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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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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7 08:48:21, 조회:5,042, 추천: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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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내에서의 기계도입의 두 얼굴
하루가 다르게 자본주의는 변화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생산방식과 생산수단은 낡은 것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움, 혁신, 합리화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이 멋진 구호들은 자본주의의 자본가들에게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노동자들에게는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비참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흉물스런 괴물과 같은 것들이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말은 바로 기계화, 자동화라는 말들이다. 자본주의의 발전도 이 기계화, 자동화와 더불어 대공업이 발전하면서 시작되었다. 대공업의 발전은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을 새롭게 고용하기도 했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기계의 도입과 자동화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노동자의 가족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역사 중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기계파괴운동을 기억하는가? 1811년부터 1817년까지 영국의 중부·북부지역에 위치한 직물공업지대에서는 기계파괴운동이 일어났다. 이 당시 영국의 산업은 고도로 발전된 상황으로써 자본은 더 많은 생산성 증대·인건비 절감을 위해 많은 생산설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기계의 도입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실업자를 증가시켰고, 노동자들의 생활은 궁핍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노동자들의 분노는 기계를 부수는 행위로 분출되었다. 노동자들은 실업의 원인을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기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계파괴운동은 실업문제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지는 못했다. 기계는 다시 만들어졌고, 생산성도 점점 증가하면서 산업은 발전했다. 과연 자본주의에서 기계는 노동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자본주의에서의 기계도입은 노동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자.
기계도입 목적의 진실 혹은 거짓
기계제대공업 생산방식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이전 자본주의 초기에 성립된 생산방식은 공장제수공업이었다. 공장제수공업은 분산된 가내수공업 노동자들을 하나의 공장으로 모아 관리감독자를 두고 통일적인 지휘아래서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분업이 세분화됨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수공업형태의 생산방식에 만족하지 못했고, 자본의 이윤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필요로 했다. 바로 기계제대공업이 주인공이다. 기계제대공업은 기계의 사용을 통해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비숙련노동자들을 쉽게 노동시장에 투입시키면서 파편화된 단순노동을 일반화시켰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상품생산의 주체인 노동자를 기계의 보조자로 전락시켰다. 이것은 자본주의 하에서 기계가 어떠한 의도로 도입 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기계는 상품을 저렴하게 하는 것이며, 노동일 중 노동자가 자기 자신을 위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단축하여 그가 자본가에게 무상으로 주고 있는 다른 부분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다.” (자본론1,마르크스)
기계가 도입되면서 생산력이 눈에 띄게 발전된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기계의 도입과 사용은 자본의 이윤증대의 수단으로, 노동자착취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자본가계급의 이윤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우리는 생산수단을 규정할 때 도구·기계 등을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변자본, 노동자의 노동력은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가변자본이라고 일컫는다. 가변자본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수단의 소유자인 자본가계급은 최대한 가변자본의 사용을 줄이고, 잉여노동시간을 증대시킴으로써 이윤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자본주의체제 안에서의 기계도입의 목적은 자본의 생산비용 절약을 통한 자본의 이윤증대로 직결됨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따라서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하는 한, 기계 도입에 따른 자동화, 합리화는 결코 노동시간의 단축, 노동강도의 강화의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길거리로 내몰리는 노동자의 삶
자동화기계시스템, 신장비기술 등의 새로운 생산설비가 도입되면서 금속에서부터 화학섬유, 서비스, 공공 등 전반적인 산업부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은 비약적으로 발전된 생산설비 도입을 통해 인원감축으로 연결되고, 기하급수적인 실업자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계약해지, 정리해고, 외주화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해고를 유발하면서 구조조정의 핵심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을 보자. 서울지하철의 경우에는 ‘복합검측차’라는 신기술도입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고용불안과 인원감축을 통한 해고위협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우선, 복합검측차는 전동차의 마모·편위·높이·구배 등을 검측 하는 복합차이다. 이것이 도입되면 전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철도토목에서 일하는 36명 노동자들의 인원감축이 예상된다.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은 거대한 구조조정으로 전도될 신기술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결국에는 구조조정 없는 신기술도입을 전제로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마음 놓고 있을 상황만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했던 일을 복합검측차가 하게 된다면 인력은 당연히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되고, 당연히 전환배치의 문제는 수면위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인천지하철의 경우에는 현재 무인매표 시범을 실시한 상태로 3월 1일부터 매표소가 전면 폐쇄에 들어간다. 이것은 궤도사업장 전반에 걸쳐 엄청난 구조조정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화섬의 경우에는 기계를 관리하고, 정비하는 최소의 노동자만 두는 형태인 무인생산공장 시스템이 도입된 사업장이 대다수다. 04년 금강화섬을 보자. 금강화섬이 경한정밀로 매각되면서 노동자들은 대거 정리해고 되었고, 기계가 멈춘 조용한 공장을 점거하면서 장기간 투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미 기계가 빠져나간 상황에서 생산타격을 가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자본가들의 무한한 이기적인 욕구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발전된 생산방식을 통한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 이에 따른 매각의 문제들. 결국 공장은 폐업되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는 가혹한 방식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된다. 효성 투쟁이 진행되었을 당시 사장은 “자본은 기계의 도입과 합리적인 생산방식의 도입 즉 자본주의적 합리화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본이 기계를 도입하는 것은 오로지 노동력을 절약하고 최소의 노동력으로 최대의 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기계의 도입은 산업자본주의 초기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에게는 달라질게 없다. 더구나 최근에는 무인생산공장이 미래의 자본주의에게는 축복이나 된 듯이 환상을 불어넣는다. 물론 완전 무인생산공장은 당장 실현되기 어려우나 자본주의는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자본주의적으로 도입되고, 사용되는 기계는 노동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는 반노동자적인 행위이다. 영국의 노동자들이 역사 속에서 경험한 기계파괴운동이 과연 문제해결의 핵심이 될 수 있는가? 아니다. 기계가 노동자들을 죽음의 길로 인도하는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기계의 자본주의적 이용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강력한 자본의 논리를 깨부수고, 자본주의에 대항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
“기계 그 자체는 노동시간을 단축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시간을 연장시키며, 기계 그 자체는 노동을 경감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노동 강도를 높이며, 기계 그 자체는 자연력에 대한 인간의 승리이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인간을 자연의 노예로 만들며, 기계 그 자체는 생산자의 부를 증대시키지만 자본주의적으로 사용되면 생산자를 빈민으로 만든다.” (자본론 1권, 마르크스)
<노/정/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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