 수백 명의 구사대들은 공장을 활보하면서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비정규직 투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연대해 왔던 정규직 핵심 활동가들은 구사대의 폭력과 광기를 피해서 현장에서 피신을 하기조차 했다. 현장은 무법천지였다. 화성공장은 극우적 백색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구사대는 8월 31일 정문 앞 노동자대회에 참여하려던 여성 조합원이 중심이 된 100여 명의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에게 성희롱과 폭언, 야유와 조롱, 폭력을 일삼았다. 그리고 수백 명의 구사대들이 공장 밖으로 몰려나가 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연대동지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했다. 노동자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구사대는 부지회장이 구사대 폭력으로 입원한 공장 내 보건소까지 쫒아가서 부지회장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심지어는 이를 말리던 지회 간부와 고령의 여성 조합원의 머리채를 잡고 허리를 발로 차는 만행을 저질렀다. 구사대 무리들은 밤이 되어서도 10여 명씩 몰려다니면서 정규직 활동가들과 지회 조합원들을 닥치는 대로 협박하고 폭력을 저질렀다.
무엇이 기아차 현장에서 구사대의 무자비한 폭력과 광기를 불러왔는가? 직접적으로는 기아 원청이 이를 배후조종했다. 기아 원청은 9일 간의 비정규직 파업 과정에서 단 한번도 자신들의 명의로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기아 원청이 기아 비정규직의 직접 사용자임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어용과 협력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이 아니라 업체의 정규직이라는 선동을 계속했다.
기아 원청이 구사대의 폭력을 직접 사주했다면 무엇이 그토록 구사대가 어떠한 저지도 받지 않고 현장 내에서 준동할 수 있도록 했는가?
구사대라는 괴물을 깨운 기아차지부의 관료주의
8월 23일 비정규직지회가 기습적인 도장부 점거파업에 돌입하자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 파업을 대대적으로 악선동 했다.
“기아차지부는 3만 4천 조합원의 소중한 일터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지회의 점거파업에 대해 유감을 표명합니다. … 도장공장은 1만 2천 조합원의 평생일터이며, 회사의 존폐를 가늠하는 공장이다. … 특히 투쟁방식에 있어서 비정규직지회의 일터가 아닌 기아차 조합원의 소중한 일터를 침해하는 행위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기아차 지부 긴급속보)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 파업을 압박하기 위해 23일로 예정된 기아차지부 임금협상 조인식을 전격적으로 미룬다는 발표를 하고 도장공장의 안전을 빌미로 조합원 전체에게 퇴근조치를 취했다. 기아차 화성지회 역시 긴급속보를 통해 퇴근지침을 내렸다. 화성지회는 긴급속보에서 “비지회 간부 미확인자가 화기 위험물을 소지한 상태로 라인점거 한 상황을 파악하여 긴급퇴근조치 됨”이라고 거짓으로 악선동 했다. 그리고 “3만 4천 조합원을 볼모로 하는 투쟁은 지지하고, 엄호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혼란과 이후의 책임은 문제를 초래한 당사자(정규직 활동가, 비정규직지회)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라고 협박을 해댔다.
‘도장 2부 생산관리자 일동’ 명의로 나온 유인물도 기아차지부와 똑같은 기조였다.
“화성공장을 잿더미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 특히, 이번 파업에서는 우리 화성공장을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몰아넣으려는 위험한 행동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 자칫 잘못하였다면 해당 공장에 잔류하고 있던 우리 조합원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의 삶의 터전인 건물과 설비가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참화를 입을 뻔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우리의 생명과 일터보다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이 그토록 소중하다는 것입니까?”
이후 8월 27일에 화성지회는 함성속보를 통해 비정규직지회 간부가 신나를 소지하고 도장공장을 점거했다는 악선동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하였다. 같은 날 ‘도장 2부 생산관리자 일동’은 “비정규직 파업 관련해서 2007년 8월 23일자 도장2부 생산관리자 일동 명의로 현장에 배포된 내용 중 ‘그 중 한명은 주위 사람 및 작업장에 신나를 뿌리면서 위협한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라는 표현이 실제 내용과 다르게 표현되었음을 밝히며 이로 인해 당사자에게 정신적, 육체적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며 사실과 다르게 표현된 내용에 대해서는 정중히 사과 합니다.”라고 정정보도와 사과를 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지회 파업에 대한 악선동은 지치지 않고 계속됐다. 같은 날 ‘화성공장 조장협의회’는 “지금 화성공장에는 지난 8월 23일 주간부터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 주장이 아무리 정당하다 할지라도 전 정규직 조합원 뿐만 아니라 협력사 직원의 생계까지 볼모로 잡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하고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라는 유인물을 발행했다.
비정규직 파업에서 구사대로 활동을 해왔던 어용 세력들인 ‘전민투’(과거 ‘조합원과 함께’)도 이 악선동 대열에 빠지지 않고 “조합원의 평생일터를 볼모삼아 흥정하지 말라! 근본적 해결 없는 극단적 행동은 극단적 결과를 낳을 뿐이다! 화성공장 일터의 직접 당사자인 대다수 조합원은 안중에도 없는가? 비지회 도장점거 사태를 통한 극단적 화성공장 고사작전(?)을 규탄한다. 도장점거 행위 자체는 그 어떤 말로도 용납될 수 없는 협박 자해행위일 뿐이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사내협력사 대표 일동’도 마찬가지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쟁방식이 결코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 결과가 화성공장 전종업원들을 위태롭게 한다면, 더 이상 『불법점거』는 용인될 수 없습니다.”라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기아차 지부와 화성지회, 생산관리자, 전민투, 사내협력사 대표 일동 명의로 나온 유인물은 마치 사전논의를 한 것처럼 똑같은 기조와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중 지부와 화성지회, 생산관리자 명의로 나온 유인물은 심지어는 비정규직 간부가 신나를 소지하고 들어가서 공장 전체를 불 지를 것 같다는 거짓 악선동으로 도배하였다. 나중에는 이러한 거짓선동이 문제를 일으키자 정정보도와 사과도 같이 했다. 지부와 지회, 어용들은 비정규직 도장부 점거파업으로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악선동으로 정규직 조합원들의 고용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구사운동을 부추겼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악선동은 고용불안의 위협을 겪고 있었던 정규직 조합원들을 자극했다. 과거 용역깡패가 현장에 들어와서 난동을 피웠을 때 적극적으로 비정규직과 같이 투쟁했던 정규직 조합원들 대다수가 이번에는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대신에 어용 구사대들의 무차별적인 난동과 폭력에 대해 침묵했다. 비지회 파업을 엄호하던 정규직 활동가들이 오히려 정규직 조합원들 사이에서 고립됐다.
구사대 수백 명은 비정규직이 점거하고 있는 흑도공장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갖고 파업철회 협박을 하고 심지어는 유리창을 깨는 등 침탈기도를 하기도 했다. 8월 30일 저녁에 구사대 5백여 명은 흑도공장을 에워싸고 마찬가지로 구사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불려온 이종대 화성지회장은 구사대 대오 앞에서 “비정규직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다. 이번 주까지 도장라인 점거를 풀도록 하겠다”라는 발언을 하여 몇 차례에 걸쳐 구사대의 박수를 받았다.
이렇게 잠자고 있던 구사대라는 괴물을 깨우고 이 괴물이 거대하게 몸을 불려서 마음껏 현장을 유린할 수 있도록 조장한 것은 기아차지부였다. 기아차지부는 비정규직 파업을 통제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은 나머지 악선동을 통해 구사대의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해줬다. 구사대는 정규직 지부를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폭력을 행사하였고 심지어는 정규직 간부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협박을 가했다. 결국 지부가 구사대를 불러들였지만, 구사대는 결국 정규직 지부의 통제조차도 벗어난 것이다. 그러나 지부는 이를 통해 비정규직 지회의 파업철회를 압박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직 활동가들조차도 흔들렸다.
구사대의 파시즘적 폭력에 맞선 투쟁의 과제
8월 30일 현장공투 회의에서는 비지회 파업을 엄호해 왔던 정규직 활동가 일부도 “구사대의 준동 때문에 정규직 민주노조마저도 깃발을 내릴 수 있다. 정규직 지부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 라인 풀지 말지를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찬반 투표에 붙여야 한다. 이 안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연대하기 어렵다”고 압박을 해왔다. 8월 31일에는 금속노힘 총회에서 점거파업을 철회하고 통합선언 할 것을 촉구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결국 기아차 이종대 지회장과 금속 노힘을 포함한 제조직 의장단이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중단을 요구해왔다.
기아자동차 현장 내에서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되고 거꾸로 서게 되었다. 비정규직이 독자파업을 하고, 정규직 활동가들이 연대하여 승리하는 투쟁의 공식이 깨지고 구사대를 앞세운 원청의 폭력에 정규직 활동가와 비정규직지회마저 굴복하게 되는 처참한 상황이 되었다.
만약 정규직 지부가 처음부터 비정규직 파업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어용들의 준동에 대해 핵심 주동자 징계 등 단호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구사대는 마음 놓고 활개 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구사대가 준동을 한다면 노조는 구사대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한 총회를 개최하여 구사대의 물리력에 맞서야 했다. 구사대가 대부분 조반장 중심의 조합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노조가 단호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핵심을 제외하고는 직접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철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원청의 라인공사도 무력화 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구사대의 폭력에 의해 민주노조의 깃발마저 내려질 수 있다고 우려한 정규직 활동가들도 구사대의 준동의 책임이 비정규직 파업이 아니라 정규직 노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노조의 대응을 촉구했어야 한다. 구사대의 폭력에 굴복해서 비정규직이 파업을 철회하면서 지키는 민주노조는 민주노조가 아니라 구사대에 유린된 허울 좋은 민주노조에 불과하다. 구사대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준동하여 파업을 파괴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갖추게 되었다. 현중노조도 조반장이 중심이 된 구사대에 의해 무쟁의를 하게 되고 어용노조가 되었다.
비정규직 파업으로 촉발된 기아차 내부에서의 계급투쟁은 정규직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로 확산됐다. 그러나 이 투쟁에서 원청의 사주를 받는 어용 세력들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금속노동자의힘’과 ‘현장공투’에 소속된 정규직 활동가들은 사기가 저하돼서 침체됐다. 지금까지 8월 31일 구사대의 백색테러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폭로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 민주노조의 깃발은 비정규직 파업이 아니라 구사대에 굴복하는 바람에 내려지게 되었다.
기아뿐만 아니라 이랜드, GM대우, 코스콤 등 비정규직의 투쟁 현장에서 구사대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의해 비정규직 투쟁이 유린당하고 있다. 이 구사대에는 이랜드의 점주 같은 소부르주아와 정규직 조합원의 가장 후진적인 대오가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물론 원청의 배후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나 비정규직 파업에 의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애사심이 더해져서 자기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기아차에서도 비정규직이 파업을 하면 언제나 구사대의 폭력이 자행됐으나 이번만큼 조직화되고 확신을 가지고 움직이지는 않았다. 정규직 조합원들 다수도 이러한 폭력에 대해 침묵했다. 이번 금속노조 부위원장 선거에서도 비정규직 후보로 나온 권순만 후보의 반대가 기아차 화성공장 내에서 50%를 넘어섰다.
이러한 투쟁현장에서의 구사대 폭력이 사회 전체에서 발생하고 소부르주아와 후진적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들이 등장한다면 그것이 바로 파시즘이다. 기아차 구사대의 폭력은 파시즘의 공장 판이었다.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자행되고 실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노동자의 생존권은 유린당하고 자본주의는 극도의 사회적 혼란에 빠지게 된다.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이 이러한 자본주의의 경제위기와 노동자의 생존권 박탈에 대해 투쟁하고 무능력한 자본주의의 대안을 제시한다면 노동자들은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치세력들이 자본주의 위기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동자 내부의 갈등과 폭력과 광기, 극단적 애국주의가 판치게 된다. 전 사회는 살벌한 폭력과 전쟁의 광기에 휩쓸리게 된다.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에서 구사대의 만행과 폭력은 파시즘이 어떻게 조직되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구사운동에 대해 원하청 단결로 투쟁의 전망을 제시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면 구사대는 준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활동가들이 위축되지 않고 현 기아차 집행부의 대안으로 조합원들에게 다가 섰다면 구사대는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아차와 전국의 비정규직 파업현장에서 준동하는 구사대 폭력과 광기에 노동자들이 패배한다면 사회 전반이 더욱 더 보수화돼서 노동자 투쟁에 대한 폭력과 억압이 강화되고 저주서린 악선동은 고조될 것이다. 자본이 배후조종하는 구사대 폭력에 맞서 노동자들은 물리력으로 단호하게 맞서고 노동자의 전국적인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청과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주체는 비정규직지회다. 기아비정규직지회는 구사대의 준동과 라인공사, 정규직 지부의 압박에 의해 거점파업을 중단하고 통합선언을 했지만 여기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비정규직 자주성과 독자성의 관건인 독자파업을 통해 기아 자본을 압박해야 한다. 8월 31일 거점파업 철회 이후에 비정규직지회는 다시 파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공동교섭에 기대면서 독자파업을 전개하지 못했다. 재파업을 조직할 수 있는 한 달 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거점파업 철회 이후에 집단교섭을 예상하고 경고파업을 접었지만 집단교섭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구사대의 폭력에 기자회견과 폭로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구사대 폭력에 맞서 기아차 비정규직 투쟁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은 공동교섭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의 끊임없는 통제를 뚫고 자주적인 독자파업을 다시 전개하고 정규직 활동가들이 힘찬 연대투쟁을 하는 것이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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