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협
|
2012-12-29 23:52:13, 조회:2,870, 추천:224
|
![]() |
|
|
![]() |
이른바 ‘좌파’ 철학자 김상봉의 경영참가론 비판(3)
-계급협조주의 노선에 포섭된 ‘낡고 비루한 진보’
이제 김상봉에게 이윤추구를 인정하면서 기업에 의한 노동자의 노예적 예속을 막는 “오직 하나밖에 남아 있지 않는” 방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기업의 현행 지배구조 그 자체를 해체하여, 대대로 세습되는 왕국과도 같은 기업을 노동자들이 주인 되는 공화국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국가보다 더 크고 강한 공동체가 되어 국가가 기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면, 그리고 기업이 독재적 조직이어서 거기 속한 노동자들의 자유가 억압받고 노예상태로 전락한다면, 기업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어버리면 되는 것이다.”(같은 책, 53-54쪽)
김상봉은 정치영역에서는 1인 1표로 민주화 되었는데 기업 내에서는 이 원리가 작동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가 기업가의 노예가 되었다는 것이다. 김상봉이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는 방책은 바로 “기업 지배구조의 민주화”이다. 어떻게 기업 지배구조를 민주화하는가?
“자기들이 선출한 사장이 자기들이 원한 대로 회사를 운영하여 기업의 가치도 높아지고 노동자들의 삶도 향상된다면, 그들은 사장을 신임하여 사장직을 계속 맡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가 이렇게만 운영될 수 있다면, 기업경영에 대해 모든 노동자들이 모든 것을 공동으로 논의하고 결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회사는 노예들의 집단농장이 아니라, 자유로운 시민들의 생산 공동체로서 하나의 공화국 또는 폴리스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같은 책, 57쪽)
김상봉은 이 간단한 주장을 하기위해 329쪽이나 되는 책을 써가며 현란한 요설(饒舌)을 쏟아냈던 것이다. 결국 김상봉의 결론은 무엇인가? 노동자 경영참가다.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가하여 사장을 선출하고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면 그것이 ‘자유로운 시민들의 생산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봉은 노동자들의 경영참가를 통해 “현대자동차도 하나의 공화국으로 만들고 삼성전자도 하나의 공화국으로 만들고, 이런 식으로 모든 주식회사를 공화국으로 만들어버리면, 기업에 의한 노동자의 노예적 예속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같은 책, 58쪽)라고 주장한다. 김상봉은 이러한 해방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사례로, 달구벌 버스회사나 인천 키친아트(구 경동산업) 같은 노동자협동조합의 사례를 대고 있다. 김상봉 뿐만 아니라 심상정 국회의원 역시 달구벌 버스회사를 재벌개혁의 모범적 사례로 들고 있다.
우리는 이미 노동자의 사상 제4호 ‘사회적기업, 그 환상에 대한 실천이론적 폭로’나 노동자정치신문 창간4호 ‘우리사주제, 노동자 소유 기업의 꿈은 이루어질까?’ 등을 통해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에 대해 분석해왔다. 그리고 앞으로 자본주의 이행전략이 부재한 협동조합 노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자본가들이 폐업 등을 통해 버리고 간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해서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장에서 노동자자주관리의 경험은 맑스의 말처럼, 자본가 없이도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주관리기업에서 조차도 자본주의에 포위되어 항상적으로 경영불안에 휩싸이고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삭감을 감내하거나 극단적인 경영악화의 경우에는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다. 더군다나 김상봉이 든 사례는 지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진 특수한, 지엽적이고 부분적이자 개별적인 사례들로 자본주의 기업 전반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이윤추구의 욕망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욕구를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노동자 경영권이 보편화될 때 우리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생산과 노동의 균형점이다.”(같은 책, 65-67쪽)
과연 이런 사례를 어떻게 일반화 하여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처럼 초거대 재벌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노동자가 인수하여 운영할 수 있겠는가? 재벌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어떻게 변혁할 수 있겠는가? 김상봉은 노동자 경영권의 보편화에 대한 바람과 당위만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무정부적이고 비계획적인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합리적으로 생산을 조직할 수 있는 아무런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방안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김상봉은 현실적인 경제법칙의 문제, 자본주의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혁명적 전복의 문제 앞에서 타조가 되어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점점 더 몽상가가 되고 있다.
“… 하지만 노동자 경영권이 주는 선물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를테면 몇 백 년이 흘러 노동자 경영권이 전 세계에서 너무도 당연한 제도로 정착된 뒤에, 소니전자의 한국공장 노동자들과 일본 공장 노동자들이 한날한시에 소니 인터내셔날의 CEO를 선출한다고 가정해보라. 과연 그런 상황에서 일본과 한국 사이의 민족감정이란 것이 무슨 대단한 의미를 가지겠는가?”(같은 책, 69쪽)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소유관계를 바꿈으로써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업의 주인을 바꿈으로써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유혹에 빠지는 까닭은 내가 보건대 인간의 자유가 소유에 기초한다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노동자가 기업을 소유할 때만 기업의 주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처럼 자유가 소유에 근거한다는 전제를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자본가가 소유한 기업을 노동자가 소유하거나 국가가 소유하게 될 경우에만 노동자가 기업의 주인이 되리라고 추론하는 것은 조금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생각하면 이처럼 자유와 소유를 뗄 수 없이 결합된 것으로 보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같은 책, 100-101쪽)
여기서도 김상봉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맑스에 대해 막말을 마구 내뱉으며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있다. 김상봉은 맑스와 신자유주의자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김상봉은 자본주의 착취체제에서 자본가들의 사적소유와 착취가 소멸하는 사회주의에서 집단적 소유를 똑같은 소유일반으로 보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과거 쏘련 등 사회주의 체제나 현존하는 사회주의에서의 집단적 소유체제를 똑 같은 ‘착취체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사적소유 철폐가 해방의 길이라고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도 쏘련과 현실 사회주의를 착취체제라고 보는 국가자본주의자들의 비과학성과 무지, 몰역사성, 악랄한 종파주의를 이른바 ‘좌파’들이 무뇌아적으로 그대로 동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동자 경영권이 확립된다면 우리는 오늘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기업에 의한 자연파괴가 서서히 줄어들어 자연과 인간의 생산활동 사이에 끝내 어떤 화해가 이루어지리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67쪽)
김상봉은 무정부성과 무계획성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분쇄하지 않고도 노동자 경영참가로 대기업의 자연파괴를 막고 자연과 인간 생산활동 사이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좌파’정당이라고 하는 진보신당의 강령 기초자의 사상에서 나온 21세기 공상적 반동사회주의가 놀랍지 않은가? 자본주의 모순 해결의 만병통치의 해결책이 바로 노동자 경영권 확립이다. 맑스도 레닌도, 수억의 진보적 인류도 이러한 참 손 쉬운 방책을 몰라서 죽고 싸우고 계급 전쟁을 벌이고 그토록 오랫동안 처절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김상봉이 발견해낸 경영참가의 반동성
김상봉이 마침내 여기에 종지부를 찍으려 하고 있다. 김상봉에 의하면 자본주의 근본모순은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사적 소유가 아니라 “사물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뒤섞어버린 데서 비롯된다.”(같은 책, 130쪽)
“그러므로 노동자를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키고 참된 의미에서 기업의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의 소유권을 자본가의 손에서 국가의 손으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소유권과 기업의 지배권, 즉 경영권을 분리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본의 소유권과 당연하게 동일시되어온 경영권을 그와 분리시켜 도리어 노동권과 동일한 것으로 결합해야 한다.”(같은 책, 131-132)
“기업의 소유권이 남에게 있는데 어떻게 노동자들이 그것의 경영권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사유재산권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한사코 앞에서 주장하고 있다.) 이 물음 앞에서 나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은 자본주의적 기업의 성벽에도 의외로 취약한 균열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소유권의 개념이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그렇게 정확하게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주식회사가 나의 집이 나에게 속하는 재산이듯이 어떤 개인에게 배타적으로 속하는 사유재산이라면, 그것의 경영권을 노동자에게 주겠다는 것은 마치 내 집을 다른 사람들이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재산권을 폭력적으로 침해하는 일이 될 것이다.”(같은 책, 135쪽)
쏘련 붕괴 뒤 사상적 혼란에 빠진 한 지식인이 20여 년 동안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2012년에야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침내 발견해낸 것이다. 그것은 바로 노동자 경영참가이다. 그런데 노동자 경영참가 주장은 김상봉이 최초로 한 주장이 아니다.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의 생산자협동조합도 그 원류이고 발전한 자본주의에 와서 노동자 경영참가와 공동결정 주장은 바로 독일에서 오늘날까지도 실현되고 있다. 1917년 러시아에서 10월 혁명을 전후로 해서 자본주의 체제가 극심한 위기에 빠지고 노동자 투쟁이 급진화 되자 노동자들을 체제 내적으로 포섭하기 위해 경영참가라는 타협책이 만들어졌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이나 이러한 경영참가 제도의 역사성은 다 마찬가지였다.
특히 독일은 노동자 경영참가와 공동결정제가 가장 발전한 국가 중 하나다. 독일에서는 1870년 이후로 당시에는 혁명적이었던 사민당이 힘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운동이 대중적으로 발전하자 비스마르크 정권에 의해 타협책의 일환으로 부분적으로 제도화 되었다. 독일에서 본격적인 노동자 경영참가는 1918년 이후에 제도화 되었다. 1918년 당시 독일에서는 직접적으로 혁명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독일에서 만들어진 노동자 경영참가는 노동자를 배신하고 자본주의에 투항한 독일 사민당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당시 노동자들의 급진적 혁명을 박살내고 독일 자본주의를 구출하기 위한 타협책으로 만들어졌다.
1918년 11월 킬 군항에서 수병의 봉기를 계기로 주요 도시에 노동자 레테(Rate, 쏘비에뜨)로서의 노병평의회(勞兵評議會)가 결성되어 ‘11월 혁명’이 발생했다. 이러한 체제 위기 상황에서 사민당은 임시정부를 구성하여 실권을 장악하고 공화제로의 이행을 통해 의회제 민주주의에 의한 체제통합을 달성하려 하였다. 1919년 1월의 총선거 결과 사민당이 중도정당과의 연립정부를 수립하고 7월에는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을 제정함으로써 이른바 바이마르체제가 성립되었다.
위기의 정도가 극심하였고, 또 혁명적 위기에 대응하여 성립한 바이마르 체제에 노동조합(자유노조는 1919년 전독일노동총동맹[ADGB]으로 개칭됨) 주류파가 사민당의 충실한 동맹자로서 협조행동을 취한만큼 바이마르체제에서의 노동개혁은 획기적이었다.
바이마르체제의 노동정책의 기본적인 틀은 노조의 승인(단체교섭)과 노조의 경영참가의 법적인 제도화였다. … 그러나 이 단계의 노동정책 체계는 노동자계급의 레테체제(Retesystem)와 사회화에 대한 강한 지향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후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레테운동을 의회민주주의 체제내에 포섭하기 위해 바이마르체제에서 두 번째의 경영참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김삼수, 「제2장 노동자 경영참가의 역사적 기원과 전개」, 조우현 엮음, 『세계의 노동자 경영참가』, 창작과 비평사, 1995년 12월 초판, 73쪽-74쪽)
노동자들의 혁명적 진출을 가로막기 위한 타협적으로 만들어진 경영참가와 공동결정제는 자본주의에 포섭되는 노사협조주의의 근간이 되었다. 혁명적 위기의 시대에 경영참가와 공동결정제가 자본의 일시적 양보와 타협책으로 시작됐다. 이러한 계급타협은 노동운동의 변혁성과 투쟁성을 잃어버리게 하는 데 일조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러한 제도는 자본주의 공황의 시기에 한국사회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수행했던 역할처럼, 생산성 향상을 합의하여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임금통제와 단협양보, 복지후퇴와 정리해고를 수용하는 반노동자적 역할을 수행하는 통로로 활용되었다. 이로써 노동자의 계급의식은 마비되었고, 파업권이 약화되고 노조는 무력화되었다.
이처럼 경영참가는 자본주의 출현 이래 자본에 포섭된 개량주의자들이 주구장창 주장하던 요구를 자본가들의 필요에 의해 활용된 것에 불과하다. 오늘날 한국에서 자본가들이 경영은 자본가들의 고유의 권한이라고 떠들어대면서 경영참가를 반대하는 것은, 노동자들을 포섭할 필요성조차도 없을 정도로 현장이 붕괴되고 투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투쟁력이 남아 있는 현대차, 기아차 등의 사업장에서 경영참가는 우리사주, 무상주 등으로 나타나면서 노사협조주의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노조를 무력화 하고 파업을 파괴하는 자본의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럼 기존의 노동자 경영참가와 김상봉 경영참가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종업원 지주제나 우리사주를 통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가는 기업 소유만 하고 노동자가 경영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다. 김상봉이 20여 년간 하릴 없이 찾아 헤맸던 진리는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역사 속에 무수한 사례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기업의 통제권과 잔여수익 청구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가? 기업이 통제권과 잔여수익 청구권을 갖는 조직이라고 했을 때, 누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것인가에 따라 기업은 소유자 경영기업, 전문경영자 경영기업, 노동자 경영참가기업,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분류된다. … 노동자 경영참가기업은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하나는 노사 공동결정기업으로써 작업장 단위 또는 최고경영결정 단위에서 노동자들이 기업의 통제권에 참여하는 기업이며, 다른 하나는 종업원지주제, 이윤분배제 등에 의해 노동자가 기업의 잔여수익 청구권에 참여하는 형태이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은 노동자조직이 기업의 통제권과 잔여수익 청구권을 장악하는 기업형태이다.(같은 책, 조우현, 「제1장, 신노동자경영참가론」, 19쪽)
독일의 공동결정제가 바로 김상봉이 발견해 냈던 소유권 보다는 의사결정권에 대한 참가를 주되게 늘리는 방식의 노동자 경영참가 방식이다. 독일에서 소유참가를 통해 노동자나 노조의 의사결정에 대한 참가를 높이려는 공동결정제 방식의 경영참가가 이뤄진 이유는 이것이 바로 “노동에 대한 자본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같은 책, 권기홍 「제4장 독일의 노동자 참가제도」, 124쪽)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개량주의자들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영악하게도 노동자들이 주식보유를 통해 자본주의에서 기업 소유권을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낡은 진보’와의 결별
맑스레닌주의 사상으로의 무장!
김상봉은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현실화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 주관적 바람과 기대만 있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기업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지배권과 경영권을 확립하고 노동자 착취를 통하여 나온 생산결과를 독점적으로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유에 대한 장악과 지배 없이 경영에 대한 지배가 있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경영참가의 대부분의 사례는 우리사주, 종업원지주제, 노동자자주관리처럼 기업에 대한 부분적, 또는 전면적 소유를 획득하려고 노력해 왔던 것이다.
자본가들의 생산수단에 대한 사적소유권 때문에 자본가들은 기업의 지배자가 되고 더 나아가 독점자본은 사회 전체의 실질적 지배자가 되었다. 김상봉은 주식회사의 경우에 소유권 개념이 배타적으로 자본에게 속하는 사유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가 타인의 재산권에 대한 폭력적 침해 없이도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식회사를 원래 주인인 노동자에게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 우리가 많은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 부당하게 피해를 줄 필요는 없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의 법률조항이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종업원 총회에서 선임한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내가 했던 모든 말은 바로 이 한 마디를 위한 근거를 제시한 것뿐이다. 그리고 이 한 마디로써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라 주체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같은 책, 308쪽)
“노동자는 주주를 버리고 홀로 활동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주주들이 특히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감사회를 조직하여 노동자가 주체가 된 주식회사 내부의 운영의 공정함과 투명함을 촉진한다면, 이는 가장 이상적인 역할 분담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새로운 상법에 첨가해야 할 또 다른 조항은 다음과 같다.
주식회사의 감사는 주주 총회에서 선임한다.
이 두 개의 법 조항을 넣음으로써 우리는 주식회사의 노동자들을 회사의 노예에서 회사의 주권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니, 이제 남은 일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입법투쟁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몫이요, 철학자의 부름에 응답하는 것은 스스로 자기의 세계를 형성해 나갈 자유로운 노동자의 몫일 것이다.”(같은 책, 309-310쪽)
이러한 법률조항을 누가 마련할 것인가?
“노동자 경영권을 약속하는 정당에게 표를 주면 된다.”(같은 책, 312쪽)
공상과 망상에 사로잡혔던 기본소득제 논자들에게 했던 말처럼 여기서도 차～암 쉽죠! 주식회사가 주로 남의 자본으로 만들어지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에는 그다지 과학적 탐구가 필요하지 않다. 현대 주식회사에서 자본은 한 줌도 안 되는 자기자본을 가지고 개별 투자자들의 주식보유를 이용해서 주식회사를 운용하고 소유권을 확립한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식회사 제도가 고도로 발전한 현대자본주의에서 재벌은 지주회사 제도를 통해 1-2%의 소유권을 가지고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이 주식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바탕으로 지배권을 배타적으로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김상봉의 주장은 도덕적으로도 당위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자본가들은 한 줌도 안 되는 자기자본(그것도 대부분 노동자 착취로 형성한)을 가지고 기업 전체를 지배하는가? 그것은 바로 자본주의 생산관계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생산관계에서 자본은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을 장악하고 있다. 법률을 통해 그 사적소유권은 신성시 되고 있다. 국가는 폭력적 힘으로 자본의 사적소유권을 보장한다. 결국 자본주의 사적소유를 철폐하고 독점자본의 국가를 박살내지 않으면 김상봉의 비분강개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소유권과 경영지배권은 영원히 보장될 수밖에 없다.
김상봉은 머리말에서 이러한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보신당 내에서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당 차원의 토론도 실천도 없었”고 결국 이 때문에 “당의 생존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으로 날밤을 새다가 당의 대표를 지냈던 사람들이 당을 버리고 떠난 것”이라고 말한다.
김상봉은 엄숙하게 선언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른바 노회찬/심상정/조승수 등 출세분자, 기회분자들의 일련의 행보는 저들이 일찌감치 변혁전망을 상실하고 개량주의 노선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철학자 김상봉의 잠꼬대 같은 개량주의 초헛소리가 울려 퍼지기 훨씬 이전에 이미 이들은 철학자가 뒤늦게 발견한 개량주의 노선을 사상적, 정치적 노선으로 수용했다. 그것은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그대로 둔 채 의회 장악과 정부 장악을 통해 자본주의를 개혁하겠다는 개량주의 노선이다. 노심조(조승수가 탈락했지만)는 외형적으로는 당을 버리고 떠났지만 김상봉의 몽상적 철학을 현실화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어 김상봉의 부름에 화답할 수 있는 입법화의 핵심 주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선지자의 말투를 빌어서 김상봉은 마지막으로 외친다.
“---지금은 우리 모두 낡은 진보와 이별할 때가 아니겠는가?”(같은 책, 329쪽)
누가 과연 낡았는가? 전 세계적 대공황과 사회변혁의 시대에 우리는 낡고 비루한 그리고 썩어 문드러져 추악한 냄새를 풍기는 낡은 진보와 철저하게 결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맑스레닌주의의 과학적, 변혁적 사상으로 채워야 한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자본가들의 소유이다. 그러면 기업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기업은 노동자들의 집단적 소유여만 한다. 피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당연하게도 기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철저하게 깨부수는 변혁이 필요한 것이다. (끝) <노/정/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